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자:2008. 5. 3일(토)
*소재지 :대전시/충남공주
*산높이 :도덕봉534m, 금수봉532m, 빈계산415m
*산행코스:수통골주차장-도덕봉-금수봉-빈계산-작은수통골-수통골주차장
*산행시간:10시10분-16시20분(6시간10분)
*동행 :경동동문산악회 11명
(24기이규성, 우명길 29기박웅경, 오창환, 박승욱, 정병기/김의정, 유한준,
김정호, 30기박승욱 및 박웅경동문 지우 한분)
어제는 고교동문들과 함께 대전 유성과 공주를 경계 짓는 도덕봉(道德峰)을 올랐습니다.
도덕봉은 계룡산의 동쪽에 위치한 말산으로 거대한 절벽이 장관이고 굴골 골짜기로 오르면 동굴과 폭포가 어우러진 오솔길과 그 주변의 단풍이 빼어나다 하는데 이번에는 오른 편의 능선을 타고 치켜 오르며 대전시내를 조망했습니다. 대전에서 2년 반 동안 근무하며 수통골계곡이 참 좋다는 이야기는 여러 번 들었으면서도 도덕봉-빈계산의 산줄기를 타면서 이제껏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이 골짜기를 내려다보는 것이 가능했던 것은 얼마 전 대전에다 새 살림을 차린 한 동문이 불러주어서였습니다.
1992-93년과 1996년 두 차례 대전에서 2년 반을 근무했습니다.
그 당시 판매가 부진했던 대리점을 지원하기위해 힘들어하는 대리점들을 자주 방문해 지원책을 협의하곤 했습니다. 대리점 방문차 홍성 가는 길에 아래 고개인 삽재를 숱하게 넘나들면서도 그 왼쪽에 자리한 해발534m의 도덕봉을 눈여겨본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연중 한 번 평가를 받는 관리직에서 매월 월말고사를 치르는 영업직으로 보직을 바꾸고 나서는 영업목표달성이라는 지난한 과제에 짓눌려 이 지방 최고의 명산인 계룡산과 그 말산들에 눈길 한번 제대로 주지 못했습니다. 대전에 근무하면서 계룡산은 물론이고 유성의 온천장도 한 번 밖 에 못 들렀는데 그것도 저와 함께 충호남지방 영업을 맡은 영업소장들과 회의를 마치고나서였습니다. 제 마음이 이토록 가난했으니 도덕봉에 눈길을 주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이기는 하나 막상 대전을 뜨고 나자 그 때 짬을 내서 대전에서 가까운 명산들을 한번 올랐으면 좋았을 것을 그리하지 못해 아쉽다는 생각이 짙게 들었습니다.
아침10시10분 수통골주차장을 출발했습니다.
김정호동문의 수고로 서울 사는 동문들이 이곳까지 편하게 내려왔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정맥을 종주하는 제게는 집에서 들머리까지 그리고 날머리에서 집까지 교통편 확보가 참으로 중요한 과제이기에 이렇게 손수 차를 끌고 와 베풀어주는 서비스가 고맙고 또 고마운 것입니다. 꽤 넓은 주차장이 꽉 찰 정도로 이 산을 찾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11명의 일행들이 다리 건너 들머리에서 도덕봉으로 이어지는 오른쪽 능선으로 붙어 산 오름을 시작했습니다. 한 시간은 걷고 나서 휴식을 취하는 나름대로의 룰을 깨고 25분 만에 도덕봉0.8Km 전방에서 쉰 것은 가파른 능선을 오르는데 엄청 숨가빠하는 한 동문이 중간에 주저앉았기 때문입니다. 이 동문은 혼자 남아 충분히 쉰 후 하산여부를 결정하기로 했고 오후 4시에 주차장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는 다른 동문의 전언을 듣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11시32분 해발534m의 도덕봉을 올랐습니다.
도덕봉을 받쳐주는 절애의 암벽에 설치된 철계단을 오르자 대전 시내가 한눈에 보였습니다. 대전은 서울과 대구, 그리고 광주가 거의 등거리인 중심에 위치해서인지 영호남은 물론 전국각지에서 옮겨온 사람들이 고루 분포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들이 아무런 갈등 없이 잘들 살고 있어 지방 도시로는 보기 드물게 폐쇄적이지 않고 개방적인 도시로 알려진 것은 땅의 크기만 한밭이 아니라 시민들 가슴의 크기도 한밭이어서 가능했을 것입니다. 삼각점이 세워진 도덕봉은 그늘을 드리는 나무들로 시야가 막혀 답답했습니다. 도덕봉에서 남쪽으로 내려가 왼쪽 아래로 가리울골로 길이 갈리는 분기점을 조금 지나 40분 남짓 쉬면서 점심을 들었습니다. 그 사이 혼자 뒤에 쳐져 있던 동문이 기운을 되찾아 도덕봉을 오른 다음 점심자리에 합류해 무엇보다 기뻤습니다.
12시42분 점심식사를 끝내고 나머지 산행을 이어갔습니다.
515봉과 475봉을 차례로 넘어 다다른 전망바위에서 잠시 숨을 돌리며 서쪽 멀리 자리한 계룡산 최고봉인 천황봉을 조망했습니다. 군부대가 들어있어 일반인들이 오를 수 없는 천황봉을 재작년 1월 금남정맥 종주 길에 바로 밑에까지 몰래 접근했었는데 관음봉에서 천황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왼쪽 아래 계곡이 절경이었습니다. 오른쪽으로 동월골 길이 나뉘는 동월고개로 내려섰다가 485봉을 왼쪽으로 에돌아 정남 방향으로 진행하는 중 탐방로가 아니라고 줄을 쳐놓은 곳을 지났는데 개념도에 따르면 그 줄을 넘어 왼쪽으로 내려가 이 산의 주계곡인 수통골을 만날 것 같은데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자티재로 오르는 길에 야생화 몇 송이를 사진 찍었습니다. 산에 피는 풀꽃 들은 5월이 절정으로 6월이 되면 무성한 잡풀에 가려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이때는 나무 꽃들이 풀꽃 들을 대신해 능선 길에 자리하고 있지만 화사함은 몰라도 청초함이야 아무래도 풀꽃들을 따르지 못하기에 5월 한 달 부지런히 다소곳한 풀꽃 들을 카메라에 옮겨 담아야 할 것입니다.
14시2분 해발532m의 금수봉에 올라섰습니다.
능선삼거리인 자티재에 이르자 서쪽의 계룡산으로 가는 길이 갈리는데 비탐방로로 막혀있어 바로 위 백운봉도 오를 수 없었습니다. 자티재에서 왼쪽으로 꺾어 445봉과 465봉을 넘어 수통폭포삼거리로 내려서는 금수봉삼거리에 이르기까지 능선 길이 부드러워 5월의 신록이 내뿜는 자연 향 피톤치드도 같이 부드럽게 느껴졌습니다. 신록의 5월이 계절의 여왕이라면 이 여왕을 낳는 것은 산 숲의 나무들 몫입니다. 4월의 연초록 나무들이 한 달 내내 준비해 맞은 계절의 여왕은 진초록으로 성장(盛裝)해 5월을 맞기에 이 산이 한껏 싱그러운 것입니다. 수통골삼거리에서 금수봉을 오르는 돌계단 길이 힘들었습니다. 금수봉에 오르자 머리 위에서 작열하는 태양이 내뿜는 열기가 한 여름을 방불했지만 팔각정에서 둘러본 전망이 일품이어서 참을 만 했습니다. 이제껏 밟아온 도덕봉-금수봉의 산줄기도 눈을 끌었지만 그래도 빼어난 것은 계룡산의 천황봉과 자연성릉 산줄기였습니다.
14시50분 해발 415m의 빈계산을 올랐습니다.
금수봉에서 조금 되 내려가 북쪽으로 갈리는 길로 들어섰습니다. 495봉을 지나고 암릉길을 지나 쇠골재로 내려서자 눈치 빠른 몇몇은 빈계산을 올랐다가 되내려올 것을 알고 이 고개에서 쉬었다가 작은수통골로 먼저 내려갔습니다. 마지막 0.4Km의 산 오름이 고된 것은 다시 내려올 길을 걸어 올라가서 더 그러했을 것입니다. 가파른 길을 올라 빈계산에 오르자 꽤 높이 쌓은 돌탑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도덕봉을 조금 지나 산봉우리 위에 묘자리를 쓴 것이 가족차원의 기원이라면 금수봉의 돌탑은 집단의 염원이 담겨 있다는 차이는 있을지 모르지만 더 나은 미래를 염원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은 같을 것입니다. 쇠골재로 되돌아가 작은수통골로 내려섰지만 오랜 가뭄으로 물이 말라 안타까웠습니다. 확 트인 넓은 자갈밭을 지나 아침에 올랐던 들머리에 다다른 시각이 15시43분이었으니 실제산행시간은 5시간 반이 조금 못 걸린 셈입니다.
16시20분 주차장에 도착해 대전 시내로 옮겼습니다.
수통골의 명성이 부끄러울 만큼 수량도 적었고 물도 그리 깨끗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행히도 갈대밭을 지난 하류의 물이 깨끗한 것 같아 물가로 내려가 발을 닦고 나자 그동안 온 몸의 피로가 두 발에 모여 있다 사라진 뜻이 개운했습니다. 대전 시내에서 박웅경 동문 부부가 마련해준 뒤풀이가 성찬이었고 뒤늦게 29기의 이영훈 동문이 합류해 더욱 감회어린 자리가 되었습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지난 3월과 4월 모두 첫 번째 토요일에 갖는 정기산행을 빠졌다가 석 달 만에 다시 참여했습니다. 국적은 바꾸어도 학적은 바꿀 수 없다는 동문들의 끈끈함이 없었다면 해발534m의 낮은 산을 오르고자 이 멀리 원행 길에 나서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산행을 준비하고 뒤풀이를 마련해준 박웅경 부부에 감사인사 올리며 5월의 첫 산행기를 맺습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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