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남금오지맥 종주기1
(섬진강산줄기 환주49)
*지맥구간:547봉분기점-489봉-2번국도 청솔주유소
*산행일자:2010. 5. 20일(목)
*소재지 :경남 하동
*산높이 :일천봉489m
*산행코스:돌고지재-547봉분기점-497봉-일천봉-황토재
-2번국도 청솔주유소
*산행시간:8시7분-14시41분(6시간34분)
*동행 :나홀로
도상거리가 약640Km에 달하는 섬진강산줄기환주도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었습니다. 전남 광양의 외망에서 호남기맥의 망덕산에 발을 들인 후 호남정맥, 금남호남정맥의 전 구간을 종주하고 백두대간의 6구간에 이어 전날 낙남정맥의 3구간도 마저 밟았습니다. 이제 마지막 남은 산줄기는 낙남정맥의 547봉에서 분기해 망덕산 강 건너 편에 있는 하동의 두우산을 맨 끝으로 일군 후 섬진강과 남해가 만나는 합수점에서 끝나는 낙남금오지맥으로 신경수님은 그 길이가 약37Km에 이른다 했습니다.
어제 547봉에서 2번국도 청솔주유소까지 약7Km의 산줄기를 걸어 낙남금오지맥 첫 구간 종주를 마쳤습니다. 여기저기 찾아보아도 제가 참고할 만한 자료는 신경수님의 낙남금오지맥 산행기가 유일한 것이어서 산행 중 알바를 면하기 쉽지 않겠다 싶어 잔뜩 긴장되었습니다. 막상 낙남금오지맥에 발을 들이자 앞서 이 산줄기를 산행한 몇 분들이 곳곳에 표지기를 걸어놓아 적지 아니 도움이 되었고 덕분에 심각한 알바는 면했습니다. 욕심 같아서는 2번국도 청솔주유소에서 7-8km를 더 걷고 싶었지만, 가야할 산줄기가 나와 있는 지도를 미처 챙겨가지 못해 오후 3시도 안된 이른 시각에 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아침8시4분 돌고지재를 출발했습니다. 진주시외버스터미널을 6시50분에 출발하는 옥종 행 버스에 몸을 실고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시골풍경을 눈여겨보았습니다. 아직도 모내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은 것은 모판에 파종이 늦어서일 텐데 이는 지난 3-4월 중 이상저온의 날씨가 반복됐기 때문일 것입니다. 옥종 터미널에서 택시를 불러 이번 산행의 들머리인 돌고지재로 옮겼습니다. 동쪽으로 난 시멘트포장도로를 따라 걸어 올라가다가 경사가 매우 급한 오른쪽 산길로 들어섰습니다. 십 수분을 올라 시멘트 길로 복귀했고 얼마 후 다시 왼쪽 산길로 오르면서 고도를 높여갔습니다. 송림을 지나고 키가 낮은 철쭉 밭을 지나다 줄이 나뭇가지에 걸려 허리에 찬 카메라가 집에서 빠져나가 하마터면 잃어버릴 뻔 했습니다. 산행시작 50분 만에 삼각점이 박혀 있는 526.7봉에 도착해 잠시 숨을 돌렸습니다.
9시18분 낙남정맥의 547봉에서 낙남금오지맥종주를 시작했습니다. 526.7봉에서 남동쪽으로 조금 옮기자 왼쪽 멀리로 지리산의 천왕봉과 노고단으로 이어지는 웅장한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남쪽으로 낙남금오지맥이 분기되는 547봉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희미한 길을 따라 내려가다가 앞서 지난 분들의 발자취가 사라져 곤혹스러웠습니다. 여기저기 둘러보았으나 끝내 찾지 못해 나무 숲길을 뚫고 똑바로 내려가자 이내 임도가 나타났습니다. 왼쪽으로 조금 옮겨 다다른 임도삼거리에서 잠시 쉬면서 갈 길을 점검했습니다. 남쪽으로 시원하게 나 있는 시멘트임도를 따라 5-6분을 가다가 오른 쪽 샛길로 들어서자 낙동산악회와 비실이부부 등 여러분들의 표지기가 걸려 있어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샛길을 따라 무명봉에 올라서자 이 지맥의 분기봉인 547봉이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묘지를 지나 진고개로 내려서는 중 부스럭 소리가 나 얼른 돌아보니 할아버지 한 분이 계셔 인사를 드렸습니다. 고사리를 따러 올라오셨다는 이 분이 이틀간의 산행 중 제가 유일하게 만나본 분입니다. 인적이 거의 없는 한적한 지맥 길을 긴 시간 혼자서 걸으려면 야생화나 나무 또는 야생동물 등의 산식구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아직도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해 제 편에서 일방적인 인사만 건넬 뿐입니다.
10시32분 497봉을 지났습니다. 할아버지와 헤어져 도착한 평평한 소나무 밭 안부에 진고개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 않는 솔밭 길이 일반 산길보다 마루금을 이어가기가 훨씬 어려운 것은 푹신한 솔밭 길에는 사람이 밟고 지나가도 흔적이 잘 남지 않아서입니다. 고도계에 나타난 수치와 억새풀을 보고 쉽게 알아챈 497봉에서 깃봉이 쓰러져 있는 것은 보았으나 삼각점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497봉에서 다음 봉우리로 옮기는 중 옅은 자주색 꽃이 활짝 핀 오동나무 한 그루를 보았습니다. 이번 산행의 골칫거리는 자주 끊기는 길이 아니고 한 번 잘못 건드리면 미세한 송화 가루를 쏟아 붓는 키 작은 소나무였습니다. 몇 번이나 송화 가루 세례를 받으며 470m대의 봉우리 두 곳을 지나 소나무 밭에서 10분 넘게 쉴 수밖에 없었던 것은 중간에 길이 끊어져 더 이상 마루금을 이어갈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한참동안 난망해하다가 남동쪽으로 방향을 잡고 곧바로 내려가자 임도가 나타났습니다. 임도로 내려선 다음 이 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5-6분 걸어 올라가자 왼쪽 멀리 개활지 위를 지나가는 마루금이 보여 다시 왼쪽으로 8-9분을 되 내려가자 임도삼거리가 나타났습니다.
12시11분 489봉에 이르렀습니다.
임도삼거리에서 오른 쪽으로 꺾어 공사로 시뻘건 황토 흙이 표면에 드러나 보이는 개활지의 왼쪽 위 능선을 따라 걸었습니다. 개활지가 끝나는 곳에서 맨살의 넓은 흙길이 나있는 대로남쪽으로 올라가 일천봉의 표지목이 서 있는 489봉에 올라섰습니다. 소나무 한 그루가 만들어준 그늘 아래에서 점심을 들면서 모처럼 긴 시간 푹 쉬었습니다. “일천봉”에서 380m 떨어진 “선기동봉”을 거쳐 “해돋이”로 옮기는 중 잔디 대신 석재로 봉분을 만든 묘지를 보았습니다. 깊은 산 속의 묘지들이 거의 다 관리가 제대로 안되어 봉분이 무너지고 나무들이 묘지에 뿌리를 내리고 커 가는 것을 자주 본 저로서는 어떻게든 산에다 봉분을 만들고 조상들을 모시는 묘지문화는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무거운 돌 판을 올려놓아 돌아가신 분들을 힘들게 하는 이런 묘지는 아니고 굳이 산에다 모시려한다면 수목장이 가장 바람직할 것입니다. 입산금지 경고판이 세워진 시멘트 길을 따라가다 왼쪽 산길로 들어가 몇 분 더 걸어 “선기동봉800m/해돋이50m/큰골봉1.01Km"의 이정표가 서 있는 넓은 공터 삼거리에 다다랐습니다. 왼쪽으로 조금 올라가 돌탑이 세워진 “해돋이” 봉우리에 올랐는데 이 봉우리가 지도에 나와 있는 장군바위 같았습니다. "해돋이"봉에서 마루금을 이어갈 길을 찾지 못해 다시 공터삼거리로 되 내려갔습니다.
13시35분 하동군의 횡천면과 북천면을 잇는 황토재에 도착했습니다. 공터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어 남쪽으로 7-8분을 내려가 시멘트길이 마루를 넘는 황토재에 이르렀습니다. 고개가 높지 않아 옛날에 학생들이 자전거로 이 고개를 넘어 통학하기에 별반 어렵지 않았을 것 같은데 쉼터 통나무의자에 한참 동안 앉아 쉬었어도 이 고개를 넘는 사람들이 한 사람도 없는 것으로 보아 여기 황토재는 고개로서 역할은 끝났고 저 같은 종주 객들이 쉬어가는 안부의 역할만 남아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자체에서 친절하게 봉우리 이름을 적어넣고 등산로를 그려놓은 안내판을 세워 고마웠는데 방위표시가 없어 아쉬웠습니다. 황토재 안부에서 통나무계단을 걸어올라 봉우리 몇 개를 넘으면서 남진을 계속했습니다.
14시41분 2번국도가 지나는 청솔주유소 앞에서 낙남금오지맥 1구간 종주를 마쳤습니다. 황토재에서 남쪽의 꼬치봉으로 가는 길 곳 곳에 이정표를 세워 놓아 봉우리 2개를 넘어 378봉까지 마루금을 잘 이어갔습니다. 378봉에서 남서쪽으로 내려가다 큰골봉 앞 안부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어 내려갔습니다. 얼마 후 내려선 2번 도로에서 청솔주유소가 보이지 않아 잘못 내려왔음을 직감했습니다. 지도를 꺼내 확인해보니 378봉에서 동쪽으로 뻗어나가는 산줄기를 타야 했는데 잠시 착각해 남서쪽 산줄기로 내려온 것이 잘못이었습니다. 아스팔트 차도를 따라 왼쪽 위 고개 마루로 걸어가 청솔주유소에 이르렀습니다. 주유소에서 운영하는 편의점에 들러 맥주 한 캔을 사들며 첫 구간의 성공적인 종주를 자축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황토재로 알고 있는 이 고개의 이름이 지도에는 나와 있지 않았지만 가게 주인아주머니께서 수구재라고 일러주었습니다. 논에 나가 일을 하는 기사분에 연락해 택시 타고 북천으로 이동했습니다. 한 시간을 다 기다려 버스를 타고 진주로 나가서 서울행 버스에 올랐습니다.
집에 돌아와 지도를 확인해보니 금오산에서 두우산에 이르는 길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도에서 산줄기가 분명하게 나타날 만큼 고도가 높지 않아 제 실력으로는 지도에 마루금을 정확히 긋는 것 또한 쉽지 않습니다. 그리되면 지도를 보고도 방향을 잘 못 잡기 십상이어서 앞서 이 길을 간 분들의 표지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금오산을 지나서도 계속 붙어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걱정도 됩니다만 미지의 길을 이어간다는 설렘 때문에 가슴도 뜁니다. 두세 번만 더 출산하면 섬진강을 둘러싸고 있는 산줄기 환주가 끝나기에 설사 마루금을 이어가기가 좀 힘들더라도 그만한 어려움은 감수할 뜻입니다. 저보다 훨신 먼저 더 어려운 상황에서 이 길을 걸어 낙남금오지맥 종주를 마치고 “한국의 산하”에 산행기를 올려주신 신경수님에 비하면 제 어려움은 문제될 것이 전혀 아니기 때문입니다. 표지기를 달고 산행기를 올린 선답자 여러분들께 감사인사 올립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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