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마뇽 2015. 9. 2. 18:30

                                                                백우산 산행기

 

 

                                                       *산행일자:2015. 8. 23()

                                                       *산높이 :백우산 895m

                                                       *소재지 :강원 홍천

                                                       *산행코스:가족고개-765m-백우산-십자로

                                                                          -굼넘이-용소계곡-경수

                                                       *산행시간:1041-1657(6시간26)

                                                       *동행 :대구 참사랑산악회 회원 임상택님 등 14

 

 

 

 

    지명만 들어도 대략 어떤 곳인지 어림짐작 할 수 있는 것은 지명과 관련된 전설 덕분입니다. 백우산을 오르고 하산 길에 들른 용소(龍沼)계곡은 이번에 처음 가본 곳입니다.  제가 이 계곡이 용처럼 굽이져 흐를 것이고 계곡 안에 승천에 실패한 용이 떨어져 움푹 파진 소()가 있으리라고 머릿속에 미리 그려볼 수 있었던 것은 대개 이런 이름의 계곡이 엇비슷한 전설을 갖고 있어서입니다. 이번에 직접 가보고 느낀 것은 제 추측이 과히 틀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홍천군에서 세운 안내판에 따르면 용소계곡은 1,000년 전 신라의 마지막 태자인 마의태자가 고려군사의 추격을 피해 금강산으로 가는 길에 여기 용소계곡을 지났다 합니다. 마의태자가 지난 길이 여기 용소계곡만이 아님은 여러 전설에 나옵니다. 용문산의 용문사 앞 은행나무도 마의태자가 심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용문산 주차장에서 용문사로 걸어 들어가는 길이 숲도 좋고 계곡 물도 맑아 요즘도 수많은 사람들이 즐겨 걷습니다. 양평의 명찰을 찾아 은행나무를 심고 금강산 가는 길에 홍천의 비경이 숨어 있는 용소계곡을 들를 만큼 당시 마의태자가 처한 상황이 한가하지 않았으리라는 것은 조국인 신라가 고려에 막 넘어 가는 즈음이어서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마의태자가 여유를 즐길 수 있었던 것은 그의 행로가 전장(戰場)이 아닌 우리나라 최고의 경승지인 금강산으로 행해졌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른 안내판에서 본 용소(龍沼)관련 전설은  판에 박은 듯 이야기가 빤했습니다. 옛날에 이 냇물 웅덩이에 용이 한 마리 살았다는 것으로 전설이 시작됩니다. 때가 되어 승천하려는 용을 한 부인이 보고 불을 때다 말고 부지깽이로 가리키며 용이 올라간다고 말한 것이 용에게 부정 타는 것이 되어 올라가지 못하고 여기 용소에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용이 떨어진 곳은 움푹 파여 웅덩이가 만들어졌을 것이고 그리 만들어진 소()가 용소라는 것입니다. 앞서 얘기한 마의태자 전설은 사족이고 이 계곡의 이름이 용소계곡인 것은 용소가 있어서일 것입니다. 용소가 용소계곡의 어느 소를 특정 하는지 모르지만 200여 평의 작은너래소와 500여 평의 큰너래소 중의 하나가 아닌가 합니다.

 

 

 

 

   오전 1041분 가족고개를 출발했습니다. 아침 8시에 봉화산역에서 서울 팀의 이규성님과  성봉현님을 만나 범솥말 님 차로 옮겨 탔습니다. 날짜를 잘 못 알고 전날 아침 일찍 봉화산 역을 갔다가 산본으로 되돌아가면서 꽤 멀다 했는데 한 번 다녀가서인지 이번에는 참으로 짧게 느껴졌습니다. 홍천의  칠정휴게소에서 대구 차로 갈아타 참사랑산악회 회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내촌에서 조금 더 가 들어선 비포장도로를 따라 북진해 해발570m대의 가족고개에서 하차했습니다. 대형버스가 차를 돌리고도 남을 만큼 고갯마루가 넓은 가족고개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후 왼쪽 산길로 들어섰습니다. 가족고개에서 서쪽으로 난 산줄기를 따라 35분간 걸어 가족고개1.04km/백우산정상2.66km" 의 표지목이 서있는 봉우리에 다다랐는데 이봉우리가 765m봉인 것 같았습니다.

 

 

 

   129분 해발895m의 백우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765m(?)에서 안부로 내려섰다가 다시 올라 해발875m의 전망대에 오르는 길이 경사가 심하지 않아 별반 힘들지는 않았지만, 속도가 느려 후미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나무로 펜스를 쳐놓은 전망대에 오르자 시야가 탁 트여 앞서 지나온 내촌면소재지가 잘 보였습니다. 서쪽으로 조금 떨어진 백우산 정상에 올라 사진을 찍은 후 땡볕을 피해 십자로 쪽으로 조금 내려가 함께 점심을 들었습니다. 달랑 떡 한 팩을 들고 갔어도 배를 채울 수 있었던 것은 범솥말님이 제 도시락을 따로 준비해온데다 대구팀들이 싸온 반찬 덕분입니다.  대구팀과는 2017년부터 매년 봄 가을로 정기산행을 해왔지만 번개산행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인데도 차려온 것은 정기산행 때보다 빠질 것이 전혀 없었습니다.

 

 

 

 

   1359분 굼넘이 정자에서 잠시 쉬어갔습니다. 점심식사를 끝내고 오후 산행을 재개해 십자로로 가는 중 로프를 잡고 암릉 길을 내려갔습니다. 1311분에 도착한 십자로는 왼쪽으로 내촌면사무소 길이, 그리고 오른 쪽으로 굼넘이 길이 갈리고 바로 앞에 해발865m의 매봉이 우뚝 솟아 있는 안부사거리입니다. 매봉산을 다녀오지 않고 바로 오른 쪽으로 얼마간 내려가자 용소계곡으로 흘러들어가는 작은 골짜기가 보였습니다. 이 골짜기를 따라 내려가다 아담한 규모의 소()가 보여 사진을 찍었는데 이 소의 이름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작은 소에서 조금 더 내려가자 들깨 밭이 보였고 이 밭 끄트머리에 정자가 서 있어 잠시 쉬어 갔습니다.

 

 

 

   1629분 아취형의 철제다리를 건넜습니다. 굼넘이 정자에서 시작된 용소계곡숲길은 경수까지 6Km나 이어지는데 계곡이 웬만한 하천보다 넓고 여느 골짜기처럼 경사가 심하지 않아 물 흐름도 느긋해 쉬다가다하면서 걸어가기에 딱 좋아 보였습니다. 용소계곡 중간쯤에서 20여분 전신을 물에 담그고 나자 온몸이 개운했습니다. 물에서 나와 다시 반시간 넘게 걷자 땀이 흘러 시간만 있다면 다시 물속으로 풍덩 뛰어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습니다. 용소계곡을 따라 서쪽으로 이어지는 길이 대부분 돌길이어서 무릎에 무리가 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을 하다가 최근에 놓은 것으로 보이는 철제다리를 건너자 비로소 이제는 폐가가 된 민가가 보여 이제 힘든 길은 끝났다 싶었습니다.

 

 

 

 

   1657분 경우마을에 조금 못 미친 도로에서 하루 산행을 마쳤습니다. 민가를 지나 비포장도로를 따라 얼마간 진행하다 다리를 건너자 음식점이 보였고 오른 쪽으로 포장도로가 나 있어 당연히 타고 온 대구버스가 저희를 기다릴 줄 알았습니다. 막상 포장도로로 들어서자 승용차만 다닐 수 없는 좁은 길이어서 별 수 없이 그 길을 따라 마냥 걸어갔습니다. 땡볕을 피하지 못한데다 아스팔트길이 내뿜는 후끈거리는 지열 때문에 산길을 걷는 것보다 몇 배 더 힘들었습니다. 한참 동안 걸어 다다른 다리를 건너며 그 아래 계곡의 비경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포장도로를 따라 고개를 넘어 얼마간 걸어가다 대구 버스를 만나 차에 오르는 것으로 하루 산행을 마쳤습니다. 산행을 마치고 천현1리 노인회관으로 옮겨 대구 팀에서 마련한 백숙과 돼지껍데기를 정말 맛있게 들었습니다. 대구 팀에 머리 조아려 감사 말씀 올립니다

 

 

 

 

   내친 김에 전설이 민담과 다른 점을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민담은 구전에 의해 전해지는 이야기로 말 잘하는 이야기꾼이 꾸며낸 것입니다. 저 어렸을 때 어르신들이 전해준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거의다가 민담입니다. 전설이 민담과 확실히 다른 것은 전설이 참임을 증명하는 증거물이 있다는 것입니다. 위 용소관련 전설도 확실한 증거물인 용소가 용소계곡에 실재하지 않는다면 전설이 못 되고 민담이 되는 것입니다. 오늘날의 유언비어가 기록에서는 사라지고 후세 사람들에 입으로만 전해진다면 먼 훗날의 민담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뒤풀이 자리에서 전설적인 우리의 산꾼 신경준님을 만났습니다. 이분을 일컬어 전설적인 인물이라 칭해도 하나도 과하지 않은 것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 산줄기를 이분만큼 많이 오른 분이 없고 앞으로도 나타나기 쉽지 않을 것 같아서입니다. 남한 땅 백두대간과 그에서 분기된 정맥, 기맥, 지맥을 전부 오르내리고 그 아래 등급의 분맥을 반쯤 오른 분으로 그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산줄기를 수체계도(樹體系圖)로 일목요연하게 체계화한 공이 실로 큰 분입니다. 암벽등반이나 해외원정등반에 열심인 소위 엘리트 산악인들은 물론 우리나라 산들을 열심히 오르내리는 뭇 산 꾼 중에도 이분을 아는 분이 별로 없습니다. 알아주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도 꾸준히 우리나라 산줄기를 답파해온 이 분께 2010년 섬진강둘레산줄기 환주의 일환으로 낙남금오지맥을 종주할 때 님의 산행기 덕분에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음을 뒤늦게 고하고 감사인사을 올렸습니다. 대구 팀을 보내고 홍천 터미널 근처 맥주 집에 들러 1시간여 종주이야기를 더 이어간 후 건산과 안산을 기원하며 함께 한 자리를 마무리했습니다.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