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5대강둘레산줄기 환종주기/섬진강 둘레산줄기

시인마뇽이 써내려 가는 반전의 아리랑

시인마뇽 2010. 9. 10. 01:56

 

- '시인마뇽의 섬진강둘레산줄기 환주기' 발간에 부쳐 -

Compliment to Poet Magnon on Publishing his Book 'Walking over Mountain Trails Surrounding Seomjin River Basin'

시인마뇽이 써내려 가는 반전의 아리랑

  시인마뇽이 섬진강둘레 산줄기를 종주하고 그 결과를 엮어서 한 권의 책으로 발간한다고 합니다. 자주 그와 동행하는 산행친구로서 그를 위해 우선 서투른 솜씨지만 시를 하나 써 보았습니다. 이름하여 시인마뇽을 위한 아리랑입니다.

 

그 누가 말했나? 아리랑고개는

대간길 정맥길로 이어진다고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호남정맥 저 나그네 어디까지 가시나요

하늘까지 오르려고 걷고 또 걷는다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백두대간 저 산사람 곁지기는 어디있오.

하늘에서 기다리니 거기올라 만나려오.

그 누가 말했나? 아리랑고개는

임진강 섬진강에 이어진다고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낙남정맥 내려놓고 가볍게는 안되나요

맥주한잔 따르시오 내 잠깐 쉬이리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산경표엔 뭐있기에 한눈한번 안파시오

약속의땅 보았기에 내 갈길 서둔다오

그 누가 말했나? 아리랑고개는

시인마뇽 머무르는 그 고개라고

 

  아리랑은 우리의 정서를 표현해 주는 아름다운 노래입니다. 우리민족에게 아리랑이란 느리고도 슬픈 노래가 있는 것처럼 우리 각자에겐 각자의 아리랑이 있다고 저는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자기의 아리랑을 써 가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각자는 각자의 독특한 삶을 살아가면서 자기의 아리랑을 기록해 가는 것입니다.

 

  저는 오늘 우리들이 잘 알고 있는 우리들의 친구 시인마뇽이 써 내려가는 그의 삶 - 그가 엮어가는 아리랑을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그의 아리랑은 구성지고도 선이 굵으며 매듭이 있는 아름다운 노래입니다. 그가 부르는 절창의 아리랑은 임진강에서 시작하여 1대간 9정맥을 넘고 한강과 금강, 영산강을 건너 오늘은 섬진강을 노래합니다. 그의 아리랑은 백두대간을 넘어 호남정맥, 한남북정맥을 넘어 낙남정맥에 울려 퍼집니다. 그의 질박하지만 섬세한 아리랑이 바야흐로 삼천리 방방곡곡에 울려 퍼집니다.

 

  이 강산을 순례하며 힘차게 부르는 그의 노래가 우리를 기쁘게 합니다만 먼저 간 아내를 추모하고 절대자에게 기도할 때 약해진 그의 모습을 보면 우리는 슬퍼집니다.

 

  그의 아리랑은 산행에서 시작하고, 그 산행을 기록한 산행기는 다시 그의 아리랑이 됩니다. 그의 산행은 꼭두새벽 경기도의 한 신도시에서 시작됩니다. 수없이 도상으로 재어본 먼 산을 올라갈 설렘과 어디서 닥칠지 모르는 위험에 대한 공포를 애써 억누르며 한편으론 희열에 들떠 산행준비를 합니다. 등산복을 입고 등산화를 신고 고도계와 스틱, 모자와 중식을 준비한 후 대중교통을 이용해 산들머리에 도착합니다.

 

  홀로 산속에 들면 그는 자연의 벗들과 같이 산행하기를 즐겨합니다. 나무와 바위, 풀과 들꽃을 벗 삼고 가끔 나타나는 멧돼지와도 친해지려고 노력합니다. 홀로 산을 오르며 그는 산속에서 산 밑을 바라봅니다. 보통 사람들이 세속에서 산을 바라보는 것과는 반대입니다. 그는 산에 빗대어 인생을 이야기합니다. 산에서 산만 보는 것이 아니고 산 밑의 땅을 보고 사람들을 봅니다. 세상을 보고 그 안의 자신을 봅니다. 산행 중 산속에서 속세를 바라보다 많은 걸 깨닫게 되었고 그는 그 지혜를 산 밑에 있는 우리들에게 알려주려고 산행기를 씁니다. 그가 문명세계에 대해서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 신호가 바로 그의 산행기이고 이 책이기도 합니다. 이 또한 그가 부르는 아리랑입니다.

 

  블로그에 실린 그의 산행기를 보면 대부분의 글들이 경어체로 써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애초에 이 책의 글들도 경어체로 작성된 것이었으나 단행본으로 펴내기 위해서 평어체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비교적 간결한 평어체가 산행의 정보를 독자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에 나을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경어체는 상대를 배려하는 부드러운 문체로서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소통을 전제로 하는 글임을 고려할 때 그의 따뜻한 경어체는 단지 산을 홀로 가는 자의 외로움을 기록한 호소가 아니요 그가 우리에게 전하려는 지혜의 메시지인 것을 알게 됩니다. 문명세계에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가 절실하기에 그는 산행 후 언제나 산행시 있었던 사실과 감상과 산행에서 천착된 지혜를 기록합니다. 그의 블로그에 들어가서 그가 써놓은 글의 방대함과 정확함을 보면 그는 이미 이 시대 기록의 달인이라고 불릴 만큼 많은 메시지를 보내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의 산행기에는 어느 정도의 격식이 있습니다. 한 번의 산행이 하나의 단위글로 맺혀짐은 당연하겠습니다. 단위 글에는 먼저 산행개요가 나옵니다. 개요에선 산행일자, 소재지, 산의 높이. 산행코스, 산행시간 등이 표기되고 그 다음 본문이 나옵니다. 본문은 주로 단락으로 나뉘는데 이 단락들의 앞에는 결과가 먼저 표기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즉, 단락의 첫머리엔 산행의 작은 목적지들과 그곳의 도착시간이 먼저 밝혀진 다음 거기에 도달하는 과정이 설명되는 식입니다. 그가 즐겨 쓰는 독특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모든 단위 글들이 다 그렇게 쓰인 것은 아니지만 여러 개의 단위 글에서 찾아 볼 수 있는 흥미 있는 방법인데, 표제어나 주제를 복선으로 먼저 제시하는 글도 있습니다. 산행기를 시작할 때 생각할 주제를 먼저 제시한 다음 산행기의 중간에서는 언급을 안 하고 묵혀둔 다음 산행기의 끝부분에서 주제를 좀 더 깊이 다루며 결론을 모색하는 글쓰기 형식입니다. 결론을 모색하는 부분이 절정이 될 수도 있는 입체적이고 감동을 줄 수 있는 훌륭한 글쓰기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는 홀로 산행하기를 즐겨하기에 그의 아리랑은 홀로아리랑입니다. 또한 다른 사람에 비해선 약간 느린 산행을 즐겨합니다. 그가 많은 산과 산줄기를 수도 없이 오르내리지만 그가 써서 블로그에 올려놓은 산행기를 읽고 그의 주행속도를 살펴보거나, 현장에서 같이 산행하며 그리 크지 않은 키에 80kg이나 되는 몸무게를 이기고 걷고 또 걷는 그를 관찰해 보면 그가 우세한 체력으로 편하게 산행하는 것이 아님을 곧 알 수 있습니다. 오히려 그는 그 자신의 노력으로 어쩌면 산에 잘 맞지 않는 체격과 체력조건을 노력으로서 극복하고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산행결과를 쌓은 노력형 산꾼이라 해야겠습니다.

 

  그의 아리랑은 뒤집기의 노래-반전의 아리랑-입니다. 그가 자의로 또는 타의로 이루어낸 반전은 그의 인생 여기저기에서 보입니다. 그의 반전은 이미 제가 그를 태어난 산꾼이기보다는 만들어진 산꾼이라고 불렀을 때 짐작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는 높은 산이 별로 없는 파주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지리산을 알게 된 뒤로 높은 산을 자주 걷는 산꾼이 되었습니다.

 

  그는 본래 화학을 전공한 자연과학도였으나 이제는 인문의 가치를 최고로 여기는 국문학도입니다. 그러나 그 인문이 산행기를 풍요롭게 하기 위한 인문임에 또 하나의 역설을 생각하게 됩니다. 또한 그는 대학 때 별명인 원시인 크로마뇽에서 이제는 시인마뇽으로 바꾼 필명이자 닉네임을 갖게 되었습니다. 크로마뇽인에서 풍기는 원시적 힘과 괴력에 대한 이미지가 시인마뇽이라는 시적이고 이국적인 분위기로 반전된 것입니다. 그는 한때 중소기업을 운영하며 유상의 재화를 창출하던 기업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인생이 그를 그 자리에 그대로 두지 않았고 이제는 산행이라는 무상의 행위에서 보람을 찾는 산악인으로 반전시켰습니다.

 

  그의 글을 읽다보면 그가 잘 쓰는 표현이 있습니다. ‘에둘러 간다’는 말입니다. 산행의 요체가 슬기롭게 어려움을 극복하고 정해 놓았던 목표에 도달하는 것일진대, 중간에 길을 가로막는 작은 장애물들을 조금 우회해 간들 산행의 질에는 영향을 못 미칠 때 그는 과감히 장애물을 에둘러 갑니다. 여기가 그의 융통성과 지혜가 엿보이는 부분입니다. 그는 변죽과 핵심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그의 밑그림엔 이미 목적지가 그려져 있기 때문에 작은 양보는 변죽의 일이요 목표에 도달함이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여러 번 우리들의 눈에는 그의 행보가 핵심을 피해서 에둘러가는 것처럼 보여서 매우 걱정될 때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때마다 분연히 일어나 목표에 도달하였고 그의 에둘러감이 결국은 그가 연출한 통쾌한 반전이었고 핵심에 도달하는 지름길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례로, 2008년 산악사고로 반년 넘게 그는 에둘러가야 했고 그 후 오뚝이처럼 일어나서 섬진강 둘레길을 이어감으로써 다시 한 번 우리들에게 그의 반전을 보여 주었습니다.

 

  산줄기 산행을 시작할 때와 끝날 때 그는 꼭 기도를 드립니다. 그가 과학도의 면모를 벗는 순간입니다. 겸허한 자세로 그분께 목표의 달성을 기원하고 또한 끝났을 때 감사하는 것입니다. 신앙인으로서 그의 아름다움이 여기서 빛납니다. 그가 왜 논리를 추구하는 헬레니즘을 떠나 이스라엘의 신을 단군의 땅에 모셔 들이는 헤브라이즘으로의 반전을 연출했을까요? 평소 때 맥주 한잔을 거침없이 비우는 그의 행동처럼 그의 답은 단순명료했습니다. 그가 너무나도 사모하는 돌아가신 모친의 신앙이 그의 부인에게 전해졌고 10년 전 어느 봄날 부인께서 먼저 가시며 그에게 자기의 신을 믿어 달라고 부탁했다고 합니다. 그는 곧이곧대로 그해 여름에 영세를 받고 이스라엘의 신을 산행의 수호자로 받아들입니다.

 

  그의 발걸음이 만들어 내는 유장한 아리랑은 지금까지 쉬임이 없습니다. 한북정맥에서 시작된 체계적 산행이 백두대간과 뭇 정맥과 기맥을 넘어 이제 섬진강 하구 하동까지 이르렀습니다. 호남정맥을 걸어서 호남금남정맥을 걸은 후 그는 또 하나의 반전을 생각해 냅니다. 섬진강을 둘러싸는 산줄기를 그려낸 것이지요. 그래서 내쳐 백두대간을 아래로 진행하고 낙남정맥 일부와 금호지맥을 종주함으로써 섬진강이라는 역설이 탄생한 것입니다. 섬진강 둘레산줄기를 환주해서 이를 뒤집으니 그 속에서 섬진강이 탄생하는 반전의 드라마입니다. 이 섬진강 뒤집기도 어느 만큼은 드라마틱한 그의 인생과 닮아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의 반전, 그의 역설의 아리랑은 오늘도 진행형입니다. 그는 그 동안 많은 걸 잃었습니다. 사랑하는 부인을 잃었고 사모하는 부모님을 잃었습니다. 절친한 친구도 잃어 보았고 산 선배도 잃었고 기업체도 잃었습니다. 돈도 잃었습니다. 더 이상 잃을 것도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그는 역시 반전의 달인입니다. 건강을 지켰고 아들들을 독립시킬 수 있었습니다. 또한 그가 좋아하는 산을 얻었고 산행기를 얻었고 산동무들을 알았으며 산악문학가가 되었습니다. 우리강산을 순례하게 되었고 여암신경준 선생과 그의 산경표를 알았고, 이제 에둘러 가더라도 핵심에 갈 수 있다는 믿음을 얻었습니다.

 

  우리 땅은 시인마뇽이라는 산꾼이 부르는 아리랑을 들어서 기쁠 것입니다. 그는 쉼 없이 우리 산과 우리 강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며 촘촘하게 써내려갑니다. 우리 땅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서슴없이 순례하는 이야기꾼 시인마뇽이 그의 지혜와 피땀으로 써낸 노래를 이 땅에 바치려 하기 때문에, 우리 땅은 시인마뇽이란 음유시인을 낳아서 정말 기쁠 것입니다. 경기도 파주 땅도 기뻐해야 합니다. 그의 이야기는 늘 그가 자란 파주와 임진강에서부터 가슴이 뭉클하게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는 그가 있기에 행복합니다. 그가 써내려가는 그의 아리랑이 너무나 강렬하고 똑 부러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슬퍼집니다. 그의 노래가 너무나 절창이기 때문입니다. 그가 그의 아리랑을 이만큼 부르기까지 겪었을 그의 눈물, 그의 희생, 그의 외로움 또한 그가 흘린 피와 땀을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의 아리랑을 따라 부르노라면 저는 슬퍼집니다. 그의 흐트러짐 없는 말, 그의 정확함, 그의 약속지킴을 위해 그가 얼마나 마음을 채찍질하고 새벽부터 일어나 준비하느라 노심초사하며 속도가 느린 4호선 전철에서 조바심했을까를 얼추 상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분께서 다 알아 주실 줄 믿기에 저는 슬픔을 누르고 기뻐해야 합니다. 그는 제게 거대한 산이요, 역설이자 반전입니다. 정과 반을 넘어서 합으로 가는 길인 것입니다.

 

 

  글을 끝맺고 무언가 허전한 것 같아 이스라엘에서 오신 그분께 여쭈었습니다.

- 시인마뇽이 섬진강을 다 둘러막았다 합니다.

- 막았다면 목적이 있을 터. 우선 친구에게 그 물을 다 마셔야 한다고 일러라.

- (헉!) 그게 가능할까요? 너무 하신 것 아닌지요? 배가 나와서 그 좋아하는 맥주도 서너 병 마시면 배부르다고 사양합니다.

- 믿는 자에게는 능치 못한 일이 없느니라하고 내가 말하지 않았더냐?

 

  이스라엘을 구원하실 그분께 그 다음날 다시 여쭈었습니다.

- 그가 책을 잘 썼습니다. 이제 그는 성인이 됩니까?

- 아직은 아니다. 그의 행위에 기적이 있었느냐?

- 제가 보건대 그의 행적 어느 하나도 기적 아닌 것이 없사옵니다.

- 허어, 그 정도냐? 내가 차차 알아보마.

- 저희는 앞으로 어찌 해야 합니까? 산으로 출가해야 합니까?

- 아니다,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도록 해라.

 

                                                                             경동동문산악회 전회장  이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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