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덕산
*산행일자: 2004년2월4일
*소재지 : 강원 영월
*산높이 : 백덕산1,350미터/사자산 1,165미터
*산행코스: 문재터널-사자산-백덕산-사자산-문재터널
*산행시간: 9시15분-17시30분(8시간15분)
마지막 겨울의 눈꽃 설경을 놓치지 않고자 2월에는 강원도를 찾는 분들이 많습니다.
어느 누구든 속세에서 살아가노라면 한 점의 부끄러움 없이 깨끗할 수만은 없기에 더욱 더 깊은 산 속에 숨어 있는 순백의 눈을 그리워하나 봅니다. 강원도의 눈은 대단했습니다. 동계올림픽 유치를 시도할 만큼 설량도 풍부했고 겨우 내내 내려 차곡차곡 쌓여 다져진 눈의 설질도 단단해 보였습니다. 이미 내린 눈이 산과 들을 하얗게 덮었고, 공중에서 난무하며 휘 뿌리는 눈발들로 온 하늘이 흰색으로 가득 찼습니다.
어제는 강원도 영월의 백덕산과 사자산을 올랐습니다.
저희 회사는 2002년부터 매 분기 영업실적이 가장 부진한 영업소 직원들이 "고행의 산행"을 해 왔는데, 그 동안 계룡산, 장안산, 덕유산, 가지산, 백운산, 황악산, 속리산을 올랐고, 오늘은 수도권 2영업소 직원 3명과 이들을 격려하고자 동참한 7명의 동료 직원 등 총 10명이 함께 백덕산을 올랐습니다. 백덕산은 그 남쪽자락에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는 국내 5대 적멸보궁의 하나인 법흥사가 자리하고 있어 한번 찾고 싶었으며, 연내에 200산 등정을 마치겠다는 제게는 사자산도 함께 오를 수 있어 이번 산행에 구미가 당겼습니다.
아침9시15분 성우 빌리지에서 일박한 저희들은 문재터널에서 들머리를 찾아 들었습니다.
들머리에서 15분 여 가파른 길을 치받아 올라가 옛 문재고개에 다다랐습니다. 그제 밤부터 어제 아침까지 계속해서 눈이 내려 큰 걱정을 했는데 막상 산에 오르자 눈이 뚝 그쳐 안심이 됐습니다. 옛 문재고개에서 왼쪽으로 능선을 타고 올라 길을 내며 전진했습니다. 새 눈이 내린 후 저희들이 백덕산의 첫 손님이라 밤사이 내린 눈으로 가려진 길을 찾아 러셀링하며 올라야 했습니다.
10시 25분 헬기장에 도착했습니다.
처음 사용해보는 제 등산용 시계는 이 곳의 고도가 985미터로 나와 있습니다만, 문재를 출발할 때 고도보정을 하지 못해 정확한 높이인지는 알 수가 없어 답답했습니다. 잠시 짐을 푼 후 사방을 둘러보며 먼 곳의 산 이음들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MTB를 즐기신다는 어느 세분들이 이곳에서 저희들을 앞섰기에 보다 수월한 산행이 기대됐습니다.
11시 정각 해발 1,165미터의 사자산을 올랐습니다.
주 등산로에서 1분간 비껴 오르니 사자산을 알리는 표지판이 나무에 걸려 있었습니다. 혹자는 법흥사 뒷산이 사자산이라 하고, 또 다른 분들은 백덕산이 바로 사자산이라 하여 혼미스러웠는데, 이제부터 사자산의 표지판이 걸려 있는 이 봉우리를 사자산으로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20여분을 내려와 다다른 안부에서 7-8분 휴식을 취한 후 계속해서 전진했습니다. 헬기장에서 저희들을 추월한 3분들도 이곳에서 쉬며 출발하지 않아, 러셀작업은 다시 저희들의 몫이 되었습니다. 여기 쌓인 눈은 지난 주 오른 가평의 호명산에 비할 바가 아니었습니다. 곳곳에 무릎 넘어 쌓인 눈으로 길을 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12시25분 작은 당재에 도착했습니다.
산길에 수북히 쌓인 눈으로 산행이 더디어 당재에서 0.8키로 떨어진 작은 당재에 이르는데 35분이 걸렸습니다. 이곳에서 정상까지 1.2키로 남아 있어 이 속도로는 예정대로 6 시간 안에 산행을 마치기가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둘러 휴식을 끝내고 12시 32분 정상으로 내달렸습니다. 묵골로 갈리는 갈림길에서 정상까지 마지막 0.5키로가 이번 산행의 백미였습니다. 나무에 걸은 로프줄의 도움으로 작은 낭떠러지 바위벽을 내려왔고, 다시 정상까지 오르는 바위 길이 경사져 산행하기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13시 30분 해발 1,350미터의 백덕산 정상에 섰습니다.
시계를 확인해보니 이곳의 고도가 1,350미터임을 알려 주어 기뻤습니다. 일행들과 함께 정상을 올랐다는 증명사진을 찍고 서둘러 먼 산들을 디지탈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남쪽의 치악산은 그 자태가 분명했지만, 먼발치의 다른 높은 봉우리들은 그 주인을 찾지 못했습니다. 몇 분 후 매서운 냉기의 삭풍이 저희들을 정상에서 밀어냈습니다.
13시 50분 묵골 갈림길 조금 못 미쳐 널 다란 바위에 준비해간 김밥과 인절미를 풀고 다 같이 점심을 들었습니다. 페트병의 물이 얼어 보온병의 따끈한 물과 커피가 고마웠습니다. 10분 안에 식사를 마치고 묵골로 출발하여 7-8분 전진했으나 눈에 덮인 급경사의 내리막길을 새롭게 내가면서 하산하는 것이 무리라고 생각되어 포기하고 다시 묵골 갈림길로 되돌아 왔습니다. 겨울산행에서는 무엇보다도 안전산행이 제일 중요하기에 아쉽지만 오른 길로 되돌아가기로 결정하고 능선에 올라서자 안심이 됐습니다.
14시 40분 관음사 3.2키로, 법흥사 4.2키로, 비네소골 3.1키로, 정상 2.0키로의 안내판이 세워진 당재에 도착했습니다. 몸무게가 너무 나가는 몇몇 직원들의 산행속도가 눈에 띠게 떨어져 17시안에 문재까지 갈 수 있을 까 걱정이 됐습니다. 후미에 선 저는 틈틈이 뒤로 돌아보며 백덕산 정상의 모습을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하산 길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여러 봉우리를 오르내려 16시 5분에야 사자산에 다다랐습니다. 아무리 서둘러도 17시 30분 안에 산행을 끝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어둠이 두려워 지기 시작했고, 자연 뒤쳐진 직원들에 보다 빠른 산행을 독려했습니다.
16시 35분 헬기장에서 먼저 도착한 다른 직원들과 함께 오랜만에 짐을 풀고 쉬었습니다.
하산 길에 질기기로 이름난 물푸레나무들을 보았습니다. 도끼자루나 도리깨에 많이 쓰이는 물푸레나무는 야산에서만 자라는 줄 알았는데 이런 깊은 산에서 만나보니 반가웠습니다. 능선 길이어서 어둠이 계곡보다는 늦게 찾아오지만, 벌써 어둠이 빠른 속도로 내려앉기 시작했고 그만큼 저희들의 발걸음도 빨라졌습니다.
17시 30분 출발점인 문재로 되돌아 왔습니다.
통상 6시간 걸리는 약 11키로의 코스를 오늘은 8시간 15분만에 마쳤습니다. 비록 예정보다 2시간이상 더 걸렸지만, 한 명도 뒤쳐지지 않고 모두가 정상에 올라 무사히 산행을 마친 것은 직원들이 서로 보살피고 힘을 모은 덕분이라 생각되어 흐뭇했습니다.
이번 산행으로 길의 의미를 새롭게 인식했습니다.
우리는 그 동안 먼저 분들이 닦아 놓은 길을 걸으며, 아무런 고마움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선조 들이 낸 길을 가꾸고 다듬는데 소홀해 왔으며, 어린애처럼 길가의 돌부리에 투정을 부리곤 했습니다. 오늘 비로소 새롭게 길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깨달았습니다. 기업을 경영하는데 항상 남이 놓은 길만을 갈 수는 없습니다. 때로는 위험을 안고 우리 스스로가 길을 내며 나아가야 합니다. 눈 덮인 산길을 러셀해가며 길을 내어 올랐듯이 사업을 하는데도 우리가 내야할 길이 많습니다. 오늘처럼 서로 도와가며 또 격려해가며 힘을 합쳐 새롭게 길을 만들어 나갈 때 우리의 비전은 이루어진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어제의 백덕산등정은 힘든 산행이었지만 모처럼 만에 직원들과 마음을 같이한 아름다운 산행이었음을 증언하고자 이 글을 올립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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