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I.산림청선정 명산100산/명산100산 탐방기

41.천마산 산행기(1-3)

시인마뇽 2007. 1. 2. 23:40

                                                  천마산(3)

 

 

                                    *산행일자:2010. 1. 24일(일)

                                    *소재지 :경기남양주

                                    *산높이 :812m

                                    *산행코스:수진사입구-천마의 집-천마산-천마의 집-수진사입구

                                    *산행시간:10시24분-14시17분(3시간53분)

                                    *동행 :경동고 24회동기15명

                                     (김종화부부, 김남진부부, 이달헌부부, 김주홍, 박부준, 서중원,

                                       이규성, 이기후, 이명재, 장광종, 장용진, 우명길)

 

 

 

  지난 일요일에는 고교동기들과 함께 천마산(天摩山)을 올랐습니다.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천마산은 한북천마지맥의 중심 되는 산으로 우리나라 산림청은 어느 지점에서도 정상을 볼 수 있고 식물상이 풍부하다 하여 이 산을 명산100산의 한 산으로 선정했습니다.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려 어디서고 정상을 볼 수 있는 산이 그리 많지 않은 데 이 산의 정상이 아무데서나 보인 다는 것은 이 산이 주위의 다른 산들보다 훨씬 높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성계 장군이 조선을 개국하기 전 이 산을 들렀다가 “손이 석자만 더 길었으면 가히 하늘을 만질 수 있다”며 “수장삼척가마천(手長三尺加摩天)”이라 읊은 것도 이 산의 높음을 찬한 것에 다름 아닙니다. 과장이 좀 심하기는 했지만 이 산의 특징을 이보다 잘 표현하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것은 이 산의 이름이 이 문구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오전10시24분 평내의 수진사입구를 출발했습니다.

청량리역전 출발 1시간 남짓 후 상명학원 생활관이 멀지 않은 수진사입구 마을버스종점에서 하차했습니다. 수진사입구에서 모두 모여 사진을 찍은 후 5-6분을 더 걸어 천마산군립공원 입구를 지나자 임도 길에 더러 더러 빙판이 져 발걸음을 옮겨 놓기가 조심스러웠습니다. 넓은 임도를 따라 15분가량 걸어 다다른 삼거리에서 큰길을 버리고 왼쪽 계곡 길로 들어섰습니다. 흐르는 물이 얼음으로 변해 시간까지 멈춰 선 계곡 길을 혼자서 뒤쳐져 오르면서 개구리들이 안심하고 겨울잠을 잘 수 있는 것은 그들의 수면지인 이 계곡이 얼음 옷을 껴입고 겨울잠에 빠져든 덕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잣나무 숲을 지나 천마의 집 앞에서 다시 임도를 만났습니다.

 

 

  11시14분 임도 끝 지점의 고개 마루를 출발했습니다.

천마의 집 입구에서 왼쪽 위로 난 임도를 따라 걸어 넓은 공터의 고개 마루에 올라섰습니다. 임도가 끝나는 이곳에서 올려다 본 천마산은 백발의 노신사처럼 정수리가 희끗희끗했습니다. 고개 마루에서 오른 쪽으로 꺾어 올라 만난 능선삼거리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오른 쪽 으로 난 가파른 통나무계단 길을 걸어 오르자 비로소 등 뒤에 땀이 났습니다. 떼 지어 서 있는 물푸레나무들이 반갑게도 제게 새해 인사를 해온 헬기장을 지나 임꺽정 바위 앞에 이르러서야 쉬고 있는 일행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 세워진 천마산안내판에 따르면 남쪽에서 이 산을 올라다 보면 달마대사가 어깨를 쫙 펴고 앉아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하는 데 저는 이제껏 달마대사를 한 번도 만나 본 적이 없어 거꾸로 대사가 앉아 있는 모습이 남쪽에서 올려다 본 천마산을 빼어 닮았다고 이해하는 쪽이 편할 것 같았습니다. 조선조 3대 대도의 한 명인 임꺽정 도당들이 이 산에 근거지를 두고 저 아래 마치고개를 주 무대로 삼아 암약했다 하니 이 산도 겉모습만 자비로운 달마대사를 닮았을 뿐 그 속내는 영 딴판이었나 봅니다.

 

 

  12시29분 해발812m의 천마산 고스락에 올라섰습니다.

돌탑이 세워진 임꺽정바위를 오른 쪽으로 에돈 후 데크계단 길을 걸어 전망바위에 오르자 왼쪽 아래로 오남저수지가 보이고 북쪽으로는 한북천마지맥의 산줄기가 장대해 보였습니다. 이산의 정수리가 하얗게 보인 것은 흰 눈이 쌓여서가 아니고 나뭇가지가 연출한 상고대였음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나뭇가지에 붙어 있는 상고대는 따뜻한 햇볕을 받아 이내 스러질 것이지만 긴 밤을 지새우고 나면 또 다시 눈꽃을 피울 것입니다. 805봉과 812봉을 차례로 지나 정상에 이르기까지 눈이 남아 있는 암릉 길을 조심해서 걸었습니다. 정상에 서있는 깃봉이 석자는 훨씬 더 되는데도 하늘에 닿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다 싶은 것은 하늘 높이 바벨탑을 쌓고자 한 사람들의 오만이 어떻게 심판받았나를 잘 알기 때문입니다. 몸집 큰 까마귀도 천마산 상공을 비상하며 저희들의 산 오름을 반겼습니다. 바위가 받쳐주는 건너편 795봉에 피어 있는 상고대 또한 멋들어져 이 고혹적인 정경을 카메라에 담아 왔습니다.

 

 

  이달헌 산행대장이 가곡리로 하산하겠다는 원래 계획을 수정해 올라온 길로 내려가기로 결정한 것은 잔설로 길이 미끄러워 산행시간이 너무 길어질 까 걱정해서였습니다. 작년에 모두 환갑을 넘긴 동문들이 능히 해낼만한 산행시간은 대체로 5시간을 넘지 않는 것 같아, 산행을 책임진 대장으로서는 코스변경이 불가피했을 것입니다. 덕분에 이번 명산100산 탐방산행은 전례 없이 여유로웠습니다. 시간에 쫓겨 산행을 서두르기에는 어느새 나이가 들었다 싶어지자 올 들어 또 한 금 늘어난 몸속의 나이테가 부담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아무려나 앞으로 남은 85개 명산을 마저 다 오르려면 모두들 단단히 건강을 챙겨야 할 것인 즉 무리해서 먼 길로 하산할 일은 아니다 했습니다.

 

 

  12시50분 하산 길에 들어섰습니다.

정상에서 조금 떨어진 공터에서 둘러 앉아 느긋하게 간식을 함께 들며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작년 7월 청량산 산행 시 오대사찰과 주님에 얽힌 일화들을 재미있게 들려준 장용진동문의 해학과 익살을 다시 들을 만큼 시간이 넉넉하지 못해 못내 아쉬웠지만 동문들과의 이런 만남이 즐거운 것은 되는 소리 안 되는 소리 신경 쓰지 않고 마음 놓고 지껄일 수 있어서입니다.

 

  한 번 걸어 올랐다는 학습효과 덕분에 하산 길은 빠르고 편안했지만 처녀 총각 시절인 1975년 늦은 가을 집사람과 함께 밤을 도와 이 길을 걸었을 때처럼 가슴 뛰지는 않았습니다. 이 길을 함께 걸은 집사람이 제 곁을 떠난 지도 어언 10년이 다 되었습니다. 집사람이 며칠 전에 사갑(死甲)을 맞아 성당에서 연미사를 올리면서 살아생전 함께 오른 수많은 산들을 떠올렸습니다. 산과 성당 모두가 그녀를 만날 수 있는 좋은 곳이어서 매주 한번 성당에 나가고 산에 오르는 것을 빼놓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14시17분 수진사 입구로 되돌아와 하루 산행을 마쳤습니다.

산행 뒤풀이는 조금 더 내려가 허름한 한 음식점에서 치렀습니다. 고개 마루에서 길을 잘 못 들어 오남저수지 쪽으로 내려가다 되돌아오느라 정상을 오르지 못한 친구가 먼저 와 자리를 잡고 기다렸습니다. 상에 올린 주류 중 가장 인기를 끈 것은 단연 막걸리였습니다. 막걸리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세월이 녹아 든 발효주이어서 그 인기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기다림의 미학이 이런 것이다 싶어 한잔 마시고 싶었지만 8년 넘게 맥주 외에 어떤 술도 마시지 않겠다는 금칙을 깨지 않은 제게는 그 좋다는 막걸리도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손이 석자 더 길다 해서 하늘을 만질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하늘을 만질 수 있는 행운이 손을 석자 늘이면 닿을 수 있는 지척에 와 있다고 믿고 살아가는 것이 나쁠 것은 없다는 생각입니다. 먼 곳에서 행운을 찾지 않고 삶의 현장에서 찾아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리해야 희망의 끈을 쉽게 놓지 않을 것 같아서입니다. 하늘을 잡고자 손을 석자 늘이려고 애쓴 이성계는 하늘대신 조선이라는 새 나라를 세웠습니다. 가마천(加摩天)은 안 되더라도 가마행(加摩幸)만 되어도 엄청 큰 떡일 것입니다.

 

 

 

 

                                                           <산행사진>

 

 

 

 

 

 

 

 

 

 

 

 

 

 

 

 

 

 

 

 

 

 

 

 

 

 

 

 

 

 

 

 

 

<댓글>

  • 히말라야
  • 2010.01.26 09:43
  • 천마산엔 더 이상 눈이 없나 봅니다...
    친구들과의 산행이 젤로 즐겁죠??
    10년 후의 내 모습을 그려 봅니다... ㅎ
    • 답글
    • 시인마뇽
    • 2010.01.28 12:54
    • 길만 미끄러웠지 눈은 볼품 없었습니다.
      그래도 동문들과 함께한 산행이어서 즐거웠습니다. 2007년 가을부터 이 친구들과 함께 산림청에서 선정한 명산100산 중에서 매 분기 한산씩 골라 오르고 있습니다. 100산을 모두 마치면 나이 80이 넘을 것입니다. 안산, 즐산하시기 바랍니다.

     

                                                   

     

         <댓글>

    • 해오름
    • 2010.01.28 18:33
    • 고향이 파주시군요!   저도 파주입니다
    • 시인마뇽
    • 2010.02.01 17:11
    • 파주의 광탄면 창만4리가 고향입니다. 벽초수목원 옆의 도마산초등학교를 졸업했지요.
      반갑습니다.   안산, 즐산하시기 바랍니다.

     

    • 무심거사
    • 2010.01.30 22:15
    • 엉뚱한 질문 하나 받아 주세요.   8년전에 맥주만 마시겠다고 서원한 연유가 궁금하네요.
      이 글을 읽는 많은 사람이 궁금해 할 것 같으니, 엄청난 비밀이 아니라면 살짝 알려 주세요. 꾸~벅.

     

    • 시인마뇽
    • 2010.02.01 17:14
    • 집사람을 보내고 옛날처럼 소주를 마시다가는 몸을 버릴 것 같아
      알콜도수가 가장 낮은 맥주로 한정한 것입니다. 건강을 지키기 위한 방편이었습니다.
      그후 맥주 외에는 어던 술도 마시지 않았습니다. 별 비밀도 아니지요.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천마산 (2)


                *산행일자:2007. 5. 20일

                *소재지  :경기 남양주

                *산높이  :813미터

                *산행코스:내방리가양초교-과라리고개-676봉-천마산-마치고개

                *산행시간:11시05분-18시15분(7시간10분)

                *동행    :경동동문산악회 5명

                 (이규성, 이성종, 유한준, 정병기, 우명길) 

     


      시간을 미분하면 순간이 되고, 순간을 적분하면 세월이 됩니다.

    계절의 여왕 5월에 산을 오르면 순간을 다투며 푸르게 변해가는 신록의 숲에 발을 들이게 되고, 억겁의 세월이 정성들여 만든 바위도 오르게 됩니다. 순간과 세월이 모두 시간의 함수라면 5월의 산에 올라 시간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일 것입니다. 실체를 만져볼 수 없다고 시간의 존재를 잊어버린다면 삶의 자취를 점찍어 나갈 시공의 좌표면도 같이 잊게 되어 살아나가기가 엄청 당혹스러울 것입니다. 삶의 현주소가 확인 안 되어 언제 어디에서 온 누구인가를 새까맣게 잊게 될 것이고 앞으로도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해야 할지 방향잡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시계를 만들어 오관으로 확인 할 수 없는 시간을 측정하고 기록해두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제가 즐겨하는 산행도 결국은 그때그때 남기고 싶은 순간을 기록하고 쌓아가 세월을 만들어가는 삶의 한 과정이기에 이 또한 시간의 함수입니다.


      어제는 경동고교 동문들과 함께 천마산 구간의 한북천마지맥을 종주했습니다.

    천마산의 산줄기를 타면서 계절의 여왕으로 널리 알려진 5월이 명불허전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하루 산행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어제의 천마산 산행만 같기를 바라는 것은 5월이 준비해 놓은 신록과 바람 덕분입니다. 두 달 전 수원산 줄기에서 한북천마지맥 종주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이 지맥의 산줄기에 겨울의 잔재가 하나도 가시지 않았는데, 어제 오른 천마산에는 파릇파릇 돋아난 새싹들이 어느새 크게 자라 온 산이 푸르렀으며 산줄기로 올라선 골바람이 적절한 세기로 불어주어 얼마고 걸어도 더운 줄 모르고 한참을 쉬어도 써늘하지 않은 최적의 기온이었습니다. 이에 더하여 길섶의 야생화도 저희들에 곁을 주어 천마산이 마치 천국처럼 느껴졌습니다. 쉴 새 없이 하늘거리는 야생화의 청아하고도 아름다운 한 순간을 포착해 카메라에 담는 민첩성이 돋보인 한 후배의 재빠른 손놀림이나, 오랜만의 장시간 산행으로 지쳐 마지막 얼마동안 다리를 끄는 또 다른 후배의 느린 발걸음 모두 5월의 산줄기가 준비한 시간놀음이었습니다.


      아침11시5분 남양주시 수동면의 가양초교 앞에서 하차하여 길 건너 시멘트도로로 들어섰습니다. 지난 4월에 빼먹은 금단이고개-철마산-과라리고개의 두 번째 구간과 이번 과라리고개-천마산-마치고개의 세 번째 구간을 한번에 종주하는 이규성 회장을 12시 반에 과라리고개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터라 다른 때보다 늦은 9시50분경에 청량리를 출발했습니다. 마석에서 왼쪽으로 꺾어 몽골촌으로 가는 좌석버스를 타고 한 시간을 넘겨 달려 도착한 내방리의 가양초교에서 수산천 오른 쪽으로 나란히 나있는 시멘트도로를 따라 반시간 넘게 걸었습니다. 모내기를 막 끝낸 논과 쓰레질을 해놓고 모내기를 기다리는 논들 모두 전날 내린 비로 물이 가득 차있어 보기에도 좋았습니다. 수산천을 건너 왼쪽 산길로 들어선 후 4-5분을 오르자 산소를 끝으로 길이 끊겨 더 이상 오르지 못하고 오른 쪽 산등성을 타고 내려가 수산천과 만나는 작은 계곡을 건넜습니다. 합수점에서 남쪽의 산길로 다시 들어서 계곡과 나란히 걸어 오르다가 또 다시 합수점을 만나 오른 쪽 계곡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얼마고 걸었습니다. 이내 길이 끊어지고 없어져 오른쪽 산등성을 타고 무조건 지능선으로 올랐습니다.


      13시 과라리고개에 도착해 금단이고개에서 출발한 이 회장을 만났습니다.

    지능선에 오르자 왼쪽위로 희미한 길이 나있어 이 길을 따라 올라가면 지맥의 주능선에 오를 것이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어 안심했습니다. 얼마 후 만난 묘지에서 몇 분간 쉬다가 약속한 시간보다 반시간 먼저 도착한 이 회장의 전화로 이내 자리를 떴습니다. 12시50분 경 주 능선의 한 봉우리에 올라 지난번에 내려선 과라리고개가 어느 쪽에 자리했는지 잠시 가늠한 후 왼쪽으로 내려서 돌무더기가 쌓여있는 과라리고개에서 이회장과 해후했습니다. 유한준사장과 이 번에 처음으로 지맥종주에 합류한 이성종사장이 마련한 식단으로 풍요롭게 점심상을 차려 긴 시간 식사를 함께하며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었습니다. 고개도착 30분 후에 자리에서 일어나 비알 길을 20분 가까이 올라 양지봉에 도착했습니다.


    15시18분 오른 쪽으로 보광사 길이 갈리는 삼거리안부에 도착했습니다.

    양지봉에서 내려서 잠시 구릉길이 이어지다가 다시 된비알 길이 시작됐습니다. 신록의 풋풋한 나뭇잎들이 햇빛을 가려주고 골바람이 불어와 능선 길은 더 할 수 없이 선선했습니다. 다소곳이 고개 숙인 야생화를 카메라에 옮겨 담고자 하늘거리는 꽃 앞에서 쪼그리고 앉아 바람이 멈추기를 기다렸다가 순간의 아름다움을 포착해 셔터를 누르는 정병기 사장의 모습이 진지해보였습니다. 왼쪽으로 갈라진 지능선에 길이 나있는 해발 676미터의 둥글봉(?)에 오르자 발음이 비슷한 제 별명 “둥굴씨”가 생각났습니다. 용인에서 서울을 출퇴근하느라 녹초가 다 된 1980년대의 주말이면 방안에서 빈둥대는 저를 보고 집사람이 “둥굴씨”라고 놀려댔는데 그 후 애들이 다 커서도 계속되어 “여보”를 밀쳐내고 완전한 제 호칭으로 굳어져버렸습니다. 잠시 둥글봉에서 퍼지고 쉬었다가 다시 일어나 꽤 깊숙이 보이는 삼거리안부에 내려서자 괄아리고개로 표기한 긴급구조 표지판이 서있었습니다. 안부를 넘는 골바람이 시원해 잠시 호흡을 고른 후 천마산으로 향했습니다. 


      16시6분 해발812미터의 천마산 정수리에 올라섰습니다.

    괄아리고개에서 10분을 걸어 보구니바위 옆 능선길에 오르는 동안 땅바닥에 떨어진 철쭉  꽃을 보았습니다. 지리산에서 막 꽃망울을 터뜨리는 철쭉꽃을 본 것이 지난 주였는데 고위도지방의 천마산에서 벌써 꽃이 진 것은 해발고도가 지리산보다 1,100미터나 낮아서입니다. 보구니바위에서 돌핀샘바위와 전망바위를 지나서 천마산정상까지 이어지는 능선 길은 이제껏 걸어온 육산의 흙길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오르락내리락도 급했고 대부분 암릉 길이어서 로프를 잡고 내려서는 등 조심해야할 곳도 있었습니다. 능선 길을 조심스럽게 오르내리는 산객들의 눈길을 끈 것은 나뭇가지에 남아 있는 연분홍 꽃의 또 다른 산객이었으니 이 산객은 철쭉꽃의 또 다른 이름으로 진달래와 구별해 연달래로 부르기도 합니다. 태극기가 펄럭이는 암봉의 정상에 오르자 다른 분들이 먼저 와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 중 한분이 저희 일행 5명의 기뻐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옮겨 담아 주었는데 사진을 찍으며 “들어갑니다”하고 시그널 한마디를 보냈습니다. 이제껏 피사체가 카메라 안으로 들어간 다고 믿어온 제게 거꾸로 카메라가 피사체 안으로 들어간다고 일러준 그 분의 한마디에서 저의 세상 보는 눈이 너무 고답적임을 알았습니다. 거대한 산줄기가 카메라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고 속상해하는 제가 작은 카메라를 웅장한 산속으로 들이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을 바꾸게 한 것은 촌철살인과 같은 “들어갑니다.” 한마디였습니다.


      북쪽 멀리로 주금산의 독바위가 보였고 그 앞으로 철마산도 보였습니다.

    남쪽 가까이는 다음에 오를 백봉이 마치고개 건너에 자리하고 있었고 동쪽으로 축령산-서리산 산줄기가 흐릿해 보였으며 서쪽 까마득히 한강의 물줄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손이 석자만 더 길었어도 손끝이 하늘에 닿을 수 있다하여 천마산으로 불린다는 이 암봉에 석자가 훨씬 넘는 깃봉이 세워졌어도 하늘은 여전히 높아보였습니다. 어차피 손끝에 닿지 못할 하늘이라면 깃발을 세워 소리 없는 아우성을 전하는 편이 옳겠다는 판단에서 이 암봉에 깃봉을 세우고 태극기를 매달았다면 같은 뜻으로 깃봉을 세웠을 주금산, 철마산과 천마산 정상봉을 묶어 한북천마지맥의 국기봉 삼형제로 불러도 좋겠다 싶었습니다. 정상에서 참외를 까먹은 후 마치고개로 향했습니다. 천마산 정상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지맥 길은 경사가 급한 내림 길이 각시붓꽃이 수줍어하는 헬기장까지 이어졌습니다. 헬기장을 지나서 얼마 후 가느다란 나일론 줄이 쳐있는 오른 쪽의 안전한 우회 길을 놔두고 로프를 잡고 절벽을 내려서느라 시간이 걸렸습니다.


      18시15분 마치고개로 내려서서 한북천마지맥의 3구간 종주를 마쳤습니다.

    절벽의 바위에서 조금 내려서 고도차가 별로 없는 편안한 구릉 길에 발을 들이면서 남은 지맥길이 더도 덜도 말고 이 길만 같으라고 빌었습니다. 더할 수 없이 안온한 이 순간을 적분해 세월 수준으로 끌고 갈 수 있다면 남은 지맥 길이 이 길과 같아 최고의 양탄자 길이 될 수 있을 것을 하면서 이 순간의 스러짐을 아쉬워했습니다. 나무의자 쉼터에서 잠시 쉬었다가 스키장 위 전망지에서 천마산의 점잖은 자태를 카메라에 실은 후 구도로가 지나는 터널 위 마치고개에 이르렀습니다. 길 건너 백봉의 들머리를 확인 한 후 왼쪽의 마석 쪽으로 내려가 아파트 단지 정류장에서 청량리행 버스에 올라 하루 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일년 열두 달 중 산행하기 가장 좋은 달은 누가 뭐라 해도 계절의 여왕인 5월임에 틀림없습니다. 이틀 동안 내린 비로 마냥 싱그러워진 신록의 산속에서 7시간여 동문들과 같이 보낸 어제의 천마산 산행은 걸으면서 시간이 멈춰서기를 바라는 아름다운 순간이 꽤 여러 번 있었던 그냥 보내기 아쉬운 산행이었습니다. 아름다운 순간은 포말처럼 사라지기에 그새 세월 속으로 숨어버린 아쉬운 순간들을 끄집어 내 산행기를 쓰느라 많이 힘들었습니다.   

     

     

     

     

                                                                <산행사진> 

     

     

     

     

     

     

     

                                                      천마산 (1)

     

                       *산행일자:2005.2.10일

                       *소재지  :경기 남양주시

                       *산높이  :812미터

                       *산행코스:검단리정류장-금단이고개-철마산-천마산-마치고개

                       *산행시간:8시23분-17시13분(8시간50분)

     


     

      경기 포천의 주금산에 올라 봄을 연지 이틀만에 동장군의 맹렬한 반격으로 어제는 다시 겨울로 되돌아 간 듯한 매섭게 추운 하루를 만났습니다. 날씨가 풀려 주금산에는 귀마개를 하지 않고 올랐었는데, 철마산-천마산을 종주한 어제는 하루 종일 귀마개를 떼지 못해 봄이 다가오는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했습니다. 영국의 서정시인 셀리는 그의 시 “서풍부(Ode to the West Wind)”를 이렇게 매듭지었습니다.

            

             The trumpet of prophecy! O Wind, 예언의 나팔이 되라! 오 바람이여,

             If winter comes, can Spring be far behind?겨울이 오면 봄이 멀 수 있으랴?


      어제의 맹 추위는 봄이 멀지 않았음을 알리는 예언의 나팔이었기에 주금산에 이어 저는 다시 철마산과 천마산에 봄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골짜기를 치고 올라오는 차디찬 골바람에 얼굴이 시렸지만 이 골바람도 머지 않아 산밑의 춘풍을 실어 올리리라 생각하자 참을 만 했습니다.


      이틀만에 다시 한북천마지맥의 종주를 이어갔습니다.

    신경수 님의 산행기에 따르면 한북천마지맥이란 한북정맥의 수원산에서 갈려나와 천마산을 거쳐 마재에서 끝나는 장장 50키로의 산줄기를 말합니다. 일차로 서파-주금산-금단이고개의 코스를 끝낸 터라, 약 9시간을 걸어 금단이고개에서 시작하여 철마산과 천마산을 차례로 오른 다음 마석의 마치고개로 하산하여 두 번째 종주를 마쳤습니다. 이번에는 산행기점인 검단리정류장에 쉽게 다다랐습니다. 아침 7시20분 동서울터미널에서 와수리가는 버스를 타 광릉내에서 하산, 8시15분에 출발하는 검단리행 버스로 바꿔 탄 후 8분 후에 검단리에서 하차했습니다.


      8시23분 검단리 버스정류장에서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10여분 포장도로를 걸어올라 광릉CC옆의 굴다리를 밑을 통과, 잠시 후 오른 편의 들머리로 보이는 산길로 들어섰습니다. 이틀 전 내려온 골프장 길을 역순으로 올라가면 길을 잃고 알바를 하지 않았을 터인데 골프장을 피하고자 다른 길로 들어서는 바람에 길을 잘 못 들어

    20분 가까이 길을 내며 산을 치켜 오르느라 땀을 많이 흘렸습니다.


      9시33분 주능선인 금단이고개에 올라섰습니다.

    지난 번 하산할 때에는 50분 걸렸던 길을 이번에는 70분 걸려 올랐기에, 쉬지 않고 오른 쪽으로 방향을 틀어 철마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을 탔습니다. 이른 시간이어서 저 혼자 발자국 소리를 내며 산중의  아침고요를 깼습니다. 갈대밭을 지나기도 하고, 높고 낮은 봉우리들을 오르내리며 가끔은 그동안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았습니다. 앞만 보고 걸으면 갈 길이 까마득하게 보이지만 뒤를 보면 어느새 저 먼길을 탈 없이 걸어 왔으니 남은 길도 별 것 아니라는 생각에 산행이 쉬워지는 것 같아 자주 뒤를 돌아보는 편입니다.


      10시28분 시야가 탁 트여 전망이 일품인 헬기장에 올라선 후 짐을 내려놓고 첫 번째 쉼을 가졌습니다. 조금 전 지나온 암봉들과 이 헬기장 중 어느 것이 더 높은지 가려내기 어려워 선답자분의 산행기를 보니 폐타이어를 밟고 올라선 암봉이 786.8미터의 내마산으로 제일 높은 봉이고, 이 헬기장은 780미터로 다음으로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컴파스를 꺼내 방향을 확인하고 먼발치의 산 이름들을 메모했습니다. 정북의 위치에 주금산이, 그 반대방향에 천마산이, 동으로는 운악산이, 서로는 도봉산이 자리잡고 있었으며 사이사이로 화악산이 남동쪽에, 광덕산이 북동방향으로 포진하고 있음을 한눈으로 확인했습니다. 이 모든 산들을 카메라에 옮겨 실은 후 15분간의 휴식을 끝내고 철마산으로 향했습니다. 암릉 구간의 리지를 타는 맛이 짜릿했고 로프를 타고 하강을 하는 것도 이번 산행의 묘미를 더해주었습니다. 헬기장 출발 35분만에 처음으로 진벌리에서 올라온 중년의 남성분을 만나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진벌리로 내려가는 갈림길인 안부에 도착하자 산밑에서 불어오는 골바람이 드세 얼굴이 시려옴을 강하게 느꼈습니다.


      11시38분 해발 711미터의 철마산에 도착했습니다.

    주금산과는 달리 정상을 알리는 표지석 대신에 철마부대에서 기단과 깃봉을 세워 태극기가 펄럭이었습니다. 여기 기단 위에 새겨진 철마부대의 “늘 푸른 강산처럼 언제나 나라사랑”이나 맹호부대가 세운 주금산 기단의 “나라 사랑, 태극기 사랑” 모두가 애국의 정신을 강조한 것이기에 우리 국군에 신뢰가 갔습니다.“조국이여 영원하라”는 철마부대의 염원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나라사랑을 이어가자는 뜻에서 펄럭이는 태극기를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12시13분 576봉에 조금 못 미쳐서 왼쪽으로 트레파스를 하자 천마산의 자태가 보다 분명하게 보였습니다. 주금산에서 정남방향으로 뻗어 내려온  한북천마지맥이 동으로 방향을 바꾸는 변곡점인 이 576봉 바로 밑의 안부에는 산 밑 양쪽에서 번갈아 불어오는 골바람이 옮겨 놓은 가랑잎이 소복하게 쌓여 있어 발걸음을 옮기며 사각사각 낙엽소리를 들었습니다.


      12시50분 576봉을 트레파스한 후 비교적 편하게 능선을 걷다가 얼마고 계속된 내리막길을 걸어 내려가 과라리고개에 도착해 돌무더기 옆에 배낭을 내려놓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20분전 능선에서 점심을 들며 6분간을 쉬었는데 이 고개의 위치를 정확히 알았더라면 쉬는 시간을 줄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지도상에 이 고개가 십자안부로 크게 나와 있어 쉽게 위치를 확인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는데 오디바이크에서 나무에 걸어 놓은 작은 표지판이 없었다면 모르고 그냥 지나쳤을 것입니다. 이 고개에서 지맥은 다시 남으로 방향을 틀어 이번에는 S자 커브를 산행을 하는 셈입니다. 여기서부터 된비알의 오르막길이 시작되었습니다. 고개를 출발하여 2개의 봉우리를 지나자 처음으로 까마귀우는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어느 때부터인가 산에 오르며 까마귀소리가 안 들리면 뭔가 허전하다는 느낌이 들어 그 소리가 기다려집니다. 그 다음의 676봉에서 산객 한 분을 만났는데 저의 산행코스를 묻고는 체력이 대단하다는 칭찬을 해와 민망하면서도 기분이 좋아져 칭찬의 위력을 실감했습니다. 14시에 저처럼 혼자 산행을 하는 분에 천마산과 마치고개까지 소요시간을 확인했는데 넉넉잡고 2시간이면 충분하다 하여 해지기 전에 마칠 수 있을 것 같아 안심했습니다.


      14시29분 괄아리 고개로 내려섰습니다.

    시간반전에 출발한 과라리 고개는 서쪽으로 오남리행 하산길이 갈리고, 여기 괄아리고개는 동쪽으로 수동리로 가는 길이 갈립니다. 방금 지나온 626봉에서 만난 어느 분이 어깨나무를 아느냐고 제게 물어 왔습니다. 그 분처럼 요즈음은 단순히 산행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산삼이나 약재 채취를 덤으로 해보고자 오르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아 앞으로는 등산객 모두가 산을 사랑하는 분들이라고 말하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돌핀샘바위를 지나자 곳곳에 사람들로 다져진 눈길이 미끄러워 산을 오르기에 애를 좀 먹었는데  돌핀샘바위에서 조망한 천마산은 삼각봉으로 이를 받쳐주고 있는 북사면의 눈들로 겨울 산다워 보였습니다.


      15시9분 해발 812.3미터의 천마산 정상에 섰습니다.

    재작년 서울대 AFB산악회원들과 함께 오른 후 15개월만에 저 혼자 다시 올랐습니다. 눈길이 미끄러워 밧줄의 도움으로 마지막 피치를 무사히 마치고  정상에 올라서자 휴대폰 벨소리가 울려 누가 때맞추어 등정축하를 해주는구나 싶어 재빨리 열었더니 쓸데없는 060전화여서 불쾌했었습니다만, 까마귀와 매가 번갈아 비상하는 것을 보고 이내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지도와 컴파스를 꺼내어 마치고개에 이르는 주능을 확인하고 15시 20분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오름 길이라면 엄청 고생했을 급경사의 내리막길을 걸어 640미터대의 헬기장에 도착, 오른 쪽 길을 택해 하산을 계속했는데 이 길 또한 급경사의  내리막길이었습니다.


      16시 42분 스키장 바로 뒷 봉인 358봉에서 스키어들의 활기찬 모습들을 보았습니다.

    산을 즐기는 스포츠를 들라면 등산과 스키, 패러글라이딩, 행글라이딩, 그리고 골프 등일 터인데 제가 그 중 가장 등산을 즐기는 것은 등산을 빼놓으면 어느 무엇도 산꼭대기를 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천마산 정상에서 마치고개까지 구간도 만만치 않게 긴 코스였지만 초반 급경사의 하산 길을 제외하고는 오르내림이 별로 없는 구간이어서 걸을 만 했습니다.


      17시 정각 마치고개로 내려서 다음에 오를 백봉가는 들머리를 확인한 후, 마석방향으로 구 길을 따라 내려가다  빌라마을을 통과, 17시 13분 버스정류장에 도착했습니다. 조금 후 버스에 올라 9시간 가까운 하루 산행을 반추해 보았는데 이번 산행에서는 이렇다하게 올릴만한  봄소식이 따로 없어 아쉬웠습니다.. 기세 등등한 동장군이 주금산을 올라 겨우 열어 놓은 봄에 빗장을 대어 가두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마치고개에서 시작하여 백봉과 갑산을 오른 다음 새재까지 뛰어 볼 생각입니다.

    그 다음에 예봉산을 오른 후 예빈산을 거쳐 천주교묘지로 하산하여 한북천마지맥 종주를 마치고자 합니다. 이 두 번의 산행을 통해 완연한 봄을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하며 산행기를 맺습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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