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II.지역 명산/지역명산 탐방기

E-9.일월산 산행기

시인마뇽 2014. 3. 15. 16:17

 

                                                           일월산 산행기

 

 

 

                                             *산행일자:2013. 10. 24일(목)

                                             *소재지   :경북 양양

                                             *산높이   :일자봉1,218m, 월자봉1,205m

                                             *산행코스:윗대티주차장-정자삼거리-월자봉갈림길

                                                            -일자봉해맞이전망대-월자봉-KBS송신소/일월재 도로

                                             *산행시간:11시53분-16시40분(4시간47분)

                                             *동행      :나홀로

 

 

  낙동정맥을 종주하면서 먼발치서 바라만 본 일월산을 드디어 올랐습니다. 경북영양에 자리한 일월산은 하도 오지의 산이어서 우정 찾아 오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낙동정맥 종주 길에 짬을 내 오르고자 하였으나, 그 또한 여의치 못해 이제껏 등정을 미뤄왔습니다. 경북 울진의 평해에 병원을 차린 고교동창 이종규 원장이 마침 집으로 초대해 이 때다 싶어 가는 길에 양양을 들러 일월산을 올랐습니다.

 

 

  이 산이 그 나름 이름을 얻은 데는 ‘日月山’이라는 산명(山名)에서 감지되듯이 우리전통 신앙인 무속의 메카로 알려진 것도 한 몫 했을 것입니다. 흔히들 산이 높아 해와 달이 솟는 것을 먼저 바라본다하여 일월산이라 불린다고 이야기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좀 부족하다 싶은 것은 동해안과 나란한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낙동정맥의 산 중에는 높이가 이 산보다 낮더라도 해와 달을 먼저 볼 수 있는 산들이 꽤 많기 때문입니다. 비록 산림청에서 선정한 명산100산에는 들지 못했지만 경상북도 산중에서 해발1,200m가 넘는 몇 안 되는 고산으로 우리 전통의 설화가 깃들어 있어 제게는 참으로 신비로움마저 느껴지는 산입니다. 이 산 정상에 자리했어야 할 우리 고유의 산신들이 고스락에 진을 친 군부대에 내쫓겨 골짜기를 떠돌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뒤늦게 방송대에서 구비문학을 배워 우리 무속신앙에 얼마간 긍정적 태도를 견지해온 저로서는 이 산의 산신령께 영 죄스러울 뿐입니다.

 

 

 

  오전11시53분 윗대리 주차장을 출발했습니다. 영양에서 들머리인 윗대티까지 운행하는 농촌버스가 뜸하게 있어 3만원을 들여 택시로 이동했습니다. 낙동정맥을 종주할 때 영양읍내를 기점 삼아 버스로 여러 구간의 들머리까지 이동해서인지 읍내에서 윗대티로 가는 길은 거의 다가 눈에 익었습니다. 주차장 출발해 서쪽으로 진행한 지 오래 되지 않아 몇 채 안 되는 마을의 맨 위쪽 빈 집을 지났습니다. 사용가치도 교환가치도 모두 사라진 시골의 빈 집을 지나노라니 압축 성장을 하느라 엄청 빠르게 변화해온 우리나라에서 밀리지 않고 오늘까지 무난하게 살아온 제가 대견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마을 앞을 흐르는 반변천의 물길을 따라 20분 남짓 걸어 합수점에 다다라, 이곳에 세워진 정자에서 잠시 쉬었습니다.

 

 

 

  13시9분 ‘큰골’표지목이 세워진 산 중턱 길에서 점심을 들었습니다. 정자에서 왼쪽 계곡가로 난 길을 따라 남쪽으로 오르며 산 골 깊숙이 가을을 숨겨둔 이 산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느라 자주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그늘진 계곡 곳곳에 내려앉은 따사로운 햇살이 이 산의 나뭇잎들을 어루만져서인지 곱게 물든 단풍들이 한껏 제 색깔을 내, 불타는 가을 산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합수점에서 그다지 길지 않은 계곡을 벗어나기까지 정감어린 나무다리를 몇 곳 건넌 후 오른 쪽 위로 난 제법 넓은 길을 따라 올라 ‘큰골’표지목이 세워진 길가의 벤치에 앉아 점심을 들었습니다. 몇 분을 더 걸어 만난 삼거리에서 왼쪽 위 일월산 정상으로 가는 좁은 길로 들어서자 본격적인 비알 길이 시작됐습니다.

 

 

 

  14시25분 오른 쪽으로 월자봉 가는 길이 갈리는 삼거리에 이르렀습니다. 일월산 정상으로 오르는 가파른 길 몇 곳에 설치된 나무계단 길을 걸어  월자봉 갈림길에 이르기까지 몇 번이고 멈춰 서서 숨을 골랐습니다. 방송대 국문과의 마지막 학기를 맞아 유종의 미를 거두고자 학과공부에 열중하느라 석 달여 다리 품을 많이 파는 종주산행을 삼갔더니, 그 새 몸도 2Kg 가량 불고 숨도 가빠져 산 오름이 많이 더디고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가파른 비알 길을 1시간가량 걸어 고도를 3백m 가량 높여 오른 쪽으로 월자봉으로 가는 길이 갈리는 부대 아래 삼거리에 이르자, 윗대티에서 2.7Km밖에 안 되는 거리를 2시간 반을 걸어 닿았을 정도로 많이 늦어진 발걸음으로 과연 낙동강둘레산줄기를 완주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됐습니다. 월자봉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꺾어 이 산의 정상봉인 일자봉으로 향했습니다.

 

 

 

  14시59분 해발1,218m의 일자봉에 올랐습니다. 이번 산행의 목적지인 일월산의 정상인 일자봉의 고스락은 군사시설이 들어 있어 오르지를 못하고, 일자봉 동쪽에 조성해 놓은 해맞이전망대를 대신 올랐습니다. 월자봉이 갈리는 삼거리에서 일자봉전망대에 이르는 길을 지도로 확인해본 즉 20분 남짓 걸으면 충분하다 싶었는데 군부대를 시계반대방향으로 에도는 우회 길이 생각보다 길고 돌들이 많아 40분 가까이 걸렸습니다. 전망대에 다다르자 동쪽 방향으로 눈에 잡히는 산줄기가 분명 낙동정맥인 것 같은데 어인 일인지 아주 낯설게 보였습니다. 동쪽으로 시야가 탁 트이는 전망대에 세워진 정상석을 사진 찍은 후 오른 쪽으로 꺾어 월자봉으로 향했습니다.

 

 

 

  13시49분 해발 1,205m의 월자봉에 올라섰습니다. 일자봉에서 월자봉으로 이어지는 길은 군사시설 남서쪽사면의 9부 능선쯤에 나 있는데, 고도가 거의 차이나지 않아 평탄했습니다. 편안한 길로 들어서면 어느 샌가 집사람이 쫄래쫄래 따라와 나란히 걷곤 했는데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저승 땅이 모두 천국이 아닐진대 사시사철 그 곳에 13년 넘게 머물다보면 이승의 가을동산들이 생각날 것입니다. 이승에서 저와 함께 가을 산을 오르내리며 단풍이 빚어내는 절경을 즐겨 화폭에 담았었기에 이번에도 만추의 일월산을 그려내고 싶어 먼 발걸음을 했을 것입니다. 왼쪽 아래로 당리저수지 길이 갈리는 쿵쿵목이삼거리를 지나 KBS송신소 중계탑 삼거리에 다다랐습니다. 돌탑이 세워진 오른 쪽 길을 따라 월자봉에 오르자 시야가 탁 트여 조망이 일품이었습니다. 이 봉우리의 고도가 일자봉에 13m가 못 미쳐 월자봉으로 이름을 붙여 준 것이라면 우리 조상들이 태양과 달의 서열을 일찍부터 간파한 결과일 것입니다.

 

 

  16시40분 일월재에서 KBS송신소로 이어지는 비포장 차도에서 하루 산행을 마쳤습니다. 중계탑 삼거리로 다시 내려가 이번 산행의 끝 점인 일월재까지 차도를 따라 내려갈까 하다가 시간이 넉넉한 것 같아 능선을 따라 하산하기로 마음을 바꿔 먹고 양양읍내 택시에 전화를 걸어 17시까지 일월재로 와 달라고 청했습니다. 월자봉에서 커피를 꺼내 들며 10분 남짓 휴식을 취한 후 표지목이 가르치는 대로 서쪽으로 난 산줄기를 따라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일월산을 오르는 가장 편한 길이 일월재-월자봉-일자봉 코스일 것 같은데 사람들이 다닌 흔적이 분명하지 않아 조금은 찜찜한 기분으로 내려갔습니다. 10분 남짓 걸어 내려선 일월재/KBS송신소 간 차도를 건너 조금 더 내려갔는데도 길이 계속 흐릿해 얼핏 이 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도를 꺼내보자 제가 가고자 하는 일월재는 월자봉에서 북쪽 방향에 위치해 있는데 저는 계속 서쪽으로 진행해 길이 어긋나도 크게 어긋났음을 알았습니다. 해가 막 넘어가려해 월자봉까지 되돌아가 일월재로 내려가기에는 이미 늦은 것 같아 일단 되돌아가는 길은 차도에서 멈추고 이 차도를 따라 일월재로 걸어 내려갔습니다. 몇 분 후 월자봉에서 부른 택시가 올라와 일월재까지 다 가지 않고 중간지점에서 하루 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이번 산행코스가 윗대티에서 출발해 북 사면으로 오르는 길이어서 반대편인 남사면에 자리한 황씨부인당을 들르지 못해 무속인들을 만나지 못하고 신당도 보지 못했습니다. 일월산은 태백산의 가랑이에 위치해 음기가 강한 여산(女山)으로 알려져 그믐날만 되면 전국 각지의 무속인들이 이 산을 찾아 영험함과 신통함이 더한 내림굿을 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하면 점괘가 신통해진다 하여 많은 무속인 들로부터 성산으로 추앙받는다는 이 산을 오르면서 단풍놀이만 하고 돌아가는 것 같아 일월산의 산신령께 죄송했습니다. 영험하다는 내림굿을 보려면 아무래도 그믐날 하루를 날 잡아 묵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전에 무속을 미신으로만 이해해온 저의 좁은 소견이 바뀌어져야할 것입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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