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II.지역 명산/지역명산 탐방기

A-56.청우산 산행기

시인마뇽 2010. 9. 19. 00:03

                                                     청우산

 

                                   *산행일자:2010. 9. 17일(금)

                                   *소재지 :경기가평

                                   *산높이 :619m

                                   *산행코스:덕현리버스정류장-314m봉-청우산-능선삼거리안부

                                                 -청오사-구정마을-덕현리버스정류장

                                   *산행시간:12시12분-17시2분(4시간50분)

                                   *동행 :나홀로

 

 

  가평의 산골짜기에도 태풍 곤파스가 할퀴고 간 상흔이 깊었습니다. 청우산에서 구정마을로 내려가는 길에 골짜기 길을 지나면서 엄청 애를 먹은 것은 곤파스의 강공에 견디지 못하고 뿌리째 뽑혀 쓰러진 잣나무들이 길을 가로 막아서였습니다. 길을 가로막은 아름드리 전나무들은 그 키가 10m가 훨씬 더되는 거목들이어서 이들을 넘어가거나 밑으로 기어가고 이마저 안 되면 길도 없는 사면을 올라가 이들을 빙 돌아가야 했기에 3시간 반이면 충분하다 싶은 이번 산행이 미처 생각지 못한 장애물을 만나 5시간이 거의 다 걸렸습니다. 이틀 후 예정된 빛고개-호명산 구간의 한북연인지맥 종주 길에도 이런 나무들이 길을 가로막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생각되자 초반부터 서두르지 않으면 해떨어지기 전에 종주산행을 마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 땅에 피해만 입히는 태풍이 사라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은 단견입니다. 우리가 이 땅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물이 순환되는 덕분입니다. 산은 강에 물을 대는 저수고입니다. 산으로부터 물을 받은 계곡이 하천을 이루고 하천의 물은 강으로 흘러들어갑니다. 하구를 거쳐 바다로 흘러들어간 강물이 그 역순으로 다시 흘러 산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은 물은 많은 데서 적은 데로 흐르는 것이 아니고 높은 데서 낮은 데로만 흐르기 때문입니다. 물의 순환은 바닷물이나 강물이 증발되어 수증기가 되어야 가능합니다. 강이나 바다 표면에서 증발된 수증기는 구름이 되어 하늘 위를 떠돌다가 무게를 이기지 못하면 비가 되어 땅으로 내려옵니다. 물의 순환이 이렇게 이루어지기에 바다에서 멀리 떨어져 살면서도 물 걱정을 아니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물의 순환을 완결지어 주는 것은 바다에서 생성된 수증기를 육지로 끌고 올라오는 다름 아닌 태풍입니다. 태풍이 발생하지 않는 다면 100% 물의 순환이 이루지지 못하기에 육지는 항상 물 부족에 시달릴 것이 분명한데 다행히도 거의 매년 태풍이 이 땅에 상륙해 물 부족을 면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경동동문산악회에서 이틀 후인 일요일 날 연인지맥의 절고개-불기산-빛고개 구간 종주를 다음으로 미루고 빛고개-주발봉-호명산 구간을 먼저 한다고 해, 미룬다는 구간을 미리 하고자 저 혼자 산행 길에 나섰습니다. 마침 이날 저녁 축령산 휴양림산장에서 쌍용제지 직장동료들과 함께 하루를 보내기로 해 아침 일찍 집을 나서면 덕현리-청우산-절고개-불기산-빛고개를 이어 산행하고 축령산으로 옮겨 합류할 수 있을 것 같아 종주 길에 나섰는데 이런저런 일로 출발이 늦어진데다 들머리를 들어서기까지 시간을 많이 잡아먹어 연인지맥 종주는 포기하고 첫 산행지인 청우산만 다녀왔습니다.

 

 

  12시12분 덕현리 광신교 앞에서 청우산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청량리역 버스정류장에서 현리 가는 버스를 타고가다 청평을 지나 덕현리정류장에서 하차해 37번 차도를 따라 북쪽으로 조금 올라갔습니다. 차도 오른 쪽의 광신교를 건너 한 아주머니가 가르쳐준 대로 오른 쪽으로 꺾어 한참을 내려가자 조종천이 길을 막았습니다. 길을 잘 못 든 것을 알아채고 광신교로 되돌아가 다른 한 분에 길을 물어 광신교에서 북동쪽으로 향하는 길로 직진해 다리 건너 마을을 지나야 산에 들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그분이 알려준 대로 걸어가 앞서 본 하천보다 조금 위쪽  조종천을 가로지르는 조가터교를 막 건너자 논바닥에 쓰러진 채 방치된 누런 벼들이 보였습니다. 태풍 곤파스가 가평의 심산유곡을 그냥 지나치지 않아 농사를 망쳐놓은 것을 보자 파주 형님네도 일손이 모자라 이 태풍으로 쓰러졌을 벼를 세우지 못한 것은 아닌지 걱정됐습니다. 또 다른 분에 다시 물어 동네 한가운데 길을 따라 묘지에 올라섰지만 청우산으로 오르는 길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여기저기 찾아보다가 오른 쪽으로 희미한 길이 보여 이 길을 따라 올라갔습니다. 한참 후 만난 넓은 길을 따라 왼쪽으로 몇 분간 진행하다가 표지기가 걸린 오른 쪽의 좁은 길을 따라 올라가 능선 길을 만났습니다. 이 능선을 따라 왼쪽으로 오르는 길이 덕현리광성교회에서 청우산으로 오르는 길로 진작 이 길을 알았다면 20분이면 족할 길을 무려 50분이나 걸려 제 길로 들어섰습니다.

 

 

  13시38분 왼쪽으로 조가터 길이 갈리는 314m봉에 올라섰습니다. 덕현리 버스정류장 출발 50분 만에 다다른 청우산 올라가는 능선 길에서 점심을 들며 15분을 쉬었습니다. 지난 주말 섬진강 울타리산줄기를 환주한 산행기를 책으로 내고자 준비 작업을 하느라 산행을 빼먹어선지 이번 산행이 유달리 힘에 겨웠습니다. 점심식사를 끝내고 20분을 걸어 올라선 “덕현리조가터1.4Km/덕현리광성교회1.8Km/청우산정상1.7Km"의 이정표가 세워진 314m봉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내쳐 청우산으로 향했습니다. 태풍에 쓰러진 나무들이 길을 막아 이를 돌아가느라 힘도 더 들고 시간도 더 걸렸습니다. 돌탑을 지나 해발고도가 460m대인 능선에서 남은 떡을 마저 들면서 17분을 쉬었습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쓰러진 나무들이 자주 나타나고 산행이 더욱 더뎌 예정했던 절고개-불기산-빛고개 구간종주는 불가능할 것 같았습니다.

 

 

  15시3분 해발619m의 청우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두 번째 쉼을 끝내고 5분가량 걸어 왼쪽으로 1.3Km 떨어진 육천유원지로 가는 길이 나뉘는 삼거리를 지나 능선 길에 활짝 피어 있는 핑크 빛 물봉선과 개미취(?) 꽃을 사진 찍었습니다. 두 번째 육천유원지 갈림길을 지나자 북동쪽의 청우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이 가팔라 천천히 올랐습니다. 군작전용 교통호를 지나 정상50m 전방 삼거리에 이르자 오른 쪽 청오사 길을 알리는 이정표가 서있었습니다. 표지석이 서있는 청우산 정상에 오르자 바로 옆에 헬기장과 헬기장 끝머리의 삼각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예정했던 청우산-절고개-불기산-빛고개 종주산행은 시간이 넉넉지 않아 포기하고 헬기장으로 나들이 나온 개구리 한 마리를 카메라에 옮겨 담은 후 정상50m 전방 삼거리로 되돌아갔습니다. 청오사를 들르고자 동쪽으로 뻗어나가는 능선을 따라 내려갔는데 경사가 급해 하산 길이 생각만큼 빠르지 못했습니다. 가파른 능선 길을 반시간 가까이 걸어 내려가 안부삼거리에 다다른 시각이 15시32분이었습니다.

 

 

  16시4분 처음 계곡을 만나 건넜습니다. 안부삼거리에서 바로 앞 봉우리로 이어지는 능선 길이 잘 나있어 그 길로 계속 갈까 하다가 지도를 꺼내 보았습니다. 오른 쪽 계곡으로 내려가야 청오사로 바로 내려 갈 것 같아 능선 길을 버리고 가파른 계곡 길로 내려섰습니다. 얼마간 내려가 하늘이 뻥 뚫린 풀밭 길을 지나고 바닥에 물이 졸졸 흐르는 길을 따라 내려갔습니다. 물봉선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풀밭 길을 지나 계곡을 건넌 시각이 16시 경으로 능선삼거리에서 이 지점까지 내려가는 데 겨울잠을 자려고 땅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마지막 인사를 고하고자 나타난 두 마리의 뱀을 만나 것을 빼고는 그저 그런 길을 지났을 뿐입니다. 계곡을 건너 얼마 후부터 난관에 부딪친 것은 여러 곳에서 잣나무들이 태풍 곤파스에 뿌리를 뽑혀 길을 가로 막고 쓰러져 있어서였습니다. 한 그루가 아니고 여러 그루가 같이 쓰러져 있는 잣나무의 키가 이리 큰 줄은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조심스럽게 쓰러진 나무 위를 올라 넘기도 하고 나무 밑을 기어 지나기도 했고 아예 산위로 올라가 빙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능선에 쓰러진 나무들은 몇 곳에 한 두 그루가 쓰러진 것이 전부여서 피해 가기가 그리 어렵지 않았는데 계곡 윗길에 쓰러진 나무들은 여러 그루가 한꺼번에 쓰러진데다 한 두 곳이 아니고 40-50m도 못가 계속 나타나 엄청 힘들었습니다. 용케 빠져나와 계곡을 건너자 자동차가 보여 이제는 힘든 길이 끝났다 싶어 안심됐습니다.

 

 

  17시2분 덕현교 건너편 버스정류장에서 하루산행을 마쳤습니다.

계곡 건너 자동차는 잣을 따러 온 분들이 몰고 온 차였습니다. 이분들 얘기가 나무 위의 잣을 따는 것보다 쓰러진 나무에서 잣을 따는 것이 더 어렵다 했습니다. 차가 다니는 넓은 길을 따라 내려가다 청오사 앞에서 잠시 머무르면서 불이문(不二門)을 사진 찍었습니다. 넓은 황토 길을 지나 구정마을로 들어서자 공사 중인 고가도로가 보였습니다. 밑으로 고가도로를 지나 얼마 후 조종천 위에 놓인 덕현교를 건넜습니다. 길 건너 버스정류장에서 스틱을 접어 넣는 동안 가평군내버스가 멈춰서 이 차를 타고 청평으로 나갔습니다. 청평에서 마석을 거쳐 축령산 휴양림으로 가는 데 시간 반이 걸렸습니다. 먼저 온 쌍용제지 사우들과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추석을 며칠 앞둔 가을밤을 공기가 청량한 축령산 숲속에서 보냈습니다.

 

 

  자연에서 영원히 사라졌으면 하는 태풍이 정제된 바닷물을 육지로 끌어올리는 고마운 일을 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나름대로 그 역할이 있고 존재이유가 있습니다. 태풍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은 사람들이 지혜를 짜내어 해결해야할 과제입니다. 그것이 치산치수입니다. 벌거숭이산으로는 산도 물도 다스릴 수 없습니다. 제가 중학교를 다니던 1960년대 초반  당시의 통치자인 박대통령은 사방공사를 벌여 산에 나무를 심고 계곡에 낮은 둑을 쌓아 물을 관리하는 등 치산치수에 힘썼습니다. 같은 위력의 태풍이 지나가도 남한 땅은 피해가 경미한 데 북한 땅에서 생난리가 나는 것은 북한의 통치자가 치산치수에 소홀했기 때문입니다. 어렸을 때 헐벗은 산으로 땔감 나무를 구하러 수없이 올라 다닌 저는 우리 산하가 푸르러진 것은 하늘이 내려준 것이 아니고 통치자와 국민들이 합심해 이뤄낸 것임을 보았습니다. 홍수나 태풍 피해가 어느 나라보다 극심한 북한이 보고 배워야 할 값비싼 대목입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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