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산 (1)
*산행일자: 2003년 10월11일
*소재지 : 경기 연천
*산높이 : 832미터
*산행코스: 신탄리역-제3등산로-정상-제2등산로-신탄리역
*산행시간: 9시50분-14시20분(4시간30분)
*동행 :나홀로
지난 토요일 연천의 고대산을 다녀왔습니다.
제 고향 파주의 문산 역은 “철마는 달리고 싶다”고 절규하는 경의선 열차가 마지막으로 멈춰서는 종점 역입니다. 1960년대 경의선 열차로 한 반년을 금촌에서 서울로 통학을 했던 저는 옛날 옛적의 아스라한 추억을 더듬어 보고자, 기적소리를 내며 내닫는 완행열차에 몸을 싣고 선로의 끝까지 가보고 싶은 욕망이 일어 인터넷에 들어가 경원선의 종착역인 연천이나 철원일원의 산을 찾던 중 고대산을 만났습니다. 고대산은 해발 832미터로 경원선의 끝자리인 신탄리 역에서 10여분 걸으면 바로 들머리에 들을 수 있어 바로 제가 찾던 그런 산이었습니다.
아침 6시40분 과천집을 출발하여 8시25분 의정부역에 도착즉시 매시 20분 출발하는 경원선 열차로 갈아탔습니다. 9시 40분 동두천-소요산-전곡-연천을 지나 종착역인 신탄리역에 도착하기까지 전개된 정경 중 백미는 고개 숙여 추수를 기다리는 다 여문 벼들이 연출하는 황금빛 들판이었습니다. 130여 일간 파종한 후 모내기를 거쳐 자리를 잡아주고 몹쓸 풀을 뽑아내고 거름을 주어 튼튼하게 키워준 농군들에 감사하고자, 벼들은 고귀한 황금빛을 발하며 그 스스로를 영글게 하는 혼신의 노력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신탄리역에서 10분 가까이 걸어 만난 제2.3등산로 들머리에서 10시부터 산행을 시작하였습니다. 주차장도 넓고, 등산로도 잘 정비되어 있어 입장료 천 원이 아깝지 않았습니다.10여분 걸은 후 바로 분기점에서 제3등산로를 택해 부지런히 올랐습니다. 도토리를 줍는 다람쥐의 천적 인간들이 오늘따라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5부 능선까지 내려온 단풍의 색감은 3년 전에 올랐던 파주 감악산보다 덜 산뜻해 보였지만, 아직 이 산의 단풍이 그 절정을 맞기에 조금 일러서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2시 10분 경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이곳은 휴전선을 코앞에 둔 최전방지역이어서 군인들이 보초를 서고 있었으며, 소대장이 때마침 오른 중학생들에 지형을 설명하는 것을 들을 수 있어서 인근 지형을 익히는 데 큰 도움이 되었기에, 북쪽에 자리잡은 백마고지 및 그 너머의 김일성 고지를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남쪽으로 8-9백 미터대의 금학산과 지장봉이 오랜 벗들처럼 고대산 가까이에 자리하고 있었으며, 궁예를 붙잡아 둘 정도로 광활한 들판이 철원 쪽으로 펼쳐 있었습니다.
정상에서는 술, 음식은 물론 사진도 찍을 수 없다하기에 12시30분 제2등산로로 하산을 시작, 20여분 걸어 내려와 바위에 걸터앉아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혼자 먹는 점심은 맛보다는 배가 골지 않도록 거르지 말아야 할 의무방어전 같은 것입니다. 이곳에서 카메라에 정상을 담았습니다. 점심식사를 끝내고 제2등산로에서 바라보는 능선과 단풍이 식전에 바라다 본 제3등산로보다 더욱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선현들의 옛 말씀이 틀리지 않나 봅니다.
14시20분 모든 산행을 끝내고 신탄리 역에 되돌아 왔습니다.
분단의 현장을 일깨워 주는 "달리는 철마...발길 묶는 최북단 역..."라는 표지판을 배경 삼아 서있는 제 모습을 역무원아저씨께서 찍어주셨습니다. 세월이 많이 흘러서 일까, 분단의 현장인 이곳에서도 현대사의 아픔을 절감할 수 없는 저의 무뎌진 역사의식을 발견하고는 부끄러웠습니다.
15시 신탄리 역을 떠나 16시 18분에 의정부 역에 도착했습니다.
차안에서 한 아주머니에게서 찐 밤 한 주머니를 2천 원에 사, 정말 맛있게 들었습니다. 5량의 비둘기호가 1시간20분 동안 신탄리에서 의정부까지 실어 나르는 값이 1인당 1,400원 이니까, 찐 밤 값이 결코 싼 것만은 아닌 데, 맛이 제값을 했습니다.
과천 집에는 17시 50분에 도착하였습니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는 정호승 님의 시집타이틀이 아니더라도 가끔은 기차를 타고 훌쩍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그런 꿈이 큰 어려움 없이 이루어 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염원해왔는데, 마침 고대산이 저의 소박한 꿈을 이루게 해주었습니다. 특별히 빼어난 산은 아닙니다만, 기차를 타고 한 두 시간 여행 후 가볍게 4-5시간 산행할 곳을 찾는다면 단연 고대산입니다. 한번 다녀오십시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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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산(2)
*산행일자:2004. 1. 25일
*산행코스:신탄리역-제2등산로-고대산-제3등산로-신탄진역
*동행 :서울대AFB산악회원
고대산 (3)
*산행일자:2005. 2. 13일
*산행코스:신탄진역-제3등산로-고대산-제2등산로-신탄진역
*동행 :쌍용제지 서상원/손병운
고대산 (4)
*산행일자 : 2020. 10. 25일(일)
*산높이 : 고대산832m
*산행코스 : 주차장--제3등산로-고대산정상-제2등산로-주차장
*산행시간 : 10시30분-15시45분(5시간15분)
*동행 : 총15명(대구팀 11명, 서울팀4명)
-대구: 차수근, 박금선, 박상훈, 최미예, 박영홍, 천정미,
차성섭, 나경숙, 권재형, 기경환, 임상택
-서울: 주성기, 이규성, 성봉현, 우명길
어제는 경기도 연천군과 강원도 철원군을 어우르는 해발832m의 고대산을 대구의 참사랑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올랐습니다. 2007년 봄 대구의 팔공산 산행으로 시작된 합동산행은 매년 봄과 가을 두 차례씩 대구와 서울 근교 산을 번갈아가며 지속해온 우정산행(友情山行)으로, 이번 고대산 산행은 스물여덟 번째가 됩니다.
제가 고대산을 처음 오른 것은 2003년 가을입니다. 그 때만해도 백두대간을 잘 알지 못해 어느 한 산을 정해 정상을 올랐다가 내려가는 점(點) 산행을 주로 했었기에 여러 산을 연계해 오르내리는 선(線) 산행은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제가 이 산을 오르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시인 정호승 님의 시 <선암사>를 읽고 나서였습니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로 시작되는 이 시를 읊노라면 콧등이 시큰해지는 날에는 꼭 선암사가 아니더라도 기차를 타고 어디라도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곤 했습니다. 이런 심경을 오롯이 담고 있는 저의 첫 번째 고대산 산행기는 아래와 같이 시작됩니다.
“지난 토요일 연천의 고대산을 다녀왔습니다. 제 고향 파주의 문산 역은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고 절규하는 경의선 열차가 마지막으로 멈춰서는 종점 역입니다. 1960년대 경의선 열차로 한 반년을 금촌에서 서울로 통학을 했던 저는 옛날 옛적의 아스라한 추억을 더듬어 보고자, 기적소리를 내며 내닫는 완행열차에 몸을 싣고 선로의 끝까지 가보고 싶었습니다. 인터넷에 들어가 경원선의 종착역인 연천이나 철원 일원의 산을 찾던 중 고대산이 눈에 띄었습니다. 고대산은 해발고도가 832미터로 경원선의 끝자리인 신탄리 역에서 십 여분 걸으면 바로 들머리에 들을 수 있어 바로 제가 찾던 그런 산이었습니다.“
이번에 고대산을 오른 것은 눈시울이 뜨거워지면 몸을 싣곤 했던 경원선(京元線) 열차를 타고 싶어서만은 아니었습니다. 14년간 돈독히 해온 우정을 다시 한 번 다지고자 우정(友情) 의 열차를 타고 싶어 다섯 번째 고대산 산행을 대구 팀과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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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30분 고대산주차장을 출발했습니다. 새벽5시에 미니버스로 대구를 출발한 참사랑산악회원을 동두천역에서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작년 봄 평화누리길 탐방 차 여러 번 지났던 전곡-연천-대광-신탄리를 거쳐 도착한 고대산 주차장 앞에서 하차해 산행을 채비했습니다. 고대산 안내판이 세워진 들머리로 자리를 옮겨 대구팀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담이 결려 이번 산행에 불참한 성봉현 총무님의 빈 자리가 엄청 크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이번에 선택한 제3등산로는 이미 여러 번 올랐던 길이어서인지 돌 가닥 계곡길이 눈에 많이 익었습니다. 조금씩 고도가 높아지면서 가을 색이 역력한 고대산의 단풍이 사흘 전 강원도 양구에서 보았던 절정에 이른 도솔산의 단풍보다 못하지 않았습니다.
11시41분 제3등산로의 목재계단 앞에 이르렀습니다. 계곡을 지나 왼쪽 능선으로 올라선지 얼마 안 지나 왼쪽 아래로 표범폭포 길이 갈리는 삼거리에 이르렀습니다. 제3등산로를 택하는 대부분의 등산객들이 들르는 표범폭포는 ”우뚝 솟은 주변 암반의 문양이 마치 표범문양과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시원한 폭포소리에 잠시 쉬어가기가 안성맞춤이다”라는 안내 글에 손색이 전혀 안가는 승경(勝景)입니다. 고대산이 깊숙이 숨겨놓은 표범폭포를 들러 그 비경(秘景)을 카메라에 담고자 했으나 먼저 다녀온 분들로부터 폭포에 물이 흐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바꾸어 그대로 정상으로 향했습니다. 이번 산행에서 가장 힘이 드는 비알 길은 정상을 1.1Km를 남겨 놓은 목재계단 길입니다. 통나무로 만든 계단 길은 대부분 계단과 계단사의의 흙이 다 파져나가 잘못 발을 내딛다가는 발목이 접힐 수 있어 특히 내려갈 때는 조심해야 합니다. 통나무를 반으로 나누어 만든 벤치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른 후 오른 쪽으로 방향을 틀어 정상으로 향했습니다.
12시45분 고대산 정상인 해발832m의 고대봉에 올라섰습니다. 통나무 벤치에서 일어나 서쪽으로 난 능선을 따라 15분을 걸어 정상에 올라서자 시야가 탁 트여 고대산 최고의 전망처로 전혀 모자람이 없었습니다. 군부대에서 세운 정상석을 가운데 두고 모여 합동사진을 찍은 후 넓게 둘러 앉아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대구 팀에서 정성스레 준비해온 음식으로 배를 불린 후 철원 벌과 그 너머 북한 땅을 고대봉전망대에 적혀 있는 지명과 대조해 가면서 꼼꼼히 살펴보았습니다. 철원 땅은 지난해 한탄강주상절리길을 걸었고 평화전망대, 월정리역사 및 제2땅굴을 연계해 관광을 했으며, 네 번에 걸친 평화누리길 탐방 때 걸은 바 있어 전망대에서 조망한 곳곳이 눈에 익어 반가웠습니다.
특별히 눈길이 간 곳은 북한 땅 평강의 봉래호를 받쳐주는 댐으로 거리가 멀어 아주 흐릿하게 보였습니다. 봉래호는 1923년에 축조된 강원도 최대의 인공호수로, 그 아래 철원평야의 농민들은 이 물을 공급받아 농사를 지었습니다. 6.25전쟁 후 철원이 남한 땅으로 바뀌면서 북한은 봉래호에 저수된 물을 더 이상 공급하지 않아 크게 문제가 되었다고 합니다. 철원평야의 물 부족 문제는 1975년 학저수지가 보강 확장되고, 1977년 단일제방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긴 3Km 제방의 동송저수지가 준공됨으로써 해결되었습니다.
14시21분 칼바위전망대에서 잠시 숨을 골랐습니다. 점심식사를 끝내고 고대봉을 출발해 서쪽으로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왼쪽으로 제1등산로가 갈리는 해발810m의 대광봉에 이르러 옛날의 자리를 그대로 지켜온 정자와 고대봉에서 남쪽 보개산의 환희봉 쪽으로 뻗어나가는 도도한 산줄기를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대광봉에서 북서쪽으로 20분을 걸어 내려가 칼바위 전망대에 다다랐습니다. 이 산의 골짜기 골짜기를 붉게 물들인 만산홍엽(滿山紅葉)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사진을 찍은 후 이번 산행에서 길이 가장 험한 칼바위 암릉길을 조심해서 내려갔습니다.
15시45분 출발지인 주차장으로 돌아가 원점회귀산행을 마쳤습니다. 칼바위능선을 지나 내리막길이 이어졌지만 신경이 쓰이는 암릉길이 아니어서 마음 편히 하산할 수 있었습니다. 산길을 벗어나 고대산숲길안내도가 그려진 안내판 앞에 이르러 몸이 안 좋아 산행을 같이 하지 못한 성봉현 총무님을 만나 함께 주차장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버스로 동송의 식당으로 가는 길에 백마고지전적지를 들러 67년 전 백마고지전투에서 희생된 수많은 장병들의 넋을 위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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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작은 일에도 콧등이 시큰해질 때가 많습니다. 올 겨울에는 코로나 바이러스성행해 대면접촉의 기회가 심각하게 줄어들 것입니다. 그럴수록 사람들이 더욱 그리워질 것입니다. 산 친구들이 그립다거나 별 이유 없이 눈시울이 뜨거워질 때면 한 번은 기차를 타고 어디로라도 떠나볼 생각입니다. 정호승님의 시 <선암사>를 읊조리면서 말입니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 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올 겨울에 기차 여행을 떠나는 그 어딘가는 아무래도 산 친구들이 반겨 맞을 대구가 될 것 같습니다.
<산행사진>
1)고대산
2)백마고지전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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