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II.평화누리길 및 강화나들길/평화누리길 탐방기

평화누리길 탐방기12(대광교-역고드름-백마고지역)

시인마뇽 2019. 4. 24. 18:38

                                                     평화누리길 탐방기12

 

 

                                        *탐방구간:대광교-역고드름-백마고지역(평화누리길 12-13코스)

                                        *탐방일자:2019. 4. 20()

                                         *탐방코스:대광교-신탄리역-역고드름-경기도종점-백마고지역

                                         *탐방시간:1010-1449(4시간39)

                                         *동행      :문산중 황규직/황홍기동문

 

 

 

 

 

    이번 12코스의 누리길 탐방이 오래 기억될만한 것은 경기도평화누리길의 끝점에서 역고드름(고드름)을 본 것입니다. 그동안 숱하게 보아온 것은 처마 끝에 얼음기둥이 매달려 있는 고드름으로, 바닥에서 위로 자라난 얼음기둥의 역고드름은 이번에 처음 보았습니다.

 

 

   12년전 계룡산을 종주하면서 한 무더기의 고드름(氷柱, iricle)을 보고 문득 하얀 눈이 생명을 연장시키고자 고드름으로 변신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래 글은 그 순간의 생각을 정리해 제 블로그에 올린 산행기의 일부입니다.

 

 

   “금남정맥의 세 번째 구간인 계룡산을 종주하면서 이 산이 쌀개봉의 동쪽 사면에 숨겨놓은 한 무더기의 고드름을 보았습니다. 바위 위에 내려앉은 하얀 눈이 그 끝에 붙어서 얼기와 녹기를 되풀이하며 키워 온 빙주의 고드름이 이리도 처절하도록 아름답게 느껴진 것은 이렇게 해서라도 자기 생명을 늘려가고자 하는 하얀 눈의 고군분투에 감탄했기 때문입니다. 정신없이 하늘을 날다가 이 땅에 내려 앉아 얼마고 쉬다보면 날씨가 풀리고 그래서 녹아버리면 일생이 끝나는 눈이 오랜 시간 생명을 부지해가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아마도 얼음상태의 고드름으로 변화해 얼음기둥을 키워나가는 것이 아닐까 해서였습니다. 진작 흰 눈으로부터 생명을 이어가는 지혜를 보고 배웠다면 이틀 후면 몸속의 나이테에 원 하나가 더 그려지는 이 세밑에서 가는 세월에 섭섭하다고 마냥 투덜대지만은 않았을 것입니다.”

 

 

   이번에 고대산의 역고드름을 보고 놀란 것은 봄비가 내려서 온갖 곡식을 기름지게 한다는 곡우(穀雨) (420)에  아직도 얼음기둥이 녹지 않고 남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처마 끝에 달려 있는 고드름이라면 지구중심에서 잡아당기는 중력과 태양열을 견디지 못해 밑으로 떨어지고 또 녹아 없어졌겠지만, 여기 고대산의 역고드름은 터널의 바닥에서 자라난 것이어서 중력에 시달릴 일도 없고, 또 햇빛이 들지 않아 태양열에 괴로움을 당할 일도 없어 오늘까지 그 형태를 유지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번 탐방길에서 제가 배운 것은 역발상(逆發想)의 지혜입니다. 고드름은 위에서 아래로 자라야 한다는 기존의 생각을 버리고 밑에서 위로 자라야 더 오래 살 수 있다고 역발상을 한 역고드름의 지혜입니다. 역고드름 종점이 경기도 평화누리길의 종점이 아니고 강원도 누리길의 출발점이라 생각하자 누리길 탐방을 여기서 끝낼 것이 아니라 고성의 통일전망대까지 가보겠다는 쪽으로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동두천역에서 백마고지역까지 오가던 경원선열차는 동두천역-연천역 복선전철건설사업으로 지난 41일부터 운행이 중단되었고, 대신 철도청에서 투입한 대체버스가 운행되고 있습니다. 동두천역을 출발해 소요산역, 대광리역, 신탄진역을 거쳐 백마고지역까지 가는 직행버스는 1일 왕복28회 운행되고, 초성리역, 한탄강역, 전곡역, 연천역, 신망리역, 대광역을 거쳐 신탄진역까지만 운행하는 완행버스는 1일 왕복64회가 운행되어, 운행횟수는 기차가 다닐 때보다 훨씬 많아졌습니다.

 

 

   1010분 대광교를 출발했습니다. 산본 집을 나서 12번째 평화누리길 탐방이 시작되는 대광교에 이르기까지 4시간이 거의 다 걸렸습니다. 소요산역에서  길을 건너, 정류장에서 대체버스로 바꿔 타 대광리역에 이른 시각은 10시 정각이었습니다. 복선전철건설사업으로 문을 닫은 역사(驛舍)를 둘러본 다음, 10분간 걸어 두 주전 누리길 탐방을 마친 대광교에 이르렀습니다. 차탄천의 동쪽 천변 길로 이어지는 다리 오른 쪽의 누리길에 발을 들이자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진노란 개나리꽃이 길 한가운데 배를 깔고 앉아 봄을 즐기는 견공과 같이 저희를 반겼습니다. 십 수분 후 시멘트다리를 건너 차탄천의 서쪽 천변길로 올라섰습니다. 천변에 세워진 연기우/이근배의병전투지의 안내문을 읽고서 구한말 의병활동이 여기 연천과 같은 시골에서도 활발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천변 길을 따라 북진하면서 차탄천 건너 지장봉에 눈길이 자주 간 것은 이 봉우리가 고대산이 아닐까 해서였는데 조금 더 걸어가자 그동안 몸을 숨긴 고대산이 제 모습을 내보여 앞서 본 고봉이 지장봉임을 확실히 알았습니다.

 

 

   천변 길을 따라 걸어 이곳은 사유지이므로 출입을 금합니다라는 플래카드를 걸어놓은 넓은 공터에 이르렀습니다. 평평한 공터를 살짝 덮은 샛노란 작은 꽃들이 연출하는 봄은 가히 환상적이었습니다. 다리를 건너 다다른 신탄진역에서 철로를 사진 찍었는데 전에 보았던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입간판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신탄진역 쉼터에서 두 친구가 싸온 김밥과 샌드위치로 점심을 함께 들으면서 40분 넘게 푹 쉬었습니다.

 

 

   그간 제가 신탄리역에서 하차해 고대산에 오른 것은 모두 세 번입니다. 그때마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입간판을 사진 찍으면서 철마의 소원이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싶어 안타깝기 그지없었습니다. 2012년 경원선 열차가 신탄리역에서 백마고지역까지 연장운행을 시작해 북으로 달리고 싶은 철마의 소원이 일부라도 성취된 것이 참으로 다행이다 한 것은 어쩌면 철마보다 제가 더 달리고 싶어서였을 것입니다

  

 

   점심식사를 끝내고 3.7Km밖에 남지 않은 평화누리길을 이어가고자 신탄진역을 출발한 시각은 1210분이었습니다. 7-8분을 걸어 철도종단점-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안내판을 보았습니다. 철로와 나란한 방향으로 북쪽으로 이어지는   시멘트포장로를 한 여름에 따라 걷기는 햇빛을 가릴 만한 쉼터가 없어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저희가 걷고 있는 이 길이 38도선 이북의 최전방지역인 연천 땅이라는 것을 실감토록 한 것은 길옆에 방치된 초소(?)들이었습니다. 시멘트건물의 초소들이 하나같이 세월의 때가 덕지덕지 끼어 있는 것으로 보아 지금은 쓰이지 않는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황규직 동문이 앞장서 자칫 그냥 지나칠 번한 길 오른 쪽 언덕 위의 역고드름을 찾아가 본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더 다행인 것은 아직 고드름이 다 녹지 않아 역고드름의 진면목을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고드름이 땅에서 솟아난 것처럼 보이는 여기 고대산 역고드름에 관한 안내문이 있어 전문을 옮겨 실습니다.

 

   “경기도연천군산서면 고대산 자락에 위치한 폐터널에 일제강점기 시절 용산과 원산을 잇는 공사로 진행되었던 터널이 일본의 패망으로 공사가 중단, 6.25전쟁 당시에는 북한군이 탄약고로 사용하면서 미군의 폭격을 받게 되었고 그러한 폭격으로 인해 터널 위쪽에 생긴 틈과 독특한 자연현상이 맞물리면서 역고드름이 생성되어진다. 길이 100m, 10m의 터널바닥에는 역고드름 수백 개가 솟아올라 있는데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크기가 매우 다양하며 12월중순경부터 자라기 시작해 이듬해 3월까지 볼 수 있다.”

 

 

 

   1337분 역고드름종점에 도착했습니다. 터널 안의 역고드름을 사진 찍고 쉼터에서 젊은 부부 한 쌍을 만나 잠시 환담을 나누면서 젊음은 영원히 변치 않는 자산임을 확인했습니다. 역고드름 쉼터에서 내려가 7-8분을 더 걸어 도착한 곳이 한 발만 더 내딛으면 강원도 철원 땅을 밟게 되는 경기도평화누리길의 끝 점인 역고드름종점이었습니다. 구 경원선의 철교 아래 역고드름종점에 도착해 동행한 두 친구가 하이파이브로 저의 완주를 축하해주고 함께 기념사진도 찍어주어 고마웠습니다.

 

 

   1348분 삼팔선으로 남북이 분단된 1945824일 이후 한 번도 기차가 다니지 않은 철교 아래 건천을 지나 15Km 거리의 평화누리길 13코스를 시작했습니다. 제가 걷고 있는 평화누리길이 경기도에서 끝나지 않고 강원도의 철원땅으로 이어지는 것이 참으로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언덕 위로 올라서자 여기 저기 밭을 덮고 있는 태양열집적판이 확 눈에 들어왔습니다. 해발200m가량의 평원에 낸 누리 길을 걸으며 돌아다본 고대산이 신탄리에서 올려다보는 고대산보다 훨씬 의젓해 보였습니다. 길가에 놓인 현무암을 보고 연천의 주상절리를 만든 화산의 발생지가 여기 철원임을 새삼 확인했습니다. 정자를 지나 구릉에 오르자 넓은 평원이 펼쳐져 궁예가 철원을 후고구려의 도읍지로 삼은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백마고지역으로 가는 길에 간간이 쇠둘레길로 명명된 평화누리길 13코스를 안내하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어 눈여겨보았습니다.

 

 

   1449분 백마고지역에 도착했습니다. 부지런히 걸으면 12Km 남은 13코스의 쇠둘레길도 해떨어지기 전에 마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무리할 것 없다 싶어 다음으로 미루었습니다. 53() 철원지역 안보관광을 먼저 한 후 남은 코스를 마저 걷기로 뜻을 모으고, 1549분에 동두천역으로 향하는 버스에 오르는 것으로써 12번째 평화누리길 탐방을 마무리했습니다.

 

 

   안내문만으로는 이해가 잘 안 되어 제 나름 역고드름이 어떻게 생성되는 것일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첫째, 터널 천정에서 물방울이 간헐적으로 떨어지는 정도의 적은 양으로는 고드름이 생길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지붕의 처마 끝에 고드름이 열린 것은 지붕 위에 눈이 쌓여 있어 가능했을 것입니다. 둘째, 오랜 세월 터널 안의 천정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면서 바닥을 파고들어가 물그릇을 만들었고, 그 물그릇에 담긴 물이 얼면서 부피가 팽창해 가운데가 봉긋 솟아올랐다는 것입니다. 독 속의 물이 얼면 부피가 늘어나는 것을 지탱하지 못해 독이 깨지지만 여기 터널의 물그릇은 바위를 파고들어가 만든 돌그릇이어서 그릇이 깨지지 않은 대신에 가운데 얼음이 볼록해지면서 역고드름이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이상의 설명은 어디까지나 제 생각일 뿐이어서 얼마든지 틀릴 수 있습니다. 위 설명에서 잘못된 부분은 고견을 들어 바로잡고자 합니다.

 

 

                                                                                    

   

                                                    <탐방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