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II.지역 명산/지역명산 탐방기

E-11.보현산 산행기

시인마뇽 2015. 5. 3. 21:07

 

                                                               보현산 산행기

 

 

                                        *산행일자:2015. 4. 27일(월)

                                        *산높이   :보현산 1,126m, 시루봉 1,124m, 부약산 719m

                                        *소재지   :경북 영천

                                        *산행코스:정각리정자-취수탑-차도 갈림길-천문대주차장

                                                      -보현산 정상-시루봉-부약산-용소리버스정류장

                                        *산행시간:8시20분-14시46분(6시간26분)

                                        *동행      :나홀로

 

 

 

  제가 보현산을 오르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낙동정맥 종주 길에 보현지맥이 갈라지는 분기점을 지나고 나서입니다. 그때 먼발치에서나마 보현산을 보고 싶어 가사봉 분기점에서 5-6분을 걸어 ‘고라산’표지판이 걸려 있는 745m봉을 올랐으나, 시야가 가려 보지 못했습니다.

 

 

 

  작년 봄 대구 참사랑산악회와 함께 보현산을 오르기로 했었습니다. 때마침 발발한 다리통증으로 제대로 걷지 못해 모처럼의 기회를 날려버린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이번에 보현산을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대구의 산우 임상택님 덕분입니다. 올해도 불가피한 사정이 생겨 대구 산악회와 합동으로 산행하는 황석산을 오를 수 없었지만, 산행이 끝난 후  갖는 뒤풀이는 빠지고 싶지 않았습니다. 뒤풀이 참석차 대구로 내려가는 김에 하루 짬을 내어 영천의 보현산을 오르기로 마음먹고 산행채비를 했습니다. 대구에서 하룻밤을 머물고 보현산 입구에 이르기까지 전적으로 도움을 준 임상택님 덕분에 이번 산행이 한결 수월했습니다.

 

 

  8시20분 정각리 정자를 출발했습니다. 임상택 산우가 아침 일찍 이번 산행의 들머리인 영천시화북면의 정각리까지 차를 태워줘 영천에서 버스를 갈아타는 번거로움을 덜었습니다. 서울의 이규성 동문이 정각리까지 함께 타고가 정자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후 임상택 산우 차로 대구로 돌아가고, 저 혼자 남아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하늘이 쾌청하고 기온도 높지 않아 산에 오르기에 최적인 날씨여서 콧노래를 부를 법 한데 별안간 뱃속에서 꾸르륵 해오기 시작했습니다. 시내처럼 공중화장실을 찾기가 여의치 않아 한 할머니께 화장실 사용을 요청했다가 거절되자 더욱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서둘러 마을을 지나 산길로 덜어선 후에야 비로소 안심됐습니다. 계곡 따라 오르는 길이 취수탑 앞에서 막혀 오른 쪽 산길로 올라갔습니다. 몇 분을 더 걸어 만난 첫 번째 삼거리에서 희미하게 난 직진 길이 절골로 이어지는 길 같지만 초행길이어서 선명하게 길이 잘 나있는 오른 쪽 산길로 올랐습니다. 계곡 바로 건너 불경 읽는 소리가 들려오는 곳이 정각사 같은데 절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9시30분 두 번째 삼거리에 이르러 왼쪽 길로 올랐습니다. 첫 번째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난 길은 경사가 완만한 길이어서 천천히 오르며 한창 물이 오른 봄을 완상할 수 있었습니다. 길가에 핀 양지꽃 등 봄꽃은 언제보아도 그 자태가 화사하지 않고 수더분해 마음이 끌립니다. 계절의 여왕 5월을 맞고자 신록을 더해가는 4월의 수목들이 활기차보였습니다. 얼마 후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능선을 따라 오르는 중 개념도에 표시된 묘지가 보여 안도했습니다. 가팔라진 능선을 따라 올라 다다른 두 번째 삼거리는 그 해발고도가 600m가량이니, 1시간 10분을 걸어 표고를 겨우 180m 높인 셈입니다. 이 삼거리에서 오른 쪽으로 천문대행 차도로 가는 길이 갈렸고, 저는 왼쪽 길을 택해 정상으로 향했습니다. 능선 길 곳곳에 자리한 여러 기의 묘지 중 한 묘지는 후손들이 제대로 돌보지 않아 봉분의 잔디가 하나도 남지 않은 까까머리였습니다.

 

 

  11시24분 해발1,126m의 보현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삼거리 갈림길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경사가 급했습니다. 화창한 봄을 맞아 목청을 드높여 부르는 노래 소리가 귀에 익은 것으로 보아 여기 산새들은 이름은 잘 모르지만 제가 알고 있는 새들이 분명합니다. 때까치만한 흑적색의 새 한 마리가 4-5분가량 길안내를 해주어 고맙다 했는데 얼마 안지나 검은 무늬의 제법 큰 나비 두 마리가 교미하는 모습을 열연해 보여 산 오름이 힘들지 않았습니다. 삼거리에서 40분을 걸어올라 사거리에 이르렀습니다. 시루봉 방향의 왼쪽 길, 천문대방향의 직진 길을 놔두고 천문대 주차장 방향의 오른 쪽 길로 오르는 중 노란 야생화가 즐비하게 피어있는 산상의 화원을 지났습니다. 확실하지 않지만 피나물(?)로 보이는 노란 꽃을 카메라에 옮겨 담은 후 데크 길을 따라 오른 쪽으로 진행해 천문대주차장에 다가가자 차를 타고 이산을 오르는 몇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천문대 남쪽 아래로 난 데크 길을 따라 시루봉으로 향하다가 중간에 오른 쪽 위 천문대로 올라갔습니다. 매주 월요일 휴관해 천문대를 관람하지 못하고 그 위 정상으로 올라갔습니다. 정상석을 배경삼아 사진을 찍은 후 남서쪽의 시루봉으로 향했습니다.

 

 

  13시7분 해발719m의 부약산에 올랐습니다. 천문대를 지나 올라선 시루봉은 해발고도가1,124m로 정상과 높이차가 2m밖에 나지 않는 고봉입니다. 이 높은 곳에 설치한 활공장을 찾는 글라이더들이 많겠다 싶은 것은 바로 아래 천문대까지 차도가 나있어서입니다. 철조망 울타리가 쳐진 서쪽 능선을 따라 내려가다가 1020m봉 앞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어 진행했는데, 직진 길은 보현지맥 길 같았습니다. 12시가 조금 넘어 능선에서 10분간 쉬면서 점심 식사를 한 후 진달래가 만개한 길을 이어가 825m봉에 다다랐습니다. 이봉우리에서 왼쪽으로 꺾어 조금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선 봉우리가 부약산(夫藥山)입니다. 부약산에서 조금 더 걸어 만난 곳이 석기덤 바위로 쉬어갈 수 있도록 벤취를 설치해 놓아 저도 십 분여 쉬어갔습니다. 조금 내려가니 길은 왼쪽으로 꺾여 이어졌습니다. 몇 평안되는 체육공원(?)을 지나 내려선 조촐한 규모의 법룡사를 그냥 지나쳤습니다.

 

 

  부약산(夫藥山)과 법룡사(法龍寺)에 얽힌 전설은 이러합니다. 한 부인이 불치의 병에 걸린 남편을 살리고자 열심히 기도를 드립니다. 그 결과 산삼이 눈에 띄었고 이 산삼을 캐서 먹여 남편의 병을 고칩니다. 이 부부는 평생 모은 재산으로 산삼 캤던 자리에 절을 지었는데 이 절이 바로 법룡사(法龍寺)이고, 이 절을 감싸고 있는 뒷산을 부약산(夫藥山)이라고 김형수님이 펴낸 “한국400산행기”에 실려 있습니다.

 

 

  14시46분 용소리 버스정류장에 도착해 하루 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법룡사에서 용소리는 내려가는 길은 비포장 차도로 경사가 급해 지그재그로 이어졌습니다. 중간에 등산객을 위한 지름길이 나 있지만, 무릎에 무리가 갈까 걱정되어 차도를 따라 내려갔습니다. 해발고도가 200m대로 떨어진 삼거리에서 오른 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완만해 발걸음을 빨리했습니다. 14시30분에 영천을 출발해 상송리를 갔다가 용소리를 지나는 버스를 타려고 하산을 서두른 결과 너무 빨리 내려가 14시25분에 37번 도로에 도착했습니다.

 

 

  마침 용소리 이장님을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분의 말씀인즉 법룡사가 비록 규모가 아주 작지만 이 절에 머무시는 법운스님은 매우 고명하신 스님이라는 것입니다. 불교신자도 아니면서 안에 계신 스님을 들어가 뵙기가 뭣해 그냥 내려왔다는 제이야기를 듣고 다음에 법룡사를 들르면 꼭 스님을 찾아뵈라고 일러주었습니다.

 

 

  2-3분 거리의 버스정류장으로 옮겨 40분 넘게 기다렸습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마냥 기다리는 제가 보기에 딱했던지 이장님이 음료수 한 캔을 사들고 와 제게 건네주었습니다.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 드리고 마침 지나는 버스를 불러 세워 올라탔습니다.

 

 

  정각리에서 보현산(普賢山)을 올려다보면 지금 천문대가 자리한 봉우리의 모습이 아기에 젖을 먹이는 자애로운 어머니를 닮았다하여 이 산을 모자산(母子山)으로 불렀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신증 동국여지승람은 1530년에 발간된 조선의 관찬 지리지입니다. 이 책의 영천군 편에 “普賢山 一云母子山”이라는 문구가 실려 있습니다. 영천 시내에서는 이 산이 희미하게 보이지만, 이 산의 자식사랑 기운은 온 영천에 감돌아 포은 정몽주자나 노계 박인로 같은 훌륭한 인물들이 이 고을에서 태어났을 것입니다. 김장호님은 그의 명저 “韓國百名山記”에서 영천이라는 고을이름이 거기 젖줄을 물려주는 모자산에서 비롯되었다면서, 보현산이 어머니요 영천고을은 그 자식이라고 했습니다. 보현산 서쪽을 감싸 도는 고현천이 발치 아래 자천에서 이 산 동쪽을 훑어 내리는 횡계천을 받아들여 영천시를 관통하는 금호강에 물을 대고 있으니, 보현산(普賢山)을 영천고을의 어머니라 불러도 지나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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