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II.지역 명산/지역명산 탐방기

A-16.불곡산(1-2)

시인마뇽 2007. 1. 3. 15:49

                                        불곡산 (2)


             *산행일자:2008. 10. 4일(토)

             *소재지  :경기 양주

             *산높이  :상봉468m

             *산행코스:양주시청-상봉-상투봉-임꺽정봉-오산삼거리

             *산행시간:9시40분-15시20분(5시간40분)

             *동행    :경동동문산악회 5명

             (24기회장이규성, 김주홍, 우명길, 27기송기훈, 29기오창환)

 

 

 

  올 들어 고교동문들과 함께 양주의 불곡산을 찾은 것이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앞서 두 번은 한북정맥 종주 길에 지난 것이어서 정맥 길에서 한참 비껴있는 이 산 최고봉인 상봉을 오르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이번에는 짧은 거리의 불곡산만을 오르는 점의 산행이어서 당연 상봉을 올랐을 뿐만 아니라 나머지 두 암봉인 상투봉과 임꺽정봉도 차례로 들른 후 대 슬라브 길로 하산했습니다. 서울근교의 이름난 바위산인 불곡산은 웬만한 산 꾼들은 거의 다가 한 번 이상 오른 산이어서인지 많은 동문들이 불참했습니다. 올 들어 가장 적은 인원인 다섯 명만 함께해 모처럼 조촐한 산행이 되었는데 게다가 이 회장이 산행대장을 맡아준 덕분에 길안내의 부담이 없어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산행에 임했습니다.


  아침9시40분 양주시청 위 현충탑 아래에서 왼쪽 산길로 들어섰습니다.

지난 주 며칠 기온이 떨어져 완연한 가을이다 했는데 다시 한 낮 기온이 섭씨 25도를 넘어 땡볕의 임도 길을 버리고 폐타이어 교통호가 파진 숲길로 올라섰습니다. 능선 길을 걸으며 천천히 고도를 높이다가 널따란 임도 길을 만나 왼 쪽 위로 따라 걷는 2-3분간은 따가운 햇살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다시 숲길로 들어서 삼각점이 서있는 241봉에 다다른 시각은 10시18분이었습니다. 잠시 머무르며 오른 쪽 아래 샘내 벌의 누런 들판을 조망한 후 평평한 능선 길을 따라 계속해 걸었습니다.


  10시47분 보루성 안내판이 세워진 295봉을 지났습니다.

아기자기한 암릉 길로 이름난 불곡산의 능선 길을 1시간 넘게 걸었어도 이렇다 할 바위 길이 나타나지 않고 부실해 보이는 소나무 길만 이어져 성미 급한 분들은 속았다는 느낌도 들었을 것입니다. 제게 정작 그런 느낌을 갖게 한 것은 솔밭 길이 아니고 보루성 안내판이었습니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성의 자취는 찾아볼 수 없고 그렇다고 성의 개요를 설명하는 안내문도 따로 있는 것이 아니어서 “보루성” 안내판은 퀴즈문제를 적은 보드 판 같았습니다. 보루성(保壘城)이란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사방을 조망하기 좋은 낮은 곳에 돌로 쌓은, 산성보다 규모가 작은 성을 이른다 합니다. 이 산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아차산과 고령산의 남사면에 보루성이 있는 것은 보루성이 고유명사가 아니고 보통명사이기 때문인데 밑도 끝도 없이 한글로 “보루성”으로 적어 넣은 안내판을 달랑 세워놓은 것은 차라리 없는 것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성보다 작은 성으로 270봉에서 3-4분을 급하게 내려가 만난 안부는 왼쪽 별산대놀이공연장에서 올라오는 길과 합류하는 삼거리로 안부삼거리에서 십 수분 걸어 다다른 360.8봉에서 삼각점을 만났습니다.


  11시35분 해발470m의 상봉에 올랐습니다.

360.8봉에서 4-5분을 내려가 왼쪽 아래로 백화암 길이 갈리는 안부에 도착했습니다. 여기서부터 정상봉인 상봉에 이르는 길에 가파른 바위길이 있어 로프를 잡고 올랐습니다. 정상이 비좁은 암봉의 상봉에 오르자 사방이 잘 조망되어 지난 6월 비를 맞고 지났던 샘내고개-창업굴고개 구간의 한북정맥이 한 눈에 잡혔습니다. 그 높던 한북정맥의 연봉들이 이 산 앞을 지날 때에는 바짝 키를 낮추어 맞붙어 볼 의사가 없음을 확실히 표하는 것은 불곡산이 덩치가 큰 거산이거나 유달리 높은 고산이어서가 아니고 단단한 바위로 만들어진 악산이어서 겁을 먹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 가지 이유를 더 한다면 조선조 포도청이 3년간 추적한 끝에 간신히 체포했을 만큼 용맹한 의적 임꺽정의 혼백이 이 산을 지키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상봉에서 깊숙한 안부로 내려서는 바위 길도 경사가 급해 로프를 잡고 내려섰습니다.


  13시19분 해발 440m의 상투봉을 올랐습니다.

깊숙한 안부에서 올라선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옮겨 한갓진 공터에서 짐을 풀고 점심을 들었습니다. 이번 산행에 경동여고 아주머니들이 한 분도 참가하지 않았는데도 다른 때 못지않게 점심상이 푸짐한 것은 이 분들의 내조 덕분이다 싶어 고맙게 들었습니다. 한 시간 가까이 점심을 들었는데도 누구하나 나서서 일어나자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한북정맥 종주길이라면 서두르는 것은 당연 제 몫이지만, 매월 첫 째 주 토요일에 서울근교 산을 오르는 정기산행에서는 대개가 5-6시간 코스여서 너무 서두르다가는 한 낮에 산행을 마치면 민망스러운 시간에 뒤풀이를 갖게 되어 삼가는 편입니다. 점심식사를 끝내고 맞은 편으로 몇 분을 걸어 상투봉에 올랐습니다. 상봉을 받쳐주는 동사면의 암벽에는 듬성듬성 단풍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높이는 낮아도 막힘이 없어 상투봉의 전망이 상봉에 못지않았고 이 봉우리를 지나는 바람도 한결 시원했습니다. 안전하게 철선 가드를 쳐놓은 상봉에서 암릉 길을 따라 조심스레 서진해 안부로 내려갔습니다. . 


  14시55분 해발450m의 임꺽정봉에 올라섰습니다. 

오른 쪽 아래로 부흥사 길이 갈리는 안부에 오름 길이 험하니 심약한 사람들은 우회길로 돌아가라는 안내판이 서 있어 임꺽정봉을 처음 오르는 사람들을 주눅 들게 했습니다. 산을 오를 때는 언제고 조심해야하고 특히 암릉길을 오르내릴 때는 더 각별한 주의가 요망됩니다. 그렇기로서니 그저 그런 정도의 암릉 길을 목숨 걸고 오르는 것처럼 과장되게 묘사해 아예 그 길을 피하게 만드는 것도 지나치다는 생각입니다. 보통의 건장한 산 꾼들이라면 설치된 로프 줄을 잡고 충분히 오를 수 있는 암릉 길이어서 우회하지 않고 똑바로 올랐습니다. 가파르게 420봉을 올랐다가 잠시 내려선 후 다시 올라 임꺽정봉에 다다랐습니다. 돌탑과 표지석 그리고 잘생긴 소나무가 자리하고 있는 임꺽정봉에서 북서쪽으로 내려다보이는 황금빛 오산 벌에 가을이 넘실거리고 있었습니다. 깎아지른 바위길을 피하고 오른 쪽 길로 우회하다 부흥사에서 올라오는 길을 만났습니다. 창업굴고개 앞 유격장에서 군장병들이 훈련 중일 때는 한북정맥 마루금을 이어갈 수 없어 부흥사로 내려가 왼쪽으로 우회하게 되는데 그 우회 길과 만난 것입니다. 우회길과 합류하는 삼거리에서 조금 올라가 한북정맥 길에 합류했습니다.


  15시20분 오산리 버스정류장에서 하루 산행을 마쳤습니다.

한북정맥길에 합류한 후  몇 걸음 내려가 대 슬라브를 만났습니다. 이번으로 4번 째 내려가는 슬라브 하강 길은 횟수가 거듭될수록 두려움은 덜해지고 재미는 더해졌습니다. 한 주 전 북한산의 숨은벽을 올라서인지 이 정도 경사라면 올라가는 것도 별 문제 안 되겠다 싶어지자 다음에 이산을 찾을 때는 역순으로 올라보겠다는 욕심이 일었습니다. 안부에서 왼쪽으로 꺾어 오산리로 향했습니다. 지난 여름 물이 흐르던 왼쪽 아래 계곡이 건천으로 바뀐 것은 관악산과 마찬가지로 이 산이 육산이 아니고 물을 담아두지 못하는 골산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번 산행의 끝 지점인 오산삼거리가 여느 삼거리와 확실히 구별되는 것은 한북정맥이 지나간다는 것입니다. 큰 길을 내느라 맥을 끊어놓아 지형도를 찾아보아야 마루금이 이 삼거리를 지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 삼거리에 떨어지는 빗물이 남쪽으로 흐르면 중량천을 거쳐 한강으로 유입되고, 북 쪽으로 흐르는 빗물은 강화천을 거쳐 한탄강으로 흘러들어가서 임진강으로 유입됩니다. 다시 말해 오산삼거리는 한강과 임진강을 가르는 분수령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여기서 갈라진 물은 한북오두지맥이 끝나는 오두산 앞 합수점에서 다시 만나 황해로 흘러들어가게 되는데 이는 임진강이 독립된 강이 아니고 한강의 제1지류이기 때문입니다.


  뒤풀이는 양주역 뒤편의 한 음식점의 앞마당에서 가졌습니다.

뒤늦게 한북정맥 종주에 합류한 29기 후배사장이 내는 뒤풀이가 더욱 고맙고 미안했던 것은 같이 늙어가면서 깍듯하게 선배대접을 받아서입니다. 누구로부터 대접받는 것에  익숙지 못한 저로서는 영 쑥스러운 노릇이었지만 선배들에 예의를 다하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저렇게 몸에 밴 예절은 모르기는 몰라도 모교에서 다 배운 것은 아니고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에서 근무하면서 익힌 것이라 생각하게 된 것은 인재사관학교로 평가받는 한 기업이 임직원들에 골프를 권장하는 것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에티켓을 익히게 하기 위해서라는 이야기를 이미 들었기 때문입니다. 기업에서 익힌 깍듯한 예절에 산에서 배우는 넓은 도량의 너그러움이 더 해진다면 동문산악회원 누구라도 스마트한 경동인으로 자리 매김 할 수 있겠다 싶어 이 글을 올립니다. 

 

 

 

                                                                    <산행사진> 

 

 

 

 

 

 

 

 

 

 

 

 

 

 

 

 

 

 

 

 

 

 

 

 

 

 

 

 

 

 

 

 

 

 

 

  • 2008.10.01 13:45

수고 많이 하셨읍니다.조부근님도 반갑군요.

  • 시인마뇽
  • 2008.10.01 14:06
  • 조부근 님과 알고 지내시나 봅니다. 세상이 좁으네요. 고맙습니다.

  • 이원식
  • 2008.10.08 16:24

우와, 아드님(우종원 대리)이 소개해줘서 블로그를 보게 되었습니다. 저도 1년전에 집사람과 함께 올랐는데 그 당시는 등산로가 해제 된 지 얼마되지 않아서 기분으로는 꼭 내설악 어디쯤 온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안전에 유의하시고 많은 곳을 보시고 즐기시길 바랍니다.

대간 길을 다시 밟느라 집을 비워 답글이 늦었습니다. 띠동갑의 젊은 한 분이 잘 이끌어줘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암벽등반은 대학시절 잠시 미쳤었고 몇 해전부터 대간과 정맥을 이어오르며 이 산하에 정을 쏟고 있습니다. 아들이 독자라서 이 블로그가 부자 간의 소통의 장이 될 수 있겠다 했는데 같이 근무하시는 분이 이렇게 방문해주셔서 소통의 폭을 더 넓힐 수 있으리라 기대됩니다. 방문해 주셔서 고맙고 안산, 즐산하시기 바랍니다.

  • 성봉현
  • 2008.10.01 10:08
  • 칭호가 어색하네요.
    산행하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코오롱등산학교가 아니라 대산련 서울시연맹에서 주관하는
    한국등산학교를 수료하였습니다.
    이제 다음에는 원효(또는 염초봉이라고도 하지요)릿지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별 넷의 대장이 아닌 등반대의 대장이니까 봉시직이니 어색해하지 마시기를...
한국등산학교로 수정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무심거사
  • 2008.10.13 02:36
  • 숨은벽이라는 곳은 금시초문이었습니다.   등반기를 읽다 보니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 그리고 80kg 친구가 한다면 55kg인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나를 유혹하지는 마십시오.   중간에 "담배는 고체라서 끊을 수 있지만, 술은 액체라서 끊을 수 없다"는 말은 정말로 멋진 표현입니다.   저자를 시인마뇽님이라고 밝히고서 나도 술자리에서 한번 사용해 보겠습니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만, 또한 너의 분수를 알라는 말도 있다는 것을 상기합시다.     오대산부터 단풍이 물들고 있다니 불원간 같이 만나 산에 한번 가 봅시다.   꾸벅.

 

 

많은 사람들이 금시초문이라서 숨은벽입니다. 항상 조심하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불곡산 (1)

 

                                         *산행일자:2005. 10 .13일

                                         *소재지  :경기양주

                                         *산높이  :상봉469미터

                                         *산행코스:양주시현충탑-상봉-상투봉

                                                        -임꺽정봉-오산삼거리

                                         *산행시간:13시3분-17시23분(4시간20분)

                                         *동행      :나홀로

 


  작년 여름 한북정맥 종주 시 창업굴에서 시작해 임꺽정봉 턱밑까지 올라갔으나 시간이 없어 바로 오산삼거리로 하산하면서 조만간 다시와 정식으로 불곡산을 종주하겠다고 다짐했는데 어제야 비로소 15개월 만에 그 다짐을 실천에 옮겼습니다. 전날 밤 과음으로 한북정맥을 종주하겠다는 계획을 접고 대신에 코스가 짧은 불곡산을 오르기를 잘 했다고 생각이 든 것은 최근 몇 달 동안 백두대간을 종주하며 밟지 못한 암릉 길을 한껏 오르내리며 짜릿함을 맛보았기 때문입니다.


  불곡산은 그 높이가 500미터도 채 안 되는 나지막한 산이지만 여기저기에 아기자기한 암릉길이 나있고 또 이조 명종 때 나라로부터 버림받은 백성들을 규합하여 조정을 괴롭혔던 임꺽정의 체취를 느낄 수 있기에 이 산을 찾는 수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나봅니다. 지금 먹고 있는 이 찐 밤도 정상에서 만난 한 여성 산객분이 건네준 것으로 그 분의 마음씀에 고마워하면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12시50분 양주시 현충탑 아래의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현충탑으로 올라가 먼저 가신 이 지역의 순국선열님들에 묵념을 올렸습니다. 모 대학 교수의 6.25가 김일성이 주도한 통일전쟁이라는 주장에 분노하여 가슴을 치고 있을 전몰장병들의 영령들에 북한주민의 인권보호에는 한 마디도 하지 않는 장관이 검찰총장에 그 교수의 인권보호를 위하여 구속하지 말라는 명령을 문서로 하달했음을 고하게 되면 지하에서 벌떡 일어날 것이 분명하기에 사실대로 고해야 할지 망설여졌습니다.


  13시3분 상봉으로 이어지는 현충탑 왼쪽 편의 들머리에 들어섰습니다.

처음 몇 분간은 딸기 가지가 길을 막아 이를 헤쳐 나가느라 가시에 찔리기도 했지만 이내 양주시청 머리위로 난 큰길로 접어들어 이어지는 산행이 순조로웠습니다. 길가의  묘지 앞에 세워진 이장공고문을 보고 자식들이 현충탑 가까이에 명당자리를 잘도 잡았다고 부러움을 샀을 터인데 그 좋은 묘 자리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니 길게 보면 인생은 새옹지마에 다름없는 것이다 싶었습니다. 현충탑 출발 28분 후에 245봉에 올라서자 동쪽으로 오리정고개에서 샘내고개까지 작년에 종주했던 한북정맥의 구릉 같은 낮은 산들과 샘내 못 미쳐서 무단으로 횡단했던 경원선 기차 길이 눈에 잡혀 반가웠습니다.



  13시52분 깃대만 달랑 서있는 295봉에서 벤취에 앉아 짐을 풀고 목을 축였습니다.

현충탑에서 이 봉에 오르기 까지 비닐번호판이 연이어 걸려 있었고 295봉에 보루성 표지판이 서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10분을 쉰 후 얼마를 걸어 봉화대갈림길의 헬기장을 지났고 뒤이어 361봉에서 삼각점을 확인한 후 5분가량 더 걸어 백화암 갈림길에 내려섰습니다. 현충탑에서 이곳까지 2.3키로를 걷는 동안 아직은 암릉 길은 나타나지 않았고 주로 솔 밭길로 이어졌습니다. 인가에서 가까운 곳에서 자라는 소나무들은 사람들에 재목감으로 베여질 까 등을 굽혀 못나게 자라지만 사람 들 발길이 닿지 않는 심산유곡에서 자라는 소나무들은 곧게 뻗어 올라 한껏 고귀한 자태를 뽐낸다는 어느 산객의 우스개 소리가 옳다고 생각한 것은 여기저기서 소음이 들려오는 이곳 불곡산의 소나무들은 더러 곧게 자란 적송들도 눈에 뜨였지만 오지중의 오지인 문경의 황장목이나 봉화의 춘양목에는 전혀 비할 바가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14시45분 불곡산 정상인 해발 469미터의 상봉에 올라섰습니다.

백화암 갈림길 안부에서 0.3키로를 걸어 정상에 이르기까지 로프의 도움으로 바위 길을 힘들여 올랐습니다. 정상에 오르자 먼저 올라온 여성산악회 여러분들로 시끌벅적했는데 이것저것을 메모하고 사진을 찍는 동안 그 분들이 내려가고, 벌써부터 자리 잡고 과일을 들고 있는 의정부에 살고 있다는 여성 산객 두 분과 저만 남아 정상이 다시 고요를 찾았습니다. 불-수-사- 도-북의 5개의 근교 산들을 18시간을 걸어 모두 밟았다는 한 분이 포도와 찐 밤을 건네주어 고마워 제가 산행기를 올리고 있는 “한국의 산하”사이트를 안내했습니다.


  15시10분 긴 시간의 휴식을 끝내고 상투봉으로 향했습니다.

한 산악회에서 땅바닥에 돌로 눌러 놓은 안내종이에 표시된 대로 따라갔는데 길도 제대로 나있지 않았고 비가 오거나 밤 시간이었다면 실족사고가 날만한 급경사의 바위 길을 내려서느라 진땀을 흘리는 등 제 길로 들어서기까지 한 10분간은 공포의 시간이었습니다.


  15시35분 불곡산 3연봉 중 한 가운데 위치한 해발404미터의 상투봉에 올라서자 전망이 일품이었습니다. 뒤로는 지나온 상봉과 앞으로 지나 갈 임꺽정봉 모두를 조망할 수 있어 불곡산 최고의 전망바위로 자리매김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봉의 얼굴인 수직으로 곧게 서 있는 바위들과 이 바위를 밑에서 받쳐주는 나무들에 내려앉은 가을이 빚어내는 절경을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불곡산의 암릉길은 상투봉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조심스레 릿지길을 내려서면서 틈틈이 임꺽정봉을 틈틈이 카메라에 실었습니다. 임꺽정봉을 받치고 있는 한 바위의 오버행선 가까이에 내려오다가 되돌아 올라가는 다람쥐를 보고 장비의 도움으로 오버행바위를 오르는 인수봉의 록 크라이머가 여기 임꺽정봉의 다람쥐보다 나 보였습니다.


15시53분 부흥사로 갈리는 안부에 내려서자 오른 쪽 산 밑에서 훈련을 받고 있는 장병들의 함성이 힘차게 들려왔습니다. 6.25는 김일성이 주도한 통일전쟁이고 미국의 개입으로 통일이 좌절되고 400만 명이 죽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외침을 묻어버리고도 남음직한 장병들의 우렁찬 함성에 믿음이 갔고 고마웠습니다. 이곳 안부에서 임꺽정봉에 오르기 까지 등산로가 위험하니 자신 없는 분들은 우회하라는 안내판을 뒤로하고 로프의 도움을 받아 가며 25분가량 올라 임꺽정 봉에 올랐습니다.


  16시20분 해발 445미터의 임꺽정봉에서 벤취에 앉아 양주가 낳은 7세기 전의 인물 임꺽정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 봉우리에 세워진 안내판에 홍길동및 장길산과 더불어 조선조 3대 큰 도둑의 한 사람인 임꺽정이 이곳 유양리에서 태어났다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고 불곡산에도 청송골, 청소골과 천골 등 임꺽정과 관련된 이름의 지명이 많다고 적혀 있는데 양주 땅 최북단의 감악산에도 임꺽정봉이 있는 것으로 보아 양주 지역 일원에서 주로 활동했던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조정이 부패하고 무능해 거리로 내쫓긴 백성들을 모아 조직적으로 조정에 저항한 임꺽정을 잡는데 3년이 걸렸다하니 임꺽정을 따르는 백성들이 얼마나 많았고 그의 신출귀몰한 전략이 얼마나 뛰어났는가 쉽게  짐작되었습니다. 당대의 백성들의 삶과 임꺽정의 활동을 그려낸  벽초 홍명희선생의 소설 “임꺽정”이 우리나라의 문화사전이자 국어의 보고로 평가받고 있다 합니다. 그렇기로서니 한 가수가 우리나라를 빛낸 100명의 위인에 임꺽정을 넣어 노래를 부른 것은 역사를 너무 가볍게 본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작년7월에는 탁류로 시뻘갰던 정북방향의 발아래 저수지가 이번에는 푸른 물과 가을정취를 가득 담고 있어 보기에 아름다웠고, 북동쪽으로 눈을 돌리자 산으로 에워싸인 넓은 들을  황금빛 벼들이 가득 채워 보는 저를 풍요롭게 해 이제껏 임꺽정봉을 지켜왔을 고사목과 돌무덤에 따뜻한 눈길을 줄 수 있었습니다.


  임꺽정봉에서 로프를 잡고 거의 직벽을 타고 내려서 창업굴에서 올라오는 한북정맥 길에 합류했습니다. 여기서 왼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얼마고 내려가자 이번 산행의 백미인 대슬라브 바위로 들어섰는데 로프를 잡고 하산하기가 경사가 급해 쉽지 않겠다 싶었습니다. 그래도 작년 7월 때보다 수월하게 내려온 것은 비가 오지 않아 미끄럽지 않았고 창갈이를 막한 리지 화를 신고 해 접지력이 좋아서였던 것 같았습니다. 안전한 곳으로 내려서서 활짝 팔을 벌려 바위를 안아보자 이 바위가 더 할 수 없이 믿음직스럽고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1970년 선배들로부터 막 암벽등반을 배우기 시작할 때에 그리도 두려웠던 바위가 얼마고 익숙해지자 그 바위가 저를 포용하는 것 같아 미덥고 고마워했던 기억이 새로웠습니다.


16시48분 대교아파트로 갈리는 분기점에서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대교아파트 방향으로  하산하였습니다. 현충탑을 떠날 때에는 tdcyoun님의 산행기대로 여기에서 우회로를 따라 다시 현충탑으로 돌아가고자 했으나 예상보다 산행이 더뎌 바로 오산 삼거리로 하산했습니다. 분기점에서 20분을 걸어 내려와 대교아파트가 잘 보이는 천지성터의 제단을 지났는데 산 밑에는 아직 단풍이 들지 않아 초록의 엽록소가 여전히 이 산의 나뭇잎을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17시23분 오산 삼거리에서 맥주 1캔을 사들며 4시간 남짓한 불곡산 종주산행을 마쳤습니다. 시내버스를 잡아타 현충탑으로 돌아와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대간 산행에 미쳐 근교 산들을 너무 오랫동안 오르지 못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해도 짧아져 겨울 동안은 나 홀로 대간 종주를 접고 대신에 정감 가는 고향 산들을 보다 자주 오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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