XIII.시인마뇽의 명소탐방/국내명소 탐방기

33.주남저수지 탐방기

시인마뇽 2011. 5. 13. 22:29

 

                                                      주남저수지

 

                                  *탐방일자:2011. 3. 11일(금)

                                  *탐방지   :경남 창원소재 주남저수지

                                  *동행 :나홀로

 

 

   낙남정맥 종주 길에 정병산을 올라 주남저수지를 조망했습니다.  이 산을 오르면서 주남저수지를 볼 수 있으리라 예상치 못했기에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저수지가 주남저수지인 줄은 다른 분에 물어 알았습니다. 창원의 주남저수지와 창녕의 우포늪은 철새도래지로 이름 난 명소로 TV를 통해서  여러 번 보았지만  아직 가보지 못해 낙남정맥 종주 길에 짬을 내 두 곳 다 들러볼 생각을 벌써부터 갖고 있었습니다. 이번 종주 길이 주남저수지와 가까운 창원의 산줄기를 지나게 되어  산행을 좀 일찍 끝내고 탐방할 생각이었는데 정병산 정상에서 뜻하지 않게 조감하고 나자 한시라도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조바심이 났습니다. 다른 때 보다 훨씬 이른 시각인 오후 4시 경 산행을 마치고 창원시내로 들어가 덕산으로 넘어갔습니다. 택시를 타고 가 덕산에서 멀지 않은 주남저수지에 오후 5시가 넘어 다다랐습니다.

 

 

  경남창원의 덕산에 소재한 주남저수지는 낙동강 줄기에 형성된 동남내륙지역의 최대철새도래지 중의 한 곳입니다. 정병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저수지는 두 개로 보였는데 와서 보니 봉곡저수지, 신남저수지, 주남저수지와 동판저수지 등 모두 네 곳으로 주남저수지가 가장 컸습니다. 옛날 여기 저수지 일대는 낙동강에 의해 만들어진 자연배후습지로 습지전체를 갈대가 덮고 있어 “갈대의 나라”라고 불렀다 합니다. 이런 갈대의 나라가 오늘의 모습으로 바뀐 것은 1920년대부터 들어서기 시작한 농경지에 물을 대고 홍수피해를 막고자 9Km의 제방을 쌓고 나서였습니다. 이 저수지에서 겨울을 보내는 철새들이 5만 마리가 넘는데 이 중 3만 마리 이상이 가창오리라 합니다. 해마다 세계적인 희귀조인 재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와 흰꼬리수리 등 230여종의 다양한 철새들이 이 저수지를 찾아와서 머물다 간다하니 여기 주남저수지가 “철새들의 천국”으로 불린다 해서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지난 11월에 발생한 구제역의 심각한 피해를 익히 알고 있는 바라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을 막기 위해 주남저수지 탐방을 자제해달라는 플래카드를 탐조대 맞은편에 걸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은 이해하지만 언젠가 신문에 난 것처럼 혹시라도 여기 철새들이 조류인플루엔자를 옮기는 원흉으로 오해받는 것은 아닌지 걱정됐습니다. 상황이 그러해서인지 철새들의 비상을 지켜보려고 이 저수지를 찾은 사람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동판저수지를 지나 먼저 생태학습관을 들렀습니다. 주마간산 격으로 학습관을 둘러보고 안내팜플렛을 받아들고 나왔습니다. 길과 그 아래 논 사이에 철망을 쳐 놓고 짚을 엮어 막아 펜스를 해놓았습니다. 휀스 중간 중간에 뚫어놓은 장방형의 구멍사이로 카메라를 집어넣고 물이 고인 논 뜰에서 한가롭게 놀고 있는 재두루미 몇 마리를 사진 찍었습니다. 이내 길 건너 뚝 위로 올라서 자 휀스 너머로 물위를 노니는 한 떼의 가창오리(?)들이 보였습니다. 벌써 많은 철새들이 북쪽으로 돌아갔을 것이라는 택시기사분의 얘기대로 남아 있는 철새들은 몇 백마리에 불과했습니다.

 

 

 

  해가 이미 서산으로 많이 기울은 저녁 시간에 뚝 위 생태탐방로를 걸으면서 철새들의 비상을 지켜보았습니다. “철새들의 낙원”, “철새들의 천국” 또는 “새들이 살아있는 자연사박물관”이라는 애칭이 부끄러울 정도로 물위를 노니는 새들의 숫자가 턱 없이 적어 저수지가 텅 비어보였습니다. 남아 있는 새들의 비상도 저수지 안 아주 짧은 거리의 자리 옮김이라서 텔레비전에서 본 장대하고 질서정연한 비상 쎄레머니는 연출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멀리서 찾아온 저를 그냥 보내기가 안 되었던지 철새들은 한두 번 더 날개 짓을 하며 저수지 위를 날았습니다. 얼마 안 있어 뉘엿뉘엿 서산으로 넘어갈 석양이 발하는 빛의 세기가 많이 약해져 기회다 싶어 역광을 이용해 사진을 찍었는데, 생각보다 잘 나왔습니다. 가장 넓은 주남저수지 및 잇닿아 있는 산남저수지는 확 트인 주변 환경으로 철새들이 이동하기 좋고 밤에 잠자리로 이용되며, 산남저수지에 연이은 동판저수지는 낮에 숨어 지내기에 딱 좋아 은신처로 쓰인다 합니다. 이 저수지들을 한 번 둘러보고 싶었지만 마냥 택시를 기다리게 할 수 없어 곧바로 동판저수지로 옮겼습니다.

 

 

 

  동판저수지는 그 규모가 주남저수지에 훨씬 못 미치지만 물속에 뿌리를 박고 서 있는 버들나무들을 보자 주왕산의 주산저수지가 생각났습니다. 저수지의 그윽한 풍광은 주산저수지에 못 미치지만 물위에 떠 있는 갈대와 버들나무 사이를 가창오리 몇 마리가 유영하고 있어 생동감이 느껴졌습니다. 2008년 가을 제10회 람사르총회 창원 개최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람사르문화관은 둘러보지 못하고 대신에 총회개최국을 알리는 기념석(?)을 보았습니다. 스위스, 캐나다 등 개최국의 이름이 적혀 있는 기념석을 보자 이제 우리나라도 환경을 돌볼 줄 아는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되었음을 인정받은 것 같아 가슴 뿌듯했습니다.

 

 

  이번에 탐방한 주남저수지가 어느 날 별안간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에 이 저수지 또한 낙남정맥 종주길에 관심 갖고 그 유적지를 들러보는 가야의 비밀을 담고 있을지 모릅니다. 겨울이면 날아드는 철새들도 가야가 이 땅을 지배했던 천수백 년 전에 똑같이 이 저수지를 찾아와 겨울을 났을 것입니다. 그 때야 지금처럼 모이를 따로 주며 철새들을 불러들이지는 않았을 것이기에 떼거리로 찾아오지는 않았겠지만 한번 머물고 간 철새들은 가야 땅의 넉넉함에 매료되어 다른 곳으로 방향을 틀지 못했을 것입니다. 누구라도 철새들과 대화할 수단을 찾아낸다면 가야의 진실한 역사에 보다 가까이 접근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하느라 귀경길이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탐방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