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마뇽 2010. 7. 29. 21:31

                                                            수암봉

 

                                 *산행일자:2010. 7. 25일(일)

                                 *소재지 :경기안양/안산

                                 *산높이 :395m

                                 *산행코스:창박골삼거리-한남정맥335봉-수암봉-435봉

                                                -쑥고개쉼터-산본 수리고교앞

                                 *산행시간:12시11분-17시8분(4시간57분)

                                 *동행 :나홀로

 

 

   새벽5시경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장대비 소리가 엄청 크게 들렸습니다. 휴전선과 가까운 금학산과 고대산을 연계해 산행하는 것이 이번 주 산행계획이었는데 억수같이 퍼붓는 빗소리를 듣고서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철원의 금학산은 초행길이어서 저토록 드센 비를 맞고 오르는 것이 아무래도 무리다 싶어 아침7시 출발 시까지 일단 기다려보기로 하고 산행채비를 했습니다. 옛날 같으면 이 정도 비를 가지고 머뭇거릴 제가 아니었지만 두 해 전 산행사고를 당한 후로는 매사가 조심스러워 제우스신의 눈치를 보는 일이 부쩍 잦아졌습니다. 더 이상 비가 안 오면 예정대로 진행하고 계속 비가 오면 집근처 청계산이나 수리산으로 산행지를 바꾸기로 마음을 편히 먹고 기다리는 중 아침7시가 가까워지자 일시 조용했던 하늘에서 또다시 장대비를 쏟아내어 금학산-고대산 연계산행을 과감히 포기하고 그 대신 집근처 수리산의 북쪽의 수암봉(秀岩峰)으로 행선지를 바꾸었습니다.

 

 

  그간 수암봉은 집에서 멀지 않아 꽤 여러 번 다녀왔습니다. 한남정맥을 종주할 때 한 번 올랐었고, 수리산을 거쳐 창박골삼거리로 하산 할 때도 몇 번은 올랐던 적이 있어 이번에는 거꾸로 오를 셈으로 창박골삼거리에서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작년 여름 경기도에서 수리산을 도립공원으로 선정한 데는 접근용이성, 깊은 골짜기, 깔끔한 산줄기, 그리고 우거진 숲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수암봉과 같은 빼어난 암봉도 한 몫 했을 것입니다. 해발395m의 수암봉은 안산시와 안양시를 어우르는 바위봉우리로 우뚝 솟은 암봉의 기세가 등등해 수리산의 주봉인 태을봉에서 멀리 떼어놓은 것 같습니다. 수암봉 동쪽 아래 골짜기는 조선시대 후기 천주교 박해 때 신자들이 담배를 가꾸며 숨어 지내던 담배촌이었다고 하는 데, 제가 나가는 군포성당에서 성지순례 차 매년 이곳을 다녀가곤 합니다.

 

 

  12시11분 창박골삼거리를 출발했습니다. 산본 집에서 안양의 창박골삼거리까지는 시내버스로 옮겼습니다. 삼거리에서 허름한 지하 음식점을 들러 비빔국수 한 그릇을 사든 후 이번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아침에 큰비가 내린 덕에 개구쟁이들의 물 놀이터로 바뀐 시민공원 앞 개천을 따라 상류 쪽으로 4-5분을 걸어가다가 오른 쪽으로 난 산길로 올라섰습니다. 안양 쪽에서 수암봉을 오르기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그동안 여러 차례 산본 쪽에서 수암봉을 올라 이 길로 하산한 일이 여러 번 있어 오름길이 전혀 낯설지 않았습니다. 머리 위에 남중한 태양이 목덜미를 내리 쬐고 아침까지 내린 비로 공기가 습해 후덥지근했지만, 서쪽으로 이어지는 오름 길이 그리 가파르지 않고 거의 다가 그늘 길이어서 걸을 만 했습니다. 왼쪽 아래로 창박골 길이 갈리는 자성로 삼거리에 이르러 잠시 숨을 고른 후 조금씩 고도를 높여가 13시16분 335봉에 이르렀습니다. 5년 전 한남정맥을 종주할 때 밟았던 이 봉우리에 군부대에서 철제문을 해놓은 것은 오른 쪽으로 뻗어나가는 한남정맥 길이 군사지역을 지나서인데 이 문 바로 옆 철조망 울타리에 사람들이 드나들만한 개구멍을 내놓고 표지기를 매달아놓은 것을 보고 한남정맥을 밟겠다는 종주꾼들의 극성이 어느 정도인가를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13시57분 해발395m의 수암봉(秀岩峰)에 올랐습니다. 335봉에서 왼쪽으로 꺾어 수암봉으로 향하는 한남정맥 길은 고도차가 거의 안 나고 길이 넓은데다 중간에 솔밭이 있어 가족나들이를 나선 분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오른쪽 아래로 김포로 이어지는 도시외곽순환도로가 보이고 바위봉우리인 수암봉 고스락이 눈에 잡히는 솔밭에서 벤치에 앉아 쉬노라니, 새소리를 먹어 삼킨 매미들의 울음소리가 귀청을 때렸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10분 남짓 걸어 올라선 봉우리는 그 모양새가 독수리를 빼어 닮았다하여 수암봉으로 불린다는데, 정상이 바위봉우리여서 전망 하나는 빼어납니다. 서쪽으로 안산 앞 바다가 보이고 동쪽으로 슬기봉과 태을봉을 잇는 수리산의 준수한 주능선이 깔끔하게 보이는 이 암봉을 수차례 올랐지만 망원경이 설치된 전망대를 보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작렬하는 여름 태양에 쫓겨 서둘러 남쪽 아래 헬기장으로 내려갔는데 가파른 남쪽 경사면에 새롭게 계단 길을 내 내림 길이 편안했습니다. 헬기장에서 능선 오른쪽에 철조망을 친 한남정맥 길을 따라 나지막한 봉우리에 올라서서 수암봉을 뒤돌아보자 전망대를 지지하는 다리들이 흉물스럽게 보였습니다. 이 봉우리에서 오른 쪽의 너구리 산으로 길이 갈리는 삼거리 바로 아래 안부로 내려선 다음 왼쪽 산길로 들어섰습니다. 공군기지가 들어선 봉우리를 왼쪽으로 우회하는 허리 길을 따라 10분 가까이 진행하다 그늘진 곳에서 짐을 내려놓은 시각이 14시37분이었습니다.

 

 

  15시56분 435봉 동쪽사면 바로 아래를 지났습니다. 구한말 때부터 2000년을 넘어서까지 우리나라에 파견된 외국 언론 특파원들의 생생한 증언을 담은 “KOREA WITNESS"라는 책을 읽느라 그늘진 곳에서 40분이 넘는 긴 시간을 머물렀습니다. 15시20분 자리에서 일어나 동쪽으로 진행하면서 공군기지가 들어선 봉우리를 왼쪽 아래로 가로질렀습니다. 정자를 지나 내려선 시멘트포장도로는 공군기지와 창박골삼거리를 이어주는 군사도로로, 이 도로를 따라 오른쪽으로 올라가다 공군기지정문 바로 아래에서 왼쪽 아래 길로 내려섰습니다. 작년에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후 수리산의 가장 큰 변화는 조금 위험하다 싶은 길에 목제계단을 설치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누구라도 안심하고 지날 수 있도록 해놓은 것입니다. 계단이 설치되기 전 이 길을 오르내릴 때의 아슬아슬한 맛은 다시 느낄 수 없어 조금은 산행이 싱거워졌지만 남녀노소 모두가 손잡고 오르는 공원 산의 관리는 안전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하늘을 감시하는(?) 첨성대 모양의 건축물이 색달라 보이는 공군기지 안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435봉 바로 아래 데크에서 동쪽으로 조금 옮겨 왼쪽 아래로 슬기봉 길이 갈리는 능선삼거리에 다다르자 활짝 핀 원추리 꽃송이가 저를 반겨, 이 꽃을 카메라에 옮겨담아 왔습니다.

 

 

  17시8분 수리고등학교 앞에서 하루 산행을 마쳤습니다. 시간만 충분하다면 435봉 아래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어 준수한 주능선을 타고 태을봉으로 가보고 싶었지만 큰아들 및 며느리가 저녁식사를 같이 하자고 해 보다 빠른 길로 하산했습니다. 435봉 남쪽사면으로 내려가는 한남정맥 길도 북쪽사면 길과 마찬가지로 목제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내려가는 길이 편했습니다. 쑥고개쉼터로 내려서는 길 중간쯤에서 남서쪽으로 조망되는 시가지가 수원시인데 시전체가 한눈에 들어왔고 그 너머 동탄 신도시도 같이 들어왔습니다. 그 오른 쪽 산줄기가 지난 1월 종주한 한남서봉지맥으로 한남정맥의 감투봉에서 분기하여 평택호에 이르는 산줄기입니다. 산본 시가지가 구석구석 잘 보이는 전망 데크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남쪽 아래 쑥고개쉼터로 내려갔습니다. 안부사거리인 쑥고개 쉼터에서 산본중앙도서관으로 내려가는 왼쪽의 넓은 길을 따라 2-3분을 내려가다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지 않고 똑바로 진행한 것은 시멘트 길을 걷지 않고 오직 흙길만 걸어 버스정류장에 이르기 위해서였습니다. 저녁이 되자 더위도 좀 수그러들었고 간간히 바람이 불어 수리고등학교 앞 버스 정류장에 이르는 5-6백m 가량의 마지막 하산길이 편안했습니다. 수리고등학교 앞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 후딱 몸을 닦은 후 아들 며느리를 만나러 내처 집을 나섰습니다.

 

 

  아침7시경에 내린 비가 마지막 비였으니 예정대로 금학산-고대산을 연계산행을 했어도 비를 만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이 연계산행을 벌써부터 별러왔는데 또 다시 얼마고 기다려야 합니다. 낙남정맥도 연속 이틀 간 비가 오지 않는 날을 골라 종주산행에 나서려하니 일정을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간 백두대간과 7정맥을 종주하며 눈비를 맞고 산행에 나선 것이 헤일 수 없이 많습니다. 낙남정맥 종주산행이 특별히 지지부진한 것은 바로 하늘의 눈치를 너무 보아서입니다. 이러면서 몸과 마음이 같이 늙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어 두렵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등산학교를 들어가 암벽을 몇 번 올라야 과도한 두려움증세가 치유될 것 같습니다. 꿩 대신 닭 대접을 한 수암봉에 미안해하며 산행기를 맺습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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