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I.강줄기 따라걷기/한강 따라 걷기

한강 따라 걷기23(복여울교-강변의 하루-남한강대교)

시인마뇽 2025. 11. 2. 00:06

탐방구간: 복여울교-강변의 하루-남한강대교

탐방일자: 20251028()

탐방코스: 복여울교-비내섬-강변의 하루-조비모사-샘개우물-남한강대교

                -부론 법천소공원
탐방시간: 936-1511(5시간35)

동행       : 나 홀로

 

 

 

  한강을 따라 충주지역을 걸으면서 알게된 것은 충주지역을 흐르는 한강이 자연하천에서 벗어나 문명하천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는 것입니다. 한강뿐만 아니라 제가 이미 따라 걸은 낙동강, 금강, 영산강도 문명하천이 분명합니다. 다만 운암댐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담수 시설이 설비되지 않은 섬진강은 비교적 자연 하천에 가깝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참고로 자연하천이란 인간의 개입이 최소화된 상태로 자연의 흐름을 따르는 하천이며, 문명하천은 인간의 필요에 따라 인위적인 공사를 거쳐 개발된 하천을 이릅니다.

 

  박석순교수는 저서 수질관리학 원론에서 문명하천의 기능을 아래와 같이 분류했습니다. 첫째, 치수(治水)기능입니다. 강우 현상에 의해 지면에서 유출된 물이 하류로 이동함으로써 홍수를 막아줍니다. 둘째, 이수(利水)기능입니다. 생활용수, 농업용수, 산업용수 등 필요한 물을 공급합니다. 셋째, 배수정화(排水淨化)기능입니다. 사용한 생활하수, 농업배수, 산업폐수 등을 다시 맑은 물로 정화합니다. 넷째, 생태(生態)기능입니다. 수중생물(水中生物), 저서생물( 低棲生物 ), 수면생물( 水面生物 )등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섯째, 주운기능입니다. 배를 이용한 운송수단을 제공합니다. 여섯째, 위락(慰樂)기능입니다. 낚시, 수영, 요트, 수변문화 등 다양한 위락활동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일곱째, 발전(發電)기능입니다. 재생에너지 중 가장 경제성이 높은 수력발전을 가능하게 합니다.

 

 

  제가 충주의 한강을 문명하천이라고 부르는 까닭은 이 강이 문명하천의 기능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충주댐의 건설로 치수기능, 이수기능, 배수정화기능이 강화되었고, 발전기능이 추가되었습니다. 충주시가 수변도시로 자리매김하는 데 필요한 생태기능은 수변공간 정비로 보강되었고, 충주조정지댐의 설치로 조정장이 설치되는 등 위락기능도 강화되었습니다. 조선시대 한강이 지녔던 주운기능이 육운의 대체로 사라진 것을 빼고는 나머지 6개의 기능이 보강된 것은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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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교에서 KTX를 타고 1시간 가까이 달려 충주시의 앙성역에 도착해 이번 탐방의 출발점인 복여울교까지 택시로 이동했습니다. 큰비가 오면 물에 잠기는 세월교(洗越橋)인 복여울교를 건너 하차했습니다. 지난번에는 이 다리가 물에 잠겨 건너지를 못하고 목계교로 돌아가 앙성온천역으로 돌아갔지만, 이번에는 걸어서 복여울교를 건너 앙성 땅에 발을 들였습니다. 강폭이 제법 넓고 물살도 센 남한강에 놓인 복여울교는 제가 건넌 어느 세월교보다 넓고 길었습니다.

 

  936분 복여울교를 출발했습니다. 소태리 쪽에서 복여울교를 건너면서 거친 소리 내며 흐르는 강물을 지켜보았습니다. 복여울교를 건너 앙성면으로 들어선 후 7-8분 걸어 남한강의 하중도인 소리의 섬 비내섬으로 들어갔습니다. 갈대들이 즐비한 섬 안에 낸 비포장 길을 따라 걸으며 갈대가 물만 정화하는 것이 아니라 공기도 깨끗하게 한다는 생각이 든 것은 섬 안으로 들어서자 아침 공기가 더욱 청량함을 느낄 수 있어서였습니다. 20202월에 방영이 종료된 인기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이 섬에서 촬영한 것은 안내판을 보고 알았습니다. 갈대밭을 걸으며 가을 정취에 푹 빠진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은 것은 이내 비내섬을 빠져 나와 한강 따라 걷기를 이어가야 했기 때문입니다. 한강 따라 걷기는 비내쉼터를 지나 남한강 좌안의 38번 국도로 이어졌는데 이 길로 다니는 차량들이 거의 없어 마음편히 걸었습니다.

 

  115분 펜션 강변의 하루를 지났습니다. 10월도 며칠 남지 않았는데 길가의 나무들은 아직도 단풍이 들지 않고 푸르렀습니다. 저러다가 조만간 나무들이 여름 내내 준비해온 마지막 미의 제전 단풍 세러머니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된서리를 맞겠다 싶어 걱정됐습니다. 카페 강변의 하루를 지나다 별안간 궁금해진 것은 강변의 하루였습니다. 강변의 하루가 바쁘게 돌아가려면 강 위의 하루가 분주해야 하는데 배가 전혀 다니지 않아 마냥 한가로워 보였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수운(水運)이 육운(陸運)보다 활발해 남한강에 뗏목과 조운선(漕運船)을 띄웠는데, 지금은 주운(舟運)을 목적으로 띄우는 배가 아예 없습니다. 강 위의 하루와 강변의 하루가 모두 한가로운데 카페 강변의 하루만이 분주할 리가 없어서인지 제가 지나며 본 강변의 하루는 조용해 보였습니다.

 

  38번도로를 따라 걸으며 눈여겨 본 것은 영죽천 위에 놓인 다리 양촌교를 조금 못가 만난 조비모사(祖妣慕祀) 사당입니다. 처음에는 누군가가 할머니를 추모해 세운 사당이라고 생각했는데, 충북나그네(푸른바다) 님의 티스토리 바람따라 구름따라 가는 길에 실린 글을 읽고 단양장씨(丹陽張氏) 선조를 모신 사당임을 알았습니다. 단양장씨는 당나라 말에 절강성 소주의 용흥부(龍興府)에 살다가 우리나라로 들어와 고려 태조 왕건이 삼한(三韓)을 통합하는데 기여한 공으로 안동군대도호대부(安東郡大都護大府)가 된 장정필의 후손이라고 합니다. 단양을 본관으로 하는 성씨가 단양우씨 외에도 단양장씨가 있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1233분 샘개우물을 들렀습니다. 양촌교를 건너 38번 국도에서 오른쪽으로 갈라지는 영죽제 제방길로 들어섰습니다.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자전거 전용의 제방길을 따라 걷다가 12시가 넘어 가져간 떡으로 점심을 들었습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곧게 뻗은 자전거길을 따라 걸으며 바로 아래 남한강과 강 건너 풍경을 완상했습니다. 제방길이 끝나 다시 38번 도로를 따라 걷다가 도로에서 조금 벗어나 강변에 자리한 샘개우물과 4백년된 노거수(老巨樹) 느티나무(?)를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여기 샘개우물은 과거 100가구의 샘개마을 주민들과 나루터와 주막거리의 수많은 사람들이 같이 써도 남을 만큼 수량(水量)이 풍부한 데다 사시사철 일정한 물이 일정한 온도로 용출되어 극심한 가뭄이나 혹심한 한파에도 물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일은 없었다고 안내문은 전하고 있습니다. 100여년 전만해도 샘개마을은 남한강 상선을 이용하여 소금 및 각종 농산물 등 생활필수품의 상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고 5일장이 섰던 제법 큰 마을이었다고 합니다. 철도 경인선이 개통됨에 따라 수운이 육운으로 바뀌면서 샘개마을은 서서히 쇠락했습니다. 앞으로 이 마을을 찾는 과객들은 샘개마을 주민들이 복원한 샘개우물과 노거수 느티나무가 앞으로도 맞이할 것 같습니다.

 

  1349분 한강하구를 150Km를 남겨놓은 지점을 지났습니다. 샘개우물을 둘러보고 남한강 좌안의 천변길을 들어서자 저 멀리 남한강대교가 희미하게 보였습니다. 충청북도 앙성면과 강원도 부론면을 이어주는 이 다리는 이번 탐방의 출발점인 잠수교 복여울교와는 15Km가량 떨어져 있고 지난 번에 건넌 목계교와는 22Km가량 떨어져 있습니다.

 

  이번 탐방 중 제가 걸은 남한강 좌안길은 충주시 앙성면을 벗어나지 않았는데, 한 면의 길이가 15Km를 넘는 면이 있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복여울교를 출발해 남한강교에 다다르기까지 약 15Km를 걸으면서 한강 다리를 단 하나도 보지 못했습니다. 이런 경우는 이번이 처음으로 이 지역을 흐르는 한강이 그 옛날의 주운기능을 상실해 강가의 마을들이 쇠락하면서 다리를 놓을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천변길을 이어가다 한강하구까지 150Km 남았음을 알려주는 표지봉을 보자 반가웠습니다. 앞으로 150Km만 더 걸으면 한강 탐방은 물론 200012월에 시작한 5대강탐방 역시 같이 마무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자 저도 모르게 가슴이 뛰었습니다. 요즘 들어 왼쪽 어깨가 아프기 시작해 조금 걱정은 되지만 아직은 두 다리가 멀쩡해 나머지 150Km를 걷는 것은 조금도 걱정되지 않습니다.

 

 

  1511분 남한강 대교를 건너 원주시부론면의 법천소공원에 다다라 23번째 한강 따라 걷기를 마쳤습니다. 한강하구 150Km 전방지점을 지나 천변길을 이어가다가 단암제로 올라섰습니다. 곧게 뻗은 단암제 방죽길을 따라 걸어 이 제방길이 끝나는 남한강대교에 이르기까지 1시간가량 직선에 가까운 방죽길을 걸으면서 주변 풍광은 물론 하늘을 나는 헬리콥터도 보았습니다. 제방 오른쪽으로는 늪지와 수변 수목들이, 그리고 왼쪽으로는 들판을 가득 메운 진초록의 농작물들이, 그리고 하늘 쪽으로는 하늘을 날고 있는 3-4대의 헬기가 제 눈을 끌어 직선 길을 걷는 단조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다목적광장을 막 지나 다다른 남한강대교를 건너 23번째 한강 따라 걷기를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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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을 따라 걸으며 단 한 척도 보지 못한 것은 화물선입니다. 조선시대 활발했던 수운이 육운으로 대체되면서 조운선이 사라져 그러한 것입니다. 이번 탐방의 끝점인 강원도원주시의 부론은 흥운창이 자리했던 곳으로 한때 번창했던 곳인데, 이제는 쇠락한 면소재지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한강이 주운기능을 상실하면서 야기된 것으로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변화였습니다.

 

  제가 우리나라 4대강을 따라 걸으면서 아쉽게 생각한 것은 주운기능의 상실입니다. 저 넓은 강을 놔두고 고속도로를 새롭게 건설하는 것이 과연 현명하게 국토를 활용하는 것인지 의문이 가서였습니다. 유럽에서 활성화된 주운이 우리나라에서 안 되는 것이 기술적인 문제인지, 환경문제인지 알 수 없지만, 정부가 시민단체들이 환경보전을 내세워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것을 설득하거나 극복하지를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2006년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조령에 선박운하를 뚫어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경부운하를 건설하고 나아가 금강과 영산강을 잇는 호남운하 등을 개발하겠다고 공약을 발표하자 많은 국민들은 운하 사업이 환경파괴와 수질오염을 가중시킨다면서 반대했습니다. 결국 이명박정부는 운하사업은 포기하고 4대강 개발사업으로 바꾸어 추진해 우리나라 큰 강들의 주운기능을 되살리지 못했습니다.

 

  국민여론이 호의적이지 않아 포기했던 운하사업을 정부가 다시 나서 공론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학계에서는 연구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수운이야말로 육운보다 오염물질 배출이 적어 훨씬 친환경적인 데다 운반비도 적게 들어 가성비가 높은 물류수단이라는 것이 저의 소박한 생각입니다만, 과연 그러한지는 학계에서 연구하고 검토하여 밝혀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탐방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