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마뇽 2007. 1. 3. 17:06

                                                       E-2.갑장산

 

                                     *산행일자:2005.4.24일

                                     *소재지  :경북 상주

                                     *산높이  :갑장산 806미터

                                     *산행코스:굴티고개-577봉-694봉-갑장산-문바위

                                                     -삼거리-용흥사주차장

                                     *산행시간:10시24분-14시31분(4시간 7분)

                                     *동행      :과천시산악연맹

 

 

  어제는 경북 상주에 위치한 갑장산을 올랐습니다.

상주는 제가 이제껏 발을 들이지 못한 몇 안 되는 도시중의 하나로 경상북도 북단의 내륙에 위치한 비교적 후진 곳입니다. 경상도의 경은 경주를 이름하고 상은 상주를 말할 정도로 상주는 조선이 초기 200년 간 경상감영을 두었던 큰 고을이었는데 이제는 세월에 밀려 11만 명 남짓한 주민들이 살고 있는 도농복합형의 작은 도시로 변모했습니다. 그러나 상주는 자전거도시로 널리 알려질 만큼 친환경적인 도시이고 우리고유의 옛 맛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곶감을 전국에서 제일 많이 생산, 공급하고 있어  정감이 가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또한  소백산맥의 남동사면에 자리잡아 서고동저형의 지형을 이루고 있기에 자연 낙동강이 상주의 동부지방을 관통해 흐르고 있어 가볼 만한 명소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는데 어제는 그중 상주의 영산인 갑장산을 다녀왔습니다.


  그제 큰아들의 혼사를 치른 터라 어제 하루를 쉬고자 했으나  5월부터 과천시산악연맹의 정기산행이 매월 둘째, 넷째 주 일요일에서 첫째, 셋째 주로 변경, 백두대간 일정과 겹치게 되어 앞으로 얼마간은 연맹의 회원 들과 함께 산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서 만사 제쳐두고 과천시산악연맹의 갑장산 산행에 동참했습니다.


  10시24분 상주시에서 조금 벗어난 굴티고개에서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불도저로 뒤엎어 놓은 밭을 지나 들머리에 들어서자 화사하게 피어있는 싸리나무의 하얀 꽃무더기가 길을 열었습니다. 산행시작 10여분동안은 초입의 오름 길이 급하지 않아 길섶의 꽃들과 눈인사를 나누며 산을 올랐습니다. 흰색의 싸리 꽃에 이어 붉은 색의 복사꽃이 길섶에 피어 있었고 갑장산을 불태우는 연분홍의 진달래꽃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땅바닥에 다소곳하게 자리잡은 노랑색의 양지꽃이 저희들을 반겼고 아직 꽃을 피우기에는 철이 일러 잎줄기를 키워나가며 내일의 꽃을 잉태하고 있는 원추리가 몸을 숨겨 산을 오르는 저희들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11시31분 577봉에 올랐습니다.

상주시 어깨너머 서북쪽으로 노악의 노음산이 멀리 보이고 남쪽으로 갑장산의 정상으로 가는 길이 한 눈에 들어오는 바위에 걸터앉아 산중의 적막을 깨지 않고자 조용히 4월의 따사로운 햇살을 맞고 있었는데 채석장 에서 들려오는 공사장의 굉음이 이 고즈넉한 분위기를 깨 아쉬웠습니다. .갑장산을 오르는 감회가 남달랐을 어느 한분이 찬찬히 고향의 산하를 조망하는 모습을 보고 귀향의 의미를 새삼 되새겨봤습니다.


  577봉에서 10분 가까이 휴식을 취한 후 후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남진했습니다.

오대동에서 시작되는 산줄기와 만나는 694암봉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다시 산 오름에 나섰는데  정상으로 가는 길이 넓고 비교적 평평해 산행이 편했습니다. 문필봉과 북석문을 지나 만난 헬기장은 꽤 넓은 공터에 자리잡고 있어 수많은 산객들이 점심을 들고 있어도 그리 북적대지 않았습니다.


  12시 34분 해발806미터의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상주시를 중심으로 서쪽에 자리잡은 노악의 노음산, 북쪽에 위치한  석악의 천봉산과 더불어 상주의 3악을 이루고 있는 남쪽의 연악은 고려 충렬왕이 이 산을 지나가며 경상도에서 으뜸가는 산으로 칭찬했다하여 갑장산으로 불린다합니다. 상주에서 최고의 영산으로 떠받들어지는 갑장산은 기우제를 올리는 이곳 정상에서 짧은 거리의 암릉 길이 시작되는데 왼편의 깎아지른 듯한 절애의 암벽들이 절경을 이루고 있었으며 이중 암릉길 중간에 자리잡아 동쪽으로 굽이진 푸른 물줄기의 낙동강을 내려다보고 있는 백길바위의 자태가 백미라고 합니다.


  12시45분 남석문에 못 미쳐 암릉 길에서 산나물 채취로 시간을 빼앗긴 선두일행들을 만나 오랜만에 함께 점심을 들었습니다.


  13시2분 하산 길에 접어들었습니다.

15분여 편히 쉰 두 다리를 고추세워 삼거리로 향했습니다.  남석문을 지나 문바위에서 우회전, 얼마고 걸어 다다른 삼거리에서 일행 몇 분들은 우측으로 꺾어 계곡길을 택했고 저는 다른 분들과 함께 능선길을 계속해 걸었습니다. 연분홍의 꽃을 활짝 피운 진달래 나무가 능선 길을 양옆에서 감싸고 있어 마치 진달래 꽃 터널 을 지나는 듯 싶었습니다. 아직도 비슬산의 진달래를 보지 못한 터라 여기 갑장산의 진달래가 최고라고 찬탄할 수는 없겠지만 눈앞에 보이는 진달래 꽃 들만으로도 영변 약산의 진달래를 노래한 소월의 영혼을 불러내기에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달래 꽃이 불러낸 나비가 남녘 땅의 봄소식을 전해주고자 양 날개를 들어올려 나풀거리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고 땀 냄새가 불러들인 하루살이의 끈질긴 따라붙음에서 이 봄도 다해 감을 감지했습니다. 올 들어 나비와 하루살이를 처음으로 만나 반가웠습니다.


  15시55분 잠시 짐을 풀고 오렌지로 달콤하게 목을 추겼습니다.

고도를 300미터대로 낮추자 5월의 신록을 준비하고 있는 넓은잎나무들의 새순이 가지에서 돋아나 어느새 산하를 연초록으로 변화시키고 있었습니다. 바람에 날려 땅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벚나무의 꽃잎들을 보고 벚꽃은 물론하고 목련과 개나리 및 진달래 등의 봄꽃들은 지는 것이 아니고 잎에 밀려 가지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임을 알았습니다.


  14시 31분 용흥사주차장에 도착, 4시간 남짓한 하루 산행을 모두 마쳤습니다.

저희들을 실은 버스가 김천에서 영주로 이어지는 경북선과 나란히 하며 얼마간을 북상주 톨게이트로 이동 했는데  단선의 철도를 보자 기차로 바꿔 타 지나 가버린 과거를 달리고 싶었습니다.


  귀로의 버스에서 늙는 다는 것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60도 채 안되는 나이에 늙음을 논한다는 것이 주제넘는 일이라 염려도 되지만 앞으로 살아나가는데  곧게 늙어가는 것이 중차대한 일로 판단되서입니다.   70세가 넘도록 왕성하게 활동해 사회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는 제게 귀감이 되는 훌륭한 분들이 제 주위에 많이 계십니다. 그런가 하면 해마다 더해지는 나이를 주체 못해 추한 모습을 내보이는 애늙은이들도 많이 있습니다. 제가 나이 들어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가는 지금 부터 늙음에 대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는 가에 달려있다 하겠습니다. 저는 늙음에 대비하는 프로그램으로 꾸준한 산행이 최고라는 생각입니다. 지속적인 산행으로 육체를 단련시키고, 안가본 미지의 산을 지도와 산행기의 도움으로 홀로 오르내리고 나면 도전의 보람을 만끽할 수 있어 정신적으로 보다 젊어지기에 늙음 에 대비한 프로그램으로는 산행이 최고입니다. "천천히 그리고 착실히(Slowly and steadily)가 산행의 모토 임을 잊지 않기에 우리의 아름다운 산하를 이루고 있는 바람과 나무와 물과 벗하며착실하게 산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하느님이 제게 주신 최고의 축복이라고 생각하는 제가 술 몇 잔으로 온 세상을 사버렸다는 듯이 버스안에서 행동해 스스로를 황폐화시키는 어느  분에 연민의 정조차 거부하는 것은저의 속좁음 탓 이기도 하지만 어른들이 추하지 않고 옳게 늙어 가 젊은이들이 올곧게 자라날 수 있도록  깨끗한 물을 아래로 흘려 내려 보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봄 한가운데서 뒤늦게나마 시인 박희진님의 "새봄의 기도"를 올리며 갑장산 산행기를 맺습니다.

 

      새봄의 기도


이봄엔 풀리게

내 뼛 속에 얼었던 어둠까지

풀리게 하옵소서.

온 겨우내 검은 침묵으로

추위를 견디었던 나무엔 가지마다

초록의 눈을, 그리고 땅속의

벌레들마저 눈뜨게 하옵소서.

이제사 풀리는 하늘의 아지랑이.

골짜기마다 트이는 목청

내 혈관을 꿰뚫고 흐르는

새 소리, 물 소리에

귀는 열리게 나팔꽃인 양

그리고 죽음의 못물이던

이 눈엔 생기를, 가슴엔 사랑을

불 붙게 하소서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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