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II.지역 명산/지역명산 탐방기

B-21.명봉 산행기(춘천)

시인마뇽 2017. 6. 17. 17:42

                                                           

                                                                     명봉 산행기



                                                                 *산행일자:2017. 6. 15()

                                                                 *소재지   :강원춘천

                                                                 *산높이   :명봉 643m, 구봉산441m

                                                                 *산행코스:구봉산전망대-구봉산-순정마루-명봉

                                                                                     -답둔이고개-거두리

                                                                 *산행시간:1355-1853(4시간58)

                                                                 *동행      :나 홀로





     춘천의 구봉산에서 명봉을 오르는 길에 순정마루에 올라섰습니다. 순정마루 안내판에서 지명에 서린 이야기를 읽고 나서 이 산을 아끼는 사람들이 이 산에 인문학을 입히고자 애썼다 싶어 고마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내문의 이야기인즉 이렇습니다. 이 산마루 동쪽 뒤편은 애국의 일념으로 뭉친 호걸들을 품었기에 품걸리(상걸리)라 칭해지며, 그쪽에서 춘천으로 힘차게 진군했을 호걸들이 고갯마루가까이에서 만난 관망대가 이곳 순정터라는 것입니다. 이곳에서 향리를 보면서 나라와 가족을 생각한 호걸들의 순정을 품었던 모습과 순정터의 의미가 가슴에 담겨온다고 했습니다. 아름다운 이곳에서 행여 어떤 이는 사랑하는 고운 사람을 그려도 마땅하리라고 끝을 맺었습니다.


 

   춘천을 속속들이 알지 못하는 저 같은 외지인이 이런 글을 읽노라면 고마운 마음이 절로 입니다. 능선의 전망대를 오르면서도 전망이 좋다는 정도만 기억하고 그냥 지나쳤을 제게 지명을 알려주고 그 의미를 새겨준 이런 글은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흔한 것이 아니어서 더욱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정도의 이야기로는 순정마루가 전설의 고향이 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어 실례를 무릅쓰고 한 가지 지적하고자 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이야기의 구체성 결여입니다. 전설이 모두 사실에 근거한 것은 아니더라도 그 자체가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여서 사실과 관계없이 그럴 듯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구체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영웅호걸이 어느 시대 사람이고 무슨 일로 춘천으로 진군했으며 혹시라도 러브스토리가 있었다면 그 또한 구체적으로 그리고 그때 이별을 슬퍼하며 흘린 눈물이 만든 냇물이 저아래 만천천이라는 등의  결정적 증거를 제시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똑 같은 설화라 해도 전설이 민담과 차별화 되는 것은 그 나름 이야기가 구체성이 있고 결정적 증거제시가 있다는 것입니다. 순정터 이야기에는그 점이 분명치 않아 세월이 꽤 많이 흘러도 전설로 승화되지 못할 수도 있다 싶어 한 마디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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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55분 구봉산전망대를 출발했습니다. 인근의 한 음식점에서 점심 식사를 함께한 대학원 학우인 한희민 선생이 차로 이번 산행의 들머리인 구봉산 전망대까지 데려다주어 곧바로 들머리로 들어설 수 있었습니다. 차에서 내려 "구봉산4,8Km"의 표지목이 오른 쪽 위로 들어서 비알 길을 올라갔습니다. 한 낮의 기온이 섭씨30도를 오르내리는 더위 속에 바람도 거의 불지 않고 경사가 꽤 급한 된비알 길을 치고 올라가는 일이 고되어서인지 얼마 걷지 않아 등 뒤로 흥건히 땀이 뱄습니다. 20분 쯤 올라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분과 인사를 나눈 후 길을 양보했습니다. 능선삼거리에서 끝난 비알 길은 그 거리가 0.6Km로 길지 않은 데도 여러 번 멈춰 서서 숨을 고르며 오르느라 반시간이 넘겨 걸렸습니다. “구봉산 정상의 표지목이 세워진 능선삼거리에서 20분 가까이 푹 쉴 수 있었던 것은 그곳이 정상으로 믿어서였는데, 때마침 만난 한 학생이 여기서 50m가량 왼쪽으로 떨어져 보이는 나지막한 봉우리가 구봉산 정상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1455분 해발441m의 구봉산 정상에 올랐습니다. 능선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얼마가지 않아 구봉산 정상에 올라서자 전망이 일품이었습니다. 정 서쪽으로 소양정이 자리한 봉의산과 바로 아래 흐르는 소양강, 그리고 그 위에 놓여진 소양교가 분명하게 보였습니다. 구봉산이 두 배 높은 대룡산보다 전망이 빼어난 것은 소양강이 훨씬 가까워서일 것입니다. 소양강을 바라보며 잠시 평화로움에 젖었다가 바로 밑의 토치카(?)를 보고 오늘의 평화가 결코 공짜로 얻어진 것이 아니다 싶었습니다. 바로 전에 쉬었던 능선삼거리로 되돌아가 남동쪽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를 따라 걸었습니다. 한 아름이 넘는 노송들이 제법 많이 보이는 소나무 숲길을 지나 푸르른 나뭇잎들이 마냥 싱그러워 보이는 참나무 숲길을 걸었습니다. 그리 깊지 않은 안부로 내려갔다가 오른 쪽으로 인력개발원 길이 갈리는 명봉3.1Km 지점을 조금 지나 올라선 봉우리에서 통나무벤치에 앉아 잠시 쉬었습니다.


 

   1554분 명봉 2.3Km 전방의 안부사거리로 내려섰습니다. 통나무벤치에서 일어나 비탈길을 따라 내려가며 사각목의 계단 길도 지났습니다. 이내 경사가 완만한 길을 걷는 중 뻐꾹뻐국하는 뻐꾸기와 홀딱벗고(?)’를 반복하는 검은등 뻐꾸기가 번갈아 우는 울음소리가 간간히 들려왔습니다. 왼쪽 아래로 감정리 길이 갈리는 안부사거리는 해발고도가 300m에 조금 못 미치는 곳으로 여기서부터 2.3Km 떨어진 명봉까지는 계속 고도를 높여가야 했습니다. 능선 왼쪽에 쳐 놓은 철망 아래로 서 있는 나무들은 강원도산림개발연구원에서 관리해서인지 가지런히 정렬된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동안 참나무만 보이다가 수종이 물푸레로 바뀌는 등 조림의 흔적이 역력해 보이는 숲 위 능선 길을 오르는데 시간이 좀 걸린 것은 잘 익은 산딸기를 따먹어서인데 그 바람에 안부에서 고도를 170m넘게 높여 해발 470m의 무명봉에 이르기까지 힘든 줄 몰랐습니다.


 

   1732분 해발635m의 명봉에 올라섰습니다. 무명봉에서 반시간을 걸어올라 순정마루에 오르는 길이 힘들었던 것은 날씨가 더운데다 오랜 가뭄으로 목말라하는 우리의 산하를 지켜보기가 안타까워 더 그러했습니다. 4대강 개발의 잘잘못은 저 같은 문외한이 따질 일이 아니기에 논외로 하더라도, 하필이면 이 가뭄에 보의 물을 빼 하늘이 노한 것은 아닌지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만큼 가뭄은 최고조로 달해 이러다가는 우리의 산하뿐만 아니라 이 산하에 발을 딛고 사는 우리들도 같이 메말라가는 것은 아닌지 적지 아니 걱정됩니다. 순정마루에 설치된 데크전망대에 올라 서쪽 아래 골프장을 내려다보면서저 골프장도 넓은 잔디밭에 물을 주기가 쉽지 않겠다 싶었습니다. 만천리에서 혼자 올라온 아주머니 한 분과 인사를 나눈 후 순정마루를 출발해 잠시 고도를 낮추었다가 가파른 비알 길을 반시간 조금 못 걸어올라 이번 산행의 최고봉인 명봉에 올라섰습니다. 사방이 나무들로 가려 답답한 정상에서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이내 답둔이고개로 내려갔습니다.


 

   1853분 거두리버스정류장에 도착해 하루 산행을 마쳤습니다. 명봉 정상에서 답둔이고개로 내려가는 길은 처음 걷는 길이지만, 왼쪽 위로 느랏재 길이 갈리는 삼거리부터는 한 주전에 걸은 길이어서 눈에 익었습니다. 남쪽으로 대룡산 길이 갈리는 답둔이고개에서 조금 내려가 지난번에 봐두었던 샘터에서 차디찬 샘물을 떠 마셨습니다. 시야가 탁 트인 개활지에서 곧바로 내려가는 비알 길은 햇볕을 가릴 만한 나무가 없어 한 낮에 이 길로 오르다가는 땀 깨나 흘렸겠다 싶어지자 이 길을 하산 길로 택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길을 벗어나 내려선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거두리로 내려가는 길 또한 초행 길이 아니어서 19시경에 거두리를 지나는 버스시간에 맞추려 천천히 걸었습니다. 마을의 느티나무 아래 쉼터에서 10분여 쉰 후 정류장으로 자리를 옮겨 때맞춰 버스에 오르는 것으로 하루 산행을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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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봉산에서 명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에서 옆으로 퍼지고 제 멋대로 굽은  노송들을 보면서 낙동정맥 종주 중에 만나 본 경북 봉화나 울진 쪽의 금강송이 떠올랐습니다. 금강송이 여기 소나무와 가장 큰 차이는 겨울에 엄청 내리는 눈의 하중을 견뎌내는 것입니다. 금강송은 여기 소나무처럼 옆으로 퍼졌다가는 내려앉은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가지가 찢겨나가 살 수가 없다 합니다. 이 나무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수직으로 치켜 올라 겨우 내내 이고 있어야 할 눈의 양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금강송이 옆으로 퍼지지 않고 곧게 자란 것은 그렇게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쉽게 오르내리는 야산의 소나무가 옆으로 퍼지고 굽은 것도 살아남기 위해서라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금강송처럼 곧게 자랐다가는 사람들이 재목으로 쓰려고 베어가 오래 살 수 없어서라는데 과학적이지 않아 믿음은 덜 가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합니다. 보기 좋은 금강송이 대궐 짓는데 긴히 쓰여 웬만큼 자라면 베여나가는데 반해, 별반 쓸모가 없어 보이는 보통의 소나무들은 천수를 누리니 말입니다.



   살아가기가 만만치 않은 것은 사람이나 나무나 매한가지인 것 같습니다. 금강송도 보통의 소나무도 모두 주어진 환경을 탓하지 않고 스스로 이겨내며 자라듯이 사람들도 스스로 역경을 이겨내야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삶은 스스로의 몫이기에 하느님을 포함해 어느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습니다. 제 스스로 열심히 살아가는 과정에서 절망도 하고 보람도 느끼며 사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기에 종교에서 이야기되는 천국이나 지옥은 결코 우리 삶의 현장일 수 없습니다.



   땀 흘려 산을 오르내리는 등산은 제게는 치열한 삶의 현장이자 과정입니다. 아무리 오름 길이 힘들더라도 누가 저를 엎고 대신 오를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군소리 안하고 오르고 또 오릅니다. 등산이 제게 더할 수 없는 희열인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니고 제가 그 길을 걸어서입니다. 다음에 이어갈 느랏재-소양산-세월교의 산행코스를 머릿속에 그리며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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