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II.지역 명산/지역명산 탐방기

B-15.발왕산 산행기

시인마뇽 2013. 8. 11. 10:01

                                                                     발왕산

 

                                

                                            *산행일자:2013. 8. 7일(수)

                                            *소재지   :강원 평창

                                            *산높이   :1,458m

                                            *산행코스:그린피아주차장-실버등산로-실버/골드등산로갈림길-발왕산

                                                          -실버/골드등산로갈림길-골드등산로-그린피아주차장

                                            *산행시간:9시55분-17시6분(7시간11분)

                                            *동행      :서울사대 이상훈, 원영환 동문

 

 

 

  여름대목을 누리려는 상인들이 오랜 장마로 변변한 햇빛을 보지 못해 울상을 짓는 것도 이제 끝난 것 같습니다. 장마가 끝나기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이 맹위를 떨치는 혹서가 밤잠을 설치게 해 앞으로 며칠이나 더 잠 못 이루는 밤이 계속 될지 적지 아니 걱정됩니다. 누구라도 이 나라에서 발붙이고 오래 살 생각이면 시계추처럼 혹한과 혹서를 주기적으로 왔다 갔다 하는 널뛰기 기후에 잘 견뎌야 하는데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한반도전체가 더욱 달궈져 50도를 웃도는 연교차를 극복하고 적응해나가기가 점점 힘들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한 여름에는 함경북도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장백정간을 종주하고 한 겨울에는 경상남도를 동서로 관통하는 낙남정맥을 종주하는 것입니다. 장백정간이란 백두대간의 설령봉에서 분기해 서북쪽으로 뻗어나가 두만강이 동해와 만나는 서수라곶에서 끝이 나는 전장 370km의 산줄기를 이르는 것이고, 낙남정맥이란 지리산의 영신봉에서 분기해 동서방향으로 뻗어나가 낙동강과 만나는 봉화산에서 끝나는 전장220km의 산줄기입니다. 장백정간의 서수라곶과 낙남정맥의 봉화산은 7도가량 위도 차가 나 기온 차도 클 수밖에 없습니다.

 

 

 

  낙남정맥이 지리산 권만 벗어나면 겨울 내내 눈을 만나보기 어려울 정도로 따뜻하다는 것은 2010년 한 겨울에 이 산줄기를 종주해 확인한 바 있습니다. 북한당국이 길을 막아 접근할 수 없는 장백정간이 한반도 최고의 피서코스임을 입증하는 것은 이번에 대학친구들과 함께 강원도의 발왕산을 오르는 것으로 가름할 수 있겠다 했는데 과연 그러했습니다. 섭씨 38도를 기록한 울산의 영남알프스를 오르내렸다면 녹초가 되었을 것을 강원도 평창에 자리한 해발1,458m의 발왕산으로 산행코스를 잡아 태양 빛이 여과 없이 내리쬐는 나대지를 지날 때를 빼고는 그다지 더운 줄 모르고 산행을 했습니다.

 

 

 

  오전9시56분 그린피아주차장을 출발했습니다. 대학동기 이상훈교수의 초청으로 봉평에서 하룻밤을 묵은 후 이 교수 차로 용평레조트 안의 그린피아 주차장까지 갔습니다. 10분가량 걸어 다다른 실버등산로 입구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후 산길로 들어섰습니다. 낙엽송이 빽빽이 들어선 평탄한 길은 얼마 안지나 비알 길로 바뀌었지만 갈지자로 길을 내 오름길이 가파르지 않았습니다. 7월이 되면 추가되는 산식구가 매미와 버섯인데 고도가 높아서인지 매미소리는 들리지 않았으나 노란 색깔의 현란한 버섯이 눈을 끌어 카메라에 담아왔습니다. 실버코스 입구에서 딱 1시간을 걸어 10시56분에 올라선 1014m봉의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용평레조트는 스키 철이 아니어서인지 한가롭다 못해 썰렁했습니다.

 

 

 

  12시10분 실버능선/골드능선 갈림길에서 점심을 들었습니다. 빨간 지붕의 콘도미니엄(?) 건물이 이국적인 용평레조트를 조망하기에 딱 좋은 전망대에서 잠시 쉬었다가 산 오름을 계속했습니다. 제가 이 산을 처음 오른 것은 1980년 8월이니 꼭 33년 전의 일입니다. 제가 근무한 모회사에서 새로 뽑은 영업사원들의 극기 훈련프로그램의 하나가 발왕산을 오르는 것이어서 마케팅을 담당한 저도 같이 했습니다. 이번 산행은 그때처럼 훈련 목적으로 강행군 한 것이 아니고 60대중반의 친구들과 40여 년 전의 대학생활을 뒤돌아보며 오르는 것이어서 훨씬 여유로웠습니다. 1131m봉을 지나 왼쪽 아래로 골드능선 길이 갈리는 능선삼거리에서 점심을 들었습니다. 능선삼거리에서 조금 더 올라 실버등산로 옆 넓은 찻길로 들어서자 비로소 햇살이 뜨겁게 느껴졌습니다. 다시 숲길로 들어서자 붉은 색이 감도는 주목 몇 그루가 눈에 띄었습니다.

 

 

 

  13시39분 해발1458m의 발왕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보호수목으로 지정되어 동부지방산림청의 보호를 받고 있는 주목들을 뒤로 하고 올라선 넓은 공터는 드래곤피크로 리프트 승강장이 자리했습니다. 햇살은 따가웠지만 바람이 시원해 작은 공원으로 조성된 드래곤피크에서 잠시 머물며 동쪽 멀리 노추산과 그 왼쪽의 두타산을 조망했습니다. 꼭 10년 전에 오른 노추산도 인근 금원산과 거망산이나 여기 발왕산처럼 사진과 산행기를 남기지 않아 조만간 다시 오를 뜻입니다. 조형미가 빼어나 보이는 활강장 건물을 카메라에 옮겨 담고 남쪽으로 몇 분을 더 걸어 삼각점과 표지석이 세워진 발왕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남중한 태양의 이글거리는 햇볕에 등 떠밀려 곧바로 드래곤피크로 되돌아갔습니다.

 

 

 

  15시4분 골드능선 쉼터에 이르렀습니다. 정상을 출발해 되돌아간 드래곤피크의 활강장 건물 안으로 들어가 잠시 땀을 식혔습니다. 15-6년 후 두 다리에 힘이 빠져 걸어오를 수 없을 때가 되면 이 산처럼 리프트가 설치된 산을 찾아나서 자연의 시원한 산바람을 즐길 수 있도록 지리산 등 높은 산에 한 곳 정도씩 리프트를 설치해도 좋겠다 싶습니다. 올라온 길로 되 내려가는 것은 능선삼거리에서 끝나 이곳에서 10분여 쉰 후 오른쪽 골드등산로로 내려섰습니다. 얼마 후 가파른 절개지를 조심스럽게 내려가 만난 넓은 길을 건너 다시 숲속 길로 올라섰습니다. 오름 길은 길지 않아 이내 해발1,140m의 골드능선쉼터에 이르렀고 또다시 짐을 벗고 잠시 쉬었습니다. 실버등산로나 골드등산로 모두 스키코스에서 따온 것 같은데 이번에 저희들이 걷는 이 두 코스는 나이 들어서도 산행하기에 부담 없는 실버코스임에 틀림없습니다.

 

 

 

  17시7분 그린피아주차장으로 되돌아가 하루 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골드능선 쉼터에서 조금 더 올라 오른 쪽으로 내려가자 또 다른 활강장을 우회하는 넓은 길이 나타났습니다. 이 길을 따라 오른 쪽으로 4-5분 진행해 오른 쪽 산길로 들어선 다음 조금 올랐다가 왼쪽으로 꺾어 북진했는데 바람이 전혀 통하지 않아 비로소 찜통더위의 위력이 어떠한가가 체감됐습니다. 얼마간 더 내려가 샘터에 도착한 시각이 15시55분으로, 손자를 데리고 산에 오른 할아버지 한 분으로부터 반시간 정도만 더 내려가면 산길이 끝난다는 말씀을 듣고 잠시 쉬면서 차디찬 샘물을 떠 마셔 목을 축였습니다. 샘터에서 레조트 차도로 내려가는 길은 다시 바람이 통해 시원한데다 오름내림이 별로 없는 평탄한 길이어서 이야기를 나뉘며 걷기에 딱 좋았습니다. 샘터출발 반시간이 훨씬 더 걸려 내려선 찻길을 따라 그린피아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우리에 가두어 기르는 양들과 모노레일, 그리고 물 썰매를 보았습니다. 이 모두가 비수기에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프로그램이 확실한데, 이런 프로그램들은 제가 17년간 몸담았던 모 그룹으로부터 여기 용평레조트를 인수한 한 종교재단의 종교재단 답지 않은 유연한 경영이 결실한 것이어서 관심이 갔습니다. 그린피아 주차장에 도착해 약11Km에 이르는 하루 산행을 모두 마치고 차에 올랐습니다.

 

 

 

  이번 산행 중 더위로 고생하지 않은 것은 발왕산이 청정지역인 강원도에 자리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해발고도가 1,400m를 넘을 정도로 산이 높다는 것이 첫째 이유일 것이고, 위도 상으로 38도에 가까워 울산의 영남알프스 산들보다 위도 차가 2도가량 난다는 것도 또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이유는 딴 데 있습니다.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추억어린 이야기를 나누며 산을 오르면서 자주 쉰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산행을 서두르지 않고 아주 평안한 마음으로 몸을 잘 다스린 것이 주효했다는 생각입니다.

 

 

  모처럼 여럿이 함께한 이번 산행이 '나홀로 산행'만큼 좋았음을 기록하면서 산행기를 맺습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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