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3.태기산
B-3.태기산
*산행일자:2003년 8월 31일
*소재지: 강원 횡성
*산높이 :1,261미터
*산행코스:합수점-작은성골-촛대바위-태기산성
-태기산- 큰성골 -합수점
*산행시간:10시5분-15시40분(5시간 40분)
*동행 :경동고 이규성/정병기 동문
어제는 강원도 횡성의 태기산에서 올 여름의 마지막 하루를 떠나 보냈습니다.
경동OB산악회의 선배 한 분이 새말 근처에서 숯가마를 경영하고 있어 하산 길에 들러보고자 동기인 이규성 교수및 후배 정병기 사장과 함께 인근의 태기산을 찾았습니다.
아침 7시 과천을 출발하여 영동고속도로에 접어들자 추석 전에 산소를 찾아 나선 성묘 객들로 차가 붐벼 가다 서다를 반복하느라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습니다. 새말 인터체인지를 빠져 나와 지방도로를 타고 태기산 입구인 송덕사까지 이동했습니다.
10시5분 길옆에 차를 주차시키고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들머리를 제대로 찾지 못하여 여기 저기 두리번대다가 일단 계곡을 건넜습니다. 전날 밤에 내린 비로 작은 성골 계곡에 물이 불어 구두를 적시지 않고 계곡을 건너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계곡을 건너자 얼마 지나지 않아 왼쪽으로 산등성으로 이어지는 나무계단이 나타나 이제 제 길로 들어섰음을 지도에서 확인하고 안도했습니다.
나무계단이 끝나자 한사람이 지나가면 꽉 찰 능선의 좁은 길 양옆에 로프를 쳐 놓았는데 길 양옆이 절벽이어서 낙상사고를 막기 위해서인 것 같습니다. 비가 뿌려 길이 미끄러웠습니다. 능선에 올라 태기산성에서 잠시 숨을 골랐습니다. 잘 조림된 짙푸른 잣나무 숲이 비를 맞고 있는 산 속을 더욱 어둡게 했습니다. 이 빗속에 산소를 찾은 분들의 왁자지껄하는 소리가 산중의 적막을 깼습니다.
우측의 산 죽 사이로 난 길을 한참을 걸었습니다. 빗줄기가 커지자 등산로는 수로로 변해 질퍽대 걷기가 매우 짜증스러웠습니다. 산 죽의 수로가 끝나자 키를 넘는 잡풀이 길을 덮어
이를 헤쳐나가느라 고생을 했습니다.
12시경 이미 폐허가 된 어느 초등학교 분교 터를 지났습니다.
해발 6-7백미터는 족히 될 이 높은 곳에 학교가 자리잡고 있었다니 당시 학부형들의 생업이 혹시 화전을 일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 후 태기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넓은 도로를 만났습니다.
12시40분 태기산 정상 바로 밑에 다다랐습니다.
넓은 차 길을 따라 30분 가까이 오르자 더 이상의 산 오름을 막는 경고판이 서 있었습니다. 한국방송공사의 송신탑이 세워진 태기산 정상은 입산이 금지되어 먼발치에서나마 그 면모를 보고자 했으나 구름이 먹어 삼킨 정상이 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아쉽지만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13시30분 10여분을 걸어 내려와 도로변에다 자리를 깔고 점심을 들었습니다.
점심을 들고나서 서북쪽으로 뻗어 있는 산줄기를 따라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식사시간 중 잠시 멈췄던 빗발이 다시 드세졌습니다. 횡성군에서 세워 놓은 안내판에 한우광고가 곁들여 특산물을 알리고자 애쓰는 지자체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비를 잔뜩 맞고 있는 야생화들이 조금은 안스럽게 보였습니다.
빗속의 하산 길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큰비를 맞으며 골이 깊은 계곡 길로 하산하느라 안심이 안됐는데 합수점 가까이에 위치한 촛대바위를 보자 이제 다 내려왔구나 하는 생각에 잠시 긴장을 풀었습니다. 그러나 짙게 깔린 구름이 하루 종일 얼마나 많은 빗물을 쏟아 냈는지를 몰라 큰 성골과 작은 성골이 만나는 합수점의 계곡을 건너기까지 마음이 놓이지 않았습니다. 이 계곡을 건너느라 정병기 후배는 손가락이 겹질려 한동안 고생을 해야했고, 저는 바위에서 미끄러져 계곡 물에 온 몸을 적셨으니 일행 중 이규성 교수만 탈 없이 하산한 셈입니다.
15시 40분 태기산을 완전히 빠져 나와 약 6시간의 하루 산행을 마쳤습니다.
마지막 여름산행도 우중산행으로 치렀습니다. 8주 째 계속되는 주말강우로 올 여름에는 지겹도록 우중산행을 많이 했습니다. 월초에는 어비산에서 쏟아지는 폭우로 길을 잃어 2시간 여 두려움 속에 제 길을 찾느라 고생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 여름을 미련 없이 보내고자 합니다.
귀로에 새말부근에서 숯가마를 하고 있는 경동고 선배인 연기호 형님을 찾아뵈었습니다.
선배께서 1970년 함기영, 이길호 군과는 달리 산행경험이 아주 일천한 저와 이규성, 오용환군의 경동OB산악회가입을 반겨주시고 세심히 배려해 준 덕분에 록크라이밍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선배들과의 산행덕분에 이제 산행은 제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 매김 했습니다.
선배와의 때늦은 짧은 만남이었지만 저희 모두 열심히 살아왔고, 또 부지런히 살아갈 것임을 확인한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대학4년 화학을 전공한 제가 숯이 화약의 주원료라는 사실을 형님을 통해서 듣고는, 경험을 농축하고 연구개발을 통해 터득한 지혜가 잠시 스쳐 배운 지식을 능가함을 배웠습니다. 언제 어디서고 나이에 관계없이 열심히 배우고 일하는 모습은 아름답습니다. 저도 그래서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서 삶을 가치 있고 풍요로운 삶을 일구고자 합니다.
태기산의 구름을 옮겨 놓은 듯 여주 부근에 짙게 깔린 안개로 밤늦게 길을 잘못 들어 고생을 했습니다. 운전대를 잡은 정병기 후배의 수고에 감사하며 산행기를 맺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