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II.지역 명산/지역명산 탐방기

B-2.괘방산

시인마뇽 2007. 1. 3. 16:25
                                                            

                                                               괘방산(2)

 

 

                                                       *산행일자:2015. 5. 30()

                                                       *소재지 :강원 강릉

                                                       *산 높이 :괘방산 339m

                                                       *산행코스:안인항-활공장-괘방산-당집-정동진

                                                       *산행시간:1156-167(4시간11)

                                                       *동행 :경동고 27회조동식 동문외 다수

 

 

   7년 만에 다시 찾은 안인항-괘방산-정동진 구간의 산길이 해파랑길이라는 새 이름으로 치장해 똑같은 길을 새로운 기분으로 걸었습니다. 해파랑길이란 부산의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시작해 강원도고성통일전망대에 이르는 해안 길로 그 거리가 770Km에 달하며 10개구간 50개 코스로 나뉩니다. 이 길은 해파랑길 홈피에 나와 있는 대로 동해의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길동무삼아 함께걸을 수 있는 길이어서 언제고 한 번은 전 구간 걷기에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제가 이 길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신라의 화랑들이 이 길을 걸었을 것 같아서입니다. 삼국유사에 실린 혜성가는 융천사가 불길한 혜성을 퇴치하기 위해 지어 부른 향가입니다. 이 노래를 듣고 혜성이 사라지고 일본병도 자기 나라로 돌아갔는데, 이 소식을 접한 신라의 진평왕은 기뻐하여 혜성의 등장으로 풍악 행을 중지한 세 화랑을 다시 풍악에 보냅니다. 세 화랑이 서라벌을 출발해 지금의 금강산 풍악까지 걸어갔다면 거의 길이 나있지 않았을 산 길 대신 당연 동해안을 따라갔을 것입니다.

 

   오늘 걸은 길은 해파랑길의 제8구간인 강릉구간 중 정동진에서 안인항에 이르는 36코스입니다. 그 거리는 9.5Km로 짧은 편이지만 해발3m가 넘는 괘방산을 오르내리는 길이어서 해파랑길 50코스 중 가장 힘든 코스로 알려진 길이기도 합니다.

 

   제가 이번에 이 코스를 다시 걸은 것은 한국외국어대를 졸업한 한 고교후배의 별스런 부탁을 받아서입니다. 같이 산행하는 자기 동문들에 산경표를 중심으로 우리 산의 체계를 이야기해달라는 부탁을 3년 전에 받아놓고도 서로 시간이 맞지 않아 미뤄뒀다가, 이번에 드디어 서울에서 안인항으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설명해 밀린 숙제를 해냈습니다.

 

   안인항이 널리 알려진 것은 1996년 이 땅에 침투한 북한 공비들이 타고 온 잠수함이 여기 안인항에서 발각되고 나서입니다. 북한 공비들은 타고 온 잠수함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산줄기를 타고 도주하다가 일망타진되어 이를 기념하고자 강릉시 산악회에서 이 산길을 다듬고 안보체험등산로로 명명했다는 7년 전 이 길을 처음 걸을 때 확인한 바 있습니다.

 

   오전1156분 안인진의 들머리를 출발했습니다. 잠실운동장을 출발한 버스가 3시간을 훨씬 넘게 달려 도착한 안인항에서 하차해 준비체조로 몸을 푼 후 데크 계단 길로 들어섰습니다. 급경사 계단 길을 걸어 올라선 능선에서 왼쪽으로 꺾어 남쪽의 정동진으로 향했습니다. 경사가 완만한 능선 길을 걸으며 왼쪽 아래 동해에 눈길을 주었으나 나뭇잎이 더러 시야를 가려 전망이 7년 전 한 겨울에 이 길을 걸었을 때만은 못했습니다. 고교 후배를 빼놓고는 어느 누구도 아는 사람이 없는 터에 걸음이 느린 제가 혹여 짐이 될까봐 선두에 서서 내달리면서 안보1지점과 묘지를 차례로 지났습니다.

 

   1251분 통일공원 제2활공장에 도착했습니다. 산행을 시작한 지 채 1시간이 못되어 활공장에 이르자 사방이 탁 트여 전망이 일품이었습니다. 서쪽 먼발치로 보이는 큰 산줄기가 백두대간으로 낙동정맥과 백두대간을 이어놓으면 이 능선 길 또한 먼발치이기는 하지만 동해의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길동무삼아 함께걸을 수 있는 길이어서 () 파랑길이라 명명해도 좋을 것입니다. 활공장에서 내려다 본 동해는 일망무제로 한 없이 넓어보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활공장의 높이가 해발 200M는 족히 될 것이고, 그렇다면 수평선까지의 거리는 아래 산식에 따라 최소 약47Km로 계산되기 때문입니다.

 

D=2.09(H +h)= 2.09(0 +200)mile = 29.56mile = 47Km

D:시달거리(視達距離, mile), H:물체의 해면상의 높이(m), h:눈높이(眼高, m)

 

   14시 정각 해발339m의 괘방산 정상부근을 지났습니다. 활공장에 빙 둘러 앉아 점심을 함께 든 후 오후 산행을 이어간 시각은 1423분이었습니다. 왼쪽아래 안보전시장(?)이 잘 내려다보이는 활공장에서 얼마간 내려가자 넓은 임도가 나타났습니다. 임도에서 들어선 산길로 계속 올라가 돌무더기를 지났고 얼마 후 삼우봉에 올라섰습니다. 암봉의 삼우봉에 세워진 표지목에 안인항까지의 거리가 2.9Km로 나와 있어 앞으로 걸어야 할 길이 6.6Km나 남아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삼우봉에서 10분을 걸어 다다른 괘방산 정상 가까이에 군부대 통신탑을 보호하고자(?) 철조망이 쳐놓아 오르지를 못했습니다. 적당한 곳을 찾지 못해 쉬지를 못하고 그대로 진행해 정동진4.8Km/안인항4.6Km 지점의 안보3지점 봉우리에서 10분여 쉬었습니다.

 

   1440분 당집을 지났습니다. 안보3지점에서 오른 쪽으로 조금 내려가자 경사가 거의 없는 평지길이 이어져 당집까지 가는 길이 힘들지 않았습니다. 안보4지점에 자리한 당집은 7년 전의 옛 모습 그대로여서 반가웠습니다. 당집이란 서낭당이나 국사당과 같이 신을 모셔두는 집을 이릅니다. 여기 당집에 모시는 신은 아무래도 해신(海神)일 것 같습니다. 부군을 따라 강릉으로 가는 수로부인을 동해바다의 용이 납치한 것을 염두에 둔다면 여느 산의 당집처럼 산신령을 모실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당집을 지나 183m봉으로 향하는 길에 지난 임도에서 시꺼먼 흙을 보았습니다. 7년 전에 이 길을 지날 때 어느 한 분이 이 지역이 탄광지대였다고 알려주었는데 이번에도 지나가는 사람으로부터 똑같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167분 정동진의 날머리에 도착했습니다. 안보7지점인 183m봉을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우회했습니다. 183m봉을 우회하자 정동진에 위치한 대형선박 모양의 호텔 건물이 눈 안에 들어왔습니다. 산행코스가 짧든 길든 목적지가 눈에 들어오면 이 먼 길을 잘도 걸어왔다 싶어 스스로가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이번 산행은 10Km가 채 안 되는 짧은 길인데다 산 높이도 해발3m 대여서 결코 힘든 산행이라 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정동진 앞 바다가 보이고 이제 다 왔다 싶어지자 긴장이 풀려서인지 피로감이 느껴졌습니다. 날머리에서 20분 가까이 기다려 일행들과 합류한 후 정동진 역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하루 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내친 김에 향가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볼까 합니다. 향가란 신라 중엽에서 고려 초엽에 걸쳐 민간에 널리 펴졌던 우리 고유의 시가로, 삼국유사에 14수와 균여전에 11수가 실려 오늘에 전해지고 있습니다. 부산에서 고성까지 남한 땅 동해안의 해파랑 길과 관련된 향가는 혜성가와 헌화가, 그리고 처용가입니다. 앞서 언급한 혜성가의 화랑들과 헌화가의 수로부인은 해파랑길을 반 이상 걸었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다만 처용가에 나오는 처용의 주 무대가 신라의 서라벌이어서 동해 용왕의 아들 처용이 해파랑길을 밟은 것은 그가 이 땅에 처음 모습을 나타낸 울산의 개운포구 정도로 아주 짧은 거리일 것입니다.

 

   같은 해파랑길을 걸었어도 혜성가에 나오는 화랑들은 아무런 이야기를 남기지 못했지만, 헌화가에 나오는 수로부인은 그 행로가 매우 극적입니다. 수로부인은 강릉태수로 부임하는 부군 순정공(純貞公)과 함께 강릉으로 가는 도중 바닷가에서 쉬다가 천길 암벽 위에 핀 꽃을 봅니다. 누가 저 꽃을 꺾어오지 않겠느냐 묻습니다만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합니다. 때 마침 암소를 끌고 가는 한 노옹이 지나가다 이 소리를 듣고 그 꽃을 꺾어 바치고 아래 노래 헌화가도 지어 바칩니다. 수로부인의 빼어난 미모가 노옹을 그리하도록 만들었을 것입니다.

 

자주 빛 바위 가에

잡고 있는 암소 놓게 하시고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시면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수로부인의 미모에 반한 것은 노옹만이 아닙니다. 이틀을 순행해 다다른 임해정에서 점심을 먹는 수로부인을 바다의 용이 나타나 홀연히 끌고 바다 속으로 들어갑니다. 이때 한 노인이 나타나 일러준 대로 인근 사람들을 모아 아래 노래를 지어 부르도록 합니다.

 

   거북아 거북아 수로부인을 내 놓아라

남의 부녀 약탈한 죄 얼마나 큰가

네 만약 거역하고 내어놓지 않으면

그물로 잡아내어 구워먹겠다

 

   이 노래를 들은 용이 부인을 받들고 나와 순정공에게 바치는 것으로 수로부인의 이야기는 끝납니다. 이때 수로부인이 낙동정맥이나 백두대간 길을 따라 산길로 걸었다면 용에 의해 바다로 납치되는 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산행사진>

  

 

 

 

 

                                                                          괘방산(1)

 

 

                                                                    *산행일자:2007. 1 7일

                                                                    *소재지 :강원 강릉

                                                                    *산높이 :339미터

                                                                    *산행코스:안인진-삼우봉-괘방산-괘일재

                                                                                      -당집-183봉-정동진

                                                                    *산행시간:10시10분-13시48분(3시간38분)

                                                                    *동행 :과천시 산악연맹


 

 

   

 

  포말로 부서지는 파도의 몸놀림이 맨눈으로도 그대로 보일만큼 해안선에 바로 붙어 이십 여리를 산길로 걷기는 이번 괘방산 산행이 처음이었습니다. 먼 길을 달려와 이 산을 찾은 뜻이 겨울바다를 보다 가까이서 바라보며 걷는 데 있었기에 애당초 산 높이는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작년 겨울 천 여 미터 높이의 대간 길에서 하얀 눈을 밟으며 바라다본 동해는 파도의 움직임이 전혀 보이지 않았던 정적인 바다였다면, 어제 해발 3백 미터대의 괘방산에서 내려다본 동해는 해안선으로 쉼 없이 밀려오는 파도를 생생하게 볼 수 있었던 동적인 바다였기에, 한시도 쉬지 않고 바쁘게 살다가 돌아가신 어머니의 숨가빠하는 소리를 이 겨울바다에서 기억해 낼 수 있었습니다. 겨울이 오면 봄도 멀지 않으리라는 어느 시인의 외침처럼 봄-여름-가을을 다 끝내고 다가온 겨울이 새로운 봄을 잉태하고, 바다는 또한 모든 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물들을 군소리 않고 넓은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겨울과 바다 둘 다 한 평생 자식들을 낳고 기르느라 모든 것을 담아 가슴속 깊이 묻어두고 사시는 우리네 어머니들을 그대로 빼어 닮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0년 전 시인 김남조 님이 어머니의 가슴으로 그려냈을 “겨울바다”는 이러했습니다.

 



          겨울 바다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에

그 진실마저 얼어버리고



허무의

물 이랑 위에 불 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을 갖게 하소서.



남은 날은

적지만



겨울바다에 가 보았지.

인고의 물이

수심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인고의 물이 수심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는 겨울바다 앞에 서서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이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분들이 바로 이 땅에서 인고의 세월을 살아온 우리들의 어머니일 것입니다.



   아침10시10분 강릉 아래 안인진 도로 옆에서 나무계단 길의 괘방산 들머리로 들어섰습니다.

아침6시 반쯤에 과천을 출발한 산악회 버스가 영동고속도로에 올라 대관령을 넘어선 후 강릉에서 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동해고속도로를 달려 안인진에 도착한 시각은 10시가 거의 다되어서였습니다. 기상청의 예보와는 달리 그리 춥지 않았고 날씨도 맑아 바닷가와 접해서 남북으로 나란히 나있는 괘방산 능선길을 오르내리기에 딱 알맞아 왼편의 동해바다를 온전히 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나무계단을 올라서자 눈앞에 전개된 안인진 앞바다가 장관이었습니다. 일망무제의 망망대해가 더 할 수 없이 시원스럽게 보이는 동해바다 한 가운데서 밀려오는 파도가 해안선에 부딪쳐 생기는 새하얀 포말을 보고 순백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면서 왼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조금씩 고도를 높여 갔습니다.



   11시 정각 정자가 세워진 제2활공장에 올랐습니다.

안인진에서 제2활공장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대체로 완만한 오름길이었고 북서풍의 겨울바람은 백두대간을 넘어오느라 힘이 빠져서인지 그리 세차지 않았습니다. 새하얀 신설을 제대로 밟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완전히 사라졌지만 대신에 날씨가 좋아 전망이 일품이었습니다. 계곡의 깊이와 물길을 먼저 정해 놓고 흙을 쌓아 산을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것은 해안선을 마주보는 산 능선이 V자를 그리며 이어져 산 아래 계곡에 넉넉하게 수로를 내주어서였습니다.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시골조카가 언젠가 한번 들려주었던 동해안 활공장이 이곳이겠다 싶어 나중에 만나면 확인하고자 여기 활공장을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왼쪽 산 아래로 공군전시장에 전시된 커다란 비행기가 보였습니다. 1996년 이곳 안인진에 침투한 잠수함이 고장이 나 북한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발각된 공비들이 이 산줄기를 타고 도주하다가 일망타진된 것을 기념하고 안보의식을 고취하고자 강릉시산악회에서 이 산길을 다듬고 “안보체험등산로”로 명명했다합니다. 1968년 울진공비사태 때 “난 공산당이 싫어요.”하고 울부짖다가 참혹하게 죽음을 당한 이승복 어린이사건을 조작으로 몰아간 좌파세력들에는 이러한 안보체험등산로가 엄청 눈에 거슬릴 것입니다. 최근에 대법원에서 이승복 어린이사건은 조작된 것이 아니고 사실이라고 확정판결을 내리기까지 악랄하게 조작이라고 선전해온 그들이 괘방산의 안보체험등산로를 걷는다면 그 심정이 어떠할까 궁금했습니다.



   11시30분 통신탑을 바로 앞에 둔 해발339미터의 괘방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활공장을 지나서 괘방산성지에 가까이 다가가자 돌가닥 길이 시작됐습니다. 돌들을 모아 쌓아올린 성지를 지나고 14분 후에 전망이 뛰어난 암봉의 삼우봉에 다다라 동해의 해안선을 사진으로 담아 왔습니다. 삼우봉에서 10분을 더 걸어 다다른 괘방산 정상은 삼각점이나 정상석 하나 없어 낙가사의 유래를 전해주는 안내판만 달랑 서 있어 방금 지나온 삼우봉보다 훨씬 초라해보였습니다. 사진 찍고 메모를 하는 사이 일행들이 모두 앞서 가버리는 바람에 저와 봉화가 고향이라는 한 분이 맨 뒤가 되었기에 안인진에서 3.2키로를 단 숨에 내달려 오른 정상에서 한 숨도 쉬지 못하고 바로 5.5키로 떨어진 정동진으로 향했습니다. 통신탑에서 얼마고 내려서 만난 낙가사로 가는 시멘트길을 가로질러 괘일재로 내려섰습니다.



   12시 정각 괘일재에서 조금 더 올라가 285봉에서 점심을 들었습니다.

만6년을 이 과천시산악연맹과 같이하며 항상 고마워하는 것은 산악회에서 제공하는 도시락입니다. 의무방어전을 치르듯이 후다닥 김밥이나 떡 조각을 드는 것으로 점심을 대신하는 여느 산행과는 달리 삥 둘러앉아 이것저것 골고루 반찬이 들어 있는 도시락을 함께 드는 것이 산행 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기에 말입니다. 285봉을 출발해 잠시 후 청학산으로 가는 길이 오른 쪽으로 나있는 양철지붕의 허름한 당집에 이르렀습니다. 옛날에는 마을의 수호신을 모시는 이런 당집들이 마을 어귀에 있었는데 세월과 함께 이렇게 산 속으로 밀려난 것을 보고 이 나라 백성들에 면면히 이어져온 정신적 원형도 같이 밀려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3시20분에 안보제7지점인 183봉에 다다르기까지 키높이의 잔솔을 벗하며 이만한 높이의 봉우리를 몇 개 지나왔습니다. 요 몇 년간 대형산불로 놀라서인지 등산로 옆에 여기저기 세워놓은 산불조심 안내판이 길잡이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었습니다. 널찍한 임간도로와 산속 길 몇 곳에서 본 시꺼먼 흙이 이 지역이 탄광지대였음을 일러주는 것이라고 동행한 한분이 말씀해 주셨는데 길이 잘 나있어 걷기에 편했습니다.. 안보 제7지점에 이르자 남동쪽으로 정동진의 크루즈모양의 호텔건물이 산 봉우리사이로 빠끔히 보였습니다.



   13시48분 정동진역 가까이의 차도로 내려서 하루산행을 마쳤습니다.

정동진역을 돌아 해변가로 나가서 산위에서 내려다보는 것보다 훨씬 역동적이고 거칠어 보이는 파도의 몸놀림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귀경 길에 주문진 방파제에 서서 집 더미 보다 더 큰 파도를 보았습니다. 파고가 5미터는 족히 넘을 것이라는 현지기사분의 얘기가 아니더라도 이제껏 제가 보아온 것 중에서 가장 거대한 파도여서 혹시나 해안선이 밀려나지 않을까 하고 쓸데없는 걱정을 하다가 청마 유치환님의 “님은 뭍같이 까딱도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라는 시 구절이 생각나 실소했습니다.



   먼 곳에의 동경이 끊임없는 산행의 원동력이 되어왔듯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파도가 보고 싶다는 충동이 언제고 저를 이 산으로 내몰 것입니다.

 

 

 

                                                                                    <산행사진>

 

 

 

  • 함기영 2007.01.10 18:06 답글 삭제
  • 시인 마뇽님 짧은 시간에 블로그 정리를 많이 하셨군요. 항상 모든 일에 정성을 다하는 마뇽님
    좋은글 계속 올려 주시기 바랍니다.
    관악산 남쪽 기슭에서 함기영
  • 시인마뇽 2007.01.12 09:09 수정 답글 삭제
  • 왕림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제 사진을 정리해 놓아야하는데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올해는 작년보다는 자주 함께 산행할 수 잇기를 바랍니다.
  • 靑波:尹道均 2007.01.12 17:19 답글 삭제
  • 후배님 드디어 블로그를 ?았습니다 정말 어느 사이 이렇게 아름다운 블로그를 만드셨습니다 정말 대단 하십니다 이제 한 발 더 후배님과 마음과 마음이 함께 하는 그라운드가 있어서 좋습니다 블로그 번영과 발전을 기원 합니다 늘 즐산 이어 가시구요
  • 시인마뇽 2007.01.15 08:42 수정 답글 삭제
  • 청파 윤도균 선배님, 고맙습니다. 선배님의 카페에 비하면 초라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차츰차츰 꾸려나가겠습니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선배님께 여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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