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마뇽 2007. 1. 3. 16:23
                                                B-1.구룡산

                             

                          *산행일자: 2004년1월24 일

                          *소재지  : 강원 영월

                          *산높이  : 구룡산955미터/덴불데기산 910미터

                          *산행코스: 구룡산가든-구룡산-덴불데기산-운학리식당

                          *산행시간: 10시10분-15시50분(5시간40분)

                          *동행      :서울마운틴클럽

 

  어제는 강원도 영월의 구룡산과 덴불데기산을 연이어 올랐습니다.

구룡산과 덴불데기산을 오름으로써 통산 150산을 올라, 올해 안으로 200산을 오르겠다는 연초의 계획을 차질 없이 실천하고 있습니다. 회사 일도 이렇게 계획대로 착착 진행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경기불황과 그 동안 따뜻했던 겨울 날씨로 생각만큼 사업이 되지 않아 걱정이 됩니다. 어제는 서울마운틴클럽 산악회의 도움을 받아 두 산을 찾았습니다. 계방산이나 백덕산처럼 널리 알려진 산이 아니어서인지  대원들이 간신히 버스의 반밖에 채우지 못했습니다. 원래는 어느 산악회를 따라 덕유산을 종주할 생각이었으나 요 며칠 새에 내린 폭설로 공원관리사무소로부터  산행을 자제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산악회에서 일정을 취소해 급하게 산행지를 바꾸었습니다.


  10시 10분 양재를 출발한 버스가  2시간 15분만에 이번 산행의 기점인 구룡산가든에 도착하였습니다. 짐을 추스린 후 바로 구룡산의 남부능선들머리에 들어서 산행을 시작하였습니다. 남부능선을 끼고 도는 서마니강의 굽이진 강줄기가 보기 좋았습니다. 10여분 치켜 올라 능선에 다다랐고,  능선에서 여러 연봉을 오르내려 구룡산 정상으로 전진했습니다.


  11시40분 장군바위를 지나 출발1시간 반만에 첫 쉼을 쉬었습니다.

출발할 때에는 선두에 섰으나 그사이 많은 분들에 추월 당해 정상에 올랐을 때에는 후미로 쳐졌습니다. 77세의 노인 한 분도 저보다 앞서 산행을 하셨고, 여자 분들도 그 주력을 제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빠른 걸음으로 내달았습니다. 출발 후  1시간정도는 능선에 눈이 쌓이지 않아 산행이 수월했지만, 그 후로는 지겹도록 많은 눈을 밟았습니다. 가이드 한 분이 이번에 오르는 산에는 눈이 없어 5시간 안에 산행을 마칠 수 있다고 했는데, 능선에 쌓인 눈이 발걸음을 더디게 해 그 시간 안에 운학리에 닿을지 자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12시 40분 드디어 구룡산 정상에 올랐습니다.

준비해간 도너츠로 점심을 때우고 물 한 모금으로 목을 추겼습니다. 남쪽으로 소백산이 눈 안에 들어왔고 북쪽으로는 백덕산의 자태가 분명하게 보였습니다. 북서방향에 자리한  치악산과 매화산을 배경으로 제 사진을 남겼고, 이산 저 산을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출발하는 일행을 따라잡고자 커피한잔 마시지 못하고 서둘러 내달렸습니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오로지 걷고 뛰는 일행들의 산행자세가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만, 후미라서 여유를 부릴 계제가 아니었습니다. 안부인 쉼재에서도 쉬지 못하고 덴불데기산을 향하여 산 오름을 계속했습니다.  작년 1월에 오른 능경봉-고루포기산의 능선만큼은 못 될지라도 적지 않은 눈이 능선에 쌓여 산행이 결코 편하지 않았습니다.

 

  14시15분 해발 910미터의 덴불데기산의  꼭대기를 밟았습니다.

정상도착까지  20여 분간은 정말 고된 산 오름이었습니다. 오르고 또 올라도 끝이 보이지 않는 등정이었고 중간에 쉼 없이 올랐기에 더 더욱 힘들었습니다. 후미라서 물 한 모금 마시고 서둘러 하산 길에 접어들었습니다. 운학리로 내려가는 하산 길도 경사가 만만치 않아 아이젠과 처음 사용하는 스틱이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30분 여 급경사의 하산 길을 무사히 내려와 숨돌릴 만한 길에 접어든 후 후미를 선 가이드 한 분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문재에서 백덕산을 오를 때 당일 산행으로 사자산을 함께 오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제 의견이 맞다 하며, 그 분은 잘못된 광고를 인터넷에 올리는 산악회에 항의해야 옳다고 했습니다. 사실 오늘 백덕산을 오를까 하다가 사자산을 함께 오르지 못할 것 같아 구룡산-덴불데기산으로 바꿨는데 안내산악회의 속보이는 광고가 불쾌했습니다. 하산 길에 폐허가 된 민가를 지났습니다. 이 깊은 산골에 버려진  농약 병들이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얘기해주는 듯 싶었고, 환경문제를 다루는 수많은 시민단체들이 과연 환경문제를 제대로 다루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기에 더욱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15시50분 운학리 식당에 도착, 5시간40분 동안의 산행을 전부 마치고, 두부찌게를 들었습니다. 근래에 맛보지 못한 음식 맛에 반하여 산이 아니더라도 다시 이곳을 찾아야겠다는 마음이 일었습니다.


  이번 산행은 하루종일 허둥대다 끝난 것 같았습니다.

커피한잔 마실 틈 없이 혼자 뒤쳐질 까 두려워 정신 없이 내달은 오늘 산행이 무슨 의미가 있었을 까 되씹어 봤습니다. 산행은 빨리 달리기가 아닙니다. 그래서 “천천히 그리고 착실히”라는 가르침이 뭇 산악인들에 전해 내려오는 소중한 모토가 된 것입니다. 속도를 즐길 참이라면 차라리 산악자전거를 타는 편이 좋을 것입니다. 바위를 오를 때에는 한 걸음 한 걸음을 조심스레 옮겨 놓으면서 능선을 탈 때에는 정신 없이 질주하는 그 뜻을 알 수 없습니다. 이번 산행은 두려움과 설렘도 없고 주마간산 격의 산행이어서 이어서 아쉬웠습니다. 아직은 안전한 겨울산행을 위하여 안내산악회를 활용하고 있습니다만, 봄이 오면 다시 나 홀로 산행에 나서 산행의 참뜻을 되새기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