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구간: 형산강발원지-심곡지-심곡1교
탐방일자: 2026. 5. 6일(수)
탐방코스: 형산강발원지들머리-형산강발원지-형산강발원지들머리-인내산지
-침곡지-심곡지-심곡1교-아화역
탐방시간: 9시37분-15시30분(5시간53분)
동행 : 나 홀로

강 하구 근처의 형산(兄山)과 제산(弟山) 사이를 흐른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형산강(兄山江)의 발원지를 찾아가 이 강의 제2지류 심곡천을 따라 심곡1교까지 걷고 나자, 숙제를 하나 해냈다 싶어 가슴이 뿌듯했습니다.
하천의 발원지는 대체로 여러 지류 중에서 하구로부터 유로길이가 가장 긴 지류의 시작점으로 정해집니다만, 더러는 역사적 상징성이나 문화적 의미에 따라 달리 정해지기도 합니다. 한강의 발원지는 역사적으로 오대산의 우퉁수였는데, 1987년 국립지리원이 태백산의 검룡소로 변경했습니다. 검룡소를 시작점으로 하는 지류가 우퉁수를 시작점으로 하는 지류보다 유로길이가 27Km 더 긴 것으로 밝혀져 한강의 발원지가 우퉁수에서 검룡소로 변경된 것입니다.
형산강의 발원지는 원래 울산시울주군두서면의 백운산 탑골샘이었는데, 논쟁 끝에 경북경주시서면도리의 인내산인출샘으로 바뀌었습니다. 국토지리원은 인출샘에서 강 하구까지 유로길이가 65.5Km로 탑골샘에서 하구까지의 62.2Km보다 3.3Km 더 길다며 형산강의 발원지를 변경한 것입니다. 이렇게 형산강의 발원지가 경주 인내산의 인출샘으로 변경된 것은 2000년 5월 건설교통부에서 발간한 『한국하천일람』에서도 확인됩니다.
인내산의 인출샘에서 발원해 영일만에서 동해로 흘러가는 형산강의 주요 지류로는 대천, 복안천, 이조천, 북천, 남천, 소견천, 기계천 등이 있습니다. 이번에 제가 따라 걸은 하천은 대천의 제1지류이자 형산강의 제2지류인 심곡천입니다.
....................................................................................................................................
아침 7시40분 동대구역을 출발한 기차가 경주시 서면의 아화역에 도착한 시각은 8시17분이었습니다. 경주역에서 하차해 경주택시를 불렀는데, 경주 시내에서 빈 차로 아화역까지 와서 역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형산강 발원지를 간다는 택시가 없어 배차가 안 된다는 답을 듣고 당황했습니다. 별수 없이 건천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현지택시를 잡아 타고 형산강의 발원지인 인출샘으로 향했습니다. 건천을 출발해 심곡저수지를 지난 후 한무재로 이어지는 909번 도로를 따라 가다가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로 들어서 인내산지를 지났습니다. 시멘트길이 끝나고 비포장도로로 들어서자 택시가 심하게 덜커덩거려 기사 분한테 미안했습니다. 고경솔숲파크골프장 입구를 지나 오른쪽 아래로 형산강발원지로 이어지는 임도 삼거리에서 하차했습니다.
9시37분 ‘형산강발원지’ 표지목이 서 있는 삼거리에 도착했습니다. 인내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오른쪽 아래 등산로는 꽤 넓어 임도로 길을 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쥐 죽은 듯이 조용한 산길을 걸으며 반가웠던 것은 재잘대는 산새들의 노래소리였습니다. 십수 년 전 남한 땅의 9개 정맥을 혼자서 종주할 때만 해도 산새들의 노래소리를 자주 듣곤 했는데, 2019년 산줄기 대신 강줄기를 따라 걸으면서부터는 저를 반기려 떼 지어 부르는 새들의 합창을 듣을 기회가 별로 없었습니다. 반 시간 넘게 걸어 도착한 개활지에서 인내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등산로 입구를 확인한 후 바로 아래로 내려가 형산강 발원지 표지석과 샘을 찾았습니다.
10시16분 형산강발원지인 인출샘을 출발했습니다. 오랫동안 큰비가 내리지 않아서인지 샘에서 솟아나는 샘물이 거의 보이지 않아 「형산강 발원지 형산강 63.9Km」의 표지석이 세워지지 않았다면 발원지를 찾기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시작은 미미해도 끝은 창대한 것이 하천의 흐름이기에 이 강의 맨 끝인 영일만의 하구에 이르면 형산강의 창대한 흐름을 만나볼 수 있으리라 기대하면서 형산강의 발원지인 인출샘을 출발했습니다. 이번에 인출샘에서 졸졸 흐르는 물줄기를 따라 걸어 내려가지 않고 온 길로 되돌아간 것은 발원지에서 조금 내려가면 개인 농장이 있어 출입이 막혀 있어서였습니다. 갈 때는 발원지를 제대로 찾지 못할까 싶어 긴장했었는데 돌아갈 때는 한 가지 숙제를 해냈다 싶어 가슴 뿌듯했습니다. 계절의 여왕 5월에 산속의 싱그러운 숲길을 걸어 ‘형산강발원지’ 표지목이 서 있는 삼거리에 도착한 시각은 10시50분이었습니다.
택시를 타고 올라온 길을 되돌아 내려가 오른쪽으로 고경골프장 길이 갈리는 삼거리를 지났습니다. 얼마 후 왼쪽 아래로 경주도리시범연구농장으로 내려가는 삼거리를 지난 후 발원지에서 인내산지로 흘러 내려가는 형산강의 최상류 지류인 무명천을 만나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 하천을 건너 조금 내려가 길가의 도랑에 바퀴가 빠져 꼼짝하지 못하는 대형 트럭을 보았는데, 이 트럭 안에는 어딘가로 팔려가는(?) 돼지들이 갇혀 꿀꿀거리며 소리를 냈습니다. 도랑에 빠진 트럭이 길을 가로막아 어렵사리 그 지점을 통과했습니다.
11시55분 인내산지 저수지에 이르렀습니다. 트럭에 갇혀 꿀꿀대는 돼지들을 뒤로하고 인내산지 쪽으로 내려가다 그늘진 공터에서 십수 분 쉬면서 햄버그로 요기를 했습니다. 시멘트로 포장된 길을 따라 걸으며 길가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샛노란 아기똥풀을 카메라에 옮겨담았습니다. 형산강 최상류에 자리한 인내산지의 물이 맑은 것으로 보아 위쪽의 농장폐수가 잘 관리되는 것 같았습니다. 안내판에 ‘인출저수지’로 적혀 있는 인내산지는 규모가 작고 산들로 둘러싸여 소담스러워 보였습니다. 인내산지를 막 지나 909번 도로와 만나는 삼거리에 이르자 2011년 늦가을 장장 10시간을 걸어 낙남정맥의 ‘아화리굴다리-아화리-아화고개-만불산-관산-한무재-남사봉-마치재-남사2리마을회관’ 구간을 종주하면서 여기 삼거리에서 북동쪽으로 600-700m 떨어진 한무재를 지난 일이 생각났습니다. 삼거리에서 남서쪽으로 이어지는 909번 도로를 따라 걸으면서 인내산지에서 시작된 졸졸 흐르는 심곡천에 다가가 사진을 찍곤 했습니다.
12시57분 침못지에서 낚시를 하는 분을 만나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마채상리 정류장과 도리2리입구 정류장을 차례로 지나 다다른 아고2교에서 심곡천으로 다가갔습니다. 쉬어가기에 딱 좋은 정자를 그냥 지나 침못지로 이동했습니다. 앞서 지나온 인내산지보다 조금 작아 보이는 침못지의 제방 길에는 자주색 꽃의 엉겅퀴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혼자서 9대의 낚싯대를 물속에 드리우고 시간을 죽이고 있는 60대의 한 분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제가 고기를 낚는 분들을 예사롭게 보지 않는 것은 긴 시간 한 곳에 진득하게 앉아서 시간을 낚는 끈기가 부러워서입니다. 한곳에서 진중하게 머무르지 못하고 어디론가로 자리를 옮겨야 직성이 풀리는 저로서는 이분처럼 한 자리를 계속 지키는 은근과 끈기는 배워야 하는데 잘되지 않습니다.
13시44분 도리보건소를 지났습니다. 침못지에서 909번 도로로 복귀해 도리2교를 지났습니다. 잠시 909번 도로를 벗어나 심곡천 우안의 소로를 따라 걷다가 다시 909번 도로로 들어섰습니다. ‘자연학교 농부철학자’라는 특이한 이름을 내건 건물을 지나자 저만치 앞에 뾰족한 첨탑의 도리교회가 보였습니다. 회리교를 건너 도리교회 앞에서 제법 규모가 큰 심곡지로 이동한 것은 심곡지 좌안의 산자락 길을 걸어보고 싶어서였습니다. 200m 가량 걸어 제가 가고자 하는 길이 공사로 막혀 있는 것을 보고 도리보건소로 되돌아갔습니다. 도리보건소에서 심곡지 우안의 차도를 따라 걷는 것이 힘들었던 것은 차그늘이 없는 차도를 따라 걸어서였습니다. 잠시 쉬어가려고 들른 갤러리가 문을 닫아 별수 없이 땡볕 길을 계속 따라 걸어 심곡지 둑 위의 심곡체육 공원에 이르러서야 그늘진 곳에서 쉴 수 있었습니다.
심곡지는 둘레길의 길이가 약4.5Km에 달하는 저수지로, 총저수용량이 약344만m3에 달해 저의 집 근처 반월호수보다 3배 까까이 더 많습니다. 그러기에 여기 심곡지가 경주시의 서면일대와 동방동 일대의 동방평야 농경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할 수 있을 것입니다.
15시13분 심곡1교에서 형산강 따라 걷기의 첫 구간 종주를 마쳤습니다. 심곡체육공원에서 땀을 식힌 후 909번 도로를 따라 걷다가 왼쪽 농로로 내려서 심곡천으로 다가갔습니다. 심곡천 좌안의 제방길을 따라 걸어 다다른 심곡3교를 건너 심곡천 우안 길을 따라 진행하다가 4번 대경로 아래를 지났습니다. 제가 걷고 있는 하천이 심곡천이라는 것은 ”심곡천/지방하천/경상북도“라는 안내글이 적힌 표지판을 보고 확실히 알았습니다. 졸졸 흐르는 심곡천이 심곡1교에 이르자 유량이 늘어나 하천다워 보였습니다. 지나가는 분에게 길을 물어 심곡1교에서 다리를 건너 직진하면 아화역에 다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고서 형산강의 첫 구간 따라 걷기를 심곡1교에서 마쳤습니다.
15시30분 아화역에 도착해 하루 여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심곡1교를 건너 강변마을길로 들어서자 동네잔치가 벌어졌는지 시끌벅적했습니다. 강변마을길을 따라 철로를 밑으로 지나자 오른쪽 가까이에 아화역이 보였습니다. 동대구 행 기차가 아화역을 출발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15년 전에 한번 들른 바 있는 500m 거리의 서면 파출소 앞 사거리로 가서 시가지를 사진 찍었습니다. 사거리를 출발, 형산강의 제1지류인 대천을 건너 아화역에 이르렀습니다. 역사에서 부탁받은 아화역의 서비스만족도에 관한 설문지를 작성해 역원에게 넘겨준 후 얼마간 기다렸다가 16시40분발 동대구행 열차에 오르는 것으로써 하루 여정을 마쳤습니다.
...................................................................................................................................
형산강은 강 길이는 60Km 남짓해 짧은 편이지만, 인출샘에사 발원해 영일만에서 동해로 흘러들기까지 경주평야, 안강평야, 포항평야 등 여러 평야를 이루어냈습니다. 이러한 형산강이 역사의 전면에 나타난 것은 신라의 건국설화와 더불어서입니다. 이에 관해 2003년10월3일자 포항공대신문에 게재된 아래 기사가 참고가 될 것 같아 여기에 옮겨 올립니다.
“서라벌을 흐르는 형산강의 지류 중에 알천이 있는데, 이 알천에서 알에서 태어난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를 목욕시켰더니 몸에서 광채가 났다는 설화가 있다. 또, 박혁거세의 부인이 되는 알영 부인은 계룡의 옆구리에서 태어났는데 입술에 닭 부리 같은 것이 붙어 있어서 알천에 목욕을 시켰더니 부리가 떨어져 나가고 미인이 되었다는 설화도 있다. 신라의 설화 중에는 나정 우물가의 박혁거세 탄생 설화를 비롯하여 유난히 우물과 관련된 것이 많은데, 이것은 경주 평야가 선상지인 것과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형산강은 신라의 왕궁과 사찰, 그리고 신분별 주택지구를 구분하고 식수를 공급하는 역할을 했으며 권력 싸움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진흥왕때의 원화 남모와 준정이 서로 시기하여 죽고 죽인 곳도 형산강이었고, 선덕왕 사후에 생긴 김경신과 김주원의 왕위 분쟁도 형산강의 범람에서 시작했다. 또, 원효가 요석공주를 찾아 갈 때 일부러 옷을 적신 곳도 형산강이었다. 형산강은 신라 시조 탄생부터 신라 하대 귀족들의 권력투쟁과 방탕한 생활, 그리고 경애왕이 견훤에게 나라를 내어주기까지 신라 역사의 생생한 현장으로서 항상 그곳에 있었다.
그 후 형산강은 역사의 무대에 화려하게 다시 등장하지는 못했다. 형산강 하구는 일본에서 건너오기에 가깝고 만조를 만나면 강을 거슬러 안강평야와 경주평야까지 올라가 곡식을 약탈할 수 있었기 때문에 영일만 일대는 신라의 국력이 강성해지기 전까지 끊임없이 왜구에 시달렸다. 이러한 상황은 해상왕 장보고의 몰락과 신라 멸망 이후 조선시대까지 계속되었다.”
<탐방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