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구간: 원마산정류장-찬샘정-대청댐
탐방일자: 2022.9. 30일(금)
탐방코스: 원마산정류장-냉천골-이현동-삼정종-미호교-대청댐
탐방시간: 10시17분-17시57분(7시간40분)
동행 : 나 홀로
‘대청호오백리길’이란 대청댐이 금강의 물을 담아 빚어낸 대청(大淸湖)의 둘레 길을 이르는 브랜드입니다. 충청북도의 옥천군, 보은군, 청주시와 대전직할시에 걸쳐 자리한 대청호를 한 바퀴 빙 도는 이 길은 전장(全長)이 286Km로 오백리가 훨씬 더 됩니다. 본길 21개 구간과 샛길 5개 구간 등 총 26개 구간으로 조성된 이 길을 걸으면서 느낀 것은 ‘사람과 산과 물이 만나는 곳’이라는 부제(副題)가 이 길에 딱 들어맞는다는 것입니다.
제가 금강을 탐방하며 대청호를 지난 길은 정확히 말해 대청호오백리길은 아닙니다. 진작 이 길을 알았더라면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착실히 따라 걸었을 텐데, 대청호를 따라 한참을 걸은 후에야 이 오백리길을 드나들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저의 금강 탐방이 본류를 따라 걷는 것이어서 지류에 낸 길과 산길은 웬만하면 피해 걸었습니다. 호반에 바짝 붙여낸 길을 따라 걷지 않고 그 옆 차도로 진행한 구간도 여러 곳 있어, 제가 걸은 길은 대청호오백리길보다 훨씬 짧습니다. 그런데도 옥천 땅에 발을 들인 후 15-20Km 가량 되는 길을 10구간이나 걸어 대청댐에 이르렀을 만큼 대청호는 제가 생각한 것 보다 엄청 더 컸습니다.
대청댐에 이르러 대청호를 조망하면서 대청호오백리길의 부제를 ‘문명과 자연이 만나는 곳’으로 바꾸는 것이 더 좋겠다고 생각한 것은 단순히 사람과 산과 물이 만나서는 대청호오백리길이라는 명품을 빚어낼 수 없다 싶어서였습니다. 대청댐이 저수한 강물이 골짜기 골짜기를 가득 채워 리아스식 호안(湖岸)을 이루며 주변의 산과 어울려 승경(勝景)을 이뤄낸 대청호의 둘레길이 바로 대청호오백리길이어서 그렇습니다. 제가 걸은 금강은 용담호와 대청호를 빼놓고는 강폭이 그다지 넓지 않았고, 수량도 많지 않았습니다. 산골짜기를 굽이져 흐르는 감입곡류에 지나지 않았을 금강이 여기에 이르러 대청호로라는 명승지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은 사람들이 댐을 축조하며 이뤄낸 문명 덕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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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20분 대청호수로가 지나는 원마산 정류장에서 하차, 오른 쪽 냉천로로 내려섰습니다. 이내 대청호의 물가를 지나며 안개가 채 가시지 않은 호반을 조망했습니다. 카페 더리스를 지나 정자가 서 있는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어 북진했습니다. 고개 너머 삼거리에서 오른 쪽의 마산동산성을 올라가 보다 높은 곳에서 대청호를 조망하고 싶었지만, 이번 산행의 끝점인 대청댐까지 갈 길이 멀어 그대로 직진했습니다. 삼거리에서 조금 내려가자 눈앞에 대청호가 펼쳐져 그 정경을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대청호의 좌안(左岸)을 따라 북진해 마을 한 가운데 커다란 감나무가 홀로 서 있는 양구레마을을 지났습니다. 20분을 더 북진해 도착한 냉천골종점 정류장 근처 그늘진 곳에서 벤치에 앉아 준비해간 햄버그를 꺼내들며 십 수분 간 편히 쉬었습니다.
12시2분 냉천골종점 정류장을 출발해 냉천로를 따라 북진했습니다. 20분가량 걸어 도착한 정자 찬샘정에 오르자 대청호의 고혹적인 호반 정경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북진 길은 찬샘정에서 서쪽으로 꺾여 성지산들머리 앞 고개까지 이어졌습니다. 이 고개에서 오른 쪽 계단으로 올라가 성지산-성지산성-부수동 코스를 이어 걸으면서 백제시대 산성도 살펴보고 대청호도 조망하고 싶었지만, 꾹 참고 그대로 내려갔습니다. 마을 어귀에 이르자 관광버스가 여러 대 보였고, 밭에서 아이들이 왁자지껄하는 소리가 들려와 다가가 본즉 외지의 초등학생들이 여기 찬샘농촌체험마을로 체험학습을 하러 와서 고구마를 캐고 있었습니다. 농민들에게는 수확과 판로문제 해결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고, 어린 학생들에게는 가을걷이 체험을 통해 농사(農事)의 소중함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이런 농촌체험 프로그램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만하다는 생각입니다. 냉천로를 따라 서진하다가 먼발치에서 이현동거대억새밭을 일별한 후 효평천을 건너 대청호수로로 복귀했습니다. 10분가량 북진해 대전시의 동구와 대덕구의 경계점인 고갯마루에 이르러 정자에서 잠시 쉰 후 이현동마을정보센터 정류장에 다다랐습니다.
14시8분 이현동마을정보센터 정류장을 지났습니다. 이현동고개를 넘어 수령이 230년이 넘는 느티나무 거목을 사진 찍는 저를 보고 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는 할머니 몇 분이 쉬어가라 했지만, 갈 길이 바빠 죄송하다며 인사를 나눈 후 쉬지 않고 내달았습니다. 송전식당을 지나 갈전동의 데크 길로 발을 들인 후로는 산책로가 끝나는 이촌마을 입구까지는 쌩쌩 달리는 차들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어 마음 편히 걸었습니다. 데크 길을 걸으며 바라다 본 대청호의 물빛이 초록색인 것은 녹조 때문이다 싶어 삼정동비점오염저감시설을 들러 오염된 물의 정화과정을 확인했습니다.
비점오염이란 농경지에 남아 있는 비료와 농약, 가축의 배설물, 빗물에 섞인 대기오염물질, 도로노면 퇴적물과 같이 도로, 농지, 공사장 등 불특정장소에서 발생되는 수질오염을을 이릅니다. 저감시설이라 해서 건물과 설비가 따로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유입된 비점오염물질의 정화를 위해 침강지, 깊은 습지, 지표흐름습지, 생태여과지, 물억새단지 등이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이러한 시설들은 비점오염물질이 유입-침강지-깊은 습지-지표흐름습지-생태여과지-방류의 과정을 거쳐 정화될 수 있도록 조성된 것입니다. 이처럼 저감시설들이 필요한 곳곳에 설치해 운영된다면 한 여름이면 찾아오는 녹조를 상당량 줄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6시10분 짬뽕이 마을에 이르렀습니다. 비점오염저감시설을 둘러본 후 나지막한 고개를 넘어 내려선 짬뽕마을은 겉모습이 깔끔해 중국음식점 마을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소골마을을 지나 만난 넓은 묘역의 삼정동묘소는 여흥민씨 일가의 묘지로, 조선 초기와 중기에 봉직했던 민수, 민구손, 민제영, 민구인 네 분이 모셔져 있었습니다. 오른 쪽 대청호에 정박한 하얀 배에 ‘수질감시 3호’라고 쓰인 것으로 보아, 대청호수질감시에 최소 배 3척은 운용되고 있는 것이 확실합니다. 삼정동삼거리에서 오른 쪽으로 꺾어 이촌마을 입구에 이르자 데크 길이 끝나 다시 차도를 따라 걸었습니다.
대청호보전운동본부를 막 지나 비상여수로 위에 놓인 꽤 긴 다리를 건넜습니다. 왼쪽으로 이어지는 차도를 따라 걸으며 왼쪽 아래 비상여수로 중간에 작은 댐이 설치된 것을 보았습니다. 이 댐은 홍수가 크게 나 본 댐인 대청댐이 버텨낼 수 없을 때를 대비해 대청댐을 거치지 않고 바로 비상여수로로 물을 일부 빼내 일시 저장했다가 대청댐 바로 아래 금강으로 유입시킬 목적으로 설치한 보조 댐입니다.
17시57분 대청댐 앞에 이르러 22번째 금강탐방을 마무리했습니다. 여러 채의 텐트가 쳐져 있는 로하스캠핑장을 지나 다다른 삼거리에서 왼쪽 미호교를 사진 찍은 후 오른 쪽으로 꺾어 다시 북진했습니다. 미호동넷제로도서관을 거쳐 대청원공원입구를 지나면서 암석식물원이 자리한 공원을 들르지 못해 많이 아쉬웠습니다. 그새 지쳐서인지 걸음이 조금씩 늦어져 대청댐에는 저녁6시가 다 되어서 도착했습니다. 대청댐 앞에서 댐의 전모를 사진 찍고 대청댐물문화관을 찾아 갔으나 문이 잠겨 필요한 자료를 얻지 못했습니다. 신탄진역까지 택시로 이동하려고 여러 차례 콜택시를 불렀지만 차가 없다고 해 별 수 없이 버스정류장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한참 동안 기다렸다가 19시20분에 대청댐을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신탄진시내로 나갔습니다. 택시잡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는 뉴스를 보고 알고 있었지만, 시골에서 제가 그런 경우를 당하고보니 많이 당혹스러웠습니다. 신탄진 시내에서 저녁식사를 한 후 20시50분에 신탄진역을 출발하는 수원행 열차에 오르는 것으로써 22번째 금강탐방을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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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공한지 3년11개월 만인 1980년11월30일에 완공된 대청댐은 4대강유역 수자원개발계획의 일환으로 건설된 금강 수계 최초의 다목적 댐입니다. 금강하구에서 150Km 떨어진 대전시대덕구미호동에 자리한 이 댐은 중력식콘크리트댐과 중앙코어형 필댐(fill dam)의 복합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댐은 높이가 72m, 길이가 495m로, 총 저수용량은 14.9억㎥에 달합니다. 발전과 용수공급, 홍수조절을 위해 건설된 이 댐은 최대 출력 9만㎾의 전력과 연간 240∼196Gwh의 발전량을 공급하고, 대전 · 청주 · 군산 · 전주 등 유역 내외 인접 도시의 생활 및 공업용수를 연간 13억㎥ 공급하고, 금강 하류부 연안 · 미호천 연안 및 만경강 유역의 6만 6,000여ha의 농경지에 연간 3억 5,000만㎥의 관개용수를 공급하며, 댐 하류 금강 본류 연안의 홍수위를 낮추어 홍수 피해를 줄이고 있다고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적고 있습니다. 이 댐에 첨두(尖頭) 발전에 의한 유량의 기복을 재조정하는 역조정지댐, 길이 3.9㎞의 대전 도수터널, 길이 1.9㎞의 청주 도수터널, 댐 상류 좌안의 보조댐 3개 등이 부설된 것도 다목적댐으로서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이 댐이 건설되기 전인 일제 때는 상선이 금강 하구인 군산앞바다에서 대청댐에서 멀지 않은 부강까지 들어왔다고 합니다. 그 때처럼 금강을 자연의 강으로 되돌릴 수 없는 것은 이제는 이 강에 도움을 받아 살아가는 사람들이 엄청 늘어서입니다. 강변의 논과 밭에 농업용수를, 도시민에 생활용수를, 공장에 공업용수와 전기를 공급하고 가뭄과 홍수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자연의 강을 문명의 강으로 바꾸어 관리하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서구의 문명국가들이 여러 강에 댐과 보를 설치해 관리하고 있는 것도 용수공급, 발전, 가뭄과 홍수의 대처를 위해서일 것입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습니다. 댐과 보의 건설로 얻어지는 편익이 크다고 녹조발생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녹조가 발생한다고 보를 허물어야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지만, 녹조발생이 수질을 악화시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에 녹조를 줄여나가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강줄기를 따라 걸으면서 강에 유입되는 오염물질을 정화하고자 만든 습지를 여러 곳에서 보았습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과학자들이 머리를 맞대 지혜를 짜낸다면 더 좋은 해결방법도 찾아낼 수 있으리라 저는 믿습니다. 사람들이 만든 문제는 언제나 사람들이 해결해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탐방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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