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II.지역 명산/지역명산 탐방기

A-49.해룡산 산행기

시인마뇽 2009. 10. 26. 20:51

                                           해룡산


              *산행일자:2009. 10. 19일(일)

              *소재지  :경기동두천/포천

              *산높이  :해룡산661m, 칠봉산508m, 천보산423m

              *산행코스:축석고개-한북정맥갈림길-어하고개-회암고개

                             -천보산-칠봉산-해룡산-오지재고개

              *산행시간:9시23분-17시42분(8시간19분)

              *동행      :경동동문산악회 회원7명

              (24회서중원, 이규성, 이기후, 우명길, 29기유한준, 오창환, 45회김영준)

 


  요즈음 아이들은 고모보다 이모를 더 따르는 듯합니다.

 IMF금융위기 이후 많은 아버지들이 직장에서 밀려나고 어머니들이 일터에 나가 가계를 꾸려가는 가정이 늘어남에 따라 그동안 가정에서 핵심적 리더역할을 해온 아버지들의 위상이 옛날만 못해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버지의 위상하락은 자연 아버지에 대한 의존이 줄어들게 되고 존경심도 같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데 대부분 이 빈 부분을 어머니들이 채우고 있으므로 어머니의 파워가 점점 강해지는 같습니다. 어머니의 파워가 그 세를 더해갈 수록 어머니와 자매간인 이모에 대한 이야기 양이 늘어나고 그 결과로 아이들의 이모에 대한 호감도도 같이 커진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제가 자랄 때에는 고모 네든 이모네든 나들이를 가는 일이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교통편도 여의치 못했고 나들이를 자주 갈만큼 가정형편도 넉넉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방학 때 주로 놀러간 곳은 고모 네였습니다. 한 분 밖에 안 게신 고모님은 아버지보다 손 윗분으로 제 집에서 좀 떨어진 포천에서 사셨습니다. 지금은 동두천시로 바뀐 광암리가 그곳인데 고모네 동네는 제 집 동네보다 훨씬 두메산골로 주위 산들이 꽤 거해 보였고 이 산에서 흘러내리는 계곡물이 깊고 맑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고모님은 뒤뜰의 대추와 감은 물론 앞산에서 잣을 따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제게 챙겨주셨습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에도 이분들과 지내온 이야기를 듣고자 고모님을 찾아뵙곤 하다가 몇 년 전 고모님이 세상을 뜨신 후로는 까맣게 잊고 살았습니다. 이번에 그 근처 해룡산을 오르면서 돌아가신 고모님이 아직도 제 가슴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지난 일요일 고모 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산으로 어렸을 때 참으로 거한 산이다 했던 동두천의 해룡산을 올랐습니다. 해발고도가 661m인 이 산과 견줄만한 고산이 제 집 근처에 없었고  동네 산에서 보지 못한 잣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서서 이 산을 유독 높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지금은 절터만 전해지는 회암사 위 천보산과 일곱 개의 봉우리들이 위용을 자랑하는 칠봉산이 가까이 있어 이 산들과 한 덩어리의 산군(山群)을 이루고 있는 해룡산이 이번 산행에서도 고도가 비슷한 다른 산보다 더 거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산을 오르내리는 중 돌아가신 고모님이 떠 오른 것은 제게 대추와 감, 그리고 잣 등을 챙겨줄 만한 어른 들이 이제는 한 분도 살아계시지 않아서 그러했을 것입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찾아가 뵙고 마음속으로나마 응석을 부릴 수 있었던 유일한 분이 고모님이었기에 이분에 대한 그리움은 아직도 얼마간 남아있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경동동문산악회에서 한북정맥과 이 정맥에서 갈라져 나온 천마지맥, 오두지맥과 화악지맥 종주를 모두 마치고 이달부터 한북왕방지맥 종주에 들어갔습니다. 한북왕방지맥은 축석고개 위 한북정맥의 한 봉우리에서 북쪽으로 갈라져나간 산줄기로 해룡산, 왕방산, 국사봉과 개미산을 일군 후 연천의 아우라지에서 한탄강을 만나 끝나는 지맥입니다. 이번에 오른 해룡산은 한북정맥분기점에서 오지재에 이르는 첫 번째 구간의 봉우리 중가장 높은 봉우리로 포천과 동두천을 가르는 고산입니다. 군부대가 자리한 정상을 밟을 수 없어 아쉽기는 하지만 칠봉산과 천보산을 연계해 오르면 가볍게 하루를 즐길 수 있는 짭짤한 산행이 될 것입니다.


  오전9시23분 축석고개를 출발했습니다.

산행시작 20분이 채 안되어 왕방지맥에 발을 들였습니다. 북쪽으로 뻗어나가는 왕방지맥은 해발고도가 300m 내외인 산줄기로 이어져 어하고개로 내려서기까지 딱 한 번 큰 바위를 지났을 뿐 1시간 40분 내내 산행이 편안했습니다. 어하고개에서 회암고개에 이르는 능선도 앞서 지나온 산줄기와 별반 다르지 않아 여전히 산행이 편안했습니다. 2년 전 저 혼자서 이 구간을 지날 때는 눈발이 내려 추웠었는데 이번에는 날씨도 쾌청하고 한낮의 기온이 20도선으로 덥지도 춥지도 않아 산행하기에 딱 좋았습니다. 여기에다 온 산에 단풍이 울긋불긋 절정을 이루었고 산행코스를 짧게 잡아 시간도 넉넉했습니다. 어하고개에서 50분을 더 걸어 왼쪽 아래 천보약수가 있고 오른쪽으로 체육공원 길이 갈리는 십자안부에서 나무계단 길을 올라 능선 길 넓은 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가을단풍이 한창이어서 이런저런 나들이들이 많이 잡혀 있고 돌아가신 부모님들의 기일이 겹치는 등 개인적인 일들로 몇 몇 동문들이 이번 산행을 같이하지 못했습니다. 이들의 자리 비움을 실감한 것은 넓은 곳에 자리 잡고 빙 둘러 앉아 점심을 들 때였습니다. 그전만큼 점심메뉴도 풍성하지 못했고 반주가 돌아가는 흥도 전과 같지 않았으며 식사시간도 반시간이 넘지 않았습니다.


  12시 34분 오후산행을 재개했습니다.

오른 쪽 사면에 들어선 천주교 공원묘지를 지나  헬기장이 들어선344봉에 올라선 시각이 13시1분이었습니다. 동두천시에서 이 봉우리를 천보산으로 명명하고 표지목을 세운 것은 최근의 일로 칠봉산에서 가까운 암봉인 423봉을 천보산으로 알아온 저로서는 5만분의 1 지형도에도 이름이 나오지 않는 이 봉우리를 어떤 근거로 천보산이라고 이름 지은 것인지 혼란스러웠습니다. 투바이고개로 알려진 회암고개로 내려서자 길 건너에 한 낮의 가을햇볕을 즐기고 있는 까만 염소 두 마리가 그 옆을 지나는 저희들에 눈길을 주었습니다. 마사토의 능선 길을 걸어 왼쪽 아래로 회암사지 길이 갈리는 삼거리에 다다라 잠시 숨을 골랐습니다.


  13시45분 로프 줄이 늘여진 423봉에 올랐습니다.

이제껏 천보산으로 알아온 이 봉우리는 암봉으로 표지석은 세워져 있지 않았지만 시야가 탁 트여 전망이 빼어났습니다. 동쪽 멀리로 수원산과 주금산이, 서쪽으로 감악산이 선명하게 보였고 칠봉산과 해룡산이 지척의 거리에 자리한 여기 포천의 천보산까지 저 멀리 의정부의 천보산에서 시작된 산줄기가 북으로 북으로 내달아 이어졌는데 중간 중간의 암봉들과 절정에 이른 단풍들로 이제껏 걸어온 능선의 실루엣이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서쪽 바로 아래 소나무(?) 여러 그루가 울타리를 치고 있는 공터가 회암사지라고 같이 오른 서중원 동문이 일러주었습니다. 


  예정에 없던 보너스 산행지는 북서쪽 가까이에 위치한 해발508m의 칠봉산이었습니다.

바로 해룡산을 올라 오지재로 내려서면 15시를 조금 지나 산행을 마칠 것 같아 칠봉산을 올라 곁불을 쬐었습니다. 탱크가 지나가도 충분할 만큼 넓은 길의 장림고개로 내려섰다가 고도를 100m 가량 높여 14시51분에 칠봉산 정상에 오르는 동안 새빨갛게 물든 단풍나무를 만나 카메라에 옮겨 담아 왔습니다. 정상인줄 알고 오른 첫봉우리에서 100여m 북서쪽으로 옮겨 올라선 암봉이 주봉으로 서쪽으로 시야가 탁 트였습니다. 일곱 봉우리를 모두 올라야 이 산의 진수를 제대로 느낄 수 있겠지만  시간이 여의치 못해 바로 장림고개로 내려갔습니다. 다시 천보산으로 오르다가 왼쪽으로 이 봉우리를 우회해 산허리를 에도는 임도길이 갈리는 해룡산 바로 아래 십자안부로 내려섰습니다. 


  16시48분 해룡산 정상의 군부대 앞에 다다랐습니다.

임도 갈림길 안부에서 50분을 치고 올라 정상에 오르는 길이 이번 산행에서 모처럼 숨을 헐떡여야 했던  깔딱 코스였습니다. 잔뜩 흐린 날씨에 간간히 내리는 눈을 맞으며 저 혼자 올랐을 때는 참으로 을씨년스럽다한 이 산이 동문들과 같이 오르자 만산홍엽으로 바뀐 산길이 환해 보여서인지 힘도 그다지 들지 않았습니다. 헬기장을 지나 다다른 군부대 앞에서 편안한 왼쪽 길 대신 제가 앞장 서 지난번에 밟았던 오른 쪽 길로 들어서는 바람에 길도 좋지 않고 조금 더 힘들었지만 포천에서 태어나 중학교를 이곳에서 졸업한 서중원동문에는 바로 아래로 생가가  보여 이번 산행이 회갑기념산행으로도 뜻 있었을 것입니다. 그동안 밑에서 바라만 보았던 고향 산을 이번에 처음으로 직접 오른 이 친구가 느꼈을 그 감회가 같이 오른 저희들과는 달랐을 것입니다. 군부대 울타리를 오른쪽으로 우회해 정문 앞 시멘트도로로 내려서기까지 20분이 조금 더 걸렸습니다.


  17시42분 오지재고개로 내려가 첫 구간 산행을 마쳤습니다.

시멘트군사도로를 따라 굽이굽이 돌며 오지재고개로 내려서자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 고 바위 길을 1시간 가까이 치고 올라간 데다 산행시간이 8시간을 넘자 모두들 힘들어 했습니다. 왕방산으로 이어지는 다음 구간 들머리를 확인 한 후 때마침 이 고개를 넘는 버스를 타고 무봉리로 나갔습니다. 무봉리순대집 본점에서 감동의 산행을 치러낸 서중원동문이 저녁을 내 순대와 순대국을 맛있게 들면서. 반주로 곁들인 막걸리로 무사산행을 자축했습니다. 저녁자리를 마련해준 서중원동문과 산행대장을 맡은 유한준 동문에 고마움을 표합니다.


  두 해전에는 오지재 고개에서 버스를 타고 동두천으로 이동하는 중 제가 탄 버스가 고모집 앞을 지나는 것을 보고 고모님 댁 앞산이 해룡산의 한 줄기임을 알았습니다. 이모님들은 파주 금촌 등 대처에서 사셨기에 이렇다하게 높은 산이 없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이모님들 보다 고모님을 자주 찾아 뵌 것도 고산인 해룡산이 저를 그리로 불러서였는지도 모릅니다. 사실 저는 어렸을 때도 나무를 하러 동네 야산을 많이 올랐습니다. 나무를 하러 지게지고 산에 오르기가 정말 싫었지만 그렇게 오른 산이 싫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랬으니까 대학교 다닐 때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꾸준히 산행을 이어왔을 것입니다. 어렸을 때 높게만 느껴진 고모님 댁 인근의 해룡산이 저를 산으로 이끈 듯싶어 이 산과 돌아가신 고모님에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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