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룡산 산행기
*산행일자:2017. 5. 11일(목)
*소재지 :강원 춘천
*산높이 :깃대봉 899m
*산행코스:고은리26번 버스종점-임도-정상 깃대봉-
- 갑둔이고개-거두2리 버스정류장
*산행시간:13시40분-18시50분(5시간10분)
*동행 :나 홀로
강원대 대학원에 입학해 춘천으로 통학을 한지도 세 학기가 다 되갑니다. 한 학기만 통학하고 춘천으로 이사를 가겠다고 마음먹은 데는 통학시간의 절약 외에 춘천의 산들을 다녀보고 싶은 것도 한 몫 했습니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이사를 못 가게 되자 춘천의 산들을 다 오르겠다는 계획을 실천할 수 없어 못내 아쉬웠습니다.
제가 춘천을 처음 가본 것은 대학교1학년 때였습니다. 한 고교 동문이 재수 차 누님이 사는 춘천으로 내려가 살고 있던 차라, 이 친구를 위로하고자 난생 처음 떠나는 여행길에 춘천을 들렀습니다. 강변에서 줄기차게 내리는 장마 비를 바라보면서 막걸리 잔을 기울였던 춘천과는 그 후로는 이렇다하게 인연을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대학 4학년 때 미팅을 하러 성심여대 캠퍼스를 찾아간 적이 있고, 중학교미술교사였던 집사람이 강원대에서 연수를 받을 때 찾아가 머문 적이 있는 정도였습니다.
춘천시내보다 더 많이 더 자주 찾아간 것은 춘천 시내를 에워싸고 있는 산들입니다. 북한강 서쪽의 산들 중 가덕산, 북배산, 계관산과 삼악산을 올랐고, 동쪽의 산들 중에는 오봉산, 용화산, 금병산을 올랐습니다. 더 오를 산들이 얼마나 남아 있으랴 했는데 전상국교수의 “춘천산 이야기”라는 책을 읽고 나서 제 생각이 틀렸음을 알았습니다. 북한강 서쪽 건너로는 삿갓봉을 제외하고 다 오른 것 같은데, 동쪽의 분지 산들은 금병산을 빼놓으면 오른 산이 없습니다.
이번 학기는 목요일 수업이 오후 1시 전에 끝나 해가 길어진 5월부터 한 산씩 오르자고 별러오다가 이번에 큰 맘 먹고 대룡산을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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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시40분 고은리 버스종점을 출발했습니다. 강원대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곧바로 잡아탄 택시가 공지천변 산책로가 끝나는 신촌리를 거쳐 신촌천을 따라 가다 소류지를 막 지나 고은리버스종점에 도착하기까지 20분가량 걸렸습니다. 택시에서 내려 산행채비를 마친 후 동쪽으로 이어지는 천변에 설치한 데크 길을 잠시 걸어 실개천을 건넜습니다. 오른 쪽 축대 위 민가 아래로 나있는 넓은 길을 따라 걸어 굵은 로프로 양옆을 막아놓고 가운데만 터놓은 곳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이내 통나무계단 길을 따라 올라가 벤치가 놓인 ‘대룡산10지점’ 삼거리에서 잠시 멈춰 서서 쉬는 동안 갑둔이고개로 올라왔다는 아주머니 한분을 만났습니다. 산행경력이 14년이라는 이 분에게 대룡산 정상에서 갑둔이고개를 거쳐 거두리로 하산하는 산행코스를 물어보았습니다.
15시15분 ‘대룡산9지점’ 쉼터에서 잠시 쉬었습니다. ‘대룡산10지점’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이어지는 길은 비교적 경사가 완만해 오를 만 했습니다. 굽이진 오름길을 닮아서인지 주위의 노송들도 허리를 곧게 펴지 못하고 구부정히 서 있었습니다. 산행시작 한 시간이 다되어 의자 몇 개를 설치해 놓은 쉼터를 지났습니다. 이 쉼터에서 조금 더 올라가자 길 오른 쪽으로 등을 눕혀 쉴 수 있는 S자형의 긴 의자가 네다섯 개 놓인 산림욕장이 보였는데 주 수종이 침엽수여서 어두침침해 보였습니다. 산림욕장을 지나자 오름길이 조금 가팔라졌습니다. 비알 길을 걸어 올라가 다다른 ‘대룡산9지점’ 쉼터는 앞서 지나온 산림욕장과 달리 연초록의 넓은잎나무들이 뿜어내는 싱그러움으로 생기가 감돌았습니다. 20분을 조금 못 걸어 ‘대룡산8지점’ 쉼터에 이르기까지 통나무 계단 길을 두 곳이나 걸어 올랐고 땅바닥을 살짝 덮은 연분홍 철쭉 꽃도 지려 밟았습니다.
고은리 버스종점에서 시간 반을 걸어 ‘대룡산9지점’ 쉼터에 이르기까지의 오름길은 오른 쪽 아래 골짜기 수레간골과 나란한 방향으로 이어졌습니다. 2004년부터 7차에 걸쳐 공지천 원류답사해온 시민단체 “춘천발전포럼”은 공지천의 원류를 고은리의 수뢰관 폭포로 비정하고 있습니다. 골짜기로 내려가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수뢰관 폭포가 저 아래 수레간골에 자리하고 있을 것 같았습니다. 두산백과사전에는 공지천의 발원지가 여기 고은리가 아닌 학곡리로 나와 있습니다. 학곡리가 틀리지 않다면 공지천의 발원지는 대룡산이 아니고 금병산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어느 쪽 하천의 길이가 더 긴지 실측하면 발원지가 어디인지 확실해집니다. 다행히 공지천의 하천길이가 길지 않아 실측이 어렵지 않습니다. 지금이라도 실제 거리를 측정해 발원지에 관한 논란을 마무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16시18분 대룡산의 정상인 해발 899m의 깃대봉에 올라섰습니다. 등산로가 답압으로 황폐해지는 것을 막고자 수입마포(?)를 깔아놓은 것을 보고 대룡산을 오르는 춘천시민이 얼마나 많은가 짐작됐습니다. 정상을 0.5 km 남겨놓은 샘터에서 시원한 샘물을 받아 마셔 땀을 식힌 후 산 오름을 계속해 임도를 만났습니다. 오토바이출입차단시설을 해놓은 임도를 건너 정상으로 내달았습니다. 대룡산정상 바로 아래 임도 길에서 만난 짙은 적색의 철쭉 꽃밭은 사람들이 조성한 화원 같았습니다. 고은리에서 3.4km를 걸어 정상에 오른 것을 기념하고자 ‘깃대봉’ 정상석 옆에 배낭을 내려놓고 증명사진을 찍고 나서 전망데크로 내려가 춘천시를 조망했습니다. 춘천시내에서 가장 높은 이 산 정상에서도 시내는 물론 주위의 산들도 제대로 볼 수 없는 것은 황사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해가 갈수록 황사피해가 심해지는데 발원지가 중국이어서 이를 줄일 뾰족한 대책이 없습니다. 제가 대학을 다니던 1960년대 말만해도 적당량의 황사가 넘어와야 우리 땅의 산성화를 막아줄 수 있다고 말하는 교수분들도 있을 정도로 그 피해가 미미했는데 이제는 이웃을 잘못 두었다는 장탄식이 절로 나올 정도로 심각합니다.
대학원학우 한 분으로부터 춘천에는 대룡산(大龍山)과 용화산(龍華山)이라는 두 용(龍)의 산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용화산은 세 번 올랐고 대룡산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저의 두 산 비교는 첫 인상에 기초한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용화산은 골산(骨山)이고 대룡산은 육산(肉山)입니다. 9년 전 후배령에서 정상을 향해 용화산을 혼자 오르는 중 바위 길에서 실족하여 10여m 낭떠러지로 추락해 119의 구조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 처음 오른 대룡산은 전형적인 육산답게 부드러운 흙길로 이어져 마음 편히 오를 수 있었습니다.
시야가 탁 트이지 않아 영춘지맥이 어떻게 뻗어나가는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춘천분지 종주산행 때 다시 오를 수 있어 그때 다시 살펴보기로 하고 깃대봉을 출발해 북진을 시작했습니다.
17시50분 갑둔이고개로 내려섰습니다. 깃대봉에서 조금 내려가 통신기지를 지났고 얼마 후 활공장에 다다랐습니다. 최고의 전망대인 활공장에서도 희뿌옇기는 마찬가지여서 이내 자리를 떴습니다. 활공장에서 갑둔이고개로 이어지는 능선 길도 부드러운 흙길이어서 대룡산은 과연 육산이다 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골산을 멀리하고 육산을 찾는 것은 체력과 함께 담력도 감퇴하기 때문입니다. 골산의 용화산이라면 바위길이 위험해 긴장을 풀지 못했을 텐데 대룡산은 육산이어서 마음 편히 발걸음을 내딛었습니다. 활공장에서 북서쪽으로 내려가 만난 삼거리를 조금 지나 통나무 의자에 앉아 숨을 돌렸습니다.
저녁나절 쉼터의 정적을 깬 것은 바람이었습니다. 조만간 비를 불러올 것 같은 거친 바람소리에 놀라 발걸음을 재촉하다가 샛노란 양지꽃과 눈이 맞아 잠시 멈춰 서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능선 길에서 저를 반긴 것은 양지꽃만이 아니었습니다. 정신머리가 사나워 제가 만난 꽃들의 이름을 까먹었지만 산속의 봄꽃들은 수더분한 외모처럼 이름 따위에 신경을 안 써 자기 이름을 불러주지 않는다고 토라지지 않았습니다. 5월은 역시 계절의 여왕이다 한 것은 고도를 낮출수록 나뭇잎이 초록색을 더해가 신록의 봄이 절정에 이른 것 같아서였습니다.
헬기장을 지난지; 한참 후 왼쪽 아래로 거두리 길이 갈리는 안부삼거리에 도착했습니다. 거두리 쪽으로 몇 걸음 내려가다가 뭔가 찜찜해 산행기를 꺼내 확인해본 즉 이 고개는 갑둔이 고개가 아니었습니다. 다시 고개로 올라가 0.6km 남은 갑둔이고개를 향해 북진하면서 나지막한 봉우리 하나를 넘었습니다. 음기가 불어오는 듯한 굽이진 고개를 막 돌자 갑둔이 고개를 알리는 “대룡산3.1km/거두리1.8km/구봉산4.5km”의 표지목이 서 있어 마음을 놓았습니다. ‘대룡산2지점’으로 표시된 갑둔이 고개에서 그대로 직진하면 명봉을 거쳐 구봉산에 이르게 됩니다만, 시간이 늦어 왼쪽 거두리쪽으로 방향을 잡고 하산하기 시작했습니다.
18시50분 거두2리 버스정류장에서 대룡산 산행을 모두 마쳤습니다. 갑둔이고개에서 왼쪽으로 내려가 서진하다가 샘터를 지났습니다. 조금 더 내려가 넓은 공터 한가운데 세워진 ‘대룡산1지점’ 안내판을 보고 잠시 멈칫한 것은 사람들이 많이 다닌 직진 길과 안내판의 하산 길인 듯한 왼쪽 길 모두 내려가는 길이었기 때문입니다. 가져간 개념도에는 외길로 나와 있어 잠시 망설이다가 사유지인 개활지 왼쪽으로 나있는 길로 내려갔습니다. 개활지를 오른쪽에 두고 몇 번을 숨바꼭질하며 내려가 시멘트 길로 내려섰습니다. 이 길을 따라 내려가 우사를 지난 다음 도로변 거두2리 버스종점에 이르자 조금씩 내려앉기 시작한 어둠이 감지되었습니다. 10분가량 기다려 26번 버스에 오르는 것으로 춘천 최고의 대룡산 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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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국 교수는 그가 지은 “춘천산 이야기”에서 대룡산을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대룡산, 이렇게 힘찬 산이름이 어디에 있겠는가? 춘천시 동쪽 동내면에 위치한 대룡산은 그 높이로 보나 크기에서 단연 춘천분지의 주봉이다. 방송국송신탑이 잇는 산 정상인 깃대봉까지 임도가 나 있어 높은 산의 신비감이 덜한 것이 아쉽긴 하지만 원래 큰 산다운 의연함만은 변함이 없다. 춘천시내 전경이 이만큼 온전하게 내려다보이는 곳을 찾기 어렵다.”
대룡산을 올라보고 전상국교수의 대룡산 소개 글이 조금도 틀리지 않음을 알았습니다. 미세먼지 부유로 춘천시내가 제대로 조망되지 않았지만, 깃대봉을 출발해 답둔이고개에 이르기까지 약 1시간 동안은 이렇게 평안하고 행복해도 되는가 싶을 정도로 마음이 평화로웠습니다. 이 산 특유의 의연함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자, 계절을 달리해 다시 한 번 오르겠다는 마음이 절로 일었습니다.
내친 김에 춘천분지 산들을 모두 올라볼 생각입니다. 다음에는 의암댐에서 출발해 드름산으로 오른 후 김유정역까지 진출해 춘천분지산 종주에 첫발을 내딛고자 합니다. 의암댐에서 시작해 시계반대방향으로 돌면서 드름산-금병산-수리봉-대룡산-구정봉-오봉산-수리봉-삿갓봉-가덕산-북배산-계관산-삼악산을 연계해 종주해보겠다는 생각만으로도 벌써부터 가슴이 뜁니다. 종주가 끝날 즈음이면 저도 모르게 춘천에 흠뻑 빠져들어 있을 것이라 상상하면서 이 글을 맺습니다 .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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