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방색’은 다섯 행성을 의미한다
이태형의 생활천문학 76
올 가을에 인터넷에 가장 많이 등장한 검색어 중 하나가 바로 오방색이다. 오방색은 다섯 방위를 상징하는 색으로 동쪽 청색, 서쪽 백색, 남쪽 적색, 북쪽 흑색, 중앙 황색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영향으로 오방색을 무속이나 사이비 종교와 관련된 용어로 이해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하지만 오방색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색깔이며 고대 동양 철학과 천문학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옛날 어린아이들이 입던 색동저고리에 쓰였던 색도 바로 오방색이다.
오늘은 천문학적 관점에서 본 오방색의 의미와 기원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해와 달, 그리고 오행성
예로부터 밤하늘은 경외의 대상이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면 세상은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이 지배한다. 물론 별들이 아무리 밝아도 해와 달만큼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해와 달이 별들 사이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수많은 별들 중 유독 다섯 개의 별만이 그 위치가 변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다섯 개의 별은 고정된 별들인 항성과 구별되어 움직이는 별이란 의미의 행성으로 불렸다.
사람들은 찬 기운을 가진 달과 더운 기운을 가진 해, 그리고 다섯 개의 행성들이 움직이면서 세월이 가고 계절이 바뀐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들이 바로 동양 철학에서 말하는 음양오행의 기원이 되었다. 옛 사람들은 세상의 기본이 된다고 여긴 나무(木), 불(火), 흙(土), 철(金), 물(水) 다섯 개의 원소로 각각의 행성 이름을 정하였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해와 달, 그리고 오행성은 사람들이 직접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는 하늘의 신이었다. 사람들은 이들 일곱 신의 위치에 따라 세상의 운명이 결정된다고 믿게 되었다. 이 신들이 하늘에서 움직이는 길이 바로 황도였고, 황도 위에 신들의 위치를 기록하기 위해 별자리를 만들었다.
점성술은 바로 해와 달, 그리고 오행성의 위치로 사람이나 국가의 운명을 점치는 일이다.
청룡, 백호, 주작, 현무는 우리나라 별자리
동양에서는 밤하늘에 보이는 별들이 바로 하늘나라의 모습이라고 생각하였다. 별들의 중심이 되는 북극성은 하늘나라 임금님을 상징하는 별이었으며 그 주변이 하늘나라 궁궐이었다. 그리고 궁궐 근처에 관리들이 근무하는 관청과 백성들이 모여 사는 시장이 있다고 믿었다.
하늘나라 임금님이 계신 궁궐은 자미원(紫微垣)으로 불렀고, 자민원에서 북두칠성 쪽으로 하늘나라 관청인 태미원(太微垣)이 있고, 그 동쪽으로 백성들이 모여 사는 하늘나라 시장 천시원(天市垣)이 있다.
그리고 이들 하늘나라 둘레에는 네 마리의 영수, 즉 사령(四靈)들이 하늘나라를 지키고 있는데 동쪽에는 청룡, 서쪽에는 백호, 남쪽에는 주작, 북쪽에는 현무가 바로 그들이다.
고대 영화나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청룡과 백호, 주작, 현무는 단순한 전설 속 동물이 아니라 바로 동양의 고대 별자리이다. 해와 달, 그리고 오행성들이 움직이는 곳이 바로 이들 사령들의 별자리이다. 동서남북 사방을 수호하는 이들 별자리는 각각 일곱 개, 총 스물 여덟 개의 영역으로 나누어지는데 이것이 바로 28수(宿)라는 것이다.
서양 별자리에서는 태양이 지나는 황도를 12개의 별자리로 나누고 있지만, 동양에서는 크게 청룡, 백호, 주작, 현무 네 개의 별자리로 나누고, 이들을 다시 28개의 작은 별자리로 나눈 것이다. 결국 동양의 28수는 서양의 황도12궁과 비슷한 개념이다.
이렇게 해서 동양의 별자리는 하늘나라 임금님과 백성들이 사는 중앙의 삼원(三垣)과 이들을 수호하는 사령의 별자리인 28수(宿)로 이루어져 있다. 즉 3원 28수(三垣二워八宿)가 동양 별자리의 기본 개념이다.
오방색과 오행성
하늘나라 임금님이 계시는 하늘 중앙과 사방을 가리켜 오방이라고 부른다. 즉, 오방은 다섯 방위라는 뜻이다. 중앙의 임금님을 상징하는 황(黃)색과 사방의 색을 합해 오방색이라고 한다.
오방과 오방색은 오행성과 연결되어 있는데 동방 청룡은 나무(木)를 상징하는 푸른색이어서 목성, 서방 백호는 철(金)을 상징하는 흰색이어서 금성, 남방 주작은 불(火)을 상징하는 붉은 색이어서 화성, 북방 현무는 물을 상징하는 검은색이어서 수성, 중앙은 흙을 상징하는 노란색이어서 토성이다.
즉, 오방색은 오행성을 상징하며, 온 세상의 기본이 되는 색을 의미한다..
우리 조상들은 부정한 기운을 막고 무병장수를 기원하기 위해 우주 만물을 상징하는 오방색으로 색동저고리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입혔다. 또한 오방색으로 치장한 복주머니를 장식용으로 차고 다니기도 했다.
결국 오방색은 우리의 문화이자 역사이고 전통인 것이다. 일부 사이비 종교나 무속인이 오방색을 이용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이 오방색을 이용했다고 그 속에 담긴 역사와 전통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우리 문화와 전통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해 오방색에 대한 종교적 오해가 사라지길 바란다.
- 이태형 한국우주환경과학연구소장다른 기사 보기
- 위 글은 2016년 12월 15일자 사이언스 타임스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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