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마뇽 2017. 4. 5. 17:02

                                                                 구름산 산행기



                                                *산행일자:2017. 4. 2()

                                                *소재지   :경기광명

                                                *산높이   :구름산241m, 도덕산201m, 가학산220m, 서독산222m

                                                *산행코스:철산역-도덕산-구름산-가학산-서독산

                                                   -황룡사 버스정류장

                                                *산행시간:1145-1754(6시간9)

                                                *동행 :나홀로 



 

 

   경기도의 광명시는 제가 사는 산본에서 그리 멀지 않은데도 낯이 선 것은 이 도시의 산을 오르지 않아서입니다. 시흥군 서면의 광명리와 철산리에 설치된 광명출장소가 서면이 읍으로 승격되면서 이름이 바뀐 소하읍과 합쳐져 광명시로 승격된 것이 37년 전인 1980년의 일이니, 이 도시가 낯선 것이 신생도시라서 그렇다고 말하기도 좀 뭣합니다. 이 도시에서 방송대 학우들과의 월례모임을 가져온 것도 어언 3년이 다 되니 이제 낯이 익을 만도 한데 그렇지 못한 것은 산에 올라 이 도시 전체를 조망해본 일이 없어서입니다.



 

   다산연구소에서 주관하는 오리/다산 아카데미 4강좌가 광명시에 소재한 오리서원에서 열리고 있어 지난달 15일부터는 매주 수요일 강의를 들어왔습니다. 이 서원에서 광명시의 관광안내팜플렛을 보고 무릎을 친 것은 광명시의 도덕산, 구름산, 가학산과 서독산을 한 줄로 꿰어 남쪽으로 내닫는 산줄기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 산줄기는 한남정맥에서 분기된 산줄기로 이 산줄기를 따라 계속 남진하면 안산시의 목감에서 한남정맥에 합류되고 이 정맥을 따라 동쪽으로 얼마간 진행하면 산본의 수리산에 닿게 된다는 것을 안 것은 자세히 지도를 살펴보고 나서입니다.



 

   인터넷에서 도덕산 등 4개 산을 연계해 종주하는데 6-7시간이면 충분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자 한 시라도 빨리 오르고 싶어 춘천의 대룡산 산행계획을 뒤로 미루고 이 산들부터 먼저 올랐습니다. 먼저 오른 한 분의 산행기에 나온 대로 철산역에서 산행을 시작할 뜻으로 산본역을 출발해 철산역으로 향했습니다.



 

   1145분 철산역을 출발했습니다. 철산역 2번출구에서 서쪽으로 몇 걸음 옮겨 큰길을 건넜습니다. 길 가는 몇 분에 야생화단지로 가는 길을 물었으나 아는 분이 없어 도덕산 가는 길로 바꿔 묻자 한 젊은이가 전자담배 간판이 보이는 골목길을 가리키며 그 길로 올라가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골목길을 따라 서쪽으로 계속 올라가다 아파트 뒤쪽 차도를 건너 샤쯔발트 어린이숲학교건물 앞 골목길로 들어섰습니다. 몇 분 안 걸어 다다른 전설이 서린 우물터 앞에서 산길로 들어서 서쪽으로 올라갔습니다. 몇 분 후 도착한 철산역1.0Km/도덕산정상1.0Km"의 표지목 앞에서 남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산 오름을 계속했습니다. 요 며칠 한 낮의 기온이 영상 10도를 웃돌 만큼 따뜻해 여기저기서 만개한 봄꽃들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짚으로 지붕을 이은 정자에 올라서자 오른 쪽 아래로 돔형의 경륜장이 물 찬 제비처럼 매끈해 보였습니다


 

 

   1237분 해발 201m의 도덕산 정상에 이르렀습니다. 정자를 출발해 도덕산 정상에 오르는 길에 샛노란 생강나무 꽃송이를 만나 봄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송신탑사거리를 지나 올라선 도덕산 정상에도 2층의 팔각정이 세워져 사방을 두루 보기에 좋았습니다. 전날 내린 비로 시야가 탁 트일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황사가 완전히 가시지 않아서인지 조망이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도덕산 정상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내려가다 만난 개나리의 진노랑 꽃무리와도 봄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한참 동안 내려가 구름산 3.5Km 전방의 밤일분기점에서 식탁용 벤치(?)에 배낭을 내려놓고 떡을 꺼내들어 요기를 했습니다. 20분 가까이 쉰 후 왼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걸어 도덕산 캠핑장 갈림길에 이르기 몇 분 전에 다소곳이 피어 있는 연분홍 꽃의 진달래와 만나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이 봄을 대표하는 세 꽃나무와의  상견례를 모두 마쳤습니다.



 

   범일 갈림길을 지나 밤일생태육교로 내려가다가 충주평씨종친회에서 세운 유명 조선국선교랑 행통예원인의 충주평공 묘갈명 병서(有名 朝鮮國 宣敎郞 行通藝院引義 忠州平公 墓碣銘 幷書)” 라는 긴 제목의 안내판을 보았습니다. 묘갈명이란 무덤 앞에 세운 둥그스름한 작은 비석에 새긴 글을 뜻합니다. 철망 안에 자리한 묘갈을 사진 찍어 자세히 보니 꽤 큰 봉분 2기가 묘역 맨 위에 안치되었고 그 아래 도열한 묘갈이 줄잡아 100개는 넘어 보였습니다. 긴 글의 안내문을 요약하면 저 묘갈명의 주인공인 引義公은 효종 조의 청백리로 뭇 백성들의 추앙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인의 공을 기리기 위해 그 후손들이 여기에 묘갈명을 남긴 덕분에 철 그물 너머로나마 난생 처음으로 무더기로 묘갈을 볼 수 있었습니다


 

 

   1452분 해발221m의 구름산에 올라섰습니다. 범일육교를 건너 200개 쯤 되는 통나무계단을 올라가 왼 쪽으로 이어지는 초록색 철망 울타리를 따라 진행했습니다. 철망 울타리 안에 세워진 초소가 간간히 보여 군부대다 했는데, 철망에 매달아 놓은 안내판을 보고 광명시에서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설치한 노온정수장임을 알았습니다. 이 정수장을 왼쪽으로 에돌아 다다른 정수장 정문 앞에서 왼쪽으로 꺾어 한치고개육교를 건넜습니다. 육교건너 구름산 전망대와 정상을 잇는 능선으로 직등 하는 길이 꽤 가팔랐습니다. 육교 건너 얼마간 곧바로 오르다 오른 쪽으로 이어지는 좋은 길을 따라 걸으면 별반 힘들이지 않고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것을 마다하고 머리 위로 능선이 보이자 마음이 동해 직등해 올라갔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이 아니라서 가파른 오름 길에 낙엽이 그대로 쌓여 있어 이 길을 따라 오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전망대와 정상의 한 중간에 올라선 후 능선을 따라 왼쪽으로 진행해 정자가 세워진 구름산 전망대에 올라가자 앞서 지나온 엄청난 규모의 노온 정수장이 한 눈에 들어왔습니다. 전망대에서 올라온 길로 되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 시멘트 건물의 정자가 들어선 구름산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정자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아도 산 이름과는 달리 구름 한 점 보이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 산 중에서 가장 흔한 산 이름은 흰 구름의 백운산(白雲山)일 것입니다. 구름의 뜻을 빌려 지은 산 이름은 백운산만이 아닙니다. 운악산, 운길산, 운달산 등 구름 으로 시작되는 산 이름도 꽤 많습니다. 한자의 산 이름을 갖고 여타 구름 산들과 달리 여기 구름산은 순 한글이름이어서 더욱 정겹습니다. 구름산에서 남쪽으로 2.3Km떨어진 가학산으로 가는 길은 군부대 철조망과 나란히 나 있었습니다. 앞서 지나온 초록색 철 그물 울타리는 노온정수장 보호를 위한 것이라면 군부대 정문 앞으로 이어지는 내림 길의 이중의 철조망 울타리는 군부대 잠입을 막기 위한 것이어서 훨씬 더 위협적이었습니다


 

 

   1630분 해발 220m의 가학산에 올랐습니다. 구름산 정상에서 군부대 정문으로 이어지는 내림 길은 군부대 철조망 울타리를 오른쪽으로 끼고 나란히 나 있어 초행길이지만 길 찾는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오랜 가뭄으로 흙이 바짝 말라 조만간 청계산에서처럼 흙먼지가 풀풀 날 것 같았습니다. 흙길이 끝나고 철조망 대신 들어선 시멘트 벽돌담과 채소밭 사이에 깔끔한 데크 길이 나 있어 아주 모던해 보였습니다. 군부대 정문 앞에서 왼쪽으로 꺾어 150m 가량 걸어가 오른 쪽으로 이어지는 광명누리길로 들어섰습니다. 3-4분 걸어 다다른 갈림길에서 오른 쪽 산길로 올라섰습니다. 왼쪽 아래 88터널 위로 이름 모르는 봉우리를 에도는 길을 따라 진행하다가 이 길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어 몇 사람에 물어본 즉 온 길로 조금 돌아가라 했습니다. 10분가량 되돌아가 삼거리에서 만난 한 분이 왼 쪽 위 길로 직등하면 정자를 만나게 되는데 이 정자에서 왼쪽으로 조금 더 가면 가학산 정상에 이르게 된다고 친절하게 일러주어 고마웠습니다. 그 분이 알려준 길로 올라가 해발고도를 80m가량 높이자 앞서 지나온 군부대의 철조망 울타리가 방향을 확 바꾼 영당정삼거리에 이르자 과연 영당말쉼터로 명명된 목재 정자가 서 있었습니다. 이 정자에 앉아 커피를 꺼내 들며 잠시 숨을 고른 후 왼쪽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을 몇 분 간 걸어 가학산 꼭대기에 올랐습니다. 서쪽 아래 빨간 굴뚝의 깜찍해 보이는 빨간 건물이 자원회생시설이라는데 주말인데도 꽤 여러 대의 자동차들이 주차한 것으로 보아 광명시민들이 즐겨 찾는 놀이터로 변신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광명시가 세계적인 관광지라며 자랑하는 광명동굴도 이 건물과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여기서 떨어진 거리는 0.4Km에 불과한 것으로 표지목에 적혀 있었습니다


 

 

   178분 해발222m의 서독산 정상에 이르렀습니다. 가학산 정상에서 남쪽으로 가깝게 보이는 높은 봉우리가 이번 산 나들이의 마지막 여정지인 서독산입니다. 잠시 머물렀는데도 땀이 식어서인지 서늘한 기운이 느껴져 서독산을 향해 남쪽으로 내려갔습니다. 얼마 후 내려선 넓은 안부에 충현공원 옆 주차장에서 하차한 광명터널 관광객을 실어 나르기 위해 운행하는 노랑색의 미니관광버스의 전용도로가 나 있었습니다. 마침 이 고개를 지나는 노랑버스를 만나 다음에는 저 미니버스를 타고 광명동굴을 둘러보자고 마음을 굳힌 것은 광명시에서 폐광된 아연(?) 탄광의 갱도를 손보아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변신시킨 것이 가상해서입니다. 안부에서 왼쪽으로 조금 내려가 맞은 편 산중턱으로 이어지는 임도 수준의 넓은 길을 따라 오른 쪽으로 진행하자 짚을 쌓아놓은 정자가 보였는데 이 짚은 아마도 이 정자의 지붕을 잇기 위해 갖다 놓은 것 같습니다. 패러글라이딩 이륙장으로 이어지는 직진 길을 버리고 왼쪽으로 확 꺾어 동쪽으로 올라갔습니다. 전망대가 설치된 봉우리에서 한 분에게서 이 봉우리가 서독산 정상임을 확인했지만, 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조금 더 높은 것 같아 계속 직진해 그 봉우리에 올라갔습니다. 이 봉우리 또한 먼저 오른 이들의 노란 표지기만 보였을 뿐 표지석이나 삼각점이 없는 것은 방 지나온 전망대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자리를 옮겨 넓적한 바위에 걸터앉아 남은 떡을 마저 든 후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1754분 황용사버스정류장에 도착해 광명시의 도덕산-구름산-가학산-서독산을 남북으로 이어가는 종주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뱃속이 든든하고 도로까지 길이 짧아 저녁나절 하산 길이 마냥 여유로웠습니다. 한참 내려가자 다시 봐도 웅장하면서도 날렵한 KTX광명역이 가깝게 보였고 이내 들어선지 얼마 안되는 이케아 건물도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능선을 따라 동진하다가 왼쪽으로 꺾어 길지 않은 골짜기로 내려섰습니다. 채소 밭을 지나 다다른 황용사버스정류장에서 2번 버스에 올라선 시각이 저녁 6시로 해지기 전까지 한 시간이 남아 있어 딱 알맞은 시간에 산행을 마무리 했다 싶었습니다.



 

   황용사 버스 정류장 건너편에는 기형도문학기념관이 건축 중입니다. 이 건물이 완공되어 문을 열면 광명시의 인문학 수준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입니다. 광명시에서 오래 살았다는 한 방송대 학우님의 광명시 자랑이 한낱 수다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 시에서 주관하는 인문학 프로그램이 매우 탄실한 것을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수강 중인 오리 / 다산 아카데미 4의 인문학강좌도 10회에 걸쳐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 매우 유익합니다.


 

   광명시가 자랑하는 역사적 인물은 단연 오리 이원익선생입니다. 행정능력도 뛰어나고 인품도 높으며 청렴결백한 오리 이원익선생에 대해서는 충현박물관을 다녀온 후 별도로 탐방기를 쓰고자 합니다. 이번에 연계해 오른 산들은 그다지 높은 산이 아니어서 오리 이원익 선생도 몇 번은 올랐을 법 합니다. 이 땅의 정치가들이 조금이라도 오리 선생의 청렴결백한 삶에서 가르침을 얻어 실천했다면 우리 사회가 이처럼 혼탁하지 않았을 테고 청탁을 금지하는 소위 김영란법도 필요 없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