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7.원적산
*산행일자:2003년3월13일
*소재지 :경기 이천
*산높이 :원적산635미터/정개산407미터
*산행코스:동원대 고개-정개산-원적산-영원사-국도
*산행시간:10시7분-15시5분(4시간58분)
*동행 :나홀로
어제는 다음 날의 뾰루봉-화야산-고동산 종주산행에 대비하여 가볍게 몸을 풀고자 경기도 이천의 원적산을 찾았습니다. 저녁미사에 늦지 않도록 과천 집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600미터대의 산을 검색하던 중 "아! 이런 산이 다 있었네"라고 말해도 좋을 딱 알 맞는 산을 발견하고 서둘러 다녀왔습니다. 어제 오른 원적산은 그 높이가 635미터로 이천시에서 600미터가 넘는 유일한 산입니다. 지금까지 이천에는 해발 3-400미터대의 낮은 산만 있다고 생각해 왔는데 , 어제서야 비로소 인터넷을 통해 광주시와 여주군과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송곡리에 높은 산이 있음을 알았습니다.
10시7분 이천시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곤지암으로 가는 길에 해발70미터 고도의 고개에서 하차해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고개 오른쪽에 위치한 정개산 들머리에 들어서 임도를 따라 조금 걷다가 동원대 교내로 들어가 정개산으로 오르는 길을 찾았으나 허탕 치고 다시 임도로 나와 걷느라 10분 가까이 시간을 축냈습니다. 임도에서 왼쪽으로 난 치받이 나무계단 길을 올라 송전탑에 이르기까지의 코스가 힘들었습니다. 나무의자가 놓인 곳에서 첫 쉼을 갖고 숨을 고른 후 다시 정개산 정상으로 내달렸습니다.
11시 20분 해발 407미터의 정개산 정상에 다다랐습니다.
암반으로 이루어진 정상의 표지석 옆에 배낭을 놓고 사진을 찍은 후, 방금 오른 길과 원적산에 이르는 능선 길에 자리한 봉우리들을 카메라에 담았는데 황사로 그리 전망이 좋지 않았습니다. 표지석에는 한자의 “정개산”과 솥뚜껑의 의미를 갖는 한글의 “소당산”이 병기되어 있었습니다. 쵸코렛으로 간단히 에너지를 충전하고 정개산을 출발하였습니다. 260미터 대의 안부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 원적산으로 중 굉음의 대포소리가 정적을 깼습니다. 사격장에 들지 말라는 들머리의 경고판이 허수아비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자 길을 잘 못 들어 사격장안으로 발을 들일까 신경이 쓰였습니다.
12시 25분 480미터대의 봉우리에 도착하여 인절미로 요기를 했습니다.
패러글라이딩의 출발점인 듯한 널 다란 봉우리에서 내려다보이는 골프장이 한가롭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아직 골프를 배우지 못해 점잖은 분들과의 대화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습니다. 7년 전 회사를 옮긴 것을 계기로 골프채를 장만하고 연습장에 나가 골프연습에 한창 맛들이던 참에, 집사람이 암으로 수술을 받게 되어 중단했습니다. 골프를 배울 좋은 기회를 그렇게 놓치고 난 후, 그 후로는 틈만 나면 산에 오르느라 골프연습에 짬을 못 내어 아직도 제대로 배우지 못했습니다.
12시41분 골프장의 한가로운 여러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은 후 정상인 천덕봉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별로 알려지지 않은 산이어서 인지 인터넷에도 산행지도가 실려 있지 않아 산행기만 읽고 나 홀로 산행 길에 나서게 되어 걱정을 했었는데 갈림길 곳곳에 안내판이 잘 세워져 있어 길 찾기가 한결 수월했습니다. 산 능선의 버들강아지가 망울지기 시작하여 솜털 난 그 모습이 한껏 귀엽게 보였습니다. 안부에서 시작된 송림길이 10여분간 계속됐는데 물오르기 갓 시작한 솔잎들의 푸르름이 더욱 돋보였습니다. 솔밭을 지나 조금 더 오르니 사격장에 들지 말라고 쳐놓은 철조망으로 길을 막혀 있어 약간 비껴서 돌아서니 천덕봉으로 오르는 길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능선 오른쪽으로 나무들을 베어내어 전망은 좋았지만 민둥산으로 변해버린 산의 몰골이 흉해 보였습니다. 아마도 사격 시에 시계를 가릴까 보아 베어 낸 것 같은데 한 여름에는 땡볕을 가릴 수 없어 오르기가 쉽지 않겠다 싶었습니다. 천덕봉에 가까워질수록 밑에서 불어오는 산바람이 제법 찼습니다.
13시 44분 해발 646미터의 천덕봉에 올라 원적산 정상에 섰습니다.
헬기가 착륙해도 좋을 만큼 넓고 평평한 정상에서 짐을 풀고 사방을 둘러본 후 정개산에서 여기 천덕봉까지 자리잡은 연봉들이 펼치는 파노라마를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표지석에는 645.5미터로 새겨져 있는데 인터넷에는 635미터로 되어 있어 혼란스러웠습니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원적봉으로 향했습니다. 천덕봉에서 얼마고 내려가다 원적봉에서 올라오는 부부 한 팀을 만났습니다. 오늘 산행 중 처음 뵙는 분들이었기에 반갑기 그지없었습니다. 그 분들로부터 영원사로 하산하는 길을 안내 받아 하산길이 적이 안심이 됐습니다.
14시20분 원적봉에 도착하여 천덕봉과 그 능선들을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그리고 오른 쪽으로 꺾어 주목마을로 향하는 능선을 탔습니다. 몇 봉을 오르내리고 나니 부부 팀이 알려준 대로 나무의자를 거꾸로 세워놓은 봉우리가 나타났고 그 봉우리를 조금 지나 영원사로 내려가는 안부에 도착하였습니다. 이곳에서 영원사까지 하산길이 포근하고 편했습니다.
15시 5분 영원사에 도착하여 약 5시간의 긴 산행을 마쳤습니다.
원적산 중턱에 자리잡은 고즈넉한 영원사를 새겨본 후 버스정류장으로 걸어 내려가서 산수유 재배단지인 송곡 1리 마을 어귀에 세워진 "자립", "자조", "협동" 의 4H 표지석을 만났습니다. 6-70년대에 잘살아 보겠다는 일념하나로 국가를 통치해온 박대통령의 역량이 21세기인 오늘에도 변함없이 요구되는 현실이 서글펐습니다. 오늘 산행은 내일의 종주산행을 대비한 연습코스로는 조금 벅차 간신히 저녁미사에 대었지만, 무사히 끝내고 나니 온몸이 개운하고 기분이 상쾌했습니다.
이천은 경기도 동북부지역의 중심도시로 임금님께 올리는 고미질의 쌀 생산지로 널리 알려져 왔는데, 이는 정개산-원적산을 잇는 주능선이 이천 벌의 바람막이가 되 주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조만간 다시 한번 이천의 설봉 산과 도드람 산을 올라 저의 바람막이 가설을 입증해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