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마뇽 2007. 1. 3. 16:35
                                                  C-1.광덕산


                             *산행일자: 2004년1월11일

                             *소재지  : 충남 천안/아산

                             *산높이  : 광덕산699미터/망경산600미터/설화산441미터

                             *산행코스: 광덕사-광덕산-망경산-설화산-초원아파트

                             *산행시간:10시-16시50분(6시간50분)   

                             *동행       :나홀로 



  어제처럼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차시간이 아귀가 잘 맞아떨어진 날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침 7시40분 집을 나서 강남터미널에서 천안행고속버스를 타는 데 3분을 기다렸고, 천안에서 40분 간격으로 배차하는 광덕사행 버스를 5분간 기다려 탔으며, 돌아올 때에도 하산하여 10여분 기다린 후 온양행 시내버스를 탈 수 있었고, 온양에서도 차에 오른 지  3분만에 강남행 고속버스가 출발하였습니다. 덕분에 천안 및 아산시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광덕산-망경산-설화산의 3개 산봉우리를 7시간 동안 완주했음에도 12시간만에 집으로 돌아 올 수 있었습니다. 지난 해 12월 포천의 왕방산-국사봉을 나 홀로 산행으로 다녀 온 후 새 해들어 첫 번째의  나홀로 산행이었습니다. 아직 충남의 산들은 계룡산만 몇 번 올랐을 뿐이어서 올해는 다른 산들도 오르겠다고 큰 마음먹고 첫 번째 실천에 옮긴 것입니다.


  10시 광덕사입구에서 하차하여 광덕사를 둘러보았습니다.

AD677년 선덕여왕 때 명승 자장율사가 창건하였다는 광덕사는 고찰로 유명하기보다는 호두나무로 더욱 알려진 듯 싶습니다. 고려 충렬왕의 신하 유청신이 중국에서 갖고 온 최초의 호두나무가 이곳 광덕사에 심어 진 것이 천안호두의 효시랍니다. 현판에는 태화산 광덕사로 표기되어 있어 광덕산이 실종된 사유가 궁금했습니다. 오늘따라 단청이 단아하게 느껴졌고, 시원의 호두나무를 증거하고자 디지털카메라를 작동시켰습니다.


  10시15분 광덕사를 출발하여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10분여 계곡을 따라 큰길로 걷다가 왼쪽의 들머리에 발을 들여 가파른 오름 길을 20여분 힘들게 올라 능선 길에 접어 들었습니다.  정상 0.5키로 전방에서부터  시작된 깔딱고개는 광덕산을 오르는 모든 이들을 20여분간 진땀빼게 한 후  정상에서 끝났습니다.


  11시30분 해발699미터의 광덕산 정상에 섰습니다.

인근의 천안과 아산 시민들이 많이 찾아서인지 서울근교의 청계산이나 북한산처럼 등산로에서 먼지가 일었고 많이 패였습니다. 정상은 사람들로 붐볐고 막걸리를 사드는 분들로 조용하지 못했습니다. 증명사진을 찍은 후 11시 35분 망경산으로 내달렸습니다. 광덕산 정상에서 망경산까지는 그 거리가 약 4.6키로 광덕사까지의 2.9키로 보다는 멀지만 오르내림이 그다지 심하지 않는 종주등반이어서 힘은 훨씬 덜 들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12시 35분 장군봉에서 30분을 걸어 다다른 능선에서 조금 비껴난 곳에 자리를 잡아 바람을 피했습니다. 그리고 저 혼자 준비한 떡을 들어 요기를 했습니다.  장군봉을 지나자 오가는 사람들이 거의 끊겨 오랜만에 나 홀로 산행의 진수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광덕사 쪽에서 치켜 불어오는 높새바람이 매섭도록 차가와 벙테기모자로 귀를 가리고 이곳까지 산행을 했습니다. 점심을 들은 후 얼마고 망경산으로 진행하다 반가운 사람을 만났습니다. 지난 여름 백두산을 같이 오른 분으로 부지런히 야생화를 디지털카메라에 담아 보내와 지금도 고마워 하는 분입니다. 좌부리의 초원아파트에서 출발하여 설화산을 오른 후 광덕산으로 향하여 오르던 중 저와 마주친 것입니다.


  13시 30분 해발 600미터의 망경산 정상에 도착하였습니다.

정상에 덩그러니 남아 있는 산소가 제 눈을 끌었습니다. 그제 무등산의 서석대 가까이에 있는 산소를 보고 느꼈던 왜 이리 높은 곳에 산소를 모실까 하는 의문이 또다시 떠올랐습니다. 지리산 덕평봉의  선비샘 위에 자리잡은 산소가  우리나라에서는 그 높이로는 단연 1위일 듯 싶습니다. 자식들이 하도 막 되먹어 죽은 후에도 절 받기가 틀렸다고 생각한 어느 선비가 당신이 죽으면 지리산 덕평봉의 어느 샘 위에 산소자리를 잡을 것을 유언으로 남겼다고 합니다. 덕분에 그 선비는 자식들로부터 못 받은 절을 몸을 숙여 샘물을 퍼서 먹는 후대의 등산객들로부터 받고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아, 그렇구나 하는 생각이 막 떠올랐습니다. 산소가 무엇입니까? 산소란 산에 있는 묘지입니다. 그렇다면 산소란 산다운 산에 있어야 하고 산다운 산이란 당연 높은 산이고 그 중에서 명당자리는 가능한 한 높은 곳 일터이니 오르내리는 자식걱정만 없다면 사방이 훤히 트인 정상이 명당이라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주철리 저수지로 하산하겠다는 애당초 계획을 바꾸어 설화산을 둘러보고 좌부리의 초원아파트로 내려가기로 결정한 것은  온양에 사신다는 어느 할아버지의 조언에 힘입어서입니다. 길도 편안하고 3시간이면 족하다는 설명을 듣고 오늘 아니면 언제 다시 하랴 싶어 방향을 틀어 설화산으로 내달렸습니다.


  13시35분 망경산 정상에서 오던 길로 되돌아 설화산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안부에서 조금 내려가 만난 임도를 따라 얼마고 걸으니 장군봉과 설화산을 있는 고갯길을 만났습니다. 여기에서 마음을 다시 다져먹고 설화산으로 죽을힘을 다하여 뛰었습니다. 오가는 사람도 없고 어둡기 전에 산행을 마쳐야 길을 잃을 염려가 없기 때문입니다. 망경산을 출발한지 50분만에 다다른 갈림길에서 왼쪽의 강성동으로 빠지지 않고 오른쪽 길로 계속하여 나아갔습니다. 능선 길은 오름 새가 완만하여 뛰는 데 크게 무리가 되지 않았습니다.


  15시25분 망경봉을 출발하여 1시간 40분을 기진맥진하도록 쉬지 않고 내달려 설화산 첫 봉우리 밑의 안부에 도착해 휴식을 취했습니다. 남아 있는 떡 한 조각으로 요기한 후 다시 설화산을 올랐습니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제법 경사가 급했습니다. 첫 봉을 올라 맞은 편의 설화산 정상의 봉우리를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안부까지 5분 여 내려가 다시 정상의 봉우리로 올랐습니다. 15분간의 오름 길이 이번 산행의 백미였습니다. 정상의 높이는 441미터에 지나지 않지만 이미 지쳐 있는 상태라 마지막 15분이 정말 고통의 시간이었습니다.


  16시 정각 해발 441미터의 설화산 정상에 올랐습니다.

무인산불감시 시스템이 작동되는 감시소가 설치된 정상에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었습니다. 맞은 편 먼발치에 광덕산 정상에서 망경산에 이르는 4.6키로의 능선이 확연하게 한눈에 들어 왔고 이곳 설화산에서 장군봉에 이르는 능선 또한 제가 방금 걸어 온 길이라 서인지 반가웠습니다. 오늘 담은 풍경 중 아마도 저 능선의 담담하고 도도한 모습이 최고일 듯 싶습니다. 정상에서 내려와 안부를 지나 초원아파트로 하산하는 데는 어려움이 전혀 없는 모처럼 만의 편안한 산행이었습니다. 이제 비로소 어둠의 공포에서 벗어나 하루산행을 조용히 반추하고 다음 산행을 그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16시 45분 초원아파트에 도착, 약 7시간 동안의 산행을 모두 마치고, 15분을 기다려 온양행 시내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모처럼의  나 홀로 산행이 설화산 산행으로 제 값을 다했습니다. 설화산 산행으로 예의 설렘과 두려움도 맛보았습니다. 제게는 역시 나 홀로 산행이 제격인 듯 싶습니다. 숲 속에서 나무를 보고 꽃을 보며 그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정상에서 숲을 보며 산 전체를 조망하고 숲에 숨겨진 메시지를 찾느라 애쓰다보면 회사경영도 이와 같이 시장을 조망하고 시장에 숨겨진 메시지를 찾아 우리시장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계속해서 산을 찾을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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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사진(A)

 

 

소걸음 2007.06.03 00:15 답글 삭제

  • 광덕산에 왔다 가셨군요.
    제가 아산-천안을 주 무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광덕산도 가끔 들르는 편이지요.
    즐겨찾기를 해 둔 분이 여기 다녀가셨다니까 반가운 마음이 드는군요^^
  • 시인마뇽 2007.06.04 09:49 수정 답글 삭제
  • 고교동문들과 다녀왔습니다. 몇 해전 겨울에 저 혼자서 광덕사-광덕산-망경산-설화산코스를 밟은 터라 길이 눈에 익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