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II.지역 명산/지역명산 탐방기

A-21.너구리산

시인마뇽 2007. 1. 3. 16:00
                                                   A-21. 너구리산

 

                                    *산행일자:2007. 1. 5일

                                    *소재지  :경기 안산/군포

                                    *산높이  :308미터

                                    *산행코스:산본체육공원-쑥고개쉼터-수리사

                                                     -너구리산-안산1대학

                                    *산행시간:11시20분-16시40분(5시간20분)

                                    *동행       :나홀로

 

                               (위 사진은 2008. 4. 9일 찍은 사진임)


  어제는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는 곳에서 산채만한 너구리를 만났습니다.

이제껏 산에 오르는 동안에 한번도 너구리를 만난 적이 없어 왜일까 궁금했습니다. 너구리는 라면광고에서 나오듯이 사람들이 몰고 다닐 만큼 흔한 산 짐승은 아니지만 시골에서 어렸을 때 어른 들이 잡아온 것을 몇 번 본 적이 있는 만큼 전혀 생소한 동물만도 아닙니다. 어제 만난 너구리는 산짐승 너구리가 아니고 바로 산 이름이 너구리인 너구리산이었습니다. 정맥종주를 쉬고 있는 한 겨울에는 먼 거리를 오가는 번거로움을 덜고 산행기를 쓰는 중압감에서 벗어나고자 주중산행 코스를 집 근처 산들로 잡아왔습니다.  어제도 산본의  수리산을 오른 후 천천히 하산할 요량으로 아침 늦게 집을 나섰습니다. 예정대로 수리산을 올랐으면 산행기를 작성하는 수고를 아니 해도 좋을 것을  중간에 임도로 내려서는 바람에 생각지도 않은 너구리산을 오르게 되었고 결국 이렇게 산행기를 쓰게 됐습니다. 


  너구리산에서 안산으로 하산하는 산길에서 좀처럼 겨울잠을 자지 못해 힘들어하는 우리의 산하를 만났습니다. 해빙기를 맞은 듯이 산길이 녹아 질펀하고 나뭇가지 끝에 물이 올라있는 것도 때 이르다는 생각인데 대한도 찾아오다가 너무 추워서 돌아간다는 소한을 하루 앞둔 이 한겨울에 뻐꾸기가 뻐꾹 뻐꾹 울어대는 것이 조금은 괴이하다 싶었습니다. 겨울잠을 곤히 자야 몸이 개운해 여름 내내 어렵지 않게 푸르름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 터인데 우리의 산하가 한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이토록 힘들어하는 것은 여기 저기 산속을 뚫고 낸 터널 속으로 내달리는 차들이 내는 소음 때문인 듯싶었습니다. 영동고속도로와 서해안 고속도로를 내느라 이 산줄기를 인접해서 두 곳이나 터널을 뚫었고 고속전철 역시 이 산 속을 지나기에 각종 차 들이 터널 속을 지날 때 터널 밖으로 밀어내는 소리만으로도 엄청 시끄러운데, 인근 오산비행장을 뜨고 내리는 전투기들이 내는 굉음은 모든 차 소리를 한 순간에 먹어 삼킬 만큼 대단해 우리의 산하가 뜬 눈으로 겨울을 지새는 것이 어쩔 수 없어 보였습니다. 소음을 줄이는 것은 소리도 에너지의 일종인지라 다른 에너지로 전환시키면 될 터인데 다른 에너지는 또 다른 에너지로 잘도 바꾸면서 소리에너지는 그리 쉽게 전환시키지 못하는 것 같아 힘들어하는 우리의 산하를 지켜보기가 안타까웠습니다.


  아침11시20분 산본의 시민체육광장을 출발해 수리산 산줄기로 들어섰습니다.

땅바닥이 질펀해 바지가랑이가 이내 지저분해졌습니다. 남쪽으로 산줄기를 따라 45분을 걸어 한남정맥이 지나는 감투봉에 다다랐고 오른 쪽으로 꺾어 터널 위를 지나서 얼마 후 삼각점이 세워진 258봉에 도착했습니다. 날씨가 따뜻해서인지 산책길에 나선 많은 분들이 이 봉우리에 올라 쉬고 있었습니다. 다시 오른 쪽으로 꺾어 쑥고개쉼터로 내려섰습니다. 안부사거리인 쑥고개쉼터에서 곧바로 오르면 군부대가 들어선 435봉에 이르고 왼쪽으로 내려서면 임간도로를 걷게 됩니다.


  12시50분 435봉으로 조금 오르다가 되돌아와 왼쪽아래 임도 길로 내려섰습니다.

MTB코스로 널리 애용될 만큼 넓은 임간도로가 산허리를 에돌며 양쪽으로 끝없이 이어지고 있어, 이 쉼터를 지날 때마다 언제고 저 길을 따라 무작정 걸어보고 싶었는데 이번이 마침 그 때인 것 같아 산 오름을 중지하고 쉼터로 되내려와 임도 길로 들어섰습니다. 산 아래 갈지저수지를 내려다보며 아무 생각 없이 발걸음을 옮기는 동안 바람 한점 없는 겨울날  한 낮에 남중한 태양의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걷는 것이 이리도 안온하고 포근한 가 싶어  이 순간이 깨질까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20분여 걸어 내려오자 얼마 안가서 길이 끝나버릴 것 같아 임도를 버리고 오른 쪽 길로 들어서 천년고찰 수리사로 올라갔습니다.

  13시20분 435봉 남서쪽아래에 자리 잡은 수리사를 둘러보았습니다.

신라 때 창건되어 1,400년이 지났음에도 오래된 건물이 하나도 눈에 띄지 않은 것은 이 절도 이 나라와 같이 온갖 수난을 겪느라 수차례 소실되고 온전하게 보전되지 못해서일 것입니다. 임란 때 의병을 일으키어 국난극복에 지대한 공을 세우고서도 전쟁이 끝난 후 모함에 걸려 간신히 목숨을 부지한 곽재우 장군께서 말년에 머무셨다는 이 절이 산 속 깊이 폭 들어앉아 그 위치만으로도 수리산의 본사로서 전혀 손색이 없어보였습니다. 왼쪽 길로 들어서 안부로 올라섰다가 산봉우리를 에돌며 얼마고 직진하자 삼거리 갈림길이 나타나 왼쪽으로 꺾어 안산으로 향했습니다. 


  14시17분 해발308미터의 너구리산에 올라섰습니다.

오른 쪽의 동막골로 갈라지는 바람고개에서 너구리산으로 오르는 길에 로프 줄이 늘어져 있어 오름 길이 편했습니다. 정상에 다다랐어도 삼각점은 물론 정상석도 보이지 않아 바로 밑의 십자안부에 세워진 표지목에 너구리산이 안내되지 않았다면 지형도에도 이 봉우리의 이름이 나와 있지 않아 산 이름도 모른 채 그냥 지나쳤을 것입니다. 수리산 역에서 435봉을 옆 질러 수암봉을 다녀온다는 50대 초반의 남자 두 분을 을 만나 이번산행의 날머리인 안산1대학까지 약 2시간 정도 걸릴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자 아무리 늦어도 해안에는 산행을 마칠 수 있을 것 같아 안심이 되었고 그래서 이 곳에서 가져간 김밥을 꺼내 들었습니다. 산 높이는 낮지만 정상에서 둘러보는 전망이 일품이었습니다. 정 북쪽에 좌우로 포진한 수암봉과 435봉의 암벽이 선명하게 보였고 운흥산으로 이어지는 한남정맥의 산줄기도 어슴푸레 눈에 잡혔으며 남쪽 멀리로 안산 앞 바다가 희미하게 보였습니다.


  15시22분 부곡동으로 갈라지는 삼거리 쉼터에서 따끈한 커피를 마시며 잠시 쉬었습니다.

너구리산을 출발해 암릉 길을 좌우로 에돌다가 또 육봉을 좌우로 우회해 다다른 반월터널 바로 위 지점의 쉼터를 그냥 지나친 것은 터널을 지나는 수많은 차들로 소음이 귀청을 때렸기 때문입니다. 너구리산에 너구리가 사라진 것이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저런 소음을 견뎌내고 이 산에서 겨울잠을 잘 수 있는 야생동물이 단 한 종이라도 남아있을까 걱정되었습니다. 삼거리쉼터로 오르는 길에 뻐꾸기 우는 소리가 들려와 혹시 환청현상이 아닌 가 했는데 잠시 후 다시 들려와 참 괴이하다 했습니다. 사시사철 가리지 않고 짖어대는 까마귀라면 몰라도 뻐꾸기가 한 겨울에 우는 소리를 들어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15시51분 제일CC 끝 지점 바로 위의 무명봉쉼터에 도착했습니다.

부곡동행 삼거리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내려서 나지막한 능선 길을 걸으면서 오른 쪽 아래에 들어선 제일CC의 텅 빈 골프장이 참 평화롭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맥 길을 종주하다보면 종종 골프장을 지나곤 하는데 그 때마다 느끼는 것은 산자락에 잘 들어앉은 골프장은 아름답고 평화롭게 보이지만 높은 산봉우리의 허리를 잘라내고 무리하게 들어앉힌 골프장을 지나노라면 못 볼꼴을 보는 것 같아 심사가 편치 않다는 것입니다. 골프장 진입을 막고자 쳐놓은 철조망만 없었다면 경사진 곳이 별로 없어 더 할 수 없이 편안한 능선길을 30분가량 걸어 무명봉 쉼터에 도착했습니다. 무명봉쉼터에서 다시 왼쪽으로 꺾어 십 분여 지나자 비로소 자동차 소음이 잦아들었습니다. 


  16시20분 안산1대학운동장 초입에서 하루 산행을 마쳤습니다.

무명봉 쉼터에서 반시간 넘게 걸어 다다른 성태산 쉼터는 여느 쉼터와 조금 달랐습니다. 그리 넓지 않은 공터에 배드민턴 코트가 들어섰을 뿐만 아니라 태극기기와 시계도 걸려있어 조금은 무속적인 기운도 맴돌았습니다. 쉼터에서 왼쪽으로 내려서 청량사를 지났고 이내 안산1대학운동장에 다다라 5시간 남짓한 하루 산행을 마치고 상록수역으로 걸어가 전철에 올랐습니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다고 투덜대지 않듯이 너구리산에 너구리가 없다고 아니 오를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사람들 편히 다니라고 낸 길이 이 산에 너무 심한 소음을 안겨주어 너구리가 다른 산으로 옮겨 간 것 같아 그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 이 산행기를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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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산(A)

 

*산행일자:2008. 4. 8일(수)

*산행코스:산본체육공원-수리사-너구리산-안산1대학-안산상록수역

*동행 :나홀로

 

 

 

 

 

  • 松琳 통나무
  • 2008.04.10 09:4
  • 수리산은 연두색 새싹이 완연한 봄이 왔네요....소요산 버들잎 생각이 납니다.
  • 시인마뇽
  • 2008.04.14 19:2
  • 수리산은 아직 미답이지요? 포근하게 잘 들어앉았습니다.

  • 스마일
  • 2008.04.10 11:53
  • 마뇽선생 나와바리 산행을 혼자만 가다니, 기회가 되면 나두 찌아주면 좋을것 갔네 완연한 봄경치를
    즐감하였음. 신 명철이가 어부인과 그산을 가끔산행을 함 *^^*

  • 시인마뇽
  • 2008.04.14 19:24
  • 대한민국 전역이 내 영역인데 .......
    언제 명철이와 한번 이 코스 같이 뛰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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