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II.지역 명산/지역명산 탐방기

E-13. 아미산 산행기(부산)

시인마뇽 2017. 12. 4. 12:48

                                                               아미산 산행기(부산)

 

                                                                           

                                                        *산행일자:2017. 12. 2

                                               *소재지 :부산시

                                                        *산높이 :아미산234m, 봉화산150m

                                                        *산행코스:장안고개-봉화산-구평가구대단지-아미산

                                                                            -몰운대-다대포식당가

                                                        *산행시간:1023-1620(5시간57)

                                                        *동행 :김인종, 홍성남, 성봉현, 우명길





  고마움도 품앗이를 해야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번에 부산의 나지막한 산들을 이어가며 낙동정맥의 마지막 구간을 종주한 것은 제게는 품앗이 산행이었습니다. 오랜 산우인 김인종님이

1대간 9정맥 완주를, 그리고 홍성남님이 한남과 낙남에 이어 낙동정맥 종주를 마무리하는 종주산행에 참여 한 것은 3년 전 제가 태백산에서 1대간9정맥 종주를 마칠 때 이분들이 우정산행을 해준 데 대한 고마움을 표하고자 품앗이로 산행한 것입니다. 품앗이라는 말이 조금은 각박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때그때 품삯을 받는 것이 아니어서 돈이 오가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자란 시골에서는 모를 내고 김을 매고 타작을 할 때는 혼자서 하지 않고 여럿이서 품앗이로 함께 일했습니다. 순서를 정해 번갈아 가며 일을 한 품앗이는 한 공동체를 존속시키는 힘이었습니다. 핑계대고 품앗이를 게을리 하다가는 공동체에서 소외되어 살아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품앗이가 지금은 다 사라지고 그때그때 임금으로 계산되어 지불됩니다. 그래도 굳이 찾는다면, 완주를 축하하는 우정산행이 품앗이로 새로 생긴 것이 아닌가 합니다. 우정산행은 사정이 생겨 못 가면 못 갔지, 대신 품삯으로 지불해서 되는 일이 아니기에 저는 품앗이의 전형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두 해전 성봉현님의 1대간9정맥 완주산행에는 마침 신장을 떼어내는 수술을 받느라 입원 중이어서 같이 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주인공 두 분이 일정을 맞춰주어 기꺼이 품앗이 산행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고마움을 품앗이로 이어갈 수 있도록 배려해준 두 분에 이 자리를 빌려 감사 말씀 올립니다.    

 

 

   1023분 장림고개를 출발했습니다. 아침651분 광명역에서 KTX에 올라 서울역에서 먼저 탑승한 세 분과 합류했습니다. 920분 경 부산역에 도착해 몰운대역으로 가는 전철로 갈아탔습니다. 이번 산행의 주인공인 김인종/홍성남 두 분은 대티역에서 내려 들머리인 대티고개로 향했고, 성봉현님과 저는 몇 정거장 더 가 장림역에서 하차했습니다. 장림역에서 10분 남짓 걸어 올라선 장림고개에서 오른쪽으로 난 아스팔트길을 따라 오르며 왼쪽 아래 감천만 앞바다를 조망했습니다. 이내 오른쪽 산길로 들어서 천천히 고도를 높여갔습니다. 얼마 오르지 않아 다다른 체력단련장에서 50-60보를 더 걸어 해발150m의 봉화산에 올랐습니다. 봉수대가 보이지 않는 봉화산에서 오래 머무르지 않고 체력단련장으로 돌아가 오른 쪽 아래로 내려가면서 맞은 햇살이 참으로 따사로웠습니다. 이름을 모르는 포장도로의 고갯길을 지나 다시 고도를 50m가량 높였다가 남쪽으로 내려갔습니다. 밭길을 지나 구평가구대단지 초입의 삼거리에 이르자 손끝이 시렸습니다. 맑은 날씨에 기온이 섭씨 7-8도를 웃돌아 장갑을 끼지 않고 한 시간 가까이 걸었는데, 역시 겨울이라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가구단지 초입의 삼거리에서 남쪽으로 진행해 구평산마트 앞에 도착한 시각이 1123분이었습니다.

 

 

   1158분 다솜약국 위 육교 앞에 이르렀습니다. 마루금은 삼익가구 뒤로 보이는 산줄기로 이어지는 것 같은데 길이 끊긴다해 구평산마트 앞에서 왼쪽 길로 가구단지 안을 지나는 좁은 길로 들어섰습니다. 시멘트 길을 따라 내려가 가파른 계단 길에 이르러 바로 아래 유치원을 보고나자 6년 전 낙동정맥을 종주할 때 이 길을 지난 생각이 비로소 났습니다. 그때는 몰운대에서 시작해 감천고개에서 낙동정맥의 첫 구간 종주를 마쳤는데, 6월의 더위와 마루금에 아파트단지가 들어서 길을 찾아 이어가는데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유치원 앞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아스팔트길은 가로수가 운치 있어보였고 오가는 차량도 많지 않아 산책로로도 전혀 손색이 없겠다 싶었습니다. 다솜초등학교를 지나 육교 앞에서 이 다리를 건너지 않고 왼쪽으로 내려가 커피집을 들른 것은 뒤따라오는 김인종/홍성남 두분을 기다렸다가 몰운대까지 같이 산행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다솜 육교에서 왼쪽으로 10분 가까이 내려가 간신히 찾은 커피집은 세탁방에 딸려 있어 조금 시끄러웠습니다. 따끈한 커피라떼를 마시면서 30분 넘게 머물다가 육교로 돌아가 후미의 두 분과 함께 다리를 건넌 시각이 132분이었습니다.



   1338분 응봉봉수대에 올라섰습니다. 육교 건너 서림사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난 산 길로 들어섰습니다. 이번 산행은 김인종 님의 1대간9정맥 종주를 축하하는 우정산행으로 마련된 것으로, 우정산행은 홍성남 님이 앞장서고 제가 맨 뒤에서 따라 올라가는 것으로 시작됐습니다. 서림사 입구에서 아미산 정상에 이르는 길은 비교적 가팔랐습니다. 고도를 180m가량 높여 다다른 아미산의 봉수대 터 벤치에 앉아 점심을 함께 들었습니다. 지어진지 오래되지 않아서인지 둥근 터 한 가운데 자리한 봉수대에서 세월의 잔흔을 읽어내지는 못했습니다. 마침 봉수대를 보러 올라온 연세든 분에 부탁해 저희 4명의 얼굴이 다 들어가는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사방이 탁 트였고, 파란 바다가 가까이 보여 역시 부산은 항구도시다 했습니다. 국내 최대의 항구도시인 부산이 준비하고 개최해와 올해로 22회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10월에 열흘간 열렸었습니다. 75개국으로부터 300편이 초대되어 상영된 부산국제영화제는 해가 갈수록 명성이 더해져 이제는 다른 나라에 자랑할 만한 우리나라 최대의 국제영화제입니다. 아미산에서 산길을 따라 홍티고개로 내려갔습니다. 홍티고개 사거리에서 바닷가로 내려가는 오른 쪽 차도를 따라 내려가면서 왼쪽 언덕에 자리한 아미산전망대를 올려다 보았습니다. 차도 왼쪽 가에서 가파른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이르게 되는 아미산전망대는 6년 전 낙동정맥의 첫 구간을 종주할 때 들러 낙동강하구를 제대로 조망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미산 전망대 서쪽 아래 차도를 따라 걸어내려 가면서 저 멀리 가덕도에 눈길이 간 것은 삼각주가 계속해 발달해 먼 훗날 저 섬까지 걸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입니다. 낙동강이 다른 큰 강과 대비되는 것은 삼각주의 발달입니다. 삼각주는 상류로부터 침식작용을 통해 흙과 모래를 운반해오던 하천의 하도경사가 하구에 가까워지면서 줄어들어 더 이상 운반이 안 되고 운반된 흙과 모래가 쌓여 형성된 섬을 이릅니다. 낙동강 하구 한 가운데 만들어진 섬들은 이렇게 만들어진 것들입니다. 낙동강 하구에 섬들이 새로 생기고 또 생긴 섬들이 계속 자라 커지면 언젠가는 가덕도까지 육지로 연결될 것이 아닌 가해서 하는 말입니다.


 

   1555분 몰운대에서 김인종님의 1대간9정맥종주를 축하했습니다. 삼거리에서 차도를 건너 몰운대를 향해 해안도로를 따라 걸어 부산전철 1호선의 종점인 몰운대 역을 지났습니다. 우리나라에 이 역보다 더 가까이 바다에 접해 있는 전철역이 있는 가 궁금했습니다.  정오 때 보다 세가 많이 약해진 저녁햇살을 두 손으로 모아 주머니에 넣어둘 수 있다면 훌륭한 손난로가 될 텐데 하는 엉뚱한 생각을 했습니다. 몰운대 입구를 지나 물가 길을 걷지 않고 산속의 오솔길을 걸어 나지막한 봉우리를 넘었습니다. 몰운대 남쪽에 설치된 몰운대전망대에 이르자 푸른 바다가 시원스레 펼쳐졌습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부산 앞바다는 올망졸망한 섬들이 자리하고, 먼발치로 큰 배들이 정박해 있어 한 폭의 풍경화 같았지만, 망망대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홍성남님이 준비해간 백두대간 9정맥 완주축하 /김인종(북한산) /2017122의 플래카드를 걸고 일행 넷이 함께 축하사진을 찍었습니다. 김인종님 또한 홀로 산행을 즐기는 분이어서 대부분의 구간을 혼자서 종주하고, 또 그것을 기록으로 남겼기에 오늘의 완주가 더욱 뜻 깊을 것입니다. 한북과 낙남에 이어 낙동정맥의 3개 정맥을 김인종님과 함께 해온 홍성남님도 백두대간과 나머지 6정맥을 마저 종주해 1대간9정맥종주를 완결하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자리여서   기쁨이 더했을 것입니다.


 

   1620분 몰운대 앞 식당가에서 축하연을 가졌습니다. 몰운대 전망대를 출발해 다시 몰운대 입구로 돌아왔습니다. 몇 십 보를 걸어 찾아간 횟집에서 짐을 풀고 푸짐하게 회를 시켜 축하의 자리를 가졌습니다. 한 시간이 넘게 걸린 축하연을 마무리하고 몰운대역으로 이동해 부산역행 전철을 탔습니다. 부산 역에서 KTX에 올라 캔 맥주를 따 마시며 6년 전 이 역을 거점 삼아 낙동정맥의 몇 구간을 종주한 것이 주마등처럼 떠올랐습니다. 옆자리의 김인종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 후 동대구를 지나 눈을 붙였습니다. 저녁9시가  지나  광명역에 도착해 일행과 작별인사를 나눈 후 서둘러 하차하는 것으로 품앗이 우정산행을 모두 마쳤습니다.

 

   나이가 칠십 줄에 들어선 후 산행의 강도나 빈도가 현저하게 줄어들었습니다. 늦은 나이에 공부를 하느라 시간 내기가 수월치 않다는 것도 한 이유가 되겠지만, 그 보다는 육체와 정신이 해마다 조금씩 약해져서인 것 같습니다. 산행속도가 줄어든 것은 체력이 옛날만 못하다는 것이고, 바위 길과 멧돼지가 겁이 나는 것은 담력이 약해졌다는 증좌일 것이라고 생각하다가 한 두 해 사이에 그리 변할 일이 아니다 싶어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제가 찾아낸 답은 이 핑계 저 핑계대고 산행빈도를 낮춘 것이 주 원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습관은 제2의 천성이라는데 갑자기 산행빈도를 낮추어 잘 지켜온 산행습관을 깬 것이 체력과 담력의 약화를 가져온 주범이라고 결론을 맺고 나자, 해법은 다시 옛날처럼 산행빈도를 높이는 길 외에 달리 없겠다 싶어 앞으로는 주 1회 산행은 기필코 이어가리라 결심해봅니다. 고마움의 품앗이 산행도 산행습관 복원에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기에 빠지지 않고 계속 이어갈 뜻입니다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