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독서산책(1706 - )
1760.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스티븐 레비츠키 · 대니얼 지브렛 저/박세연 역/어크로스 간(2025)
*이 책을 읽고 전율한 것은 오늘날 민주주의라는 이름 아래 미국과 우리나라에서 전개되는 퇴행적 정치를 이 책이 너무나도 잘 설명하고 있어서임. 미국의 정치학자인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브렛 등 두 교수가 지적한 민주주의 위기신호는 ‘기성정당과 종치인들이 포퓰리스트와 손을 잡는다’, ‘정치인들이 경쟁자에게 반국가세력이라는 낙인을 찍는다’, ‘선거에서 패배한 정당이 음모론을 제기하며 결과에 불복한다’,‘ 대통령이 의회를 우회해 행정명령을 남발한다’, ‘의회가 예산권을 빌미로 행정부를 혼란에 빠트리거나 석연치 않은 이유로 탄핵을 추진한다’, ‘정부가 국가기관을 여당 인사로 채우고 명예훼손 소송으로 비판적인 언론의 입을 막는다’ 등임. 저자들이 트럼프의 극단적인 규범 파괴가 가장 우려할 만한 일이라고 지적한 것은 미국의 민주주의가 이제껏 제대로 작동된 데는 영국과의 독립전쟁에서 승리해 건국된 미국의 정치는 선조들이 애써 쌓아놓은 “민주주의를 지켜온 보이지 않는 규범‘들 덕분인데, 트럼프 세력이 이 규범들을 합법적으로 파괴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일 것임. 이 책은 ‘민주주의와 극단주의자의 치명적 동맹’, ‘무력화된 정당’, ‘왜 정치인들은 잠재적 독재자를 방조하는가’, ‘합법적으로 전복되는 민주주의’, ‘민주주의를 지켜온 보이지 않는 규범’, ‘민주주의에 감춰진 시하폭탄’, ‘규범의 해체가 부른 정치적 비극’, ‘트럼프의 민주주의 파괴’, ‘민주주의 구하기’ 등으로 구성되어 있음.
*2025. 6. 18일
1759. 소설 해례본을 찾아서
*주수자 저/달아실 간(2024)
*이 작품은 소설의 형식을 빌려 『훈민정음해례본』이 세상에 선보인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그린 가상의 소설로 사건이 스피드하게 진행되어 흥미롭게 읽었음. 이 작품을 읽고 더욱 궁금해진 것은 이 소설의 핵심내용인 국문학자 김태준이 과연 훈민정음해례본을 발굴하여 간송 전형필선생에게 전한 것이 사실인가 여부임. 내가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것은 고전문학을 전공했으면서도 이제껏 천태산인 김태준(金台俊, 1905~1949) 이 가보로 전해지는 훈민정음해례본을 한 제자로부터 전달받아 전형필선생에게 전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가 전혀 없기 때문임.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김태준은 1931년 3월 경성제국대학 법문학부 문과를 졸업해 조윤제(趙潤濟) · 이희승(李熙昇) · 김재철(金在喆) 등과 더불어 조선어문학회(朝鮮語文學會)를 결성했으며, 광복 후 장안파 공산당에 대항한 조선공산당 재건준비위원회의 주요 멤버로 활동하다가 1949년 사형당한 사상가이자 『조선한문학사』(1931)와 『조선소설사』(1933)를 저술한 국문학자로 기록되어 있을 뿐 훈민정음해례본에 관한 언급은 전혀 없음. 이 소설의 내용처럼 훈민정음해례본 발굴에 김태준이 활약한 바 있는지 궁금한데, 이러한 궁금증 유발이 작가가 의도한 것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기는 하지만, 김태준의 활약이 사실이 아니고 허구라면 독자로서 조롱당했다는 느낌도 들 수 있겠다 싶음. 내가 알고 있는 김태준은 천재적인 국문학자는 틀림없지만, 조동일교수가 저서 『한국문학통사』에서 지적했듯이 “전통에 관심을 가지면 복고주의자가 되고 만다고 하면서 문학사 연구의 의의를 스스로 부인했다. 문화의 수입이 위기 해결의 방도라고 하는 대외의존의 견해를 나타냈다. 우리고전에 대해서 깊은 연구를 한 듯한 선각자가 민족허무주의를 부추기는 발언을 일삼아 파급 효과를 키웠다.”는 비판도 받고 있기도 하다는 것을 첨언하는 바임.
*2025. 6. 17일
1758. 기후의 힘
*박정재 저/바다출판사 간(2024)
*저자의 역저 『한국인의 탄생』을 읽고 난 후 감동해 또 다른 저서를 찾아 읽은 것이 이 책 『기후의 힘』으로, 두 저서 모두 기후를 키워드로 쓰여졌다는 것이 특징이라 하겠음. 저자는 『한국인의 탄생』에서 “아프리카에서 한반도까지 기후가 만든 한국인의 역사”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한반도가 추워진 8.2ka 이벤트, 중기 청동기, 저온기, 3.2ka 이벤트, 중세저온기, 철기 저온기에 북방에서 내려온 기후난민이 섞여 한국인의 주류가 형성되었다.”는 논지를 일관되게 펴고 있음. ‘기후는 어떻게 인류와 한반도 문명을 만들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 차분히 답하고 있는 이 책의 가장 논쟁적인 주제는 ‘기후의 변화’라 하겠음. 이제껏 인류의 변화를 추동해온 기후변화가 오늘날 전인류적 과제가 된 것은 어느 때보다 빨리 지구의 온난화가 진행되어지구의 자정능력이 무력화되지 않을까 우려되기 때문일 것임. 나는 이제껏 지구온난화의 문제가 환경지상주의자들에 의해 과대하게 포장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온난화가 앞으로 우리의 삶에 어떠한 파장을 미칠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지만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가지 않을 것이므로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해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해서임. 한 예로 3천년전~ 2천년전 기후 악화를 맞은 한반도에서 진취적 농민들은 규수로 넘어가 일본의 역사를 새로 쓴데 반해, 당대에 번영했던 송국리 문화에 안주한 소극적인 사람들은 1000년도 도기 전에 송국리문화가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아야 했다는 것임.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것은 홀로세 기후변화의 주요 요인으로 ‘세차운동’, ‘북대서양자오선 역전순환변동’, ‘태양활동의 변화’, ‘화산폭발’, ‘적도 태평양 해수면 온도의 변화’, ‘피드백 메카니즘’ 등이 있다는 것임. 어느 하나도 관리가 가능하지 않으며, 지금도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책이 탄소사용량 감축 외에 뚜렷한 대안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까워 하고 있음. 이 책은 ‘빙하기와 인간’, ‘변화와 교란’, ‘기후변동과 인간의 대응’, ‘기후변화와 미래’ 등 4부로 구성되어 있음.
*2025. 6. 13일
1757. 지식인의 아편
*레몽 아롱 저/ 변광배 역/세창출판사 간(2022)
*프랑스의 지식인인 래몽아롱(1905-1983)의 이 저서가 프랑스 원어로 출판된 것은 1955년이고, 그 원서를 저본으로 우리 말로 번역된 것은 2022년이고, 내가 번역서를 일독한 것은 2025년으로 이 책이 저술된 지 70년만의 일임. 레몽 아롱과 함께 프랑스의 ‘인텔리겐치아’를 양분한 장 폴 샤르트르는 철학서 『존재와 무』와 소설 『구토』를 읽어 조금 아는 바이지만, 레몽 아롱은 샤르트르의 좌파와 대결을 벌여온 우파를 대표하는 지식인이었는데도 부끄럽게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된 인물임. 이 책을 읽고 확실히 알게 된 것은 2차대전이 마르크스 주의에 기초한 공산주의라는 아편은 사람들에게 폭동을 자극한다고 갈파한 레몽 아롱의 좌파 결별 선언은 비장하기도 함. “민주주의의 결점에 대해서는 가차 없으면서도 올바른 교리라는 미명하에 자행되는 최악의 범죄에 대해서는 너그러운 지식인들의 태도를 설명하고자 하면서, 나는 곧 좌파, 혁명, 프로레탈리아트라는 신성한 어휘;들에게 부딪히게 되었다. 나는 그것들의 신화에 가해지는 비판을 통해 역사에 대한 숭배를 성찰하게 되었으며 사회학자들이 아직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하나의 사회범주에 관련된 문제를 검토하게 되었다. ‘인텔리겐치아’ 가 그것이다.” 라고 언급한 레몽 아롱은 “좌파 가족이었던 내가 그 가족에게 바치는 이 책에 마침표를 찍으면서 나는 그 가족과의 모든 관계를 단절하는 쪽으로 기운다. 이것은 고립속에 잠기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것은 오히려 증오없이 투쟁할 줄 아는 사람들, 그리고 광장에서의 논쟁을 인간의 운명의 비밀이라고 여기지 않는 사람들 중에서 동조자를 선택하기 위해서이다.”라는 말로 좌파와의 결별을 실행했음. 공산주의를 아편에 비유하면서 좌파와 결별하고 우파를 지켜온 레몽 아롱의 다른 저서들을 찾아 읽어볼 뜻임. ‘서문’, 제1부 ‘정치적 신화’ 와 제2부 ‘역사에 대한 우상숭배’, 제3부 ‘지식인들의 소외’, ‘결론’ 등으로 구성된 이 책의 제1부에는 ‘좌파의 신화’, ‘혁명의 신화’, ‘프로레탈리아트 신화’ 등의 3개 장과 ‘정치적 낙관주의에 대하여’ 등이 들어있으며, 제2부에서는 ‘성직자들과 신도’, ‘역사의 의미’, ‘필연성의 환영’ 등 3개 장과 ‘역사의 지배에 대하여’ 등을 포함하고 있고, 제3부에서는 ‘지식인들과 그들의 조국’, 지식인들과 이데올로기‘, ’종교를 찾는 지식인들‘ 등 3개 장과 ’이데올로기의 시대는 끝난 것인가‘ 등이 실려 있음. “종교는 불행에 억눌린 인간의 한숨이고 무정한 세계에 대한 감상이며 영혼없는 상태의 영혼이다. 종교는 민중의 아편이다.” 라고 말한 카를 마르크스의 ‘종교의 아편론’을 ‘공산주의 아편론’으로 되돌려 준 레몽 아롱에 박수를 치고 싶음. 레몽 아롱이 공산주의를 지식인의 아편이라고 공산주의가 미치는 피해의 범위를 지식인으로 한정한 데 반해, 프랑스의 철학자 시몬 베유(1909-19430는 “마르크스주의는 가장 불순한 의미에서 하나의 종교이다. 마르크스 주의는 특히 종교의 저급한 형태를 지닌 채 마르크스 자신의 적절한 말을 따른다면 민중의 아편으로 계속 사용되어왔다.”라면서 피해 계층을 민중으로 확산한 것이 눈에 띄었음.
*2025. 6. 12일
1756.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읽기
*페르낭 브로델 저/김홍식 역/갈라파고스 간(2023)
*이 책의 본문을 읽기 전에 표4의 전문을 꼼꼼히 읽은 것은 저자가 어떤 인물이고 이 책이 어떤 책인가를 사전에 알고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였음. “역사학의 거장 브로텔이 보여주는 자본주의의 과거와 현재 –우리가 미쳐 알지 못했던 자본주의의 맨 얼굴과 밑동을 파헤친”는 커피가 내 눈늘 끈 것은 내가 자본주의에 대해 무지하다는 것을 짚어주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음. 또 하나 이 책의 저자 브로델이 역사학의 거장이라는데 나는 아직 단 한권도 그의 저서를 읽지 않아서였음. ‘구조’와 ‘전체사’의 틀로 역사를 조명해온 저자의 대표작은 『물질문명과 자본주의』로, 이 책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읽기』는 전6권의 대작 『물질문명과 자본주의』의 입문서라 하겠음. 저자는 경제사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기술했음 “경제사는 하나의 관점에서 인간의 역사를 통째로 묶어 바라보는 것입니다. 자크 쾨르나 존 로처럼우리가 위인들로 여기는 역사이기도 하고 커다란 사건들의 역사이자 긴 시간을 두고 순환하는 역사요, 위기의 역사이자 무엇보다 오랜 시간을 따라 천천히 진화하는 거대하고 구조적인 역사입니다.”
저자가 1976년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에서 행한 3개의 강의와 역자의 해제로 구성된 이 책에 실린 3 개의 강의는 ‘물질생활과 경제생활에 대해 다시 생각하다’, ‘교환의 세계’, ‘세계의 시간 ’ 등임. 역자의 해제의 도움을 받아 브로델의 자본주의를 정리한다면 다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음. 그 첫째는 자본주의라는 실체가 존재하는 곳은 사회시스템의 꼭대기, 상부구조라는 것이고, 그 둘째는 자본주의는 경쟁을 없애는 반시장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임. 입문서인 이 책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읽기』는도 내가 읽기에 벅찬데 본서인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를 앞으로 과연 읽어낼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할 것 같음.
*2025. 6. 11일
1755. 너무 재밌어서 잠못드는 세계사
*우야마 다쿠에이 저/오세웅 역/생각의 길 간(2019)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경제학부출신으로 일본 3대입시학원인 요요기 세미나에서 세계사를 가르치는 스타강사로 소개된 이 책의 저자 우야마 다쿠에이는 ”내 눈으로 직접 세상을 보고경험하겠다“는 신념으로 세계 각국을 여행했다고 함. 국내에도 학원의 스타강사로 역사서를 쓴 이들이 있지만, 저술 내용의 신빙성에도 의문이 가고, 좌편향된 역사관을 가진 것 같아 이들의 역사서는 애써 외면해왔는데, 우먀마 다쿠에이의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복잡한 세계사의 주요한 맥을 짚어 보다 쉽게 읽어보고 싶어서였음. 역사를 과대평가하지 말라는 저자는 그 이유로 ”역사의 패턴과 법칙을 구체적으로 미래에 어떻게 적용해서 생각할지는 전적으로 개인의 판단력에 따를 문제이지 역사를 알고 모르고의 문제는 아닙니다.“라는 것임. 그 한 예로 역사속에 나온 전쟁의 패턴을 숙지하고 있다고 해서 전쟁터에서 늘 올바르고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을 들었음. 저자의 논지인즉, 보통 사람들이 역사학을 배우는 까닭은 재미있기 때문이며, 역사는 리얼리티 엔터테인먼트라는 것임. 나는 저자의 역사는 엔터테인먼트라는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지만, 역사서를 보다 일목요연하면서도 보다 쉽게 쓰고자 하는 저자들의 노력은 더 필요하다는 생각임. ‘세계사의 기본규칙’, ‘고대’, ‘중세’, ‘근세’, ‘근대’, ‘현대’ 등 총 6부로 구성된 이 책은 내가 관심을 갖고 읽은 부분은 ‘근세’, ‘근대’, 현대‘ 임. 흥미로운 것은 백년전쟁 후 네델란드가 번성한 것은 영국산 양모제품을 대륙 곳곳에 판매하는 ’소매업‘으로 성공했는데, 이 성공은 다른 나라 제품을 소매업자가 제휴해서 영업공세를 취한 최초의 비즈니스모델이라는 것임. 또 하나 이 시대의 네델란드는 다른 유럽국가들과 달리 왕정이 아닌 공화국이었다는 것임.
*2025. 6. 10일
1754. 잘못 쓰인 한국사의 결정적 순간들
*최중경 저/믹스커피 간(2023)
*역사서의 저자 중에 역사를 전공하지 않은 분들의 저서가 꽤 있는데, 이 책도 그런 역사서 중의 하나임. 서울대에서 경영학석사를 취득하고 하와이대학교에서 경제학박사가 된 저자는 행정고시에 합격해 지식경제부 장관 등 고위공직자로 일하다가 사립대학교에서 석좌교수로 강의도 한 경력을 비추어볼 때 『잘못 쓰인 한국사의 결정적 순간들』라는 제목의 역사서를 쓰리라고는 쉽게 상상되지 않는 인물이라 하겠음. 저자가 이런 도발적인 타이틀을 걸고 책을 저술할 수 있는 데는 오늘날의 역사학을 이끌어가는 주류역사학자들의 그릇된 역사인식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함. 이들의 문제는 이승만 초대대통령이 주도해 건국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해 대한민국의 중흥을 가져온 박정희대통령의 눈부신 업적의 인정에 극히 인색하면서 김대중대통령과 노무현대통령의 업적에 대해서 극히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이미 실패한 국가로 평가받고 있는 북한에 대해서는 내재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옹호하는 우리나라 주류 역사학자들에 동의하지 못하는 나는 주류역사학자들의 역사관을 비판하는 유(類)의 역사서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독서를 해왔음. “역사의 중요한 순간에 조상들이 내린 의사결정의 내용과 결과를 분석하고 더 나은 대안이 있지 않았나를 검토하고 토론”한 결과라고 생각되는 이 책은 ‘고구려는 왜 백제의 위기를 방관했나’, ‘원명교체기의 국가대전략 실패’, ‘명청교체기의 국가대전략 실패’, ‘세게사의 흐름을 바꾼 조선의 해금정책’, ‘성리학 질서에 매몰된 일류과학기술’, ‘여전히 서성이는 재조지은의 망령’, ‘신립장군의 결정이 옳았던 이유’, ‘이순신은 과연 민족 성웅인가’, ‘게백신화, 어디까지 진실인가’, ‘고마워해야할 당사자는 명나라다’, ‘19세기 조선이 놓ㅇ친 두 번의 기회’, ‘군주의 배신으로 방관자의 희생양이 된 조선’, ‘일본은 어떻게 조선을 넘었나’, ‘무장독립투쟁은 애국심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식민지근대화론은 틀렸다’ 등 총 15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각 장이 한 권의 책으로 다루어야 할 만큼 도발적인 주제들을 한 권의 책으로 모두 담는 데서 오는 깊이의 한계가 분명히 보이고, ‘식민지 근대화론은 틀렸다’ 나 ‘이순신은 과연 민족 성웅인가“에 대한 저자의 논지에 찬성하는 바는 아니지만 저자의 새로운 역사해석과 평가 등의 새로운 시도에 찬사를 보내고자 함.
*2025. 6. 3일
1753. 지역인재정책
*김종한 · 박성익 저/문우사 간(2025)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로 보내라는 옛말에 함축뙨 의미는 우리나라의 수도권집증화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것임. 지방소멸이라는 위기상황을 맞아 그 해답이 지역인재에 있다고 진단한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 “30여년 간의 지역고용 및 인적자원개발 연구와 실전적 경험을 토대로 초고령사회 지방 살리기 해법의 실마리”를 정책으로 제시하고 있음. 2020년한국고용정보원의 ‘지방소멸위험지수’ 자료에 따르면 소멸위험 시군구수는 102개소로 전체228개소의 44.7%에 달하고 있어 지방소멸 위험이 심각함을 알 수 있음. 지방소멸의 원인으로 수도권으로의 인구집중과 경제집중, 그리고 저출생 · 고령화에 더하여 ‘양질의 일자리’ 집중을 들 수 있다고 진단한 저자들은 다음 6가지를 해결책으로 제시 했음. 첫째 기존의 국가균형발전에서 지역인재정책중심의 국가인재균형발전의 관점으로 인식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둘째 지역인재의 이식정책, 유치정책, 양성정책, 집적정책 등이 유기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셋째 권역별 메가시티 조성과 권역별 지역인재정책을 강화하는 것, 넷째 지방소멸대응기금의 반 이상을 광역시도단위의 지역인재정책에 집중 활용하는 것, 다섯째 5대지역인재정책을 통합관리하고 지역인재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부총리급의 행정부처설치가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여섯째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발전은 제로섬이 아니라 윈윈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것 등임. 이 책은 ‘글머리 : 지방소멸시대의 지역인재정책’, ‘지역발전론과 인재정책’, ‘지역소멸 및 지역인재 주요지표’, ‘지역별 인재유출과 좋은 일자리 실태’, ‘지역별 특화산업실태’, ‘지역별 연구개발 역량실태’, ‘지역인재 이식정책’, ‘지역인재 유치정책’, ‘지역인재 육성정책’, ‘지역인재 양성정책’, ‘지여ᅟᅣᆨ인재 집적정책’, ‘향후지역인재 개선방안’, ‘글꼬리: 지방시대의 성패와 지역인재정책’ 등 총13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이 책을 읽고 비로소 지방소멸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깨달았으며,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로 보내라는 옛말이 이땅에서 사라질 수 있는 정책개발이 시급하다는 것도 깊이 공감했음.
*2025. 6. 1일
1752. 제국의 후예(Offspring of Empire)
*카터 J. 에커트 저/주익종 역/푸른역사 간(2019)
*‘고창 김씨가와 한국자본주의 식민지 기원, 1876-1945’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2년간 평화봉사단원으로 활동한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카터 J. 에커트교수가 지은 저서임. 한국자본주의의 출현을 연구한 이 저서는 한국근대 경제사를 ‘장기지속성(long duree) ’라는 관점에서 식민지기를 조망해 그 공백을 메우려 저술된 것이어서 일제강점기 중의 자본주의적 변혁 이야기가 주된 내용임을 저자는 이 책의 한국어판 서문에서 그 저술 의도를 밝히고 있음. 이에 더하여 이 책은 강점기 이전과 특히 해방 후 한국 자본주의의 역사에 관한 더 크고 긴 논의에 함축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음. 저자는 이 책을 ‘한국자본주의의 발흥’, ‘성장의 유형’, ‘자본가 계급과 사회’ 등 3부로 대분한 후, 제1부 ‘한국자본주의의 발흥’에서는 ‘상인과 지주: 1876-1919의 자본축적’, ‘산업자본가: 이행과 출현, 1919-1945’을 담고 있고, 제2부 ‘성장의 유형’에서는 ‘자본가의 계급과 국가: 금융면의 연계망’, ‘자본가 계급과 국가: 경영의 동업자’ ‘식민본국과 변방의 사이에서: 원료와 기술의 획득’, ‘식민본국과 변방의 사이에서: 시장을 찾아서’, 제3부에서는 ‘ ’무사히‘: 노동계급에 대한 자본가의 시각과 취급’, ‘민족보다는 계급: 내선일체와 한국인 자본가’ 등으로 구성되어 있음. 제1차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서서히 시작된 한국 최초의 본격적인 공업화는 1930년대에 일본이 만주를 점령하고 중일전쟁을 일으킨 후 극적으로 급속히 확장되었고,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배하자 돌연 중단되었다는 것으로 한국자본주의의 변천을 요약할 수 있을 것임. 식민지 자본주의 유산으로 한반도에 활력있는 공업경제가 재편성된 긍정적 측면과 강권적인 국가권력과 높은 대외의존도 심화 등의 부정적 측면이 혼재되어 있음을 이 책을 읽고 알게되었음. 눈 길을 끈 것은 고창 김씨 세력을 대표해온김성수와 김연수가 얼마나 친일적 행위를 했는 가였음.
*2025. 5. 18일
1751. 역사는 돈이다
*강승준 저/잇콘 간(2024)
*영국의 소설가 서머셋 모음은 그의 장편 소설 “인간의 멍에 (Of Human Bondage)”에서 “돈은 제6감이다”라면서 “돈이 없이는 나머지 5감이 작동이 안된다.”면서 돈의 중요성을 역설한 바 있음.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 미주리주립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해 30여년을 고위직 공무원으로 일한 경제통인 저자 강승준은 모옴만큼이나 돈의 중요성을 인식했기에 『역사는 돈이다』 라는 제목의 이 책을 저술할 수 있었을 것임. 그간 역사서를 많이 읽어왔다고 자부해온 바이지만, 이렇게 돈을 키워드로 하여 서술한 역사서는 이 책이 처음으로 역사를 읽는 키워드를 하나 새로이 얻었다 싶어 기뻤음. 대부분의 지식인들이 돈의 중요성과 위력을 실감하면서도 돈을 앞에 내세워 글을 쓰거나 대화를 하는 것에는 적극 나서지 못하는 것은 알게 모르게 조선시대 사회의 서열인 사농공상이 체화되어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싶어 저자의 용기에 찬사를 보내고자 함. ‘세계사를 관통하는 3가지 관점, 부 · 화폐 · 금융’, ‘고대편 · 중세편’, ‘근세편’, ‘근대편’, ‘현대편’ 등 총6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을 읽고 저자에 동의하는 것은 세계사의 도도한 흐름 뒤에는 항상 돈아 있다는 것과 세상에는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는 것임. 영화 『오즈의 마법사』가 금본위제를 비판하는 미국의 젊은 정치인 브라이언을 지원하기 위해 제작된 것이라는 것과 유럽에서 유대인들이 많이 학살된 것은 빚을 갚지 않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게되자 돈의 위력이 어떠한가를 새삼 인식하게 되었음. 그렇다고 돈만이 세계사를 움직여왔다는 저자의 지론을 모두 수긍할 수 없는바, 이는 역사란 돈과 더불어 변화해온 것이지 돈에 의해서만 변화해온 것은 아니다 싶어서임.
*2025. 5. 14일
1750. 추가령구조곡의 지형
*이민부 · 이광률 공저/가디언북 간(2025)
*내가 추가령구조곡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평화누리길을 탐방하는 길에 추가령구조곡이 지나는 철원 땅과 연천 땅의 한탄강을 따라 걸은 적이 여러 번 있어서였음. 한탄강은 북한 땅 평강군의 추가령곡 동쪽 산지에서 발원하여 남한의 철원군과 포천군을 거쳐 연천군의 전곡에서 임진강으로 흘러드는 임진강의 제1지류로 강길이는 136Km임. 추가령 구조곡(楸哥嶺 構造谷, Chugaryeong tectonic valley)이란 구조운동에 의해서 형성된 서울에서 원산까지 길이 약 160Km에 달하는 직선상의 골짜기로서 경원가도와 경원선의 통로로 이용되어 왔다고 이 책은 설명하고 있음. 1914년 추가령 구조곡을 따라 서울과 원산을 잇는 경원선 철도가 개통된 것은 구한말부터 서울과 원산을 연결하는 교통로를 개설하기 위해 두 지역 간 최단거리에 해당하는 좁은 직선형의 통곡(通谷, 하나로 이어진 골짜기)인 추가령구조곡의 지형구조에 대한 조사 연구의 결실이라 하겠음. 추가령 구조곡은 한반도의 중앙부에 위치하고 한반도를 나북으로 나누는 중요한 지질구조이며, 구조곡을 경계로 남쪽은 옥천의, 북쪽은 개마육괴로서 구성되어 있음. 중고등학교 때 배운 추가령지구대가 오늘의 추가령구조곡으로 이름이 바뀐 것은 추가령지구대가 지각확장으로 형성된 대륙 열곡이 아니고, 원산-서울-보령에 걸쳐 전체가 함몰되어 있지 않으며, , 주향이동 단층의 특성을 갖고 있다는 연구 결과에 힘입어서람 함. 한탄강을 따라 걸으며 만나는 철원-연천지역의 추가령 단층은 중생대 백앆기에 활동을 시작했으며, 그 후에도 여러 차례 단층 운동으로 재활하였다함. 이 책은 ‘추가령 구조곡의 인식과 지명’, ‘지질’, ‘구조곡의 단층 지형’, ‘화산화ᅟᅵᆯ동과 철원-평강 용암대지’, ‘하천과 호소’, ‘제4기 충적지형’, ‘기반암 지형’, ‘습지와 생태’, ‘지형답사안내’ 등 총 9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이 책을 읽고도 아직도 모르는 것은 원산에서 서울까지 통곡으로 이어진다면 백두대간이 끊겨야 하는데 실제로 그렇지 않은 것은 왜인가 하는 것임. 이는 내가 이 책을 정독하지 않아서가 아니가 해, 다시 한번 꼼꼼히 읽어 답을 구하고자 함. 지난 달 철원군 김화읍 생창리에서 한탄강 따라 걷기를 시작했는데, 이 강이 임진강에 합류되는 전곡에 이르기까지 이 지역 추가령구조곡을 유심히 관찰해볼 뜻임.
*2025. 5. 11일
1740. 한국 사람 만들기V(친미기독교파 2)
*함재봉 저/H 프레스 간(2025)
*한국사람이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청일전쟁(1894-1895) 이후로, 이는 청일전쟁에서 청이 일본에 패함으로써 조선이 중국의 속방 지위에서 벗어났고 조선사람들이 중화문명의 일원이라는 자아의식인 「소중화의식」과 사대주의를 버리고 독립민족국가의 국민이라는 정체성을 정립할 수 있어 가능했다는 것이 저자의 판단임. 청일전쟁 이전에는 친중위정척사파가 정치를 주도했으며, 갑신정변 실패로 친일개화파가 몰락하고 청의 조선 내정간섭이 노골화되어 친중위정척사파가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임. 청일전쟁 패배로 친일개화파가 복귀했으나 아관파천으로 친러파가 만들어지고 미국에서 귀국한 서재필을 위시한 친미기독교파가 뿌리내린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했음. 이 책이 집중적으로 다룬 것은 독립신문과 독립협회로 윤치호의 활약을 이 책을 읽어 비로소 알게 되었음. 서재필과 윤치호가 해외망명길에 올랐던 10년 동안 개신교 선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수많은 백성들이 기독교로 개종되고 이승만, 주시경 같은 인재들이 양성된 덕분에 조선최초의 민간신문인 독립신문과 조선 최초의 시민단체인 독립협회가 결성될 수 있었음. 흥미로운 것은 조선의 개혁을 주도한 친미기독교파 인사들 대부분이 중인, 무반, 서얼, 향리, 서북인 등의 제2신분 계층이라는 것으로, 이에 대한 상론은 황경문교수가 저술한 『출생을 넘어서』에서 자세히 다루어졌음. 이 책은 ‘독립아닌 독립: 아관파천’ , ‘러시아의 순간’, ‘러시아의 만주 장악’ , ‘조선을 러시아의 보호령으로’, ‘고종의 환궁’, ‘러시아의 후퇴’, ‘칭제건원과 대한제국’, ‘만한교환’, ‘조선의 계급혁명’, ‘조선의 종교개혁’, ‘조선의 문체혁명’, ‘독립신문과 독립협회’ 등 총12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조선의 패망은 독립신문과 독립협회의 실패에서 예정된 것이며, 친미기독교의 혁명도 3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이 책 덕분임.
*2025. 5. 8일
1739. 출생을 넘어서(Beyond Birth)
*황경문 저/백광열 역/너머북스 간(2022)
*현대 한국을 만든 지배층은 누구였는가에 대한 관심은 함재봉 교수의 역저 『한국 사람 만들기』를 읽으면서임. 이미 출판된 5권과 향후 출간예정인 2권 등 총7권의 『한국 사람 만들기』에서 논해지는 한국인은 ‘친중위정척사파’, 친일개혁파‘, ’친미기독교파‘, ’친소공산주의자파‘와 ’인종적 민족주의파 ‘ 등 5개 유형임. 한국인중 개혁세력으로 분류되는 친일개혁파와 친미기독교파 인물 중에는 전통적인 양반세력 외에도 중인, 서얼, 무반출신이 많다는 것을 『한국 사람 만들기』를 읽으면서 알게 되었는데, 이에 관한 빼어난 저술인 황경문의 『출생을 넘어서(Beyond Birth)』에서 읽을 수 있어 기뻤음. 이 책이 주목할 만한 논저라는 것은 현대 한국을 만든 지배층이 다름 아닌 중인, 향리, 서얼, 무반, 서북인 등 제2 신분집단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어서임. 조선 말기인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전반에 이르기까지 제2 신분집단의 후손들이 사회적으로 지위가 상승한 것은 조선의 신분사회가 교육과 부를 포함한 훨씬 복합적인 요소들에 의해 결정되는 상황으로 전환되어 가능했을 것임. 이 책은 ‘서론’, ‘출생과 관료제: 조선시기의 사회계층’, ‘신분의 개방: 관료엘리트에 임명되다, 1880-1930)’, ‘중인’, ‘향리’, ‘서얼’, ‘서북인’, ‘무관’, ‘결론: 제2 신분집단과 한국의 근대성’ 등 총 9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한국에 있어 사회위계의 현대적 변화과정을 고찰한 이 책을 읽고서 오늘날에도 여전히 한국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지위에 대해 좀더 깊고 넓게 이해할 수 있었음. 내가 제2신분집단 중에서 서북인을 주목하는 것은 기독교 전파와 대한민국 건국에 크게 기여했기 때문인데, 이는 이미 타계한 이승만대통령과 김구선생, 그리고 100세를 훌쩍 넘겨 아직도 활동하고 계시는 김형석 철학자 모두 서북인이라는 것에서 알 수 있음.
*2025. 5. 3일
1738. 권력의 심리학
*브라이언 클라스 저/서종민 역/웅진지식하우스 간(2024)
*작년 12월 3일 비상계엄조치로 대한민국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국제적 위상이 심각하게 저하됐으리라는 것이 내 생각임. 연속적으로 정부 인사를 탄핵하고 과다하게 예산을 삭감하는 등 야당의 무도한 공격으로 정상적인 국정운행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데는 생각을 같이 하지만, 그런 이유로 비상계엄을 정당화할 수 없는 것은 비상계엄의 여파로 대한민국이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임. 작년 말 비상계엄이 요건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발동된 데는 권력자의 심리와도 얼마간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이 책을 사서 읽게 되었음. 저자는 이 책의 서문에서 이 책의 저술목적이 다음 4가지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는데, 그 질문은 첫째 더 악한 사람이 권력을 가지게 되었는가?, 둘째 권력은 사람을 나쁘게 만드는가, 셋째 왜 우리는 우리를 통제할 권리가 전혀 없어 보이는 사람이 우리를 통제하게 놔두는가, 넷째 부패하지 않을 사람에게 권력을 주고 그 권력을 공정하게 행사할 수 있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등 4가지임. 이 책은 ‘권력의 진화’, ‘권력을 향해 뛰어드는 사람들’, ‘권력이라는 망상’, ‘악한 리더를 감지하는 신호’, ‘나쁜 시스템의 부산물’, ‘모든 권력은 부패하는가’, ‘권력은 우리를 어떻게 바꾸는가’, ‘권력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더 나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전략’, ‘책임의 무게를 견디는 법’, ‘감시받는 사람들’, ‘부패하지 않는 권력을 설계하기 위하여’ 등 총 12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이 책을 통해 저자가 독자들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집중적인 노력과 적절한 개혁으로 무게추를 떠밀어 권력을 추구하고 남용하고 부패하는 사람들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다른 이들을 초대할 수 있다. 그러면 마침내 우리는 부패하지 않는 사람이 권력을 가지는 사회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라는 것임. 이 책의 원제가 『Corruptible: Who Gets Power And How It Changes Us』가 번역서의 제목인 『권력의 심리학』 보다 이 책의 전체적인 내용을 잘 표현한 것 같음.
*2025. 5. 1일
1737. 대한민국의 북방정책-기원, 전개, 성과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
*김학준 저/박영사 간(2024)
*러시아 및 중국과의 수교를 결실한 노태우 대통령의 북방외교가 우리나라 외교사에서 큰 획을 그은 것은 어렴풋이 알았지만 오늘의 번영을 가져온 경제영토의 확장에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는 것은 이 책을 읽고서 확실히 알았음. 노태우 대통령의 북방정책은 박정희대통령의 평화공존제의(1970), 7 · 4 남북공동성명(1972), 6 · 23선언(1973), 전두환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추진(1981-1985) 과 88 올림픽 유치 등이 씨앗으로 뿌려져 가능했다는 데 이의가 없으나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금언이 말해주듯 노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시의적절하게 북방외교를 펼치지 않았다면 오늘의 경제영토는 확보하지 못했을 것임. 이 책은 ‘북방정책의 쟁점들’, ‘북방정책의 씨앗들’, ‘북방정책 추진의 밑거름’, ‘북방정책의 첫 결실’, ‘북방정책 성공의 상징’, ‘북방정책의 궁극적 목표인 한반도 평화통일을 향한 큰 걸음’, ‘북방정책의 대단원’, ‘맺음말’ 등 총 8장으로 구성되어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을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음. 국내 대기업의 중견사원으로 근무하면서 노태우 대통령의 북방정책을 지켜보았지만, 그 당시는 민주화운동을 주도한 김영삼 · 김대중 양 야당지도자를 누르고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한 노태우대통령을 심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군부 집권의 연정이라 생각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내 생각이 호의적으로 완전히 바뀌었음. 흔히들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공무원들을 무책임하고 애국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비난하기 일쑤였고 나 또한 다르지 않았는데 , 이 책을 읽고서 한 나라가 안전하고 부유하게 하는 데 외교관의 노력이 컸다는 것을 새삼 알았음. 베트남과의 수교는 중국이나 소련에 비해 조금 늦게 이루어졌지만, 월남전 참전으로 적대국으로 교전한 베트남이 과거를 묻지 않고 1995년에 우리나라와 수교한 것은 우리나라는 물론 베트남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으니, 그것은 2020년에 이르러 베트남은 한국의 3대수출국이자 5대수입국이 된 것으로 알 수 있음. 전상인박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전쟁 없는 평화기인 벨 에포크(Belle Epoque)는 1887년부터 1997년까지 10년 정도라 함. 이는 노태우 대통령과 김영삼 대통령이 집권한 기간과 일치하는데, 노태우대통령의 북방정책이 성공한 덕분이 아닌가 함.
*2025. 4. 19일
1736. 중국한시-漢代부터 淸代까지
*송용준 주해/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간(2022)
*이 책의 저자는 30여 년간 중국 한시를 강의해 온 서울대 교수로 『중국시사』를 펴낸 중문학자임. 중국 한대에서 청대에 이르는 2,100여 년 동안 중국인들이 창작해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는 한시가 어림잡아 100만 수가 넘는다는데, 그 많은 한시 중에서 명시 252수를 선정해 600여 쪽의 이 책에 담아내는 것은 결코 수월한 일이 아닐 것임,. 그럼에도 이를 해내어 나 같은 문외한에게도 중국시를 통시적으로 살펴보고 감상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준 저자의 노고에 감사의 뜻을 표하고자 함. 이 책에는 한대시 12수, 위진남북조시 33수, 당시 77수, 송시 54수, 원명시 37수, 청시 39수 등 총252수가 실려 있으며, 시의 원문과 함께 저자의 정성을 들인 주해가 함께 해 중국의 명시들을 완상할 수 있었음. 중국 한시 감상을 위해 이 책 앞 머리에 실린 각 대의 한시들이 형성된 과정과 전개과정을 설명한 글도 중국한시의 감상에 도움되는 글이어서 좋았음. 내가 아는 중국인의 시들도 여러 수 눈에 띄었으며, 그중 가장 오래된 한시는 항우(項羽)의 「해하가(垓下歌)」이고, 최근의 시는 황준헌의 「雜感五首(其二)」임. 내가 이 책을 읽은 목적이 단순한 시 감상에 있지 않고 한문의 독해력을 증대시키는데 있는 만큼, 252수 모두를 한 수도 빼먹지 않고 필사를 마쳤음. 아래 시 「녹채(鹿柴)」는 당나라 시인 왕유(王維, 701-760)가 망천에서 한가하게 생활하면서 지은 한시로 평안한 마음으로 감상하고자 함.
空山不見人 적막한 산에 사람은 보이지 않고
但聞人語響 사람의 말소리만 들릴 뿐인데
返景入深林 석양빛이 깊은 숲속에 들어와
復照靑苔上 다시 푸른 이끼 위를 비춘다
백두대간과 9정맥을 혼자 종주한 나로서는 위 시를 빚어낸 산골 풍경이 어렵지 않게 머릿속에 그려짐.
*2025. 4. 15일
1735. 동국세시기
*홍석모 저/장유승 역해/아카넷 간(2016)
*일가(一家)에서 연장자 어른들은 모두가 돌아가시어 내가 가장 나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손자들에게 들려줄 만큼 우리나라의 세시풍속을 알고 있지 못해 부끄러웠음. 마침 조선 후기의 문신인 홍석모(洪錫謨, 1781-1857)가 짓고 장유승이 역해한 『동국세시기』가 출간되었다는 것을 알고 바로 구매해 읽었음. 홍석모가 지은 『동국세시기』는 우리나라 세시풍속을 월별로 서술한 저서로 1849년에 완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필사본으로 전해진 이 책을 조선광문회에서 간행한 것은 1911년의 일임. 우리가 알고 있는 거의 모든 세시풍속의 문헌적 근거로 민족주체성과 근대 지향성을 보여주어 실학적 저술로 평가받고 있다는 『동국세시기』를 읽고 느낀 것은 나이가 70세 후반에 접어든 내가 우리의 세시풍속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는 것임. 역해자 장유승은 이 책에 실린 세시풍속이 모두 우리 고유의 풍속으로 단정 짓기 어려우며 우리나라의 보편적인 풍속으로 간주하는 것은 무리라고 언급하면서 우리의 세시풍속에 대해 균형잡힌 시각이 필요하다고 했음. 이 책에 소개된 세시풍속 중 흥미로운 것은 삼복에 관한 것임.
“개를 잡아 파를 넣고 푹 삶은 것을 개장[狗醬]이라고 한다. -중략- 시장에서도 많이 판다. 사기를 보면 ‘진나라 덕공2년 처음으로 복사를 짓고 사대문에서 개를 찢어 죽여벌레를 막았다’ 하였다. 개를 찢어 죽이는 것이 복날의 고사였는데, 지금 풍속이 이를 따라서 삼복의 좋은 음식으로 삼는다.”
어렸을 때 내가 자란 시골에서도 삼복날 동리에서 개를 잡아 탕을 끓여 먹곤 한 것이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이런 풍속이 우리 고유의 것이 아니고 중국에서 유래된 것은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음. 이 책에 소개된 세시풍속이 생각만큼 다양하지 않아 조금은 실망했음.
*2024. 4. 12일
1734. 살며 지켜본 대한민국 80년사
*이상우 저/기파랑 간(2024)
*내가 저자를 알게된 것은 2003년 3월호(?)의 월간조선에 투고한 저자의 글을 읽고나서임. 저자는 그 글에서 대학 교육이 중요한 것은 오로지 대학만이 평생을 살아가는데 크게 도움 되는 인문학을 가르쳐서라고 답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음. 인문학은 문학, 역사, 철학으로 이루어졌으며, 이중 문학은 상상력을, 역사는 통찰력을, 그리고 철학은 판단력을 함양토록 한다는 저자의 글을 읽고 감탄해 무릎을 치었던 것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음. 나보다 10년 먼저 태어나 내가 겪지 못했거나 너무 어린 나이에 겪어 전혀 알고 있지 못하는 해방정국과 한국전쟁, 그리고 4.19 혁명 및 5.16 혁명 등을 체험한 저자는 현명한 정치지도자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음. 전제왕조국가였던 우리나라가 해방 후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건국된 덕분에 오늘의 영광을 이룩한 것으로 진단한 저자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건국한 일등공신이 이승만대통령이라는 것을 아는 국민들이 많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는데, 나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음. 이 책은 정식 역사서는 아니지만 한 지식인이 살면서 지켜본 우리나라의 최근세 80년사를 담고 있어 흥미로우면서도 무게가 느껴지는 저서로 거의 동시대를 살아온 나로서는 고맙기 이를 데 없는 저서라 하겠음. 저자가 ‘盤山日記 1945-2024’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을 어렵게 가꾸어온 ‘우리들의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아스팔트 투쟁에 나선 80세의 산업호ㅏ세대의 깨인 시민들에 헌정한다고 말한 참뜻을 가슴으로 새길 수 있었던 것은 저자가 단순한 지식인이 아니고 깨어 있는 지식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임. 이 책은 ‘갑자기 찾아온 해방’, ‘대한민국 건국’, ‘6.25 전쟁’, ‘4.19와 5.16’, ‘유신과 10.26’, ‘6.29선언과 민주헌정 복원’, ‘진보 정부 10년’, ‘보수회귀 10년’, ‘폭풍과 노도의 10년’, ‘되돌아본 80년’, ‘대한민국의 오늘을 만든 네 가지 결단과 남은 과제’ 등 10개 장과 머리글 ‘국민 한 사람의 눈에 비친 대한민국역사’와 부록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온 나의 80년’ 등으로 구성되어 있음.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면서 실용을 중시한 한 지식인의 휴먼네트워크가 더할 수 없이 부러워하면서 저자가 진단한 네 가지 결단의 과제, 즉 ‘좌파와의 전쟁의 극복’, ‘자유시장경제 정신유지’, ‘시대를 앞서가는 지도자 양성’ 등을 여기에 옮겨 놓는 것은 우리나라가 백척간두의 위태로움에 처해 있음을 확인하고 대책을 고민해보기 위해서임.
*2025. 4. 4일
1733. 반일종족의 역사내란
*이영훈 외 3인공저/이승만북스 간(2025)
*이 책의 주 저자인 이영훈교수는 야당의 연속탄핵의 근원은 반일종족의 역사 내란으로 규정했는데 나도 상당 부분 공감하는 바임. 작년 김문수 정치인은 노동부장관으로 임명되어 국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주로 받은 질문이 그동안 얼마나 깨끗하게 살아왔느냐와 앞으로 노동정책을 어떻게 펴나갈 것이냐가 아니고 일제하에 조선인의 국적이 한국이냐 아니면 일본이냐에 집중되어 있어 크게 실망했었는데, 저자는 이런 현상을 반일종족의 역사 내란이 시작된 것으로 진단했음. 작년 12월3일 윤석렬대통령이 비상계엄을 발동한 것은 크게 잘못한 것이라고 판단한 내가 이 책을 읽고 내 판단을 바꿀 생각은 전혀 없으나 야당의 연속탄핵은 비상계엄 이상으로 이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내란적 정치 행위라는 것을 더욱 확신하게 되었음. “내란의 근원”, “내란의 전선”, “내란의 향방” 등 3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고 김대중대통령께 드리는 편지’, ‘반일종족의 역사적 뿌리와 경과’, ‘일제하 조선인의 국적이 한국이라고?’, ‘한일병합조약, 원천무효인가’, ‘건국기억의 전승과 혼란’, ‘임시정부의 법통이란 무엇인가’, ‘주자성리학자들의 반일독립운동의 진상’, ‘항일무장투쟁의 흑역사’, ‘문재인정부의 역사내란’, ‘위안부사기극과 조선, 동아, 중앙일보의 책임’, ‘일본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둘러싼 반일종족의 역사난동’, ‘역사내란의 사령부 한국사학계, 교육계’, ‘국힘당에게: 바보야, 문제는 역사라고’, ‘김정은이 일깨운 민족환상’ 등 총 14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흥미로운 것은 저자는 이 책을 ‘고 김대중대통령께 드리는 고언’으로 시작했는데, 이는 김대중대통령은 결코 위인이 아니며, 뚜렷한 경제관도 갖고 있지 못하고, 햇볕정책도 실패했으며, 사상적 정체가 불분명하며 지역감정을 일으킨 정치인임을 밝히기 위한 것으로 생각됨. 저자가 이승만대통령이 반일 민족주의를 고집스레 고수한 것은 유일한 실패작이라고 지적한 것을 보고 반일종족주의가 김대중 정권에서 시작된 것이 아님을 알았으며, 이를 극복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겠다 싶음. 그럼에도 이를 극복해야하는 것은 그래야 우리나라가 번영을 계속할 수 있기 때문임. 이러한 역사적 과업을 감당할 위대한 정치인의 출현을 고대하는 것은 저자나 나나 다를 발 없을 것임.
*2025. 4. 3일
1732. 한국인의 기원
*박정재 저/바다출판사 간(2024)
*“아프리카에서 한반도까지 기후가 만든 한국인의 역사”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저자는 이 책에서 “한반도가 추워진 8.2ka 이벤트, 중기 청동기, 저온기, 3.2ka 이벤트, 중세저온기, 철기 저온기에 북방에서 내려온 기후난민이 섞여 한국인의 주류가 형성되었다.”고 논지를 일관되게 펴고 있음. 이 책의 저자 박정재 서울대교수가 이런 주장을 할 수 있는 것은 고유전학의 발전 덕분에 아프리카에서 탈출한 사피엔스가 어떤 경로로 한반도에 이르게 되었는지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고 고기후학의 데이터들이 축적된 덕분에 사피엔스가 정주가 아닌 이주를 택하게 된 이유를 합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어서라 했음. 이 책에서 밝혔듯이 저자는 생물지리학과 고기후학을 전공해 이처럼 담대한 결론에 이르는 것이 가능했을 것임. 동북아시아에서 한냉하고 건조한 기운이 돌 때와 추위와 가뭄이 급습했을 때 한반도는 기후난민으로 북적거렸다는 것은 “주기적인 기후변화가 한반도의 인구 집단, 이른바 ‘한민족’을 만들었다.”음을 증거하는 것일진데, 한민족은 단일민족이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으로 들림. 이 책은 ‘아프리카 밖으로’, ‘생동하는 기후와 인류의 이동’, ‘사피엔스, 한반도로 들어오다’, ‘한국인의 기원’, ‘기후와 한국인의 미래’ 등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내가 주목한 것은 마지막 5부인 ‘기후와 한국인의 미래’ 이었음. 지구온난화로 한반도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은 북쪽의 만주와 야무르강쪽으로 이주하게 될 터인데, 그에 대비해 지구온난화를 제어하는데 힘써야 하고 외국에서 이주해온 다른 나라 이민들에 대한 긍정적 평가 및 우호적 태도를 함양하는 것이 절대로 필요하다는 저자의 주장에 공감하는 바가 큼. 이 책을 읽고 탄소저감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바가 커졌으나, 아직도 환경지상주의자들의 억지에 대한 경게심은 여전히 유지할 생각임. 이 책은 오랜만에 읽은 양서로 다시 한 번 차분히 읽어볼 뜻이며, 함께 저자가 이 책에 앞서 저술한 『기후의 힘』 도 읽어볼 생각임. 한민족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뜨게 한 저자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는 바임.
1731. 묵자
*묵적(墨翟) 저/박재범 역/홍익출판사 간(2008)
*지금까지 독서를 통해 접해온 제자백가는 공자, 맹자, 순자, 한비자, 노자, 장자 등이었는데, 이번에 서울대출판부에서 발간한 『중급한문』을 혼자 공부하면서 묵적의 『묵자』를 읽게 되었음. 한문을 독해할 수 있을 정도가 못되어 번역서로 읽어 아쉬웠으나 이렇게 해서라도 공맹사상이나 노장철학을 벗어나 조금이라도 동양철학의 스펙트럼을 넓혔다면, 이 또한 의미 있다 하겠음. “남의 나라 보기를 자기 나라 보듯이 하고, 남의 집안 보기를 자기 집 보듯이 하며, 남의 몸 보기를 자기 몸 보듯이 하여야 한다. 그래서 제후들이 서로 사랑하게되면 서로 빼앗으려는 일이 없게 되며, 사람과 사람이 서로 사랑하면 서로 해치지 않게 된다.”는 묵적의 겸애설은 “무릇 천하의 재난과 원한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것은 서로 사랑함으로써만이 가능하다.”는 묵적의 확신에서 비롯되었을 것임. 춘추전국시대에 유가와 함께 양대학파를 형성한 묵가의 창시자로서 명성을 떨친 묵자(묵적)은 유가적 사상과 방법론으로는 천하의 혼란과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깨닫고 생활체험을 통해 형성된 실질적이고 실용적인 사고에 바탕을 둔 자신의 철학으로 현실을 타개하고자 노력한 사상가임. 이 책에서 내 눈을 끈 것은 유학이 귀족들의 예, 악, 상, 장을 옹호할 뿐 백성들을 고생시키고 재물을 손상시킨다면서 형식과 명분보다 실질적인 사고에 바탕해 사랑하고 행동해야한다는 묵자의 역설이었음. 묵적의 겸애설이 실질적이라는 것은 겸애를 중히 여겨 다른 나라를 침범하지않지만, 다른 나라가 침범해오는 것에 대비해 갖춰야 할 것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는 데서 알 수 있음. 다만 귀신의 역할을 어떤 이유로든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은 현대인들이 수용하기는 어렵지 않겠나 싶음.
*202. 3. 7일
1730. 노후파산
*NHK스페셜제작팀 저/김정환역/다산북스 간(2020)
*일본의 노인이 살아가는데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이 책을 읽고 두려웠던 것은 일본의 사회문제가 우리나라에서 재현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것임. 일본 사회가 노인 문제를 어떻게 대처했는가를 살펴보고 그 속에서 지혜를 찾기도 전에 우리나라에 이식되고 있어 노인 문제는 이제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가 되었다 싶어 하는 말임. NHK스페셜제작팀은 일본 노인들이 “솔직히 말하면 빨리 죽고 싶다‘”라고 절규하는 것은 연금, 자택, 예금으로도 노후 파산을 막지 못해서라고 진단했는데, 문제는 초고령사회를 맞아 노후 파산에 빠지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는 것임. 이러한 문제는 노인빈곤율이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우리나라에도 미구에 닥칠 것이 분명함. 2000년에 암으로 먼저 간 집사람의 연금이 없었다면 월1백만원이 조금 넘는 내 연금만으로는 제대로 된 삶을 영위하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것이 자명하고 보면, 두 사람 몫의 연금을 혼자 받아 살아가는 나보다 빈곤한 우리나라의 노인층이 현재도 많고 앞으로 더욱 많아지는 것이 아닌가 싶음. ‘무엇이 도시 노인들을 파산으로 내모는가?’, ‘희망조차 사치가 되어버린 이 시대의 노후’, ‘왜 노후 파산에 처하는가?’, ‘지방의 노후는 생존을 건 싸움이다’, ‘당신도 노후 파산의 예외가 아니다’ 등 5개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이 일본 사회에 던진 화두는 진짜 문제는 노후파산이 다음세대로 계승되어 장수가 악몽이 된다는 것임. 이 책을 읽고 새삼 알게 된 것은 친족이 있으면 정부나 사회의 복지지원이 더 어려워진다는 것인데, 이는 노인이 친족의 눈치를 보고 복지지원을 받고 싶은 것을 잘 드러내지 못하는 데다 못된 친족이 많아서라는 것임. 아직은 당면한 내문제는 아니지만, 언제 닥쳐올지 몰라 두렵기도 함. 이 모든 문제가 장수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연명치료거부는 필수적이라는 생각임.
*2025. 3. 5일
1729. 서수일기
*이 책 『서수일기(西繡日記)』는 조선후기의 문신인 박내겸(朴來謙, 1780-1842)이 지은 조선시대 평안도 암행어사의 기행 일기임. 저자 박내겸은 조선인의 백두산과년 논문 작성차 저서 『북막일기』를 읽은 바 있어 낯설지 않았음. 1809년 문과에 급제한 박내겸은 순조 22년인 1822년 정6품 관직인 사간원 정언으로 재직하다가 평안남도 암행어사에 임명되어 어사의 임무를 수행한 후 그 활동을 자세히 기록하여 『서수일기』르 펴내었음. 이 책의 내용은 첫째 암행어사에 임명되어 평안도에 도착하기까지의 여정을 기록한 것이고, 둘째 암행어사로 암행, 염찰, 출두, 처분 등의 공적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며, 셋째 암행한 지역에 대한 소개와 관람, 지역 인사와의 교류를 담았고, 넷째 귀환하여 복명하는 것이었음. 박내겸이 암행한 평안도는 조선 후기에 정치적으로 심한 지역차별을 받았으나 경제적으로는 조선팔도에서 가장 번성한 지역있다고 이 책의 역자 오수창은 그의 ‘해제’에 적고 있음. 어려서 암행어사 박문수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은 바 있어 암행어사를 선망했던 내가 암행어사의 활동을 비교적 정확히 알게 된 것은 이 책을 읽고 나서임. 한 예로 암행어사의 출두 후 뒤이어지는 봉고파직(封庫罷職)은 일시에 행해진 것이 아니고 암행어사는 봉고를 한 후 죄상을 올리면 조정에서 파직하는 등 순차적으로 행해졌다는 것임. 박내겸은 1822년3월21일 서울을 출발해 7월28일 서계와 별단을 바치기까지 박내겸은 130일간 4915리(2064Km)를 이동해 임무를 수행하였음. 이 책은 ‘왕명을 받아 평안도에 들어가다’, ‘평안도 동남쪽을 돌아 평양으로 향하다’, ‘동북쪽 끝인 영원을 돌아 수넌까지 암행하다’, ‘서쪽과 남쪽을 돌아보고 순안에서 처음 출도하다’, ‘서남과 동북, 끝에서 끝을 돌아 안주에서 출도하다’, ‘다시 한 바퀴 돌아 평양에서 출도하다’, ‘130일 되는 날에 복명하다’ 등 7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이 책을 읽는 중 눈길이 간 것은 7월22일자 일기로 “일찍 출발하였다. 성의 동쪽 길을 따라 선죽교를 찾아보니 포은 정몽주 선생의 핏자국이 아직도 완연하였다. 갑자기 그것을 마주하니 나도 모르게 두려운 마음이 들어 일어나 예를 피했다.”로 포은 선생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음.
*2025. 3. 3일
1728. 당신을 설득하고 싶습니다
*박은식 저/기파랑 간(2024)
*‘광주 출신 의사의 좌파탈출기’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광주출신의 젊은 의사가 좌파에서 왜, 그리고 어떻게 탈출했고, 아직도 좌파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대부분의 호남인들에게 보내는 절규를 담고 있어 진지하게 읽었음. 저자가 호남의 한을 언제까지 대물림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근저에는 호남은 대한민국 보수의 본산이었고, 보수정권 37년은 대한민국 기적의 역사이며, 5 · 18정신은 자유, 반공, 친미였고, 호남인들이 ‘호남팔이’ 좌파에게 이용당하고 있다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는 생각임. 경기도 태생의 내가 저자의 인식 또는 문제 제기에 동의하는 것은 젊은 호남인인 저자가 사실에 기초하여 거짓이나 과장없이 차분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쳐서임. 젊어서 모회사의 충호남영업부장으로 2년간 재직하면서 호남지방을 돌아다닌 바가 있는데, 이런 경험이 호남인들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었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음. 우리나라가 6.25 때 북한에 패망하지 않은 데는 이승만대통령의 농지개혁이 기여한 바 엄청 큰 데, 호남출신의 대지주인 인촌 김성수선생의 자발적 협조가 있어 가능했다는 것이 역사적 평가임. 이 책을 ‘광주를 벗어나자 비로소 보인 건국과 부국’, ‘보수 우파 이념의 필요성을 느끼게 한 눈 앞의 적’, ‘그들은 이래서 틀렸다’, ‘현대사 바로보기’ ‘광주출마로 피우고 싶었던 꽃은’ 등 5부로 구성한 저자는 ‘당신을 설득하고 싶습니다’라는 맺음말로 이 책 끝맺었음. ‘적폐청산을 넘어’로 시작해 ‘호남의 특수성을 넘어, 대한민국 보편성 강조’로 끝맺은 19개의 맺음글은 호남인인 저자의 자각과 절규가 느껴졌음. 이 책을 읽고 느낀 것은 앞으로 우파를 끌어갈 영남의 젊은이들의 참회록이 이 책에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임.
*2025. 3. 2일
1721-1727. 산하(1-7권)
*이병주 역/한길사 간(2006)
*“태양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월광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는 명언에 매료되어 읽게 된 역사소설 『산하』는 소설가 이병주(李炳注, 1921~1992)의 역작으로, 전9권의 『바람과 구름과 비』에 이어 내가 두 번째로 읽은 이병주의 역사소설임. 이 소설의 작가 이병주는 월간 『세대』지의 1965년 6월호에 중편소설 『소설 · 알렉산드리아』를 발표한 후 27년 동안 거의 초인적으로 집필하여 100여권에 이르는 작품집을 남긴 후 1992년 타계했음. 1948년에 태어난 나로서는 해방전후와 1950년대, 그리고 1960년대 전반의 우리 역사에 어두울 수밖에 없는데, 이 작품을 읽고 나자 마치 내가 그 시대를 함께 살아온 것처럼 그 시대의 역사를 잘 알게 되었음. 소설을 통해 역사를 배우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은 소설은 사실에 근거한 역사와 달리 허구를 수용해 창작되기 때문임. 그래도 이병주의 역사소설이 널리 읽히는 것은 큰 줄거리는 사실에 근거해 창작되었기 때문일 것임. 기록자가 되기 위해 소설을 쓴다는 이병주는 소설 『산하』를 통해 해방 후 5.16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정국이 어떻게 전개되었는가를 상세히 기록하고 있어 너무 어려서 몰랐던 그 시대의 역사의 저변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음. 일개 노름꾼인 이 소설의 주인공 이종문이 건설업체 사장이 되고 자유당의 국회의원이 되어 경남도당위원장에 당선되기까지 출세가도를 달릴 수 있었던 것은 이승만 대통령의 후광에 힘입어서인데, 이러한 서사는 어찌 보면 한편의 슬픈 코미디라 하겠음. 이런 코미디가 우리 사회를 풍미할 수 있었던 것은 정치계가 갈등하고 부패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음. 작가가 이종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서사를 풀어가면서 이승만을 비판하는 것은 그의 비판적 정신의 발로일 것이나, 이승만 대통령의 공보다는 과에 초점을 두고 서사를 풀어가는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음. 이승만 대통령의 공과를 정당하게 평가할 만큼 많은 자료를 읽었다고 자부하는 나도 이 소설을 읽고 이승만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전교조 교사들로부터 현대사를 배운 세대는 그것 보라면서 이승만대통령에 대한 그들의 잘못된 인식을 더욱 강화하리라는 걱정도 되었음. 하기야 이승만대통령의 업적에 대해 긍정적으로 그린 최초의 기록영화 『건국전쟁』이 작년 처음으로 뒤늦게 출품된 것도 그동안 우리 문화계에 이승만에 대한 반대의 정서가 풍미해왔기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함.
*2025. 3. 1일
1720. 한국통사
*박은식 저/김태웅 역해/아카넷 간(2012)
*“국사(國史)가 망하지 않으면 그 나라도 망하지 않는다”는 신념하에 저술한 이 책의 저자는 제2대 대한민국 임시정부 대통령인 박은식(朴殷植, 1859-1925) 선생임. 황성신문의 주필로 국권수호 운동에 앞장섰다가 조선이 패망하자 1911년 만주로 망명하여 독립운동에 투신한 선생은 『한국통사(韓國痛史)』 등 많은 저서를 저술했음. 1963년의 고종 즉위부터 1911년의 105인 사건까지 서술한『한국통사』는 1915년 상해의 대동편역국에서 출간한 역사서로 3편114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제1편에서는 지리의 대강과 역사의 대개를 다루면서 지리적 환경 함께 우리 역사의 계통과 내력을 요령 있게 보이고 있고, 제2편에서는 흥선대원군의 개혁부터 대한제국의 성립 이전까지 다루어 개혁의 의미와 한계를 짚어 가며 역사적 평가를 내렸으며, 제3편에서는 대한제국 성립 이후 1911년 105인 사건에 이르기까지 일제의 침략과정과 함께 그 부당성과 횡포함을 상세하게 서술하고 그것이 한국인들에게 미친 영향을 소상하게 밝히는 한편 이에 저항한 의병운동과 애국계몽운동을 높이 평가하였음. 역자는 이 책이 한민족이 펼친 개혁운동과 구국운동 의 한계를 명확히 짚음으로써 자기 과거를 통렬하게 반성하고 이후 민 족운동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했음. 이 책 『한국통사』는 전통적인 역사서술체제인 기전체나 편년체를 따르지 않고 각 사건 · 사실들의 내용을 설명하고 그 원인과 결과를 서술함으로써 인과관계에 입각한 근대적 역사서술방법론을 적용하였다고 역자는 설명하고 있음. 김태웅이 번역하고 해제한 이 책이 박은식의 『한국통사』를 완역하지 않고 부분적으로 번역한 것과 원서 『한국통사』가 20세기에 저술되어 간행되었음에도 한문으로 지어진 것은 아쉬움으로 남아 있음.
*2025. 2. 22일
1719. 동명왕 편
*이규보 저/조현설 역해/아카넷 간(2020)
*신화로 고구려의 건국서사시를 읽을 수 있는 것은 고려후기 문신인 백운거사(白雲居士) 이규보(李奎報, 1168-1241)가 지은 장편서사시 『동명왕편』덕분이다 싶음. 무신 최충헌이 집권하고 나서 관직에 진출한 이규보는 문필가로서 무인정권을 보좌해 승승장구했다는 이유로 입신출세주의자이자 보신주의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고려시대 시인이자 철학자로 당대를 풍미한 인물로 아들이 간행한 시문집 『동국이상국집』을 저술하기도 했음. 낙동강을 따라 걸을 때 들른 경북 의성의 관수루에서 편액에 담겨 있는 이규보의 시를 보고 감상한 적도 있어 내게는 이규보가 낯선 인물이 아님. 『동명왕편』이 평가받는 것은 이 장편서사시가 가장 이른 시기에 창작된 본격적인 서사시(敍事詩)이자 영사시(詠史詩)이기 때문일 것임. 역자 조현설은 『동명왕편』은 “생활인의 어려움에 처한 이규보가 구관사의 일환으로 창작한 작품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당대 고려사회의 시대정신을 표현하기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고 평한 데 대해 나는 생각을 같이 하고 있음. 이 책을 읽고 새삼 알게 된 것은 조선선비들의 소중화의식이 이규보 시대에도 고려의 지식층에 일반화되었다는 것으로 이규보 사후 47년인 1287년에 발간된 이승휴의 『제왕운기』첫 머리에 “밭갈고 우물파는 예의의 나라 중화인들이 소중화라 이름 지었네”라는 구절에서 확인할 수 있음.
동명성왕의 탄생을 그린 아래 시를 읽고 새삼 확인한 것은 우리나라 건국 영웅들의 탄생신화는 알에서 태어났다는 난생신화라는 것이었음.
해모수의 왕비임을 알고 王知慕漱妃
왕은 별궁에 두었네. 仍以別宮置
해를 품어 주몽을 낳으니 懷日生朱蒙
이해가 계해년 是歲歲在癸
골상은 참으로 기이하고 骨表諒最奇
울음소리도 심히 컸네. 啼聲亦甚偉
처음에 되만 한 알을 낳으니 初生卵如升
보는 이들 모두 두려웠고 觀者皆驚悸
왕은 불상하다 여겼네. 王以爲不祥
이 어찌 사람의 종류랴 此豈人之類
마구간에 넣어두었더니 置之馬牧中
말들 모두 밟지 않았고 群馬皆不履
깊은 산속에 버렸더니 棄之深山中
온갖 짐승들 지켜주었네 百獸皆擁衛
*2025. 2. 20일
1718. 관서악부
*신광수 저/이은주 역해/아카넷 간(2018)
*저자인 석북 신광수(申光洙, 1712-1775)는 필명을 떨친 조선후기의 시인으로 방송대 국문과 수업 시간에 조우한 바 있어 반가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음. 이 책 『관서악부 』는 평양감사가 되어 관서지방인 평양으로 떠난 채제공(蔡濟恭, 1720-1799)을 위해 지은 악부(樂府) 시(詩)임. 이 책의 서문을 “평양은 기자와 동명왕이 도읍지로 삼은 곳으로 옛날부터 아름답기로 나라에서 손꼽는 곳이다.”로 시작했듯이 평양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신광수는 “번암은 내 벗으로 풍류와 문채가 평양의 산수에 광채를 더해줄 만하고 나 또한 오랫동안의 염원을 발동하여 공을 위해 흔쾌히 붓을 들었다.”고 집필 동기를 밝혔음. 신광수는 이 책이 “서도(西都)의 형승과 풍속, 역대 왕조의 흥망과 충절을 지킨 사람과 효자 효녀, 신이한 내용과 사찰, 변새의 군대, 누대와 뱃놀이, 선인(仙人)과 사찰, 변방과 군대. 누대와 배로부터 교방의 풍류에 이르기까지 모두 다 망라”했다면서 일종의 서관지(西園志)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평했음. 이 책에는 모두 108수의 악부가 실려 있는데, 그 69번 째 아래 악부가 눈에 띄었음.
其六十九
從來東國盛文章 예부터 우리나라는 문장이 성대했으니
幾處紗籠滿畫樑 들보 가득 사릉에 덮인 금씨 그 몇 곳인가.
當日送君南浦曲 그때 남포에서 담을 전송하던 노래는
千年絶唱鄭知常 천년의 질창 정지상의 시이네
108수 하나하나에 역자가 친절하게 해설을 해주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어 좋았음.
*2025. 2. 19일
1716-1717. 흠정만주원류고
*청나라 한림원 저/남주성 역/글모아출판 간(2018)
*이 책 『흠정만주원류고(欽定滿洲源流考)』는 청나라 건륭황제의 명으로 1777년 한림원에서 만주를 중심으로 명멸한 여러 부족의 역사, 강역, 산천, 풍속 등을 집대성한 역사서임. 이 책에는 고조선, 부여, 고구려, 백제, 신라 등에 관하여 三國史記나 三國遺事에 실려 있지 않은 유익한 記事들이 적지 않게 실려 있음. 역자는 이 책이 건륭황제의 명에 의한 勅撰이라고 해서 기록에만 치중을 하지 않고, 여타 족속들의 역사와 실태들이 비교적 공정하게 기록되어 있음을 높이 평가해 이 책을 번역한 것으로 보임. 이 책에는 만주의 발상에 관한 것과, 강희제 때 청국인 최초로 백두산을 오른 각라무묵눌의 백두산등반기가 실려 있어, 조후기 조선, 청, 영국, 러시아, 일본 등 여러 나라의 백두산 등반을 주제로 졸업논문을 준비하는 내게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음. 조선이 청나라와 백두산을 두고 국경갈등을 겪어온 가장 큰 이유가 두 나라 모두 백두산을 발상지로 여겼기 때문이라는 내 생각은 아래 글을 읽고 더욱 강화되었음.
“살펴보면, 만주는 본래 부족 이름이다. 이제 삼가 「발상세기(發祥世紀)」를 고찰해 보면, ‘장백산의 동쪽에 포고리산(布庫哩山)이 있고 그 아래에 포륵호리(布勒瑚里)라는 못이 있다. 전설에 의하면 세 명의 선녀가 그 못에서 목욕을 할 때에, 신령한 까치(神鵲)가 붉은 과일(朱果)을 물어다 막내 선녀의 옷 위에 두었는데, 막내가 그 과일을 입에 넣자 문득 뱃속으로 들어갔다. 이로 인하여 그 선녀가 임신을 하게 되어 사내아이 하나를 낳았다.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말을 하였고 몸과 얼굴의 생김새가 기이하였다. 아이가 라자 선녀는 과일을 먹게 된 연유를 이야기하고, 사내아이에게 애신각라(愛新覺羅)라 성과 포고리옹순(布庫哩雍順)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선녀는 그에게 작은 거룻배를 주고 또 말하기를, ’하늘이 너를 낳은 것은 어지러운 나라를 안정하게 함이니 그곳에 가서 난국을 다스려라'라고 하였다. 선녀는 마침내 하늘로 올라갔다. 그리하여 사내는 거릇배를 타고 물길을 따라 흘러내려 가서 강가에 도착하였다. 사내는 강가로 올라가 버드나무 가지와 들쑥을 꺾어 자리를 만들고, 단정히 앉아서 기다렸다. 그 당시 장백산 동남쪽 악모휘(鄂謨輝)라고 부르는 땅에서는 세 다른 성씨들이 우두머리의 자리를 다투었는데, 오랫동안 서로 원수가 되어 군사를 동원하여 상대를 죽였다. 때마침 한 사람이 강가에서 물을 길어서 마을로 돌아가 사람들에게 말하길, '여러분은 다투지 마시오. 내가 강가에 물을 길으러 갔다가 한 남자를 보았는데 그 모습이 보통 사람과 달랐소. 하늘이 허투루 이 사람을 태어나게 한 것이 아닐 것이오' 라고 말하였다. 사람들이 모두 [물가의 사내에게 달려가] 다투어 물어보았더니, 그 사내가 대답하되, '나는 선녀의 아들이오. 여러분이 서로 다투는 것을 평정하러 온 사람이 오'라고 말하고 자기 성명을 알려주었다. 사람들이 말하되 '이 사람은 하늘이 낳은 성인이니 걸어서 가게 할 수 없다' 라 말하고 서로 손을 마주잡아 가마를 만들어 태우고 맞이하여 집에 이르렀다. 세 씨족은 상의하여 사내를 임금으로 추대하고, 또한 여인을 주어 아내로 삼게 하고 패륵(貝勒)으로 받들었다. 장백산 동쪽 악다리성(鄂多理城)에 살면서 나라 이름을 '만주(滿洲)'라고 하였 다"고 되어 있다.”
*2025. 2. 4일
1715. 충성과 반역
*정안기 저/조갑제닷컴(2020)
*이 책을 읽고서 나의 조국 대한민국이 1950-1953년 3년 간의 한국전쟁에서 공산세력에 패하지 않은 것은 일제 때인 1930년대 후반 중일전쟁과 1940년대 아시아태평양전쟁에 참전한 조선인 츨신의 육군특별지원병의 헌신적이고 감투 덕분임을 알게 되었음. 전근대 상민 출신이자 남한 지역 중농층 대가족 가계의 차남들이 주로 지원해 일본 제국의 첨병으로 훈련된 육군특별지원병은 1939년 이래 일본군의 일원으로 일본제국을 위해 중일전쟁과 아시아태평양전쟁에 참전해 실전경험을 쌓았는데, 이 전투경험이 한국전쟁에서 한국을 지켜내는데 크게 기여한 것은 역사적 아이러니라 아니할 수 없음. 일본제국에 충성하여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에 반역한 육군특별지원병이 한국전쟁에서 우리나라를 지켜내 충성을 했다는 것은 엄연한 역사적 사실로 우리나라 어는 누구도 육군특별지원병들을 반역자로 몰아세울 수는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임. 이런 점에서 해방 이후 친일파나 민족반역자로 매도되어 인종의 세월을 감내해야 했던 육군특별지원병들의 공과 과를 있는 그대로 재조명한 저자의 수고를 높이 평가하고자 함. 특히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한 직후 춘천대첩에서 북한군의 남침을 사흘 간 저지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임부택 장군, 초산전투에서 맹활약한 백두산 호랑이 김용배 장군과 4.19 혁명 때 계엄사령관으로 군의 중립을 지켜 민주항쟁을 승리로 이끌게 만든 송요찬 장군 등이 이 육군특별지원병이라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았음. 한국 사회의 극단적인 정체성을 위해 깨끗하게 지워지고 철저하게 망각되어야 했던 ‘검은 역사의 살아 있는 유령’으로 기억된 육군특별지원병의 재평가를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면 좋겠음.
*2025. 2. 3일
1712 - 1714. 대역관 김지남
*하차경 저/바른북스 간(2024)
*백두대간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다가 처음 만난 조선중기의 대역관 김지남을 다시 접한 것은 1682년 에토 막부의 요청으로 일본을 방문한 조선통신사의 대표인 윤지완 정사의 역관으로 일본을 다녀오고 남긴 여행기인 『동사일록』을 읽으면서임. 그『동사일록』에 근거해 소설화한 것이 이 책인『대역관 김지남』의 제1권으로, 역관 김지남이 화약의 원료인 유황을 일본에서 반입해 오는데 따른 경위와 고초를 다루었음. 1692년 매 3년마다 정월초에 청나라황제를 찾아 문안을 드리는 삼절연공행의 부사 민취도의 역관으로 연행길에 올라 연경을 방문한 김지남이 역점을 두고 추진한 과업은 화약제조기술을 담은 청나라의 비서인 『자초지방』과 화약의 원료인 염초를 들여오는 과업이었는데, 이 내용은 제2권에서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음.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자초지방』과 화약의 원료인 염초를 들여와 화약을 제조하는데 성공한 이야기를 다룬 이 책을 읽고 새삼 알게 된 것은 유능한 역관은 단순히 통역업무만을 수행하는 것을 넘어서 국가가 필요한 자료와 원료를 비밀리에 들여와 활용토록 하는 것이었다는 것임. 제3권은 1712년 백두산 정계와 관련하여 조선에 입국한 청나라의 총관 목극등을 맞이하는 조선의 접반사 박권의 역관으로 참여한 김지남의 활약이 상세하게 기술되었음. “백두산 정계비는 조선과 청의 국경조약으로 두만강이 아닌 토문강이 변계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확신을 갖고 정계업무에 임한 김지남은 정계현장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청의 총관 목극등을 수행해 백두산을 오르는 아들이자 역관인 김경문에 당부해 뜻을 이룬 것으로 이 책에 기술되어 있음. 1712년 정계비가 건립된 후 백두산 등반이 본격화되었고, 이에 따라 만주의 간도가 조선의 땅이라는 인식이 퍼져나갔음. 서로 압록강을, 그리고 동으로 토문강을 경계로 삼는다는 정계비 비문에 따라 송화강으로 흘러드는 토문강 동쪽의 간도가 조선의 영토가 되는데, 청은 토문강은 두만강과 같은 강이라면서 간도가 청의 땅임을 주장해 국경문제가 야기되기에 이름. 이 책은 비록 소설이어서 전부를 믿을 수는 없지만, 대체적으로 김지남이 남긴 여행기에 근거해 지은 것이어서 상당부분 믿을 만 하다는 생각임.
*2024. 2. 2일
1711. 역사, 길을 품다
*최기숙 외 9인 저/글항아리 간(2007)
*길을 걷는 사람이 걷는 목적에 따라 분류해 10명의 필진이 한편씩 쓴 이 책을 읽으면서 길에 숱한 인생이 녹아 있다는 생각을 했음. “조선시대를 치열하게 살다간 이들이 길 위에서 펼친 삶의 파노라마”를 기술한 이 책이 감동적인 것은 삶에 대한 추상적인 고담준론을 펼친 것이 아니고 구체적 현장에서 체험한 것을 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함. 외롭게 목숨을 건 후창군 장교들의 만주지역 탐방기인 정보길, 아내의 죽음이 마음속으로 50리 길을 낸 장레길, 서원을 빼앗긴 안동사람의 처절한 항의의 상소길, 고통속에서 괴로운 성찰의꽃을 피운 조희룡의 유배길, 하급관리 황윤석의 금쪽 같은 휴가길, 1822년 고뇌에 찬 박내겸의 평안남도 암행어사길, 75세 큰 스승 한강 정구의 온천행 요양길, 조선시대 출세를 향한 먼 여정의 과거길, 어느 지방 수령의 손님맞이 마중길, 짚신에 감발 치고 이장 저장 뛰어다니는 장길 ᐧ 보부상길 등 10개의 테마로 구성된 이 책의 특징은 길을 걸은 살람들의 일기에 근거해 이 책의 필자들이 내러이터가 되어 당시의 길을 차분하게 재구성해 전해주고 있다는 것임. 이 책을 읽고 내가 놀란 것은 흥선대원군이 집권한 때인 1872년에 놀랍게도 평안도 후창군의 일개 군수가 스파이단을 조직해 3명의 휘하 장교 3명을 청나라에 파견해 운용했다는 것이며, 감동적이엇던 것은 조선후기의 문신인 심노숭(沈盧崇, 1762-18370)이 부인을 잃고 “길이길이 뜬눈으로 온밤을 지새워서(惟將終夜長開眼)/평생토록 눈썹 못 편 당신에게 보답하리(報答平生未展眉)”라는 도망시문(悼亡詩文)을 지어 읊은 것임. 심노숭은 눈물이 눈에 있는 것인지 마음에 있는 것인지에 대한 화두를 던지면서 “눈에 있다고 하면 마치 웅덩이에 고여 있는 듯한 것인가? 마음에 있다면 마치 피가 맥을 타고 다니는 것과 같은가? 눈물이 마음으로부터 눈을 통해 나온다면 저것은 다 같은 물의 유형으로서 아래로 흐른다는 성질을 잃지 않는데 왜 유독 눈물만은 그렇지 않은가?” 라고 애도문을 썼는데, 그의 간절한 심정은 25년 전에 집사람을 먼저 보낸 내 가슴 속 깊이 와 닿았음.
*2025. 1. 9일
1710. 나무열전
*강판권 저/글항아리 간(2023)
*미국의 조이스 킬머와 한국의 손택수는 내가 좋아하는 시인들로 모두 나무를 노래했다는 것이 공통점이라 하겠음. ‘나무처럼 아름다운 시는 정녕 볼 수 없으리’로 시작해 ‘시는 나처럼 어리석은 자가 짓지만 나무는 오직 하느님이 만드신다’로 끝나는 시 ⌜나무⌟를 읽고 이 시를 지은 미국의 조이스 킬머에 존경의 염을 갖게 되었음. ‘꽃이 피었다/도시가 나무에게/반어법을 가르친 것이다.’로 시작해 ‘도로변 시끄러운 가로등 곁에서 허구한 날/ 신경증과 불면증에 시달리며 피어나는 꽃/ 참을 수 없다 나무는, 알고보면/ 치욕으로 푸르다’라는 끝나는 손택수 시인의 ⌜나무의 수사학⌟을 읽고 도시의 가로수에 대한 시인의 연민을 읽었음. 시가 소설이 주지 못하는 감동은 촌철살인의 압축미에 있다면 그 압축미의 정상에 한자로 된 나무이름이 있다는 것은 이 책 『나무열전 』을 읽고 알았음. 저자가 이 책에서 소개한 나무는 소나무 송(松)을 비롯해 모두 40종임. 소나무의 한자 松은 나무를 뜻하는 木과 공작을 뜻하는 公이 결합된 것으로, 나무 중의 공작이라는 뜻이 함축되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임. 이 책은 ‘숲을 바라보며’, ‘숲에서 줍는 한자’, ‘숲을 나오며’ 등 3부로 구성되어 있음. 이 책에 소개된 나무 중 눈길을 끈 것은 모감주였음. 작년 10월 낙동강을 따라 걷는 길에 달성습지공원을 들렀을 때 본 나무로 꽃이 비가 내린 듯하다 하여 Golden Rain Tree 라고 불리기도 하는 모감주나무는 열매로 염주를 만든다하여 염주나무라고 불린다고 함.
*2025. 1. 7일
1709. 권력과 진보
*대런 아세모 글루 ᐧ 사아먼 존슨 공저/김승진 역(2023)
*이 책은 기술의 발전이 모두에게 번영을 가져왔는가, 아니면 자본가에는 득이 되지만 노동자에게는 그렇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느냐에 관한 현실진단과 자본가와 노동자 모두에 득이 되기위해서는 기술이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 가의 문제에 천착해 저술한 연구서라 하겠음. 이 책의 저자 대런 아세모 글루는 제임스 A. 로빈슨과 함께 대작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저술한 공로로 2024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로, 몇 년 전 위 책을 읽으면서 처음 접해 보았음. 이 책의 저자들은 전후 시기의 미국에서는 두 개의 기둥에 의해 자본가와 노동자들이 공유하는 번영이 지탱되었다면서 다음과 같이 두 기둥을 설명했는데, 그 첫 기둥은 자동화가 진행되었지만 그와 동시에 모든 계층의 노동자에게 새로운 기회가 생겨낫다는 것이며, 둘째 기둥은 지대가 노동자들에게도 공윧되어서 노동자들의 임금이 높게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었음. 이 두 기둥이 1970년 이후로 무너져 노동운동이 쇠락하고 공유된 번영이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 저자들의 현실인식인 듯함. 저자들은 두 기둥의 붕괴원인으로 제도의 변화와 디지털 유토피아 비전의 출현을 들었음. 규제없는 시장이 국익과 공공선을 위해 작동한다는 믿음에 근거한 제도의 변화와 노동을 자원이 아니라 비용으로 보면서 디지털 테크노로지로 이를 해결하려는 시도로 결과한 디지털디스토피아의 출현으로 공유된 번영이 더 이상 지속되지 못하고 붕괴된 것이 아닌가 함. 이 책은 ‘테크놀로지에 대한 통제’, ‘운하의 비전’, ‘설득 권력’, ‘비참함의 육성’, ‘중간정도의 혁명’, ‘진보의 피해자’, ‘투쟁으로 점철된 경로’, ‘디지털 피해’, ‘인공투쟁’, ‘민주주의, 무너지다’, ‘테크놀로지의 경로를 다시 잡기“로 구성되었음. 저자들은 공유된 번영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방향 재설정을 위한 시장 인센티브, 거대 테크 기업의 분할, 조세 개혁,노동자에 대한 투자, 테크노로지 방향 재설정을 위한 정부의 리더십, 피라이버시 보호와 데이터 소유권, 통신품위법 230조 철폐, 디지털 광고세 부과 등을 추진하고, 부유세, 재분배와 사회안전망 강화, 법정 최저 임금제, 학제의 개혁을 검토해 아직 고정됮 않은 테크놀로지의 경로를 재설정해야 한다고 결론지었음. 흥미롭게 읽은 하나는 공리주의자인 제레미 밴덤이 1791년 제시한 파놉티콘 감옥설계 아이디어에 관한 것임. 원형 건물 안에 중앙감시탑을 두고 적절한 조명을 갖추면 죄수들로 하여금 매우 효율적으로 좋은 행실을 유도할 수 있다는 파놉티콘이 프랑스 철학자 미셀 푸코에 의해 산업사회의 핵심적인 억압적 감시의 상징이 되었다는 것임.
*2024. 1. 6일
1708. 대한제국과 한일관계
*한일문회교류기금 ᐧ 동북아역사재단 엮음/경인문화사 간(2014)
*대한제국은 1897년(광무 원년) 10월 12일 조선이 제국을 선포하여 세워진 전제군주제 국가로, 미국을 비롯한 수교국들의 공식 승인을 받았으며 국제적으로 Empire of Korea로 불렸던 대한제국은 1904년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에게 1904년 치안권(治安權)과 재정권을, 1905년 외교권을 강탈당한 후 1910년 강제 합병되된 우리나라 최후의 전제국가임. 많은 사람들이 오늘날의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이 개항 이후 대한제국의 모습과 흡사하다며 걱정하고 있기에, 과연 대한제국은 무엇을 추구했고 한일관계가는 어떠했느냐에 대해 답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하겠음. 이런 의도에서 기획된 한일문회교류기금 ᐧ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엮은 심포지움에서 대한제국 시기 한일관계의역사적 실체와 대한제국의 다양한 근대적 성격을 재조명하는 것은 대한제국에 대한 오해를 불식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사료됨. 이 책은 이태진의 ‘대한제국을 어떻게 볼 것ㅇ니가?’, 김도형의 ‘대한제국의 체제개혁’, 김명수의 ‘대한제국과 국제환경’, 한철호의 ‘대한제국의 일본인식과 정체’, 오가와라 히로유키의 ‘일본의 대한제국 인식과 그 정체’, 목수현의 ‘제국이 되기 위하여’, ‘김연수의 ’제국의 시간, 양력이 시작되다‘, 이경민의 ’제국의 기록, 사진이 말하다‘ 등 8편의 발표논문과 토론문을 함께 싣고 있어 대한제국과 한일관계를 다각도로 이해할 수 있었음. 기조발표자로 볼 수 있는 이태진의 고종황제에 대한 평가가 눈길을 끌었는데, 이태진은 고종황제의 개혁 의지와 근대화세력에 관한 이해가 높았다면서 1883년 고종은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보빙사들에게 60가지에 달하는 다양한 질문을 던진 것을 그 예로 들었음. 흥미로운 것은 종두법을 들여온 지석영이 양력의 사용이 나라의 체모를 손상시키고 민심을 현혹시키는 일이라면서 반대상소를 올린 것이었음.
*2025. 1. 3일
1707. 한국전쟁
*박태균 저/책과 함께 간(2010)
*한국전쟁을 끝나지 않은 전쟁이며, 또 끝나야 할 전쟁으로 명명한 저자 박태균 교수가 저술한 책으로 내가 읽은 책은 이 책이 처음임. 객관적인 시각으로 의문과 쟁점을 파헤친 한국전쟁의 역사를 담고 있다는 이 책을 읽고 조금 혼란스러웠던 것은 한국전쟁이 남침인가 북침인가에 대한 저자의 분명한 입장을 읽기가 어려웠기 때문임. 저자는 한국전쟁의 원인으로 좌우익의 대립이 전쟁을 초래했다는 내적기원론과 한반도의 분단이 미국의 적극적인 역할로 이루어졌다며 미국의 책임론을 부각시키는 외적기원론을 소개하고 이에 대한 비판이론도 함께 소개해 균형을 취하고자 노력한 것으로 보임. 내가 저자의 한국전쟁 원인 분석에 동의하지 못하는 것은 한국전쟁은 북한이 소련과 중공을 등에 업고 적화통일을 이루고자 남침한 침략전쟁이라는 것이 명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임. 저자가 이 책을 ‘역사에서 전쟁은?’, ‘한국전쟁은 왜 일어낫을까?’, ‘분단되지 않을 수는 없었을까?’, ‘전쟁은 왜 1950년6월에 시작되엇을까?’, ‘전쟁은 실패의 연속과정이엇다’, ‘전쟁은 왜 2년이나 계속되었는가?’, ‘전쟁은 후방에서도 진행되었다’, ‘전쟁은 왜 끝나지 않앗고, 끝나야만 하는가’ 등 총7장으로 구성하여 한국전쟁을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해 고찰한 덕분에 한국전쟁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혔다는 것이 이 책을 읽은 보람이라 하겠음.
*2025. 1. 2일
1706. 청동에 새길 이름 이승만
*복거일 저/백년동안 저(2024)
*내가 존경하는 건국대통령인 이승만의 이름은 청동에 새겨질 만하다는 생각임. 저자는 “사람들의 과오들은 청동에 새겨져 남는다. 그들의 덕성들은 우리는 물로 쓴다.”는 셰익스피어의 탄식을 반영해 책 제목을 정했다고 서언에서 밝혔는데, 정말 그리했으리라고 내가 생각하는 것은 저자는 이미 2년 전에 『물로 쓰어진 이름』이라는 타이틀로 전5권의 역작을 발표해 이승만의 삶의 발자취를 훌륭하게 그려 넀기 때문임. 이 책에서 다룬 내용들은 거의 다가 감명 깊게 읽은 『물로 쓰어진 이름』에서 접해본 것이어서 복습하는 기분으로 부담없이 읽었음.dl 책을 읽고 내가 무릎을 친 것은 이승만의 얄타비밀협약 폭로임. 1945년 2월 러시아 크리미아의 얄타에서 열린 미국, 영국, 러시아의 정상들이 만나 가진 얄타회담에서 3대 강국들이 “조선은 일본과의 전쟁이 끝난 뒤까지 소비에트 러시아의 영향 궤도(orbit of influence) 안에 남도록 한다”고 비밀협약을 맺었다고 이승만이 폭로한 것은 폭로의 진실 여부를 밝히는 데 목적이 있다기보다는 한반도의 운명이 강대국들의 비밀 거래로 결정되는 상황에서 발언권 없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이들 강대국들로부터 언질이라도 얻어기 위해서였음. 이승만의 폭로로 미국 국무부는 어쩔 수 없이 ‘이승만의 폭로는 거짓 소문에 바탕을 두었으며 카이로 선언에서 천명된 연합국의 조선정책은 충실히 이행될 것’이라고 선언했는데, 이 선언은 바로 이승만대통령이 목표한 바였음. 얄타회담의 비밀협약이 과연 존재했느냐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 폭로로 남한에 해방 후 대한민국이 건국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된 것임을 생각하면 다시 한번 이승만 대통령의 혜안과 결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음.
*2025.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