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I.강줄기 따라걷기/미호천 따라 걷기

미호천 따라 걷기1(조천교-조천천/미호천 합수점-미호천/금강 합수점)

시인마뇽 2023. 5. 16. 23:39

탐방구간: 조천교-조천천/미호천 합수점-미호천/금강 합수점

탐방일자: 2023. 4. 6()

탐방코스: 조천교-조천천/미호천 합수점-미호천수문강길 쉼터-합강정-

                  -세종합강캠핑장관리사무소

탐방시간: 127-1556(3시간49)

동행 : 쌍용제지  이두환님, 최상삼님

 

 

  두 물줄기가 모아져 하나가 되는 합류점은 꽤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합류점은 아우라지로 불리기도 하고 두물머리 또는 합수점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아우라지는 둘 이상을 모아서 하나가 되게 한다는 뜻을 가진 아우르다에서 파생된 명사형으로 합수점의 지명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한강의 골지천과 송천이 합류하는 강원도 정선의 아우라지는 한탄강과 영평천이 만나는 연천의 아우라지 보다 규모도 크고 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강줄기를 따라 걷다보면 크고 작은 합수점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각기 다른 본류와 본류가 만나는 일은 없지만, 본류와 지류, 지류와 다른 지류가 만나는 곳은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제가 걸은 섬진강, 영산강과 금강 모두 제1지류와 만나는 합수점이 여러 곳 있습니다. 섬진강과 제1지류 보성강이 만나는 압록은 유원지가 들어설 정도로 제법 알려졌지만, 영산강과 제1지류 황룡강이 만나는 합류점은 챙겨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일 만큼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이번에 따라 걸은 미호천은 충북 음성에서 발원, 청주와 조치원을 거쳐 세종시의 합강리에서 금강으로 흘러들어가는 금강 최대의 지류하천으로, 그 전장은  65Km에 달합니다.  조치원의 조천교를 출발해서  미호천과 금강 합수점의  합강정에 이르기까지 약10Km 거리의 조천천과 미호천을  1978년겨울에서 1997년 봄까지 20년 가까이 쌍용제지(주)에서 함께 근무했던 회사동료 두 분과 함께 걸었습니다. 4시간 가까이 소요된 이번 탐방길에 옛 쌍용제지의 조치원공장 옆 제방 길을  함께 걸으면서 이 회사 근무 시절 추억담도 같이 나누었습니다. 미호천과 금강이 만나는 합수점에서  나지막한 구릉에  자리한 2층 누정의 합강정(合江亭)에 올라 주변 승경을 조망하는 것으로써 미호천 따라 걷기를 마치고,  조치원으로 자리를 옮겨 저녁식사를 함께 하며 회포도 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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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7분 조치원의 조천교에서 합강정 탐방을 시작했습니다. 1120분 경 조치원역에서 만나 시외버스터미널 인근 음식점으로 옮겨 점심을 사들었습니다.  이곳에서 몇 분을 더 걸어 충북청주시와 세종특별시를 경계 짓는 조천교에 도착,  조천천 우안의 고수부지 길로 내려섰습니다. 세종시의 전의에서 발원해 조치원읍 번암리에서 미호천에 합류되는 조천천은 미호천의 제1지류이자 금강의 제2지류입니다. 천변의 풀들이 파릇파릇해 봄 빛깔이 완연한 고수부지 길을 얼마간 따라 걷다가 이내 조천천 우안의 제방 길로 올라섰습니다. 한 아름이 거의 다 되어 보이는 길 양옆의 벚나무들은 전날 내린 비로 꽃잎이 많이 떨어지고 연초록 잎들이  돋아나  제방 길에서 생기가 느껴졌습니다. 한국자원개발 옆을 통과하는 경부선 철로를 밑으로 지나 얼마간 걸어가자  옛날 쌍용제지의 조치원공장이었던 쌍용C&B 공장이 바로 옆에 보여 반가웠습니다.

 

  1252분 조천천/미호천 합수머리 언덕의 정자에 올라 10여분 쉬었습니다. 쌍용C&B공장을 조금 지나 나지막한 야산의 산허리에 길을 낸 포장도로로 들어섰습니다. 조천천과 미호천의 합수점 우안 언덕에 자리한 정자에 올라 따끈한 커피를 들면서 봄비 내리는 주변 정경을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정자를 출발해 헬기부대(?)가 들어선 월하리에 이르러서부터 꽤 길어 보이는 직선에 가까운 제방 길이 시작됐습니다. 조천천의 물을 받아들여 강폭이 넓어진 미호천에 눈길을 준 것은 하천부지에 내려앉은 봄이 충만해 보여서였습니다. 미호천 우안의 제방 길을 걸으며 다행이다 싶었던 것은 나무 한 그루 없는 직선 길을 한 여름 낮 땡볕에 걷지 않고 구름이 잔뜩 낀 날 걸었다는 것입니다. 미호천의 유로(流路)는 별반 넓어진 것 같지 않은데 강폭은 엄청 넓어져 강 건너 야산들이 저만치 멀리 보였습니다.

 

  1350분 수문강길 쉼터를 지났습니다. 전날 내린 비로 찰랑찰랑 넘쳐흐르는 봇물이 바로 아래 하중도에 뿌리박고 살아가는 파릇파릇한 버드나무들과 손잡고 빚어낸 봄의 향연이 참으로 볼 만 했습니다. 금강합류점 7Km전방 지점을 지나고 오른 쪽으로 옥산 길이 갈리는 삼거리를 지난 후 이내 박스(box)형의 수문강길 쉼터에 도착해 잠시 쉬어갔습니다. 길가에 세워진 색색의 바람개비들이 반갑게 맞아주어 미호천 우안에 낸 직선의 제방길을 따라 걷는 것이 단조롭기만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미호천의 제1지류인 연기천을 건너 수변관찰데크, 어류관찰대, 인공식물섬, 습지광장 등이 들어선 금강조성습지를 지났는데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어서 주변이 어수선했습니다. 보롬교를 지나 버드나무(?) 아래 벤치에서 잠시 쉬면서 수량이 많이 늘어 도도해 보이는 미호강의 물 흐름을 지켜보노라니 제 인생도 저 강물과 같이 흘러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523분 합강정에 올라 금강과 미호강의 합수머리를 조망했습니다. 월산교를 지나 다다른 합강공원인증쎈터는 작년11월 금강을 따라 걸을 때 지난 곳이어서 눈에 익었습니다. 이번 탐방 길에서 처음으로 미호강을 제대로 사진 찍을 수 있었던 것은 시야가 탁 트인 미호천보행교를 걸어서 건너 가능했습니다. 보행교를 건너 나지막한 야산의 꼭대기에 자리한 2층누각의 합강정(合江亭)에 올라서자 미호천과 금강이 만나는 합류점이 가까이 보였습니다. 합강정에서 쉬면서 금강과 미호천을 조망한 후 세종합강캠핑관리사무소 앞으로 자리를 옮겨 택시를 타고 조치원으로 향했습니다. 조치원 역전 인근 음식점에서 저녁식사를 함께 한 후 상행열차에 오르는 것으로써 쌍용제지 회사분들과의  미호천 탐방을 매듭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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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강정(合江亭)은 조선의 문인들이 발걸음을 할 만큼 명승지(名勝地)였습니다. 송준길, 남용익, 조지겸, 채팽윤, 윤순, 이재 등 조선 후기의 문인들이 이 정자를 찾아 올랐습니다. 이 중 중기(仲耆) 채팽윤(蔡彭胤, 1669-1731)은 정조 때 명재상인 채제공(蔡濟恭)의 선조로 합강의 경관에 감탄해 아래 시 합강정(合江亭)을 남겼습니다.

 

峽坼雙流合 탁 트인 골짜기 두 줄기를 모아

無情如有情 무정이 유정인 듯

紅亭出其上 붉은 정자 위에 솟아

縹緲揷空明 어렴풋이 달그림자로 꽂혔네

列峀丹靑活 늘어선 봉우리 울긋불긋

飛波日夜鳴 물결 날며 밤낮 울어대니

征途困煩鬱 가는 길 울적한 마음

到此十分淸 여기 이르자 선명히 맑아지네

 

  채팽윤은 가는 길 울적한 마음여기 이르자 선명히 맑아지네라고 합강정에 오른 소회를 밝혔는데 저 또한 다르지 않았습니다.

 

 

  <탐방사진>

                                             (2022. 11. 3일 찍은 사진임)

 

                                       (2022. 11. 3일 찍은 사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