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I.강줄기 따라걷기/금강 따라걷기

금강 따라 걷기23(대청댐-용호제-현도교)

시인마뇽 2022. 10. 19. 18:09

탐방구간: 대청댐-용호제-현도교

탐방일자: 2022. 10. 5()

탐방코스: 문의대교-대청댐전망대-대청댐-오가삼거리-하석삼거리-용호제

                  -대청대교-현도교-신탄진역

탐방시간: 1246-171(4시간15)

동행       : 나 홀로

 

 

  대청호 탐방의 긴 여정은 이번에 청남대를 방문하는 것으로써 일단 마무리했습니다. 대청댐의 담수로 주변의 산자락이 물에 잠겨 생긴 대청호의 호안(湖岸) 풍광이 얼마나 빼어난가는 이 호수 둘레에 대청호 오백리길이라는 명품 둘레길이 조성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제가 따라 걸은 대청호 오백리길중 최고의 명품코스는 단연 청남대 길이 아닌가 합니다. 한때 이 나라 대통령들의 하계 휴양처였던 청남대의 주변 풍광이 수려한 것은 대청호가 주변 산세와 어우러져 빚어낸 승경(勝景) 덕분일 것입니다.

 

  신탄진역에서 하차해 청남대까지는 택시로 이동했습니다. 문의대교를 건너 청남대로 이어지는 길은 비교적 한적한데다 오른 쪽 아래 대청호를 내려다 볼 수 있어 시간만 넉넉했다면 차에서 내려 걸어갔을 것입니다. 청남대 입구 주차장에서 하차해 안내판의 관람코스를 일별해본 즉, 청남대 일원을 다 둘러보려면 하루를 다 잡아야 가능할 것 같았습니다. 청남대 관람에 이어 문의대교-대청댐-현도교를 잇는 구간의 금강을 따라 걸을 예정이어서 제 나름 두 시간 안에 끝낼만한 코스를 잡았습니다. 대통령기념관(별관)을 들러 1948년 대한민국이 건립된 후 이 나라를 이끌어간 대통령들의 발자취를 일별한 후 청남대 본관으로 이동했습니다. 서울의 청와대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는 작지만, 외관이 단아해 보이는 청남대 본관은 대통령이 잠시 격무에서 벗어나 쉬었다 가기에는 적당해 보였습니다. 시간이 없어 밖에서 외관만 사진 찍고 봉황의 숲에 자리한 청남대전망대에 올라 대청호를 조망했습니다. 저만하면 대청호 최고의 풍광이라 할 만한 한 곳을 사진 찍고 나서 올라간 길로 되 내려가 무장애나눔길로 들어섰습니다. 이 길을 시계방향으로 따라 걸으면서 모처럼 대청호의 호반풍경을 완상했습니다. 호숫가 정자를 지나 대통령기념관과 이승만대통령동상을 사진 찍은 후 잠시 멈춰 음악분수를 지켜보고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것으로써 청남대 관람을 간단히 마쳤습니다. 주차장 인근 그늘진 벤치에서 햄버그로 점심을 가름한 후 택시를 불러 23번째 금강 따라 걷기의 출발점인 문의대교로 이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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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46분 문의대교를 출발했습니다. 문의대교에서 남동쪽으로 이어지는 32번도로는 대청호가 내려다보이는 산자락에 낸 길로 그늘이 잘 져, 오름 길인데도 그다지 힘들지 않았습니다. 문의대교에서 40분여 남진해 대청댐 전망대에 이르자 평일인데도 대청호를 조망하고자 찾아온 사람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전망대에 오르자 대청호는 꽤 먼 곳까지 시원스레 보였는데 바로 아래 대청댐은 나뭇가지에 가려 몇 개의 수문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햇볕이 온전하게 내려앉은 대청호는 가을 특유의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더욱 푸르고 맑아 보였습니다.

 

  14시 정각 대청댐으로 내려서는 입구(?)를 지났습니다. 전망대에서 내려가 32번 도로를 따라 진행하다 출입문에 공무 외 출입금지 제한구역의 안내판이 부착되어 있는 작은 건물을 보았습니다. 이 건물 뒤쪽으로 보이는 계단이 그 아래 대청댐으로 내려가는 길 같은데 길이 막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천년고찰 구룡산 현암사 입구를 지나자 길은 다시 내리막길로 바뀌었습니다. 얼마간 내려가 다다른 전망대에서 대청댐의 수문이 6개임을 확인했습니다. 큰비가 내려 6개의 수문만으로 감당할 수 없을 때를 대비해 만든 것이 지난번에 보았던 보조댐이 아닌가 합니다. 오가삼거리에 다다라 금강 하구둑으로부터 134Km'라는 글이 적힌 파란 폴(pole)을 보자 엄청 반가웠습니다. 더욱 반가운 것은 금강 우안의 데크 길로 마음 편히 걸을 수 있다 싶어, 잠시 쉬어가고 싶은 마음이 절로 일었습니다. 앞서 오른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대청호가 푸르고 맑게 보인 것은 먼발치에서 조망했기 때문으로, 사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는 데크 길 바로 아래 잉어들이 모여든 강가의 금강 물이 흐리고 녹색을 띄고 있는 것으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520분 하석삼거리를 지났습니다. 오가삼거리에서 시작된 데크길을 따라 2Km가량 걸어 현도수질자동측정소에 이르기까지 금강의 우안 길을 걸으며 강물이 참으로 도도하게 흐른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발원지에서 대청댐에 이르기까지는 금강은 대체로 감입곡류여서 물길이 참으로 아름답다 했는데 대청댐을 지나서는 거의 직선으로 흘러 도도해 보였습니다. 현도수질자동측정소에 멀지 않은 하석삼거리에서 용호제까지는 금강과 한참 떨어져 나 있는 차도를 따라 걸었습니다. 하석삼거리에서 왼쪽 길로 들어선 것은 강가를 걷기 위해서였는데 이내 길이 끊겨 다시 하석삼거리로 돌아가 나지막한 언덕을 넘었습니다. 노산2리 정류장 앞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어 용호제에 이르는 넓은 길은 이제껏 걸어온 차도와 달리 다니는 차량들이 별로 없었고, 길 양쪽으로 넓은 벌판이 자리하고 있어 시원스러워 보였습니다.

 

  16시 정각 용호제(龍湖堤)를 건넜습니다. 대청댐의 보조댐으로 건설된 용호제는 청주시노산리와 대전직할시 신탄진동을 이어주는 교량이자, 전기를 생산하는 소수력발전소가 설치된 곳입니다. 금강이 자연의 강이 아닌 문명의 강으로 기능할 수 있는 것은 용호제와 같은 이수시설이 함께 해서가 아닌가 합니다. 용호제를 건너 오른 쪽으로 이어지는 금강 좌안의 데크길은 대청대교까지 이어졌습니다. 대청댐에서 군산 앞바다의 강 하구까지 이어지는 자전거도로가 데크 길옆에 나 있어 앞으로는 길을 잘못 드는 일은 없을 것 같았습니다. 차도 옆 데크길 아래 강쪽에 낸 데크길로 내려가 돌아보고 확인한 용호제의 수문은 10개로 대청댐의 6개 수문보다 더 많았습니다. 아직은 물이 차갑지 않아서인지 물속에 들어가 낚시를 하는 어느 한 분이 보였는데, 이 분은 물고기와 함께 세월도 함께 낚고 있는 듯 했습니다. 현수교인 대청대교를 밑으로 지나 현도교에 이르러 금강 따라 걷기를 마쳤습니다.

 

  171분 신탄진역에 도착했습니다. 현도교에 이르러 왼쪽으로 꺾어 17번 도로를 따라 걸었습니다. 현도교에서 10여분 남쪽으로 걸어가 신탄진역에 도착하는 것으로써 하루 걷기를 모두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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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청호반에 자리 잡고 있는 청남대는 따뜻한 남쪽의 청와대로 대한민국의 공식별장이었습니다. 본관과 골프장, 그늘집, 헬기장, 양어장, 오각정, 초가집 등이 들어선 청남대는 총 면적이 약183에 달한다고 합니다. 자연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멧돼지, 고라니, , 너구리, 꿩 등이 서식하고 있으며 각종철새가 도래하고, 조경수 124116천 그루와 야생화14335만여 본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청남대가 대한민국 대통령의 공식별장으로 이용된 것은 전두환대통령이 집권했던 1983년부터이고, 일반인들에게 개방된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했던 2003년의 일입니다. 청남대는 그간 여섯 분의 대통령이 89472일을 이용 방문하였다고 하니 대통령전용별장으로 역할은 다 한 것으로 보입니다.

 

  청남대는 노무현 전대통령이 개방을 약속했어야 할 만큼 국민들에게 권위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던 것 같습니다. 만약 청남대가 전두환 전대통령이 아니고 김영삼정부나 김대중정부 때 세워졌어도 청남대개방을 선거공약으로 내걸었을까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 개인 생각으로는 격무에 시달리는 대통령을 위해 청남대 같은 전용별장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책무를 다하지 못하거나 유기함으로써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별장을 이용한다고 욕 들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대통령이 청와대를 개방하지 않아도 서울시민이 즐길 만한 고궁은 여러 곳에 있습니다. 대통령이 청남대를 개방하지 않아도 국민들이 찾아가볼 만한 승지(勝地)는 여기 저기 많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청남대 개방을 선거공약으로 내 걸은 것은 청남대가 권위의 상징으로 여겨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대통령이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진정으로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다면, 며칠 청남대에 가서 쉬었다 온다고 비난할 국민은 없을 것입니다. 정말로 훌륭한 대통령이 나온다면 국민들은 그런 대통령을 위해 청남대를 돌려주자고 나설 수도 있겠다 싶어 한 마디 추가했습니다.

 

 

<탐방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