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자:2006. 10. 15일
*소재지 :전북진안/장수
*산높이 :팔공산1,151미터/깃대봉1,100미터
*산행코스:대성리-팔공산-서구리재-깃대봉
-오계치-와룡자연휴양림주차장
*산행시간:10시42분-16시6분(5시간24분)
*동행 :과천시산악연맹
대도시 근처에 자리 잡은 산들은 대체로 산 높이와 무관하게 명산대접을 받습니다.
서울의 북한산과 도봉산, 부산의 금정산, 대전의 계룡산 모두 그 높이가 천 미터도 안 되지만 명성만은 하늘을 찌를 듯하며, 대구의 팔공산과 광주의 무등산은 모두 천 미터가 넘는 산이어서 고산대접까지도 함께 받는 명산들입니다. 그런가하면 양평의 청계산처럼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대도시의 명산에 가려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게 숨어 지내는 산들도 많이 있습니다. 전북 진안의 팔공산이 그러합니다.
어제는 전북 진안과 장수가 숨겨놓은 팔공산을 다녀왔습니다.
“한국의 산하”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어제 오른 진안의 팔공산은 그 높이가 무려 1,151미터나 되는데도 딱 한편의 산행기만 실렸는데, 겨우 46미터밖에 더 높지 않은 대구의 팔공산은 무려 26편의 산행기가 올라와 있어 대도시 산의 유명세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저는 아직 대구의 팔공산을 오르지 못해 단정 지어 말할 수는 없지만 어제 밟은 팔공산도 능선 길의 수려함이 대구의 팔공산에 빠질 것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전10시42분 해발 5-6백미터 대의 고원지대인 장수읍 대성리에서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과천시산악연맹의 회원들을 가득 실고 아침 7시경 과천을 출발한 버스는 장수톨게이트에서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13번 지방도로로 들어선 후 장수읍내를 지나고 자고개를 넘어 10시반경에 대성리에 도착했습니다. 대성리 마을의 등산로입구에서 시멘트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4.8키로 떨어진 팔공산으로 향했습니다. 십수분간 계속된 시멘트 길은 묘목 밭이 끝나는 임도삼거리까지 이어졌고 삼거리에서 오른 쪽으로 난 흙길로 들어서 산 오름을 이어갔습니다. 출발 시에 잠시 위용을 드러낸 팔공산 정상은 바로 앞의 1013봉에 가려 한동안 보이지 않았습니다.
11시16분 고개길 삼거리에 올라서 금남호남정맥에 발을 들였습니다.
임도삼거리에서 1013봉을 왼쪽으로 끼고 돌아 삼거리로 올라서기까지 14분밖에 안 걸렸지만 생각보다 많이 땀을 흘렸습니다. 오른 쪽 길은 합미성을 지나 자고개로 내려서는 길이고 왼쪽 길은 팔공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인데 양쪽 길 모두가 정맥 길로서 팔공산이 바깥에 그나마 알려진 것도 정맥을 종주하는 산님들의 입소문 덕분이었을 것입니다. 1013봉을 오른쪽으로 에돌며 너덜강을 가로 지르는 돌길을 지났고 푸르른 산죽 길도 걸었습니다. 1013봉에서 내려서는 마루금 바로 아래에서 보리수나무를 만나 그 열매를 몇 개 따 먹었습니다. 보리수 열매의 상큼한 맛은 옛 맛 그대로인데 달큼한 정도는 다른 단것들에 익숙해져서인지 어릴 때 그 맛보다는 못했습니다.
11시39분 금남호남정맥의 마루금이 지나는 삼거리에서 오른 쪽으로 방향을 틀어 능선 길로 들어서자 군사기지가 들어선 정상봉이 확연히 눈에 들어 왔습니다. 단풍들이 붉은 색으로 채색해 내려가는 팔공산에도 가을 색이 완연했습니다. 다른 해보다 단풍이 며칠 일찍 들고 더 고울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와는 달리 오랜 가을가뭄으로 잎이 시들어 가까이 가서보면 예년보다 영 못하다는 것이 산님들의 공통된 평가인 듯 합니다. 오르내림이 거의 없는 편안한 정맥 길을 15분간 걸어 도착한 나지막한 봉우리에서 쉬면서 지난 달 황장산 산행 후 인사말을 산악회 홈피에 올린 한 분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12시23분 해발 1,151미터의 팔공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13분의 긴 시간 휴식을 끝내고 본격적인 산 오름을 시작했습니다. 정상봉을 왼쪽으로 에돌며 고바위 길을 오르는 동안 목덜미에 내리꽂는 가을햇살이 너무 강렬하게 느껴져 햇빛을 가릴 길섶의 나무들을 베어내고 너무 넓게 길을 냈다고 투덜댔는데 나중에야 한낮의 기온이 25도를 웃도는 이상고온 때문임을 알았습니다. 출입이 금지된 팔공산 정수리 바로 밑에 정상석이 세워진 넓은 공터에서 사방을 휘돌아보며 연신 셔터를 눌러댔는데 정북 방향의 깃대봉으로 뻗어나가는 정맥 길 능선의 실루엣이 한눈에 잡혀 괜찮은 사진 몇 장을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됐습니다. 잠시 후 다다른 헬기장에서 밧줄을 잡고 내려서며 암릉 길을 옆 지르고 튼실한 산죽 길을 지났는데 너무 넓게 길을 내어 산죽들이 살갗을 스칠 때의 감촉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팔공산 정상에서 반시간을 걸어 올라선 1020봉에서 동행한 몇 분들과 함께 도시락을 들면서 한참을 쉬다가 13시15분에 다시 정맥 길을 이어갔습니다.
13시52분 해발 850미터의 서구리재 고개를 지났습니다.
점심식사를 끝내고 15분을 걸어 고사목이 서있는 전망봉에 올라 오른 쪽 아래 장수읍내와 장수벌을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그리고 팔공산 정상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도 같이 담았습니다. 능선 길 좌우의 화암제와 단평제 두 저수지가 담아놓은 물들도 가을하늘을 닮아 푸른 빛깔이 역력해보였고 이 두 저수지를 지나며 꾸불꾸불 서구리재를 넘는 742번 지방도로가 숨 가빠 보였습니다. 전망봉에서 서구리재로 내려서는 능선삼거리까지 15분간의 정맥 길은 억새와 싸리들이 함께한 전형적인 가을산길이었습니다. 억새꽃만으로도 수많은 산님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천관산이나 명성산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간간히 눈에 띄는 넓지 않은 억새밭이 더 귀하게 느껴졌습니다. 주황색의 나비 한 마리가 팔랑거리며 날개 짓을 해대는 것이 이 가을이 가기 전에 고별인사를 해오는 것 같아 고맙고 섭섭했습니다. 삼거리에서 백운면 신암리행 직선 길을 버리고 오른 쪽으로 확 꺾어 내려선 742번 지방도를 따라 왼쪽으로 올라가 동물이동통로(Eco-Bridge)용 인공터널을 설치한 서구리재 고개마루에 다다랐습니다. 산허리를 잘라 길을 내느라 야생동물들을 이산가족으로 만든 사람들의 잘못은 본시 사람들이 악해서가 아니라 옛날에는 먹고 살기가 힘들어 동물들의 아픔을 일일이 챙기지 못했기 때문이라면, 앞으로의 환경보존은 축적된 부와 기술이 결합되어야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4시58분 해발1,100미터의 깃대봉을 올랐습니다.
서구리재를 출발하여 960봉에 올라서기까지 한 20분 동안 산 오름이 고됐습니다. 980봉을 거쳐 1060봉의 쉼터에 다다르기까지 30분여 또 다시 환상적인 정맥 길을 밟았습니다. 억새와 싸리 밭의 능선 길도 좋았고 지나온 정맥 길도 제가 흘린 땀방울이 젖어 있어 뒤돌아보는 횟수가 잦아졌습니다. 대간 길에서 자주 보아온 길섶의 물푸레나무들도 반가웠습니다. 대야샘이 650미터 떨어져 있다는 안내판과 나무의자가 세워진 쉼터에서 골바람을 맞으며 5분을 쉰 후 밧줄을 잡고 아래로 내려섰다가 이내 고바위 길을 5-6분 올라 깃대 없는 깃대봉에 도착했습니다. 정상석도 서있지 않은 좁은 삼각봉의 깃대봉에서 잠시 호흡을 고른 후 왼쪽아래 오계재로 내려갔습니다.
15시40분 와룡산자연휴양림의 제3야영장에 도착했습니다.
깃대봉에서 오계재로 내려서는 길이 엄청 가파랐습니다. 바로 앞의 삿갓봉과 방금 지나온 깃대봉 사이에 깊숙이 내려앉은 십자안부 오계재에 내려서서 억새꽃을 배경으로 해 제 사진을 남겼습니다. 목수가 저 살려고 집을 짓지 않듯이 저 찍자고 카메라를 갖고 다니는 것이 아니기에 제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기가 조금은 쑥스러웠습니다. 오계재 왼쪽 아래로 서구리재를 넘는 742번 지방도로가 가까이 보였습니다. 오른 쪽 아래에 자리 잡은 자연휴양림으로 하산하면서 땅바닥을 덮고 있는 진초록의 푸르른 풀들을 보고 가을을 맞아 온 몸을 불사르는 단풍들과 같이 저 풀들도 마지막 남은 에너지를 모아 최후의 물오름을 내보이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10분을 걸어 내려와 계곡을 만났고 계곡 길을 20분 가까이 걸어 제3야영장에 도착해 식수대에서 페트병 2개에 물을 가득 갈아 채운 후 냉수로 폐부를 씻어냈습니다.
16시6분 자연휴양림 주차장에 도착해 5시간 남짓한 하루산행을 마쳤습니다.
제3야영자에서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시멘트 길 오른 쪽으로 몇 채의 산막이 들어서있어 다음 금남호남정맥 종주 시에 이곳 산막에서 하룻밤 머물고 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행을 끝낸 후의 출출한 뱃속은 기사분이 정성들여 준비한 찌개로 채웠습니다.
그리고 팔공산에서 만난 가을과 가을이야기를 한 아름 가슴에 안고 귀경버스에 올랐습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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