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필명 시인마뇽(始人마뇽)은 대학다닐 때 촌스럽기가 원시인 크로마뇽과 같다 하여 친구들이 붙여준 애칭입니다. 3년 전 시인마뇽은 섬진강하구 서쪽마을인 전남광양의 외망에서 호남정맥 종주 길에 첫 발을 들였습니다. 그 때는 호남정맥 종주라는 숙제에 눌려 물 흐름이 도도한 섬진강을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그 이듬 해 여름 총 34회를 출산해 다다른 3정맥 분기점 조약봉에서 호남정맥 완주를 자축하다가 문득 섬진강을 둘러싸고 있을 울타리산줄기가 떠올랐습니다. 기왕 나선 김에 몇 번 더 출산해 섬진강 하구 동쪽의 두우산까지 종주하면 이 강의 울타리 산줄기를 한 바퀴 빙 도는 완벽한 환주산행이 되겠다는데 생각이 미치자 저도 모르게 가슴이 뛰었습니다. 그래서 18회를 더 출산해 지난 6월 섬진강둘레산줄기환주를 모두 마쳤습니다. 이번 환주 산행을 통해 산은 강에 물을 대는 강의 어머니요, 다른 강물과 몸을 섞는 일이 없도록 울타리 역할을 하는 강의 아버지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산은 물을 건너지 못하고 강은 산을 넘지 못한다는 산자분수의 참 뜻도 제대로 새겼습니다.
막내아들이 그동안 사귀어 여친과 결혼하고 싶다는 뜻을 제게 밝힌 것이 이 즈음입니다. 결혼날짜가 잡히고 나자 5년 전 큰 아들이 결혼 할 때 한북정맥종주기와 전국 명산30개산의 산행기를 묶어 낸 책을 하객 분들에 드렸듯이 이번에도 섬진강둘레산줄기의 환주기를 책으로 출간해 하객 분들에 올리고 싶은 욕심이 동했습니다.
사실적인 산행기록만으로는 너무 밋밋할 것 같고 산행소감을 담은 글만으로는 뒤에 오르는 분들이 참고할 만한 정보가 별로 없을 것 같아 이 모두를 아우르고자 환주기를 그대로 옮겼습니다. 그동안 “한국의 산하”사이트와 제 블로그 “먼 곳에의 동경”에 올린 글들과 내용은 거의 같고 사진이 좀 더 들어가고 개념도 몇 장이 더 첨가됐을 뿐입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산줄기를 종주하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지만 해당지방자치단체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웬만한 안내는 거의 다 받을 수 있고 또 여러 자료들을 검색해 이동계획을 스스로 세우는 것도 작은 기쁨이기에 이 책에서는 교통안내를 생략했습니다. 각각의 산행기에 제대로 된 지도를 올리려다 비용이 많이 들고 허가절차가 복잡해 빼고 고교후배의 도움으로 개념도 몇 장만 그려서 올렸습니다.
저는 630Km 라는 긴 여정을 마치고 이 책을 내지만 아들 며느리는 섬진강의 울타리산줄기보다 더 긴 여정에 첫 발을 들이려합니다. 하객 여러분들의 축하가 크게 힘이 될 것이기에 이렇게나마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때로는 힘들어 할 아들 며느리에 아버지가 두 발로 걷고 가슴으로 기록한 이 책이 삶의 지혜를 줄 것입니다. 산줄기를 따라 높고 낮은 봉우리를 오르내리는 것이 아들며느리가 앞으로 헤쳐 갈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기에 말입니다.
혼자 환주 길에 나서면서도 외롭지 않은 것은 여러분의 도움을 받아서입니다. 경동고교 동문산악회장을 역임한 이규성교수는 힘든 길 3구간을 같이 했고 정병기후배는 개념도를 그려줬으며 다른 동문들도 격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순천에서 차편을 제공해준 깜상님, 세세한 산행기로 알바를 줄여준 따라오기님과 성봉현님에도 감사인사 드립니다. 전문 산 사이트 “한국의 산하”와 시인마뇽의 블로그 “먼 곳에의 동경”에서 제 글을 읽으시고 또 댓글 을 주신 모든 분들께도 같은 말씀 올립니다. 보잘 것 없는 졸고를 보다 많이 읽히게 하고자 손을 많이 보았을 “담장너머”출판사의 송동현사장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중간에 후기 대신 제가 쓴 산행 에세이 “그들과의 대화”를 올렸습니다. 이글에 나오는 산 식구들에도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섬진강 본류를 발원지서부터 강 하구까지 물줄기 따라 한 번 걸어볼 생각입니다. 그 때 먼발치에서나마 이 책에 콘텐츠를 부여한 섬진강 울타리산줄기에도 고마움을 표하고자 합니다.
2010년 10월 산본에서 시인마뇽 우 명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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