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자:2007. 4. 28일
*소재지 :경기 포천/가평
*산높이 :1,168미터
*산행코스:광덕고개-백운산-도마치봉-국망봉-국망봉자연휴양림 입구
*산행시간:9시32분-18시12분(8시간40분)
*동행 :경동고교동문등 9명
(24기이규성, 서중원, 이명재, 김남진/김양미부부, 김주홍/김경옥부부,
우명길, 29기정병기)
산상의 화원에 사람들이 들끓지 않는다고 야생화의 고유한 아름다움이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대개의 야생화는 꽃이 작고 색상이 수수해 집으로 옮겨놓으면 내다 팔 목적으로 재배한 꽃집의 화초만큼 눈길을 끌지는 못할 것입니다. 수더분한 애들 엄마들의 생 얼굴로는 애당초 무대에 올릴 목적으로 요기조기 다듬고 가꾼 요즈음의 꽃 미인들과 아름다움을 겨룰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화려한 조명을 받지 못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지 못해도 수수한 집사람의 얼굴에서 사랑이 내면화된 아름다움을 만나볼 수 있듯이 인적이 뜸한 한적한 곳에서 피어나는 야생화에서 사람들은 끌어들이지 못해도 벌과 나비를 불러 모으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국망봉 가는 길은 들꽃들로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한 산상의 화원 길이었습니다.
광덕고개에서 국망봉까지의 12km 남짓한 산줄기를 꼭 3년 전에 한번 걸은 적이 있어 이번에도 얼레지 꽃과 양지꽃이 꽤 많이 피어 있을 것이라 기대는 했지만 국망봉 길 끝까지 이토록 많은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습니다. 잎사귀는 자주색의 반점으로 얼룩졌고 꽃 모양은 치마를 홀랑 뒤집어 까 보이는 듯이 장난스러워보여도 꽃 색만은 연 붉은 색으로 귀티가 나는 얼레지꽃은 나지막한 산에서는 쉽게 만나볼 수 없는 이 산의 대표적인 야생화입니다. 밟힐 까 걱정될 정도로 길섶에 즐비하게 피어 있는 양지꽃과 나도양지꽃, 그리고 거의 외양이 비슷한 노랑제비꽃, 이제 막 선을 보인 피나물 등이 향기가 나지 않아도 벌과 나비를 이 산에 불러들이는 노랑꽃의 야생화들입니다. 수많은 현호색과 꽃들 중에서 빗살현호색(?)이 국망봉 가는 길을 푸르게 수놓았고, 이에 질세라 하얀 바람꽃도 간간이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연분홍의 진달래는 뒤 늦게 만개해 길섶의 풀꽃들과 아름다움을 겨루고 있었지만 이 산에서 가장 먼저 노랑꽃을 피운 생강나무만은 길섶에서 저만치 떨어져서 뒤이어 피기 시작한 노랑풀꽃들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어제 국망봉에 오르는 길의 산상의 화원을 저희 경동고교 동문들만이 찾은 것은 아닙니다.
백운계곡과 도마치계곡, 그리고 광산골 등 여기 저기 골짜기들의 냉기를 모두 불러 모아 능선에 오른 골바람도 산상의 화원에 들인 발을 좀처럼 떼지 않았습니다. 고산에서만 피는 얼레지꽃에 적절하게 냉기를 실어다주는 골바람은 분명 꽃바람입니다. 꽃바람이 이 산으로 불지 않는다면 산 너머 남촌에서 불어오는 훈훈한 봄바람에 물기를 뺏겨 산상의 화원이 그리 오래가지는 못할 것입니다. 골바람을 불러들여 발을 묶는 일은 하얗게 핀 바람꽃의 몫일 것입니다. 바람꽃이 꽃바람을 불러들여 묶어 놓기에 그 숫자는 다른 꽃들에 비해 턱없이 적어도 이 화원에서 고개를 바짝 들고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산상의 화원에서 꽃바람과 같이한 동문들의 행복해하는 얼굴에서 저는 꽃과 바람의 위대함을 읽었습니다.
아침 9시32분 광덕고개에서 산 오름을 시작했습니다.
오는 5월에 지리산을 종주하기 전에 몸 상태를 점검해보고자 광덕고개-국망봉구간의 예비산행에 참가한 대원들은 지난 1월 눈길 덕유산을 함께 올랐던 이규성, 서중원, 김남진부부와 저의 5명과 이번 산행에 처음으로 합류한 이명재, 김주홍부부와 29기 정병기 후배 4명등 모두 9명이었습니다. 7시30분에 동서울터미널을 출발한 사창행 버스가 광릉갈림길에 이르기까지 서행을 하여 9시20분이 다되어서야 광덕고개에 도착했습니다. 8-9시간 장거리산행이 걱정되어 밤잠을 제대로 못 잤다고 너스레를 떤 친구들도 들머리인 계단 길을 오르는 발걸음이 힘찼습니다. 능선 길로 올라선 저희들을 처음으로 반긴 것은 서울 근교 산에서는 이미 다 졌을 진달래꽃나무로 듬성듬성 여기저기에 무더기로 피어있는 연분홍 진달래꽃이 죽은 소월을 깨워 다시 불러일으킬 만큼 화사했습니다. 초반에 선두를 선 이명재 동문의 빠른 산행으로 수지에 사는 김주홍동문의 부인이 들머리를 출발한지 얼마 안 지나 힘들어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얼마간 산행을 쉰데다 제대로 잠을 못자 몸이 아직 빠른 발걸음을 따라잡지 못해서 힘들어하는 것이기에 천천히 걷는 것이 최상의 약이라는 생각에서 후미로 빠져 이 분과 함께 천천히 걸었습니다.
10시58분 해발904미터의 백운산을 올랐습니다.
여기 백운산까지는 동기모임인 동산회에서 한번 겨울산행으로 오른 적이 있다며 대부분의 동문들이 낯설어하지 않았습니다. 삼각점이 세워진 공터의 정상에서 그동안 오른 산들을 휘둘러보았습니다. 정북방향의 광덕산에서 시작해 시계반대방향으로 각흘산, 명성산, 국망봉, 화악산, 복계산과 복주산에 차례로 눈길을 주며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백운산을 오르기 얼마 전에 선보인 얼레지 꽃이 점점 그 수가 많아져 일행들의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20분가량 쉬면서 먹거리를 나눠든 후 도마치봉으로 향했습니다. 얼레지꽃 만으로 화원을 꾸미기 부족했던지 연푸른색의 빛살현호색(?)이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백운산 정상출발 22분 후에 도마치봉과 중간지점인 해발910미터의 삼각봉을 지났습니다.
11시55분 해발 937미터의 도마치봉을 지났습니다.
삼각봉을 지나서 길섶을 환하게 밝히는 노랑색의 양지꽃이 연이어 웃어대는데 어느 누가 힘들다고 상 찌그릴 수 있겠습니까? 만개한 꽃들과 같이 웃다가 백운산을 뜬지 50분이 후딱 지났고 헬기장이 들어선 도마치봉에 올라섰습니다. 이 봉우리에서 짐을 풀겠다는 욕심을 달래가며 5-6분을 더 걸어 내려가 샘터에서 쉬었습니다. 이제까지 수지맞는 삶만을 살아와 흑자인생을 즐긴다고 이야기를 듣는 수지에 사는 김주홍 동문부부가 품질평가사 이규성 회장으로부터 합격점을 받은 6년 근(?) 수삼을 비롯해 다양한 먹거리를 준비해와 어느 누구도 지리산 종주대열에서 이 부부를 제외시킬 음모를 획책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 샘터에서 바람보다 시원한 샘물로 목을 축인 후 능선 길로 올라섰습니다.
13시 정각 능선 길 소나무그늘아래서 점심을 들었습니다.
샘터 출발 25분에 다다른 봉우리는 경기도 제1의 고산 화악산으로 갈리는 길이 왼쪽으로 나있는 삼거리봉우리로 지형도에는 아무런 이름이 나와 있지 않는데 도마봉이라는 표지석이 서 있었습니다. 도마봉에서 뒤돌아 본 도마치봉 서쪽의 암봉들이 장대해 보였습니다. 표지석을 배경삼아 설악산과 덕유산을 함께 오른 항상 최선을 다해 산행을 하는 김남진 내외의 사진을 찍은 후 오른 쪽 길을 택해 국망봉으로 향했습니다. 도마봉에서 국망봉으로 향하는 산길은 사계정리를 위해 길 양옆의 나무들을 다 베어내 갈 길은 시원하게 잘 보였지만 햇빛을 가릴 나무들이 없어 한 여름에 이 길을 지나기는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도마치봉 아래 샘터의 생명수로 활기를 완전히 되찾은 수지분이 선두를 섰습니다. 총알이 사람을 죽이는 것은 총알의 무게가 아니고 빠른 속도이듯이 이 분의 활기를 되찾게 한 것은 같이 간 김주홍 부군의 독려가 아니고 느린 속도였습니다. 그래서 산행의 모토가 될만한 명언은 바로 “slow and steady"입니다. 땡볕을 가릴 소나무는 3년 전과 똑 같이 그 자리를 지켰고 그새 쉬어가는 사람들만 바뀌었을 뿐입니다. 김밥과 현미 떡, 샌드위치만으로도 성찬인데 싱싱한 과일들이 입맛을 돋우어 점심시간이 20분을 넘겼습니다.
14시19분 신로봉아래 삼거리 안부인 신로령에서 잠시 땀을 식혔습니다.
점심식사를 끝내고 신로봉으로 향한지 얼마 안 되어 그동안 능선 길의 후덥지근한 지열을 식힌 고마운 골바람이 심술을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삭으러들어 존재가치를 드러내는 바람은 분명 있으나마나한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몇 개의 봉우리를 오른 쪽으로 에돌아 응달진 길을 걸을 때는 빼고는 땡볕의 능선 길이 대부분이어서 비로소 바람의 고마움이 느껴졌습니다. 살랑살랑 불어와 살갗을 어루만질 때는 바람의 존재를 새까맣게 잊고 있다가 골짜기로 회군하여 숨어버리자 그때서야 온몸에서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식힐 바람을 다시 찾는 저희들을 보고 산상의 꽃들이 비웃는 것 같아 부끄러웠습니다. 사계를 정리한 빡빡머리 길은 마지막 두 번째 헬기장이 들어선 1102봉까지 이어졌습니다. 저희들이 바람의 고마움을 다시 느끼자 얼마 안 되어 골바람이 능선 길을 다시 찾아왔습니다. 노랑봄꽃으로는 최고로 화사하다할 피나물이 꽃 대속에 숨겨놓은 붉은 피 색 진액을 보지 않았기에 새하얀 바람꽃이 불러들인 바람도 이 피나물과 교우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15시42분 해발 1,167m의 국망봉을 올랐습니다.
6시간 남짓하게 걸어 온 능선 길은 또 하나의 파노라마였습니다. 까마득히 멀리 보이는 하얀 건물이 들어선 광덕산 아래 광덕고개에서 백운산을 지나고 도마치봉을 거쳐 여기 국망봉에 이르는 구비진 길들을 밟고 수많은 봉우리를 오르내려 여기 국망봉에 올라선 일행들이 하이파이브로 환호하는 것은 오는 5월 지리산 천왕봉을 오를 때의 환희를 조금이나마 미리 맛보고 싶어서일 것입니다. 신로봉에서 왼쪽으로 뻗어 내려간 암릉길을 보고 설악산을 연상하는 친구들은 지난 가을 죽을 힘을 다해 공룡능선을 오르내린 동문들이었습니다.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거의 같은 시간대에 국망봉을 오른 동문들의 자랑스러운 모습들을 대전에서 올라왔다는 한 분에 부탁해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그리고 화악산과 명지산도 같이 제 카메라에 옮겨 실었습니다. 예정한 시간에 거의 정확하게 국망봉에 올랐기에 국망봉에서 내려가는 길도 시간이 넉넉해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급경사 길을 로프를 잡고 천천히 내려갔습니다. 국망봉 대피소로 내려가서도 땅바닥의 꽃들을 제외하고는 봄을 찾지 못했습니다.
18시12분 국망봉 휴양림 정문에 도착해 하루 산행을 끝냈습니다.
대피소에서 얼마고 걸어 800미터대로 내려서자 연두색의 나뭇잎들이 회색의 산속을 바꿔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틀 후면 계절의 여왕 5월에 신록을 물려줄 이 4월에 40년 지기들과 함께 오른 국망봉의 능선 길에 들어선 봄꽃들과 헤어지기가 서운했는데 산자락에 자리한 푸르른 신록이 그 서운함을 풀어주었습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기에 골짜기를 흐르는 계곡물이 만드는 소도 크고 깊었습니다. 장암저수지 바로 못 미쳐 계곡으로 내려가 넓은 소에서 탁족을 즐겼습니다. 국망봉에서 이동까지는 택시로 옮겼습니다. 이동에서의 뒤풀이는 포천이 고향인 서중원동문과 이규성회장이 마련해주어 이고장의 먹거리 이동갈비를 맘껏 뜯었습니다.
성공적으로 마친 예비산행인 국망봉 등정을 자축하고 지리산을 종주하겠다는 결의를 다시 다졌습니다. 탈 없이 장시간 산행을 한 모든 동문들과 그 부인들이 고맙고 또 고마웠습니다. 회비를 걷고 단체사진을 찍는 등 잔일을 마다 않고 맡아준 29기 후배인 정병기사장도 고마웠습니다. 뒤풀이를 마련해 지리산 종주결의를 다지게 한 두 친구에도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그래도 이번 산행에서 감사인사를 빼놓아서 안 될 것은 야생화와 바람입니다. 때맞추어 만개한 얼레지 꽃등 봄꽃들과 산상의 화원을 찾은 골바람 덕분에 하루 산행이 더 할 수 없이 편안하고 즐거웠기에 마지막 감사의 인사를 바람과 야생화에 전합니다.
<산행사진>
'VIII.지역 명산 > 지역명산 탐방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A-30.소리산 산행기 (0) | 2007.06.11 |
---|---|
B-8.두위봉 산행기 (0) | 2007.06.05 |
A-28.금병산 산행기 (0) | 2007.04.30 |
A-27. 철마산 산행기 (0) | 2007.04.16 |
A-26.주금산 산행기(1-2) (0) | 2007.03.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