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마뇽 2007. 1. 3. 17:00

                                                      E-1.운달산                 

 

                                *산행일자:2006. 7. 2일

                                *소재지  :경북 문경

                                *산높이  :1,097미터

                                *산행코스:김룡사주차장-화장암입구-949봉-헬기장-운달산

                                                -장군목- 화장암입구-김룡사-김룡사주차장

                                *산행시간:10시52분-16시57분(6시간5분)

                                *동행      :과천시 산악연맹 

 


  경북 문경에서 제일 높은 산은 해발 1,115미터의 대미산으로 높이나 크기는 물론 전체적인 산세가 설악산이나 지리산에 견줄 수가 없음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인데, 설악의 속초시나 지리의 남원시에서 꿈도 꾸지 못하는 산악영화제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산악의 고장”이라는 이곳 문경시에서 내달에 연다고 합니다. 올해로 세 번째로 열리는 이 산악영화제에 출품된 그간의 작품들은 한계상황에 도전하는 산악인들의 발자취를 그린 다큐멘타리가 주였으며, 낮에는 문경새재박물관에서 밤 시간에는 특별히 제1관문의 성벽에 스크린을 쳐 놓고 상영되었다 하니 산속에서 밤의 빛을 조명삼아 산악영화를 감상하는 여름밤의 운치가 한껏 살아났겠다 싶었습니다.  산림청에서 지정한 명산100산중 희양산, 주흘산, 황장산과 대야산 등 어느 지역보다 많은 4개산을 배출한 문경시에 천 미터가 넘는 7개의 고산이 들어 앉아, 인구 9만의 이 작은 시를 찾는 관광객이 연간 4백만 명을 넘는다 하니 문경은 과연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산악의 고장”으로서 산악영화제의 메카로 불릴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 해는 당일치기로라도 산악영화제를 다녀와야겠다고 결심을 굳힌 것은 어제의 운달산 산행으로 천 미터가 넘는 문경의 7대 고산을 모두 오르내렸기에 설사 달랑 영화만 보고 돌아오더라도 이 지역 산들에 대한 미안함을 덜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3년 전에 주흘산을 다녀왔고, 작년에 백두대간을 종주하며 대미산, 백화산, 조령산, 황장산, 백화산과 문봉산의 정상을  밟았으며, 하나 남은 운달산은 어제 과천시 산악연맹회원들과 함께 올랐습니다. 언제고 한 일년간 이곳에 옮겨와 살면서 다시 한번 느긋하게 이 산들을 오르고 싶어 하는 것은 주흘산과 운달산을 뺀 나머지 고산들은 대간을 종주하며 지나간 산들이어서 능선 길만 밟았을 뿐 골짜기에 숨겨진 이 산들의 속살을 헤집어 보지 못해서입니다.


  아침10시52분 김룡사 주차장을 출발했습니다.

장마철답게 빗줄기가 멈추지 않았고 전날  내린 비로 운달계곡을 흐르는 물줄기가 드세져 비가 계속 내려 물이 더 불으면 하산 길에 계곡을 건너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여교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난 시멘트 길을 따라 동쪽의 980봉을 거쳐 정상에 오르고자 했으나 영진암에서 들머리를 찾지 못해 다시 삼거리로 돌아오느라  직진한 다른 회원들 보다 15분가량 늦어져 후미로 쳐졌습니다. 아름드리 전나무들이 숲을 이루었고 그 숲 속으로 난 넓은 길을 걸으며 운달산의 넉넉함을 느꼈습니다.


  11시45분 화장암입구에서 대로를 벗어나 왼쪽의 작은 산길로 들어섰습니다.

8분후 계곡을 건너 산등성이로 올라서며 운달계곡을 완전히 벗어났고 다시 5분 후에 정상까지 1시간50분 걸린다는 안내판이 세워진 화장암위삼거리에 다다랐는데 여기서부터 된비알의 직등길이 시작되었습니다. 쉬지 않고 18분을 걸어 500미터 대에 이르자 숨이 가빠지고 땀이 비 오듯 흘러 잠시 쉬면서 우의를 벗어 배낭에 집어넣은 다음 이내 산 오름을 이어갔습니다.


  12시39분 해발 750미터대의 능선 길에서 10분가량 쉬면서 동행한 한 분이 건네준 파인애플로 시장기를 달랬습니다. 땀을 흠뻑 흘린 후라서 파인애플의 달콤하고 시원한 맛이 더할 수 없는 특 미이자 별미였기에 더욱 고마웠습니다. 다시 반시간 가깝게 걸어 양진암에서 오르고자 했던 남쪽의 980봉과 북쪽의 정상으로 갈라지는 주능선의 삼거리에 도착해 숨을 고른 후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걸어 커다란 암봉을 옆 질렀습니다. 비가 그쳤고 그동안 조용했던 산새들이 본격적으로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한여름의 활엽수 숲을 보노라면 설사 비가 내리더라도 넓은 나뭇잎들의 푸르름으로 월드컵 축구경기를 볼 때와는 또 다른 활기를 느끼게 됩니다. 오르내림이 거의 없는 우회 길을 편하게 걸으며 월드컵에 대한  저의 생각을 동행한 한 분에 말씀드렸습니다. 월드컵만 열리면 마치 국가의 경영목표가 세계축구 16강에 드는 것처럼 온 나라가 난리를 쳐대는 것은 크게 잘 못이며 차라리 16강에서 탈락한 것이 잘되었다고 제가 주장하는 것은 월드컵 축구경기는 그저 스포츠일 뿐 모든 방송이 다른 것은 다 제쳐두고 매달릴 만한 국가적인 과제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젊은 이십대의 90%가 직장을 얻지 못해 백수로 지낸다하여 “이구백”이라는 말이 회자되는 이 어려운 때에 자나 깨나 월드컵 축구경기로 하루를 보내고자 한다면 차라리 16강에서 탈락되어 다시 모두가 긴급하고 중대한 현안과제를 풀어가는 데 전력투구하는 것이 백번 옳아서입니다.


  13시58분 해발1,097미터의 운달산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정상 도착 12분전에 지난 헬기장에서 키를 넘는 잡목과 풀숲들 속으로 길이 나있어 잠시나마 마치 정글 속을 걷는 기분이었습니다. 정상의 넓은 공터에서 점심 식사를 마치고 쉬고 있는 먼저 도착한 일행들에 너무 늦게 도착해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지런히 도시락을 꺼내 든 후 주위의 산들을 조망하자 아직도 안개가 완전히 가시지 않아 조령산과 주흘산은 찾아보지 못했지만 서쪽의 성주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은 뚜렷하게 보였습니다. 오래전에 비가 멈췄고 잠시 햇빛까지 비치어 하산 길에 계곡을 건너는 것은 문제될 게 없을 것 같아  안심되었습니다.


  14시16분 정상을 출발해 내리막길로 들어섰습니다.

햇빛이 비치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고 내림 길에 간간히 전망처가 있어 카메라를 작동시키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정상 출발 40분 후에 북쪽 방향으로 백두대간의 대미산으로 이어지는 963봉 바로 밑의 장군목에 도착해 왼쪽의 운달계곡으로 내려서는 하산 길로 들어섰습니다.

운달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은 정상으로 올랐던 길보다 경사가 훨씬 완만했고 오전 내내 산자락을 휘감았던 안개가 완전히 가시어 하산 길이 편했습니다. 얼마 후 쌀기바위골로 내려서자 골짜기를 휘도는 계곡물 소리가 건강한 한여름을 드러내는 듯 힘차게 들렸습니다.


  15시30분 올 들어 처음으로 알탕을 즐겼습니다.

깊은 산의 계곡물은 알탕을 즐기기에는 아직도 냉기가 가시지 않아 발가벗기는 했어도 물속에 들어가 온몸을 물에 담그지는 못하고 겨우 등 멱만 했습니다. 15분간의 알탕을 끝내고 7분 후에 쌀기바위골과 냉골이 만나는 첫 번째 합수점에 도착했습니다. 두 계곡의 물들이 합수하여 내는 물소리가 내리쬐는 햇빛으로 몸을 말린 새들과 이제 새로운 산식구로 막 등장한 매미들이 줄기차게 짖어대는 울음소리를 먹어 삼키어 물소리 밖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16시12분 두 번 째 합수점을 지났습니다.

첫 번째 합수점에서 운달계곡을 따라 20분을 걸어 내려와  만난 합수점은 종암골의 계곡물이 운달계곡으로 내리 꽂아 폭포를 이룬 곳으로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수직으로 낙하하는 폭포수를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마지막 6번째로 만난 넓은 계곡은 동네 개천을 맨발로 건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일부러 양말을 벗고 한 분을 업고 건넜습니다.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중 오른 쪽의 김룡사를 들렀습니다. 어제 오른 운달산에 신라의 고찰인 김룡사 말고도 대성암, 양진암, 화장암과 금선대등 불교유적이 문경에서 으뜸으로 많이 있다 합니다. 서기 588년 운달대사가 창건한 김룡사는 옛날에는 50개의 말사를 거느린 대찰이었으나 지금은 직지사의 말사로 내려앉았다는데 절의 규모는 여전히 커보였습니다.  이 절의 변천사를 말없이 지켜봤을 절 뒷산에 들어선 적송들이 저녁햇살을 받아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보였습니다. 


  16시57분 김룡사주차장에 도착해 하루 산행을 마쳤습니다.

해발 3백 미터대의 주차장에서 7백미터 이상 고도를 높이는 운달산의 오름길은 힘들었지만 적당히 비가 뿌리고 안개가 해를 가려주어 무더운 여름 날 산행하기에는 최적의 날씨였습니다. 이에 더하여 때마침 내린 비로 계곡 물이 불어 흐르는 물소리가 한 여름의 활기를 느끼게 했고 수많은 활엽수의 푸르름과 오랜 세월 김룡사를 지켜 낸 적송과 아름드리 전나무들의 굳건함이 나무들은 과연 하느님의 작품임을 알게 했습니다.


  6시간 남짓한 동안 모처럼 느긋하게 운달산을 오르내리고 나서 백두대간 종주 길에 지나온 고산들을 다시 찾아 계곡 길을 따라 올라야겠다고 결심한 한 것은 그리해야만 이 지역 고산들의 속살들을 재대로 볼 수 있겠다 싶어서였습니다.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