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II.지역 명산/지역명산 탐방기

B-4.복계산

시인마뇽 2007. 1. 3. 16:29
                                                         B-4.복계산


                                      *산행일자:2006. 5. 21일

                                      *소재지  :강원철원

                                      *산높이  :1,056미터

                                      *산행코스:매월산장-매월대-복계산-950봉-원골계곡

                                                      -청석골세트장-주차장

                                      *산행시간:10시9분-16시9분(6시간)

                                      *동행      :과천시산악연맹

 


  휴전선에 인접한 산봉우리들을 올라 북녘의 산하를 바라보노라면 해방 후 저희 어르신네가 북한 땅이 아닌 남한 땅에서 살아왔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가를 절감하게 됩니다. 김 정일 정권이 들어선 후 적어도 백만 명 이상의 주민이 아사했다는 생지옥 북한 땅에서 살지 않는 것이 하느님이 주신 축복임에 틀림없을 진데, 아직도 그의 체제하에서 끼니를 걱정하며 신음해야 하는 북한주민들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하느님께서 하루 빨리 구원의 손길을 내려주시기를 기원하는 것뿐이어서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1967년 자취를 하던 고3 때 다섯 끼를 거른 후 맞이한 체육시간이 엄청 고통스러워 한 국가의 최고지도자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는 국민들에 하루에 밥 세끼를 굶지 않고 제대로 먹도록 정치를 펴나가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국민들은 식량이 없어 쫄쫄이 굶고 있는데 공산주의가 어떻고 주체사상이 어떠니 하며 체제선전을 하는 것은 집권층의 권력유지 외에 달리 무슨 의미가 있겠는 가 싶어서였습니다.


  어제는 과천시산악연맹의 정기산행에 참여해 강원도 철원의 휴전선에 인접한 복계산을 다녀왔습니다. 백두대간 종주와 겹쳐 작년 4월 경북 상주의 갑장산 산행을 끝으로 이 산악회의 산행에 나오지 못했었는데 한 달 전 대간 종주를 끝내고 1년여 만에 정들었던 분들과 함께 산행을 했습니다. 아침 7시 조금 넘어 과천을 출발한 버스가 3시간 남짓 한수 이북 땅을 달려 매월동 주차장에 도착하기 십 수분 전에, 2년 전 한북정맥의 첫 구간 종주를 마치고 복주산에서 하오고개로 내려 설 때 보았던 아담한 저수지 잠곡댐과 철원의 와수리와 화천의 사창을 잇는 당시에 공사 중이었다가 새로 난 하오고개터널을 들러보았습니다. 


  아침 10시9분 매월산장을 출발했습니다.

매월대가 자리 잡은 능선으로 올라서고자 왼쪽으로 난 들머리로 들어선지 15분 후 노랑꽃이 만발한 아기똥풀 군락지를 지나 2차 암장 덕구바위 앞에 도착했습니다. 직벽의 바위에 늘어트린 로프를 잡고 암벽을 오른 후 비탈길을 십 여분을 더 올라 능선에 올라서자 시원스레 불어오는 산바람이 저희들을 반겼습니다. 더러 더러 길섶에 피어 있는 노랑색의 양지꽃을 보고 위도가 높은 곳에 위치한 복계산의 봄이 아직은 물러설 때가 아니어서 조금 더 올라가면 얼레지와 피나물 등 봄꽃들을 제대로 볼 수 있겠다 싶어지자 자연 발걸음이 빨라졌습니다.


  11시 정각 한참을 길 밑으로 굴러 떨어진 배낭을 찾아 다시 능선으로 올라선 다음 잠시 쉬었습니다. 커다란 암봉을 왼쪽으로 옆 지르고자 배낭을 벗어 든 것이 잘못이었습니다. 옆으로 난 길 바로 위로 바위가 있어 몸을 최대한 굽히고 통과해야 하는데 뚱뚱한 몸에 큰 배낭이 걸려 별 수 없이 배낭을 벗어 왼손에 들었습니다. 안전하게 트레파스를 끝낼 즈음 배낭을 놓치어 떼굴떼굴 계속 밑으로 떨어지는 것을 어어 하며 바라다만 보다가 정신을 차려 배낭을 찾아 나섰습니다. 길 아래로 얼마고 내려서자 낭떠러지 암벽이 내려다 보여 포기하고 다시 길로 올라서 낙담하고 있다가 제 뒤로 올라온 일행 한 분이 가던 길을 멈추고 함께 찾아보자며 능선 길로 되짚어 내려가는 것을 보고 산사나이의 진정을 느끼게 되어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앞장 선 그 분께서 능선 길에서 오른 쪽으로 꺾어 얼마고 내려서 제 가방을 찾아주어 정말 고마웠으며 길에서 대략 100미터가량 굴러 떨어졌는데도 내용물들이 멀쩡해 다행이었습니다. 만약 배낭을 못 찾으면 잃어버릴 주요 내용물이 무엇일까 점검해보았는데 휴대폰, 나침판과 윈드쟈켓이 우선 생각났고 신분증과 돈 및 현금인출카드가 들어 있는 지갑은 끝내 생각나지 않아 저도 어쩔 수 없는 산 꾼이다 싶었습니다.


  12시 2분 헬기장을 조금 지나 배낭을 내려놓고 한참 동안 쉬었습니다.

조카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를 찬탈한 세조의 등극에 반대하여 주유천하로 여생을 보낸 매월당 김시습이 자주 올랐다는 매월대를 북새통에 언제 지났는지 정확히 알 수 없어 아쉬웠는데 혹시나 배낭을 떨어트리며 우회한 암봉이 매월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낭을 찾으러 한참을 밑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느라 진이 빠진데다 된비알의 암릉길이이 간간히 이어져 매월대에서 1키로를 오른 해발 736미터의 삼각봉에 다다르기까지 힘에 벅찼습니다. 삼각봉에서 300미터 떨어진 헬기장을 조금 지나 노송 밑에서 숨을 돌린 후 일행이 건네준 오렌지를 맛있게 들어 원기를 회복했습니다. 휴식을 끝내고 다시 일어나 20분을 채 못 걸어 정상을 500미터 앞둔 철쭉 꽃길 표지봉을 지났습니다.


  12시50분 해발 1,056미터의 복계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철쭉꽃길을 지나 정상에 올라서기까지 길섶에 피어있는 철 늦은 풀꽃들이 발목을 잡아 산 오름이 더뎠습니다. 물이 잔뜩 오른 물푸레나무들이 단단하고 밝게 보인 만큼 노랑제비꽃(?)과 파란 현호색이 제 색을 발해 화사하게 보였는데 얼레지 꽃은 2년 전에 한북정맥에서 보았던 얼레지보다 개체수도 적고 색상도 조금은 바란 듯싶어 초라하게 보였습니다. 정상을 떠받들고 있는 바위 옆에 피어있는 철쭉꽃들도 한 주 전에 다녀 온 바래봉의 화려한 철쭉꽃들과 비교할 바가 못 되었습니다. 정상 바로 옆의 헬기장에 다소곳이 피어있는 할미꽃 몇 송이가 산악회에서 준비해온 도시락을 맛있게 들고 있는 저희들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동북쪽으로 대성산 정상이 확실하게 눈에 잡혔고 남쪽으로는 복주산까지 내뻗은 한북정맥 줄기가 힘차 보였습니다.


  13시20분 반시간의 긴 휴식을 끝내고 가능한 먼 길을 택해 걸어보겠다는 몇 분들과 함께  한북정맥의 1010봉으로 향했습니다. 2년 전에 보았던 노랑제비꽃들이 올해도 여전히 환하게 피었습니다.(몇 분들에 나도양지꽃으로 잘못 알려드린 것을 바로잡습니다.) 1010봉을 지나 960봉에 다다르기까지 마루금이 지나는 위험한 암릉길을 피해 암봉들을 왼쪽으로 우회하느라 몇 번이고 오르내림을 반복했습니다. 정맥 길에 들어서자 군락을 이룬 얼레지꽃들이 제 색을 냈고 진노랑의 피나물도 떼를 이루고 있어 휴전선에 바로 붙은 남한 땅 북단에서 제 철을 만난 봄꽃들을 부지런히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960봉이 가까워졌는데도 오른쪽으로 나 있을 하산 길이 보이지 않아 혹시나 그냥 지나친 것이 아닌 가해서 은근히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14시10분 칼바위모양의 960봉을 막 지나 오른 쪽으로 나있는 희미한 길을 들어섰습니다. 조금 후 빛바랜 표지리봉 하나를 발견하고  이 길이 하산 길이 분명하다는 확신이 들어 이 길을 그냥 지나친 일행 분들을 불러 함께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원골계곡으로 내려서기까지 급경사의 내리막길을 걸어 내려가면서 한동안 길이 선명치 않아 앞장선 제가 혹시나 길을 잘 못 들지 않을까 정신을 바짝 차렸습니다. 여성대원 한분이 발목이 새큰댄다하여 능선 길에서 잠시 쉬는 동안에 더덕냄새가 코를 찌르는 데도 아무도 더덕을 찾지 못해 한 겨울에도 매화산에서 더덕을 캔 이 산악회 회장님이 생각났습니다. 하산 길로 들어선지 30분이 채 못 되어 계곡을 만나자 큰 돌길이 이어져 길 찾기가 더욱 신경이 쓰였습니다. 간간히 계곡에서 벗어나 관중(?)밭을 지나고 들꽃 밭을 지날 때 마다 이 길로 잘 들어섰다며 감탄하는 여심을 놓칠 수 없어 기뻐하시는 그 분들의 모습을 정성들여 카메라에 실었습니다. 하얀 색의 은초롱은 아직 꽃망울을 터뜨리지 않았는데 불그스레한 금초롱과 노랑색의 산괴불주머니 및 하얀꽃의 는쟁이냉이(?)들이 산 중턱을 화려하게 수놓았고 아기똥풀은 산 아래턱에서 떼를 지어 피어 있었습니다.


  15시 25분 올 들어 처음으로 원골계곡에서 탁족을 즐겼습니다.

대간이나 정맥을 종주하는 선의 산행에서 맛 볼 수 없는 탁족의 시원한 쾌감은 명산을 오르내리는 점의 산행이 주는 보너스입니다. 아직도 산속의 물은 발을 담그고 10분을 견뎌내기 힘들 정도로 찼지만 잠시라도 이 물 속에 발을 담그고 있노라니 마치 신선이 된 기분이 들어 천 미터가 넘는 고산을 오르내리고 나서 이 깊은 곳을 찾아 탁족세레머니를 즐길 수 있도록 건각을 주신 돌아가신 어르신들이 새삼 고마웠습니다.


  16시 9분 매월산장에 도착해 6시간 만에 하루 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탁족을 끝내고 계곡의 비경에 눈길을 주면서 천천히 내려선 하산 길은 오붓하고 편했는데 거의 다 내려와서 어떤 산악회의 여러분들이 불을 피워 고기를 구워먹는 현장을 지나게 되어 눈살이 찌푸려졌습니다. 임꺽정의 주 활동무대였던 청석골을 재현한 세트장을 막지나 출발지로 되돌아 와 원점회귀산행을 마쳤습니다. 집행진에서 주차장에다 마련한 뒤풀이 또한 성찬이었습니다. 아픈 다리를 이끌고 산나물을 손수 딴 회장님의 정성과 김치와 고추장을 준비한 집행진의 세심한 배려를 안주삼아 들이킨 맥주는 성찬이자 환상이었습니다. 


  올해는 남쪽의 명산들을 찾아 나서느라 얼레지 꽃을 못보고 봄을 보내는 가했는데 남한 땅 북단의 복계산을 올라 만개한 얼레지꽃을 보자 2년 전 광덕산-국망봉 구간의 한북정맥을 지날 때 처음으로 이 꽃들의 군락지를 처음 보고 바로 야생화도감을 꺼내 꽃 이름을 알아냈을 때의 기쁨이 되살아났습니다. 얼레지 꽃뿐만 아니라 철쭉 꽃, 양지꽃, 현호색, 산괴불주머니, 피나물, 아기똥풀, 는쟁이냉이, 금초롱, 은초롱과 허리를 굽힌 할미꽃 등 야생화 화원에서 함께한  어제 산행으로 이제 봄을 보내도 아쉬울 게 없을 듯싶었습니다. 아름답고 건강한 이 산하를 마음껏 누비고 나서 그 기쁨을 고스란히 글로 남길 수 있는 남녘의 이 땅이 고마우면 고마울수록 휴전선 바로 넘어 헐벗은 산하에서 어렵게 살아야하는 북녘의 형제들에 죄송하고 미안하다는 생각이 더 들었습니다. 남한 땅에서 줄곧 살아온 제 느낌이 이러할 진데 북녘에 가족들과 산하를 두고 온 이산가족의 심정은 어떠하겠는가가 어렵지 않게 짐작되었습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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