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산
*산행일자:2013년 4월28일(일)
*소재지 :경남거창
*산높이 :해발965m
*산행코스:미폭-현성산-연화봉-1144m봉인근갈림길-두무골독립 가옥
-가섭사지마애삼존불-주차장
*산행시간:10시48분-17시1분(6시간13분)
*동행 :대구 참사랑산악회원 및 서울 팀(총11명)
날씨가 화창한데다 푸릇푸릇한 녹음방초가 빠르게 세를 더해가 이제는 누가 뭐라 해도 봄이 한반도를 접수했음이 분명합니다. 지난 주말 전남광양의 백운산을 오를 때만 해도 눈을 만나 덜덜 떨고 있는 봄이 측은해보였는데 어느새 기운을 차려 산을 연초록색으로 바꾸어놓는 등 제 본분을 다하고 있어 보기에 참 좋았습니다. 올 봄이 좀 늦기는 했어도 제 몫을 다하는 것을 보고 순환을 질서로 하는 계절의 변화만큼 믿고 기다릴 만한 것이 또 있겠나 싶기도 합니다.
계절의 순환만큼 정확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대구 팀과의 합동산행입니다. 2007년 봄 팔공산을 시작으로 해마다 봄가을로 대구와 서울을 오가며 우정산행을 해온 저희들이 이번에 찾아간 산은 경남거창의 현성산입니다. 금원산에서 멀지않은 현성산은 금원산과 기백산을 연계해 산행할 때 먼발치서 몇 번 바라만 보았을 뿐 실제 오르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인근의 금원산이나 기백산과 달리 암봉으로 된 오름 길이 아기자기했습니다. 5년 전 산행 사고 후 가급적이면 바위 길을 피해왔는데 이번에는 베테랑들과 함께 해 까탈스러운 암릉길을 걸어 오르면서도 한결 마음이 놓였습니다.
오전10시48분 미폭폭포를 출발했습니다. 새벽같이 서둘러 KTX를 타고가 동대구역에서 대구팀에 합류했습니다. 미니버스에 올라 현성산으로 이동하는 중 간이휴게소에서 잠시 머무르며 대구팀이 준비해온 국수를 맛있게 들었습니다. 오른 쪽 먼발치로 가야산이 보이는 길을 달려 이번 산행의 들머리인 미폭 앞에 도착한 시각이 10시40분이 조금 못되어서입니다. 물이 떨어지는 모습이 하얀 쌀이 흘러내리는 듯하다하여 ‘미폭’이라는 이름을 얻은 이 폭포는 물이 많지 않아 이름값을 하지 못했습니다. 가파른 길을 올라 묘지를 지나자 데크 계단 길이 나타났습니다. 데크 계단이 끝나자 시야가 탁 트여 남동쪽의 상천저수지가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12시34분 해발965m의 현성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두 번째 계단이 끝나고 전망 좋은 곳을 지나 다다른 작은 구름다리는 다른 곳에서처럼 출렁거리지 않았습니다. 계속 이어지는 바위 길을 오르면서 잠시 멈춰 서서 봄이 머물고 있는 산 아래 논 뜰에 눈길을 주었습니다. 현성산의 최고봉인 향일봉에 올라 정상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 후 사방을 휘둘러보자 준수한 자태의 금원산과 기백산이 한 눈에 잡혔습니다. 곧추선 암벽이 든든하게 받쳐주는 정상에서 오래 머무르지 않고 이내 내려가 연화봉 못 미쳐 안부삼거리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들었습니다.
14시5분 암릉길이 끝나는 976m봉 삼거리에 이르렀습니다. 식사 시작 40여분 후 자리에서 일어나 오후 산행을 재개했습니다. 해발961m의 연화봉에 오르자 남북으로 시원스레 뻗어나간 산줄기가 참으로 늠름해 보여 눈에 익다 했는데, 다시 보니 2004년 초가을에 지난 육십령-덕유산-빼재 구간의 백두대간이었습니다. 북서쪽으로 이어지는 암릉 길은 976m봉에 이르러 끝이 났고, 이 지점에서 왼쪽으로 꺾어 편안한 능선 길로 들어섰습니다. 긴장이 풀리자 비로소 길섶의 야생화들이 보이기 시작해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해발900m가 넘는 능선의 나무들은 아직 새싹이 나지 않아 겨울티를 떨어내지 못했지만 이런 환경에 익숙한 야생화들은 이미 봄이 와있음을 널리 알리려는 듯 조심스레 꽃을 피웠습니다.
15시10분 1144m봉 전방안부에서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금원산은 아직 멀었건만 잔뜩 긴장하고 산행을 해서인지 생각보다 많이 지쳐 산행속도가 붙지 않았습니다. 시원한 바람과 앙증스런 야생화가 기운을 내라고 응원해 능선 길을 걷기에 더할 수 없이 좋은데도 암릉 길을 오르면서 에너지를 많이 써서인지 금원산을 올랐다가 자연휴양림의 주차장으로 하산하는 것이 아무래도 무리일 듯싶었습니다. 그렇잖아도 주력이 달리는 제가 지친 상태에서 금원산 정상을 들렀다가는 산행이 마냥 늦어질 것 같아 일행에게 양해를 구하고 금원산 전방2.7 Km 지점의 안부에서 왼쪽으로 내려갔습니다. 이미 금원산은 두 번을 오른 터라 아쉬움은 없었지만 남들 다가는 정상을 힘들다는 이유로 포기하고 먼저 하산한다는 것이 이제껏 없었던 일이어서 마음 한편으로 부끄러운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참을 걸어 다다른 임도 길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방향을 잡아 하산을 계속했습니다.
17시 주차장에 도착해 하루 산행을 마쳤습니다. 조팝나무가 활짝 피어 주위가 눈이 내린 듯 새 하얀 민가 한 채를 지나 바로 아래 계곡에 이르자 비포장도로의 찻길이 나 있어 이 길을 따라 내려갔습니다. 3년 전 기백산을 거쳐 금원산을 오른 후 하산한 유안청계곡을 만난 곳은 주차장에 이르기 직전으로 그 전에 가섭사지 마애삼존불을 먼저 들렀습니다. 바위를 통해 환생한 분이 바로 석가모니라 할 만큼 여기 저기 산재한 마애불이 온전하게 제 모습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석가모니의 자비로움 덕분일 것입니다. 역사에 기록될 만큼 위대한 업적을 기리고자 세운 동상이 평가를 달리 하는 사람들에 언제 해코지를 당할지 몰라 동상의 주인공이 땅 속에서도 편히 눈을 감을 수 없는 것이 작금의 현실인데 그 많은 마애불 중 어느 하나도 훼손되지 않은 것은 부처님의 자비가 있어 가능했겠다는 생각이 들어 하는 말입니다. 마애불에서 멀지 않은 문바위는 엄청 큰 거암으로 제단과 촛불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바위를 지키는 샤먼이 따로 있을 것 같았습니다. 금원산을 들른 일행들이 주차장에 도착한 것은 저보다 1시간 넘게 늦은 18시20분경이어서 서둘러 대구로 옮겨 저녁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포기도 결단임을 새삼 배운 하루였습니다. 제가 고집을 부려 금원산을 들렀다면 저녁 7시가 다 되어서 하산했을 것이고, 그리되면 저녁을 함께 하지 못하고 서둘러 귀경해야 했을 것입니다. 대구 팀과의 합동산행이 산행 외에 친목을 도모함에도 그 뜻이 있기에 달랑 산행만 하고 헤어질 수는 없는 것이어서 매번 뒷 풀이를 해왔습니다. 제가 중간에 먼저 하산해 일행들이 예정대로 산행을 마칠 수 있었으며, 그 덕분에 1시간 가까이 저녁식사를 같이 할 수 있었다 싶자 저 혼자 뒤쳐져 오르지 못한 것이 마냥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벌써 조금씩 포기하며 살아야 할 나이에 접어 든 것 같습니다. 산에서의 과욕은 자칫 산행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어서 앞으로도 아니다 싶으면 과감하게 포기할 뜻입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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