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II.평화누리길 및 강화나들길/평화누리길 탐방기

평화누리길 탐방기11(군남홍수조절지-신망리역-대광교)

시인마뇽 2019. 4. 10. 14:04

 

                                     평화누리길 탐방기11   

 

 

              *탐방구간:군남홍수조절지-신망리역-대광교(평화누리길 12코스)

              *탐방일자:2019. 4. 6()

              *탐방코스:군남홍수조절지-로하스파크-옥계리게스트하우스-신망리역-대광교

              *탐방시간:1025-1736(7시간11)

              *동행      :문산중 황규직/황홍기동문

 

 

 

 

 

  이번 11번째 평화누리길은 산에 낸 산길과 물가에 낸 천변길이 거의 반반으로 이루어져 모처럼 우리 산하(山河)를 제대로 걸었습니다. 우리의 산하에서 산과 물을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는 것은 강의 발원지가 산에 있어서입니다. 제가 산을 강의 어머니라 부르는 까닭도 산이 강을 둘러싸고 있으면서 그 강에 물을 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통적으로 우리 선조들은 강 이름에 근거해 산줄기의 이름을 지었습니다. 전부는 아니지만 상당수의 산줄기가 그렇게 이름 지어졌으니, 한강 이북의 산줄기를 한북정맥으로, 이남의 산줄기를 한남정맥으로 부르는 것 등이 그 좋은 사례입니다. 낙동강의 동쪽에 자리하고 있다 하여 이름 붙여진 낙동정맥을 태백산맥으로 고쳐 부른 것은 일제강점기에 들어서기 직전의 일이지만, 우리 학교에서는 줄곧 산맥만 가르치어 전통적인 우리 산줄기의 이름은 백두대간을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부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걸은 차탄천은 고대산에서 발원해 한탄강으로 흘러들어가는 한탄강의 제1지류입니다. 차탄천에 물을 대는 것은 이 하천을 둘러싸고 있는 산줄기들로, 한북정맥의 장암산에서 분기된 왕제지맥과 이 지맥에서 새끼 친 보개지맥이 그것들입니다. 이렇듯 산과 강은 따로 떼어놓고서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어 우리 선조는 산하(山河)라고 불러왔을 것입니다.

 

 

   1025분 군남홍수조절지의 12코스게이트를 출발했습니다. 940분에 전곡을 출발하는 55번 버스를 타고 북삼교를 건너 강 건너 마을들을 들렀다가 다시 북삼교를 건너 선곡리에서 하차했습니다. 십 수분을 걸어 찾아간 군남홍수조절지의 12코스게이트에서 마지막 스탬프를 찍은 후 길 건너 산길로 들어섰습니다. 이내 능선에 올라 북쪽으로 이어지는 작전도로(?)를 따라 걸으면서 오른 쪽 아래 농장에서 여유롭게 노닐고 있는 흑염소 여러 마리를 보았습니다. 길옆에 막 핀 수더분한 연분홍색의 진달래꽃이 반가운 것은 소월 선생의 명시 진달래를 떠올려 잠재웠던 시심(詩心)을 일깨워주어서입니다.

 

 

   고갯마루에서 잠시 누리 길을 벗어나 해발 205M의 옥녀봉(玉女峯)을 다녀왔습니다. 남성을  연상케 하는 저 건너 동쪽의 군자산(君子山, 328m)을 여기 옥녀봉(玉女峯)으로 옮겨놓아 새롭게 형상화한 듯한 거구의 그리팅 맨(Greeting Man)이 나신(裸身)으로 손님을 맞는 모습이 시골마을의 장승과 흡사했습니다. 6세기 이후 신라가 이 봉우리에 퇴뫼식 산성을 쌓았다는 안내문을 보고 임진강을 경계로 고구려와 신라가 남북으로 대치해, 고구려는 강북에, 신라는 강남에 성을 쌓은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강 건너 북삼리에 묻힌 미수(眉叟) 허목(許穆, 1595-1682)선생이라면 임진강의 물줄기와 강 건너 민통선 및 북한 땅이 한 눈에 들어오는 여기 옥녀봉을 찾아올라 시 한수를 남겼을 법 한데, 그 시가 안내판에 적힌 숲속에 살면서 흥을 풀다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고갯마루로 돌아와 표지기가 가리키는 대로 산허리에 낸 길을 따라 옥녀봉을 왼쪽으로 에돌았습니다. 산 능선을 넘어 내려선 연천로하스파크 입구의 잔디밭 벤치에 앉아 준비해간 김밥과 샌드위치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체험시설로 지어놓은 전통한옥이 눈에 띄는 로하스파크는 엄청 넓게 잡은 터에 들어선 건물이 몇 채 안되어 썰렁하다 했는데, 그 아래 조성된 아기자기한 생태습지를 보고 한 여름에는 찾아올 만하겠다 싶었습니다. 차도를 따라 내려가 만난 게스트하우스는 사진만 찍고 그냥 지나가 옥계교를 건넌 다음 78번 도로 건너편 마을로 옮겨 산으로 향했습니다. 나무 계단을 걸어 올라선 능선삼거리에서 오른 쪽의 군자산 길을 버리고 왼쪽의 상리약수터로 향했습니다. 전차도 족히 다닐만한 넓은 능선 길을 따라 40분가량 북진하다 오른 쪽으로 내려가 상리 약수터에 다다른 시각이 1448분이었습니다.

 

 

   1시간 가까이 걸은 산길이 망곡산(望哭山)에 낸 등산로임을 안 것은 산에서 내려가 차도에 세워진 안내판을 보고나서입니다. 구한말 유림들이 이 산에 올라 고종과 순종의 훙거(薨去)를 슬퍼하며 통곡하였다 하여 망곡산으로 이름 지었다는 글을 읽으면서 퍼뜩 떠 오른 것은 조선유림들의 유별난 연군(戀君) 의식이었습니다. 망곡산 뿐만 아니라 청계산의 국사봉(國思峯), 소백산의 국망봉(國望峯)이나 관악산의 연주대(戀主臺)처럼 국왕을 연모하고자 오른 산봉우리는 여기저기에 많이 있습니다. 이와 달리 몸을 던져 나라를 구한 충신을 기리고자 국왕이 지어준 산 이름은 제가 과문한 탓이겠지만 이제껏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경원선의 전철화공사 준비로 41일부터 역기능이 정지된 신망리 역을 지나면서 시내를 관통해 남북으로 뻗어나가는 철로를 사진 찍었습니다. 조금만 더 길었다면 소실점이 보였을 법한 곧게 뻗은 철로 변을 걸으면서 중학교미술교사였던 집사람이 막 결혼해서 그림에 문외한인 제게 철로와 가로수가 정연한 신작로 사진을 보여주며 원근법이 무엇인가를 가르쳐준 40여 년 전의 일이 생각났습니다. 철로를 벗어나 동쪽의 둑길로 올라서자 임진강의 제2지류이자 한탄강의 제1지류인 차탄천(車灘川)의 물 흐름이 한눈에 잡혔습니다. 와초교에 이르러 다리 아래로 흐르는 물을 사진 찍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자세히 보니 수량이 적지 않은 데도 하천 바닥이 깨끗해 보여 하천관리가 참 잘 되고 있다 했는데, 천변에 하수관(?)이 따로 설치된 것을 보고 그러면 그렇지 하고 고개를 끄떡였습니다

 

 

   또 다른 다리를 밑으로 건너 철로 옆으로 낸 길을 따라 누리길을 이어갔습니다. 백로 몇 마리가 냇가에서 유유자적하는 평화로운 모습을 눈여겨 보노라니 이 길을 평화누리길로 명명한 것은 과연 탁견이다 했습니다. 넓은 차탄천변에 가득 들어선 갈대들이 시야를 가려 차탄천의 물 흐름이 보이지 않는 곳도 여러 곳 있었습니다. 왼쪽 멀리 산 밑으로 현대식 아파트의 군부대 막사를 눈여겨보면서 차탄교를 밑으로 막 지나 보매기쉼터에 이르렀습니다. 보막보바닥보호공 공사가 진행되어 어수선한 차탄교를 지나자 둑 아래 왼쪽의 넓은 밭에서 씨를 뿌리는 일꾼들이 여러분 보였습니다. 구름이 잔뜩 끼고 바람이 점점 강해진다 싶었는데, 일기예보대로 곧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1736분 대광교 앞에서 11번째 평화누리길 탐방을 마쳤습니다. 보막교를 건너 다리 아래로 낸 천변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시뻘건 페인트로 도색한 철교 밑을 지나 내리다 말다하는 비를 맞으면서 북진해 합수점에 다다랐습니다. 합수점에서 차탄천을 따라 오른 쪽으로 진행하다 둑길로 다시 올라선 방아다리에서 줄기차게 내리는 빗길을 걸으며 북진해 만난 두 번째 다리가 대광교였습니다. 다리 앞에서 다음 탐방 길을 확인한 후 이내 시내로 옮겨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동두천역-백마고지역을 운행하는 통근버스에 올라 동두천 역으로 향하는 것으로 하루 나들이를 마무리했습니다.

 

 

   시인 김춘수는 그의 시 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이름을 불러주는 의미를 되새겼습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걸은 차탄천의 족보를 밝혀주는 것도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제 마음을 차탄천에 전하는 길이다 싶어 아래 글을 덧붙입니다.

 

 

   강의 분류는 전통적인 산줄기 분류보다 훨씬 체계적입니다. 강은 하구에서 길이가 가장 긴 물줄기를 본류로 삼습니다. 임진강은 강원도법동군의 두류산을 출발해 한강과 만나는 교하에 이르는 물줄기가 가장 길어 이 강줄기를 본류로 정했습니다. 임진강으로 흘러들어가는 한탄강은 임진강의 제1지류가 되고 한탄강으로 흘러들어가는 차탄천은 한탄강의 제1지류이고 임진강의 제2지류가 됩니다. 제 고향 파주의 유일한 강인 임진강이 교하에서 한강에 합류된다는 이유로 한강의 제1지류로 불린다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는 허탈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래도  그 덕분에 한탄강과 차탄천은 임진강의 지류에서 한강의 지류로 승격(?)되었습니다

 

 

    저희가 걸은 차탄천은 그저 그런 하천이 아니고 한탄강의 제1지류이고, 임진강의 제2지류이자, 한강의 제3지류가 되는 족보(?)에 있는 하천이라는 것을 밝혀두는 바입니다.

 

 

 

                                                       

                                                                        <탐방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