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II.지역 명산/지역명산 탐방기

A-58.오갑산 산행기

시인마뇽 2014. 5. 28. 17:51

 

                                                               오갑산

 

 

                                         *산행일자:2014. 3. 2일(일)

                                         *산높이 :609m

                                         *소재지 :경기여주/충북음성 및 충주

                                         *산행코스:이문고개-아홉사리고개-오갑산정상

                                                           -밀고개-관현2리버스정류장

                                         *산행시간:9시45분-16시45분(7시간)

                                         *동행 :나홀로

 

 

 

  ‘나홀로’ 산행을 하러 아침 일찍 집을 나서기는 정말 오랜만입니다. 작년 7월 낙동정맥을 마지막으로 백두대간과 그 아홉 정맥을 모두 밟고 난 후, ‘나홀로’ 산행은 집근처 수리산을 거의 벗어나지 않았기에 일찍부터 산행을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이번에 큰 맘 먹고 경기도 동쪽 끝자락에 자리한 여주의 오갑산을 산행지로 잡은 것은 이제껏 한 번도 올라보지 못한 산인데다 오갑지맥이 이 산을 지나서였습니다. 이달부터 재개할 한강기맥을 제대로 종주할 수 있을 지 이번 산행으로 제 몸 상태를 점검해 판가름하고자 3-4시간이면 족히 정상을 오르내릴 수 있는 점(點)산행을 마다하고 능선을 오르내리느라 6시간 남짓 걸리는 선(線) 산행을 택했습니다.

 

 

 

  1대간9정맥의 종주산행을 모두 마치고나자 장장 9년간 저를 죄어왔던 완주목표가 사라져 얼마간은 참으로 홀가분했습니다. 높은 산은 삼가고 동네 가까운 나지막한 산봉우리를 산책삼아 오르내렸는데 생각지도 않게 현기증이 심하게 일어나 한참동안 나무를 붙잡고 쉬기를 세 번이나 반복하고 나자 혼자서 산에 오르기가 두려웠습니다. 재작년에도 한두 번 어질어질한 적이 있었지만, 병원에서 처방해준 약을 먹고 이내 치유되어 별 것 아니다 싶었는데, 똑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자 겁이 더럭 나 그 후 한 동안은 거의 산을 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랬더니 염려한 대로 몸이 너무 많이 불어 다시 산행에 나선 것이 지난 해 10월입니다. 마음을 다져 먹고 경북 봉화의 일월산을 다녀왔는데 현기증 증세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으나 그간 몸이 많이 둔해진 탓에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오전 9시45분 이문고개를 출발했습니다. 동서울터미널에서 충주시의 감곡까지 직행버스로 이동했고, 감곡 버스터미널에서 이문고개까지는 택시로 옮겼습니다. 고개마루에 자리한 음식점 장수촌 앞 너른 마당에서 하차해 짐을 추스른 후 곧바로 오른 쪽 산길로 들어섰습니다. 묘지 위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오갑지맥의 능선에는 종주 객이 많지 않아서인지 길이 그다지 잘 나있지 않았지만, 날씨가 쾌청한 덕분에 시야가 가리지 않아 그런대로 마루금을 이어갈 만 했습니다. 이미 고인이 되신 따라가기님의 한남오갑지맥 종주기에 산행에 참고할 만한 자료가 자세히 실려 있어 처음 밟는 길이지만 크게 걱정되지 않았습니다. 능선 왼쪽 아래 자리한 과수원을 지나 삼각점이 박혀 있는 283.9m봉을 지난 시각이 산행시작 40분 후인 10시25분이었습니다.

 

 

 

  11시9분 행성바위 앞을 지났습니다. 산행을 시작할 때는 날씨가 조금 쌀쌀하다 했는데 283.9m봉을 지나서부터는 고도가 높아져 산행 중에는 전혀 냉기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좁은 공터의 355m봉을 지난 지 얼마 후 왼쪽 우회길을 버리고 직진해 짧은 구간의 암릉길을 오르내리는데도 긴장이 되어, 이내 만난 행성바위는 왼쪽 우회 길로 에돌아갔습니다. 오랜만의 산행인데도 주력은 조금 떨어진 것 같지만 지구력은 옛 그대로여서 중간에 한 번도 쉬지 않고 계속 오르다 11시45분 경 왼쪽으로 산행방향이 확 바뀌는 능선삼거리에 도착해 처음으로 십 수분을 쉬었습니다. 잠시 짬을 내 오른 쪽 봉우리를 들러봤지만 기대했던 한강이 보이지 않아 이내 돌아가 북서쪽으로 내려갔습니다.

 

 

 

  12시25분 오갑고개에서 쉬어 갔습니다. 능선삼거리에서 오갑고개로 내려가는 길은 이제껏 올라온 길보다 경사가 더 급했습니다. 장송이 많이 들어선 솔밭 길을 따라 내려가 송전탑에 이르자 나무들이 하늘을 가리지 않아 남중한 태양이 내리쬐는 봄 햇살이 제법 따사로웠습니다. 송전탑을 지나 바로 내려선 아홉사리 고개는 충북 음성군의 감곡면과 충주시의 양성면을 이어주는 고개여서인지 비포장도로가 나있었습니다. 고개에서 정상까지 등고선이 촘촘하게 그려진 지형도를 보고 쉬지 않고 바로 올라가려는 계획을 바꾸어 아홉사리고개로도 불리는 이 고개에서 잠시 쉬면서 관련 전설을 떠올렸습니다 . 감곡마을에 사는 미인 한씨 부인이 병자호란을 피하려 이 고개를 넘다가 오랑캐의 대장 파오차(巴五甲)에 붙잡혔다 합니다. 때 마침 파초선을 든 낯선 처녀가 나타나 강렬한 빛을 파오차의 칼에 비추자, 빛을 받은 이 칼이 파오차의 목을 겨누어 결국 파오차가 자결하게 되었고 그 덕분에 한씨 부인이 살아났다하여 오갑(五甲)고개로 불린다는 것이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의 요지입니다.

 

 

  13시38분 오갑산 정상인 해발 609m의 이진봉에 올라섰습니다. 표지판에 아홉사리고개로 적힌 오갑고개에서 오갑산 정상을 오르는 길은 지형도에 나와 있는 대로 엄청 가팔랐습니다. 머리 위로 빤히 보이는 이진봉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면서 넉넉잡아 반시간이면 정상에 닿을 수 있겠다 싶었는데 한 시간이 꼬박 걸린 것은 중간에 몇 번이고 멈춰 서서 숨을 골라야 할 정도로 된비알길이어서였습니다. 눈비라도 만났다면 더욱 힘들었을 것을 쾌청한 날씨가 한몫해 오르다가 뒤로 미끄러지는 일은 겪지 않았습니다. 숨 가쁘게 올라선 이진봉과 십 수미터 거리의 임진봉 두 곳에 산 높이가 모두 609.8m로 표기된 정상석이 세워진 것은 충북 음성과 경기 여주 어디도 산 사랑만은 결코 뒤질 수 없다는 뜻이 강해서기 때문일 것입니다. 임진왜란 때 명나라 장군인 이여송이 진을 쳤다하여 이진봉으로 불린다는데 그렇다면 그 옆 임진봉은 임진왜란 때 진을 쳤기 때문에 얻어진 이름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두 봉우리 모두 전망이 빼어나 임오군란 때 사망한 것으로 잘 못 알려진 민비(후에 명성황후로 추존)가 친정동네로 피신 와 숨어 사는 동안 올랐다는 국망산이 남쪽으로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14시54분 옥녀봉에 올랐습니다. 먼저 오른 충북음성과 충주를 경계짓는 이진봉에서 사방을 휘둘러보며 사진을 찍은 후 곧바로 경기여주와 충북 충주를 아우르는 임진봉에서 점심을 들었습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북쪽으로 뻗어나간 오갑지맥을 더 이상 이어가지 못하고 왼쪽으로 확 꺾어 남서쪽으로 내려갔습니다. 산불로 그을린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삼형제봉 바위를 지나 내려선 안부 서천고개에서 직등해 올라선 봉우리가 옥녀봉입니다. 스테인리스 표지봉이 박혀 있는 옥녀봉에서 오른 쪽 길로 방향을 잡고 서서히 고도를 낮추어 서진(西進)했습니다. 저만치 오른 쪽 아래로 꽤 크게 보이는 원부저수지를 둘러볼 생각으로 하산을 서둘렀는데 곳곳에 이정표가 잘 세워져 있고 고도도 200m대로 낮은 데다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아 조금도 힘들지 않았습니다.

 

 

 

  16시3분 밀고개에 이르렀습니다. 옥녀봉에서 시작된 서진은 밀고개에 이르러 멈췄습니다. 하산 길 중간에 원부저수지에서 멀어진다 싶어 길을 잘 못 든 것이 아닌가 걱정했다가 얼마 후 다시 가깝게 보여 마음이 놓였습니다. 옥녀봉에서 밀고개에 이르는 구간의 산행기를 찾지 못해 지도만 보고 길을 이어가는 것이어서 직감의 도움도 많이 받았습니다. 비록 오랜만에 이어가는 능선 산행이지만 그간 1대간9정맥을 종주하면서 충분히 길 감각을 익혀온 덕분에 알바 한 번 없이 밀고개에 안착했습니다. 길 감각뿐만 아니라 몸 감각도 늦지 않게 되살아나 1대간9정맥종주가 명불허전임을 새삼 실감했습니다. 산줄기는 밀고개에서 끝나지 않고 계속 서쪽으로 이어졌지만, 원부저수지를 들러볼 욕심으로 산 길 걷기는 이만 접고 오른 쪽으로 아래로 나 있는 차도를 따라 걸어 저수지로 향했습니다.

 

 

 

  16시45분 관현2리버스정류장에 도착해 하루 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밀고개에서 원부저수지로 내려가는 길에 한적한 시골 마을을 지났습니다. 마을 어귀에서 만난 개 한 마리가 마을 지나서도 계속 따라와 저수지까지 동행했습니다. 낯 선 사람을 계속 따라오는 이 견공이 신경이 쓰여 쫓아보기도 했으나 잠시 물러섰다가 다시 따라와 별 난 개도 있다 했는데 그 개의 목적지가 저수지 가 음식점인 것을 알고 나서 집찾아가는 녀석을 공연히 구박했다 싶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번 산행 중 이렇다 할 봄꽃은 보지 못했지만 전날 시작된 3월이 실어온 살랑바람에 찰랑거리는 여기 원부저수지의 잔물결에서 분명하게 봄이 감지됐습니다. 원부저수지를 지나 4번 도로가의 관한2리 버스정류소 앞에 도착해 동리 한 분의 말씀을 듣고 머지 않아 도착하리라는 장호원 행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반시간이 지났는데도 감감 무소식이어서 4번도로를 따라 걸어가다가 중간에 화물차의 도움을 받아 장호원 버스정류장까지 편하게 옮겨 서울행 버스에 올랐습니다.

 

 

 

  이번 산행의 반은 따라가기님의 오갑지맥종주기를 참고했습니다. 이 분의 산행기는 호남정맥을 종주할 때도 요긴하게 활용했습니다. 저보다  걸음도 빠르고, 한 번에 15시간 넘게 장시간 산행을 할 만큼 지구력도 빼어나 꽤나 부러워했습니다. 이 분의 빼어남은 산행보다는 산행기에 있다는 생각입니다. 디카가 보급되고 나서 사진으로 가름하는 많은 분들의 산행기와 달리 이분의 산행기는 사진은 물론 글로써도 상세한 정보를 담아내어 저 같은 후등자에 크게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2010년 달리 고마움을 표할 도리가 없어 졸저 “섬진강 산줄기에서 길을 찾다”를 우송해드린 적이 있는데, 작년 5월 유명을 달리 하셨다는 비보를 들었습니다. 늦게나마 영면을 빕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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