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마뇽 2007. 1. 3. 15:26
                                                  A-6.왕방산


                            *산행일자: 2003년 12월14일

                            *소재지  : 경기 포천

                            *산높이  : 왕방산 737미터/ 국사봉 740미터

                            *산행코스: 무럭고개-왕방산-국사봉-깊이울-국도

                            *산행시간: 11시25분-16시40분(6시간15분) 

                            *동행      :나홀로

 


  어제는 경기 포천의 왕방산과 국사봉을 연이어 올랐습니다.

그제 경남 함양의 황석산과 거망산을 다녀왔는데 주력이 많이 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혼자 늦게 하산해 서울로 떠나야 할 버스를 10여분 잡아두어 다른 분들에 민폐를 끼치고 나자 앞으로는 보다 힘든 코스를 골라 올라 체력을 보강해야겠다고 결심을 했습니다.


  11시25분 무럭고개에 도착, 들머리를 찾아 왕방산에 들어섰습니다.

조선의 태조 이성계 임금께서 자식들의 골육상쟁을 피해 이곳의 절에서 잠시 은거하였다하여 왕방산으로 불린답니다. 동서울터미널에서 포천까지 버스운행은 짜증스러웠습니다. 도중에 4곳에서나 정차를 하느라 포천에 도착하기까지 2시간 가까이 걸렸기에, 까먹은 시간을 벌충하고자 택시를 잡아타 무럭고개로 이동했습니다. 무럭고개에서 50분 여 올라 중간 기점인 2.2키로 지점을 지났습니다.

 

  12시30분 처음으로 휴식을 취했습니다.

그제의 황석산-거망산 능선에 비하면 이 길은 문자 그대로 포장도로여서 별로 힘들이지 않고 몇 봉을 오르내렸습니다.


  어느새 정상이 눈 안에 들어왔습니다.

13시5분 무럭고개를 출발한지 100분만에 4.4키로의 오름 길을 마치고 해발 737미터의 왕방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정상 바로 밑의 갈대밭이 풍성해 보기 좋았고 북동쪽의 국사봉은 맑은 날씨 덕분에 그 자태가 선명하여 산행의욕을 북돋아 주었습니다. 동부터미널에서 산 인절미는 너무 단 듯 싶었지만 그래도 맛있게 들었습니다.


  13시25분 몇 분간의 고민 끝에 국사봉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무럭 고개에서 이곳 정상까지는 등산객으로 제법 길이 붐볐지만, 국사봉으로 향하는 등산객은 아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에 실린 어느 분의 산행기에는 정상에서 국사봉까지의 2.6 키로를 주행하는데  1시간 20분이 걸렸다하니 오르내리기가 쉽지 않는 코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0.6 키로를 전진하니 심곡 마을로 갈라지는  분기점이 나타났으나, 정상에서 국사 봉으로 향하는 들머리를 잘못 찾아 까먹은 4-5분을 되찾고자 쉬지 않고 올랐습니다.. 무럭고개에서 왕방산 정상까지의 등산로가 페이브먼트였다면 정상에서 국사봉까지는 완전한 오프로드였습니다. 몇 고개를 힘들게 오르내리니 배가 가라앉은 듯 시장기를 느꼈습니다. 국사봉 바로 밑의 20분간은  거의 치받이 코스였고, 이번 산행의 고비였습니다.


  14시 35분 해발 740미터의 국사봉 정상인 헬기장에 도착했습니다.

잠시 숨을 고른 후 10분 여 정상의 군사기지를 왼쪽으로 끼고 돌아 대로변에 들어섰습니다.

보초병의 안내로 하산 길의 들머리를 쉽게 찾았고, 먼발치의 소요산도 다음에 오를 때 참고하고자 그 위치를 확인해 두었습니다. 어둠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 때문에 들머리에 들어서자마자 쉬지 않고 달렸습니다.


  15시 잠시 숨을 돌리고 물을 마셔 목마름을 진정시킨 후 다시 뛰었습니다.

제 앞으로 얼마 전 한 사람이 지난 흔적이 엿보였지만,  그 자취가 분명하지 않아 동물적 감각으로 길을 찾아 이어가야 했습니다. 30여분 후 다다른 갈림길에서 어느 길을 택할 것인 가로 얼마간을 갈등하다 지팡이감 나무를 찾아 들고 급경사의 내리막길로 들어섰습니다. 곧이어 다가올 어둠보다 더 빨리 하산해야겠기에 무릎에 무리가 가는 것도 잊은 채 정신 없이 내달렸습니다. 잣나무 밭에 들어서니 어둠이 더욱 진했습니다. 어둠은 두려움을 잉태하고 그 두려움이 제게는 바로 가속엔진입니다. 그래서 어둠의 농도만큼 제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16시5분 산소를 발견, 이제 다 왔다는 안도감에 뒤이어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음을 확인했습니다.  동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산소자리를 잡기에 죽은 사람을 모시는 산소가 살아 있는 산 꾼 들에 이제 다 내려왔다는 안도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마지막 남아있는 물 한 모금을 달게 마신 후 하산, 버스길까지 걸어나와 16시40분 택시를 잡아타고 포천으로 향했습니다.


  만5시간의 산행 중 후반 3시간은 설렘과 두려움의 나 홀로 산행이었습니다.

그제 거망산 산행으로 찜찜해진 기분이 심곡저수지를  중심으로 무럭고개-왕방산-국사봉 -심곡마을의 능선 길을 한 바퀴 삥 도는 코스를 무사히 마치고 나서야 싹 가신 듯 싶어 몸과 마음이 모두 개운했습니다. 이곳 주민들은 이 동네이름을 깊이울이라 부릅니다. 다정다감하게 다가오는 이 아름다운 이름을 두고 누가 왜 심곡마을로 바꾸었는지 모를 일입니다. 요즈음 아기의 이름도 순 한글로 짓는 분들이 많은데 예쁜 한글의 동네이름을 굳이 한자로 바꾸는 멍청한 짓을 한 분들이 누구인가 궁금했습니다.


  어제 국사봉 산행으로 통산 140산을 올랐습니다.

내년에는  200산을 목표로 산 오름을 계속하고자 합니다. 두려움과 설렘이 목표를 달성하는 원동력입니다. 200산 등정목표를 달성한다면 그만큼 저 자신도 성숙해지리라 기대합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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