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II.지역 명산/지역명산 탐방기

A-25각흘산

시인마뇽 2007. 1. 3. 16:08
                                                      A-25.각흘산


                                 *산행일자:2006. 12. 3일

                                 *소재지  :경기포천/강원철원

                                 *산높이  :838미터

                                 *산행코스:자등현-헬기장-각흘산정상-능선갈림길-

                                                 각흘계곡-47번국도 계곡입구

                                 *산행시간:9시57분-12시53분(2시간56분)

                                 *동행      :과천시산악연맹

 


  북사면이 하얀 눈에 살짝 덮인 각흘산을 올라 초겨울을 맞았습니다.

경기포천과 강원철원을 어우르는 각흘산은 서울보다 한참 북쪽에 위치해있어 12월 초입의 초겨울임에도 능선 길을 걸을 때에는 귀를 가려야 할 정도로 겨울 한 가운데에 서 있는 듯 했습니다. 우리의 산하에 겨울을 막 불러들인 눈이 살포시 땅위에 내려앉았고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서슬 푸르도록 새파래 겨울 특유의 냉랭함이 온 산을 에워쌌지만, 이러한 각흘산의 냉기를 얼마만큼 수그러들게 한 것은 금년도 과천시 산악연맹의 마지막 산행을 같이 한 반가운 분들의 입김이었습니다.


  이 정도 높이의 산 중에서 이토록 뛰어난 전망대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각흘산의 빼어남은 이 산 자체의 아름다움보다는 이산에서 바라보는 웅장한 경관에 있다는 생각입니다. 정상에서 명성산으로 이어지는 주 능선이 군사작전상 나무들을 베어낸 덕에 시야가 탁 트여서도 그러했지만 사방 어디를 둘러보아도 이 산보다 훨씬 높고 험준한 고산들이 있어야 할 곳에 전부 빼놓지 않고 자리하고 있어서 더욱 그러했습니다. 이번 산행은 코스도 짧고 단조로운 편이어서 싱거운 산행이 되겠다 싶었는데 정상에서 휘둘러본 전망이 너무나도 웅장하고 수려해 쉽게 발걸음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동쪽으로는 지난 5월에 올랐던 복계산을 시작으로 복주산-광덕산-국망봉을 거쳐 운악산으로 이어지는 한북정맥의 고봉들이 위용을 드러냈고, 한북정맥 최고봉인 국망봉 너머에 자리한 경기도의 최고봉 화악산이 한북정맥 오케스트라단의 지휘봉을 잡은 듯이 늠름해 보였습니다. 서쪽으로는 운천의 명성산과 그 너머 북동쪽으로 연천의 고대산 및 철원의 금학산이 자웅을 겨루고 있었고 동서의 명산들 한 가운데에 드넓은 철원평야가 편안하게 들어앉았습니다. 이 평야에 도읍지를 정한 궁예의 웅지가 오래가지 못하고 꺾인 것은 이 땅의 기가 다해서가 아니고 백성들의 희생을 발판으로 생뚱맞게 생불이 되겠다고 광기를 부렸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침9시57분 47번 도로상의 자등고개에서 송년산행을 시작했습니다.

대형관광버스를 가득 채운 회원들 중에는 3년 전 두타산-청옥산을 오르고 나서 처음 뵙는 분들도 있었고 주옥같은 산행기를 올려 산악회홈피의 성가를 높였던 분도 만나 반가웠습니다.  동쪽의 상해봉과 서쪽의 각흘산 한 가운데에 자리한 깊숙한 안부인 자등고개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잡아 잣나무숲 사이로 난 들머리로 들어섰습니다. 지난 주내내 눈과 비가 번갈아 이 땅을 적시더니 어제는 마침내 서울의 아침기온이 영하8도로 떨어져 올 겨울도 추위가 만만치 않음을 일러주었습니다. 휴전선이 멀지 않은 전방의 산답게 곳곳에 설치한 토치카와 북사면을 하얗게 덮은 백설이 이 땅에 상존하는 전쟁과 평화의 심볼처럼 보였습니다. 그리 가파르지 않은 오름 길을 따라 천천히 고도를 높여가다 산행시작 40분이 되어 회원들이 쉬고 있는 수려한 소나무가 곁에 한 바위 돌 쉼터를 지났습니다. 


  10시48분 헬기장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맞은편의 한북정맥을 조망했습니다.

2004년 여름 처음으로 선의 산행을 시작한 산줄기가 백두대간의 추가령에서 시작하여 파주의 장명산까지 뻗어나간 한북정맥입니다. 한 산을 정해 정상을 올랐다가 하산하는 “점의 산행”에 익숙한 제가 산봉우리를 넘고 또 넘어 산줄기를 이어가는 “선의 산행”에 빠진 것은 한번의 산행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맥종주를 다 마치기까지 진행형의 산행이 계속되어 다음 산행을 설렘으로 맞을 수 있어서였습니다. 정상으로 오르는 중 명성산으로 이어지는 빡빡머리의 산줄기가 한 눈에 시원스레 보였습니다. 벙커위의 헬기장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암릉길을 따라 4-5분 걸었습니다. 


  11시12분 해발838미터의 각흘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정상석을 대신해 삼각점이 세워진 정상은 암봉이어서 최고의 전망대로 전혀 손색이 없었습니다. 고봉들이 즐비하게 들어선 한북정맥의 장대한 산줄기, 명성산 너머에 자리 잡은 고대산과 금학산, 꽤 넓은 철원평야와 정상을 받쳐주는 서사면 바로 아래 위치한 용화저수지등이 막힘없이 조망되는 정상에 올라서자 먹이 감 포획의 전의를 잠시 접은 듯한 매 한마리가 저수지 상공을 여유롭게 날고 있어 긴장이 감도는 전방의 산답지 않게 얼마간 평온함을 느낄 수 있었는데 저보다도 추위를 더 잘 타는 디지털카메라의 반발로 이 평온한 정경을 카메라로 옮겨 담지 못해 못내 아쉬웠습니다.


  11시37분 명성산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선회해 하산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영하 10도는 넘을 듯한 겨울 추위가 십 분을 넘게 머무른 저희들을 정상에서 밀어냈습니다. 눈이 살짝 덮이고 곳곳에 길이 얼은 암릉길을 지나기가 조심스러웠고 귀가 시려 후드를 덮어썼습니다. 정상 출발 십 수분 후에 정상-765봉 중간 지점쯤에서 왼쪽으로 난 능선길로 들어서자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하산 길이 급했습니다. 대하소설 토지를 열독 중인 한분을 만나 작가 박경리님의 글 솜씨와 열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11시52분 각흘계곡 상류를 건넜습니다.

억새와 싸리나무 그리고 이름모르는 잡목들이 숲을 이룬 풀숲지대를 십수분간 걸어 내려왔습니다. 각흘계곡이 자리하지 않았다면 각흘산은 여름산행지로 고생스럽겠다 싶은 것은 능선 길은 해를 가릴 나무가 모두 베어졌고 계곡 상류의 하산 길은 풀숲이 우거져 한 여름에 이 길을 헤쳐 나가기가 쉽지 않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계곡이 깊어지고 수량이 풍부해 각흘계곡의 명성이 과연 명불허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곡 길 하산은 제 고향 파주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신다는 부부 두 분들과 함께 했습니다. 3년 전 이분들의 초등학교 다니는 어린 자제 두 명이 어른들도 힘들어하는 두타산-청옥산을 연이어 오르는 것을 보고 참 대견해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다리를 다친 후 한 3년간 제대로 산행을 못했다는 남자분이 그간 인터넷을 익혔다는 말씀을 듣고 나이 들어서도 인터넷을 하지 않는다면 정보비용이 더 들어가 생활비가 25%는 더 들어가고 인터넷을 통한 다양한 동호회 활동을 할 수 없어 삶의 즐거움이 25%는 감해진다는 저 나름대로의 소견을 들려주었습니다. 깊숙한 계곡에 자리 잡은 소는 한 여름에는 찾아내려가 쉬고 가고 싶다는 욕망을 일깨우지만 겨울철에는 길에서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차디찬 소의 냉기가 느껴져 이번에는 먼발치서 바라만 보았습니다. 사실 소에서 숨을 고르며 쉬어가는 것은 급하게 흘러내리는 물살입니다만 오랜 가을가뭄의 여파로 소에서 쉬어갈 계곡물도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살보다 더 급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찾아내야 할 것은 저 소와 같이 마음 놓고 쉬어 갈 곳입니다.


  12시41분 계곡하류의 합수점을 건너 비포장도로로 내려섰습니다.

살짝 물이 얼어붙은 계곡에 내려앉은 겨울이 여름손님들을 모두 내쫓아 계곡가의 쉼터들이 썰렁했습니다. 어쩌다 드물게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반가워해야 할 견공들이 죽어라고 짖어대는 것이 아무래도 이상해 다시 보았더니 견공들이 반가워서 꼬리를 흔들면서도 적과 아군의 식별이 잘 안되어서인지 계속해서 짖어댔습니다.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정맥길을 혼자서 종주하는 중 간 혹 사람들을 만나면 반가우면서도 속으로는 경계를 늦추지 않는 제가 바로 저 개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2시53분 약 3시간의 짧은 산행을 마치고 47번 도로가의 각흘계곡 입구에 주차한 관광버스에 올랐습니다. 백운계곡으로 옮긴 후 고기와 술이 곁들여진 망년회가 이어졌습니다.  술잔을 나누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흥에 겨워 여러분들이 노래솜씨를 자랑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산행과 망년회를 마치고 저녁 4시가 조금 못되어 백운계곡을 출발했습니다.


  귀가길 버스 안 소란이 제게 던져 준 명제는 앞으로 어떻게 나이를 제대로 들어 노추를 멀리할 수 있는 가였습니다. 경험이 소중하게 여겨졌던 옛날에는 나이든 분들이 그 나름대로 대접을 받았는데  지식과 정보가 중요한 지금에는 젊은이들이 어른들을 공경하는데 너무 인색한 것이 현실입니다. 나이 들어 젊은이들과 술 마시기가 겁이 나는 것은 자칫 실수했다가는 젊은이들로부터 되로 주고 말로 받아도 어디에 하소연할 데가 없기 때문입니다. 술을 자제하고 젊은이들이 갖지 못하는 경험과 지식이 농축된 지혜를 키워나가야 노추를 면할 수 있다 싶어 사는 것이 그리 호락호락한 것은 아니다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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