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II.평화누리길 및 강화나들길/평화누리길 탐방기

평화누리길 탐방기14(오덕사거리-칠만암-문혜사거리)

시인마뇽 2019. 10. 14. 11:29

                                              평화누리길 탐방기14

 

 

                   *탐방구간:오덕사거리-칠만암-문혜사거리(평화누리길13-14코스) 

                          *탐방일자:2019. 10. 10()

                          *탐방코스:오덕사거리-칠만암-양지리사거리-동막리-내덕리-문혜사거리

                  *탐방시간 :9시38분-16시34분(6시간56분)                        

                  *동행      :문산중 황규직/황홍기 동문

 

 

 

 

    지난 5월 철원의 오덕사거리에서 중단한 평화누리길 탐방에 다시 나섰습니다. 그간 다섯 달 동안 평화누리길 탐방을 쉰 것은 동행하는 친구들이 모두 70세를 넘겨 무더운 한 낮에 장시간 땡볕 길을 걷는 것이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싶어서였습니다. 공식적으로 철원 땅에 조성된 평화누리길은 칠만암을 지나 양지리사거리에서 끝납니다. 강원도(?)에서 이 길을 고성의 통일전망대까지 이어 개설할 계획이지만 얼마를 기다려야하는지 알 수 없어 저희 나름대로 코스를 잡아 진행키로 하고 평화누리길 탐방에 나섰습니다.

 

   철원에서 고성으로 가는 데는 여러 길이 나 있습니다. 저희가 따로 길을 내서 갈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결국 여러 길 중에서 어느 한 길을 골라서 걸을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어느 길을 선택하느냐 인데, 아무 길이나 걷고서 평화누리길을 탐방했다고 우길 수는 없는 일이어서 저희가 걸어 갈 길을 고르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아직 평화누리길이 고성까지 열려있지 않지만, 김포의 대명항에서 여기 철원까지 이어온 평화누리길도 제주도의 올레길처럼 개인이건 단체이건 누군가가 지적소유권을 갖고 있을 터인데, 엉뚱한 길을 걷고나서 함부로 '평화누리길'의 이름을 쓰다가는 분쟁의 소지도 있고, 또 공공재인 길의 공공성을 고려한다면 저희 몇 명이  길 이름을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내내 탐방로 선택에 고심했습니다.

 

   저희 일행이 이어갈 평화누리길로 선택한 길은 지난 427DMZ평화인간띠운동본부에서 주최한 “DMZ() + 평화손잡기운동을 벌인 길입니다. 이 운동본부의 홈피에 들어가 언론에 배포한 보도 자료를 확인한 바, DMZ평화인간띠운동본부는 이 행사가 열리는 장소로 중립수역 강화에서 DMZ 고성까지 평화누리길500Km"임을 명시했습니다. 공신력 있는 단체에서 평화누리길이라 명명한 길을 따라 걷는다면, 앞으로 평화누리길 탐방기라는 제목으로 계속 글을 써나가도 문제될 것이 없겠다고 판단해 평화손잡기에 참여한 사람들의 인간 띠의 길을 따라 걷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이번에 탐방한 철원은 강원도의 최서단에 자리한 땅으로 드넓은 철원평야와 이 평야를 관통하는 협곡의 한탄강으로 널리 이름이 알려진 지역입니다. 이 지역의 평화누리길이 철원평야와 한탄강을 두루 볼 수 있도록 길이 나 있음은 물론입니다. 보름여 전에 저 혼자서 고석정에서 칠만암에 이르는 한탄강의 주상절리길과 동송벌의 농로를 따라 걸은 것은 철원의 지형적 특징을 자세히 관찰하고 싶어서였습니다.

 

   한탄강(漢灘江)은 강원도평강군의 백자산에서 발원하여 철원평야지대를 관통한 후 경기도 연천군전곡읍의 도감포에서 임진강에 합류되는 임진강의 제1지류이자 한강의 제2지류로, 강 길이는 133.4km에 달합니다. 이 한탄강을 따라 발달해 있는 철원평야는 북한의 평강 남서쪽에 위치한 해발415m의 오리산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다량의 현무암으로 된 용암이 분출되어 이루어진 용암대지로, 그 평균두께는 약 120m에 달한다고 합니다. 70만 년 전에 시작해 30-10만 년 전에 이르기까지 최소 11회에 걸쳐 분출한 용암은 남쪽으로 흘러내려가면서 구() 한탄강 유로를 따라 멀리 임진강의 동파리까지 흘러갔는데 그 길이가 무려 96Km에 이른다고 이우평님은 그의 저서 한국지형산책에 적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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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전 952분 철원의 오덕사거리를 출발했습니다. 산본 집을 출발해 전철 및 버스와 택시를 번갈아 타며 동두천역과 백마고지역을 거쳐 오덕사거리에 이르는데 4시간가량 걸렸습니다. 사거리 수퍼 주인아주머니께 물어 464번 도로가 지나는 이길검문소-도창검문소 구간은 민간인통제구역으로 걸어서갈 수는 없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백마고지역에서 오덕사거리로 타고 온 택시의 기사 분으로부터도 같은 이야기를 들었기에, 그 구간은 포기하고 대신에 양지리사거리-문혜리-남천교로 이어지는 463번도로와 43번 도로를 따라 빙 돌아가는 것으로 코스를 수정한 후, 탐방 길에 올랐습니다. 오덕사거리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지방도로를 따라 15분가량 걸어 덕고개에 이르자 칠만암으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 평화누리길안내판이 보여 반가웠습니다. 오른 쪽으로 나있는 넓은 농로로  계속 걸어 한탄강의 주상절리길과 만나는 삼거리에 다다른 다음, 주상절리길을 따라 왼쪽으로 진행했습니다.

 

   평화누리길13코스가 끝나는 칠만암에 다다른 시각은 1052분으로 오덕사거리에서 정확히 1시간이 걸렸습니다.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자연 경관이 마치 수만 개의 바위를 한데 모아 놓은 것처럼 기기묘묘한 조화의 신비를 이루고 있다하여 칠만암으로 불린다고 적어 놓은 안내판에 따르면, 여기 칠만암은 조선조 광해군 때 명장인 김응하 장군의 형제가 젊어서 무예를 닦은 곳이기도 합니다. 전망대로 내려가 협곡 안에 자리한 바위 칠만암을 사진 찍는 동안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젊은 한 분을 만나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철원의 평화누리길 개설을 위해 사전조사에 나선 길에 칠만암을 들렀다는 이 분의 말씀인즉, 강원도에서 철원 땅에 평화누리길14, 15, 16코스 개설을 준비 중에 있으며 완전 개설에는 최소 2년은 걸릴 것이라 했습니다. 14코스는 칠만암에서 정연리를 거쳐 남대천교로 이어지도록 예정되어 있는데 그 길은 군인이 통제하여 걸어갈 수 없다면서, 저희에게  문혜리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고 분명하게 일러주었습니다.

 

   칠만암에서 시작되는 평화누리길 14코스는 이길검문소와 도창검문소를 지나 도창리에 이르는 전장18.9Km의 긴 길로, 현재는 5.1Km 거리의 양지리사거리까지만 열려 있습니다. 이 길은 한탄강의 현무암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주상절리, 철원평야의 장관과 오대쌀의 진미, 세계적인 보호조인 두루미와 기러기 등 철새의 군무를 감상할 수 있는 길두루미머무는길로 안내판은 적고 있습니다. 칠만암에서 왼쪽으로 몇 걸음 옮기자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설치한 간이 화장실 크기의 장흥1호방수문이 보였습니다. 방수문 앞에서 수로를 따라 오른 쪽으로 얼마간 이동하자 오른 쪽 아래로 한탄강의 양수장과 협곡이 다시 보였습니다. ”힘들지“, ”벌써 다 왔네“, ”당신은 진정한 철인 등의 격려 글이 바닥에 적혀 있는 시멘트 길을 걸어 나지막한 고개를 넘자 차도 왼쪽으로 넓은 벌이 보였습니다. 야외 공원의 벤치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른 후 다시 한 번 저 아래 한탄강의 물 흐름을 지켜보았습니다. 예쁘장한 다리를 지나 칠만암에서 5.1Km 거리의 양지사거리에 이르자 로터리 한 가운데 조성된 꽃밭에 샛노랗게 핀 화사한 국화와 길 한 구석에 남아 있는 텅 빈 초소가 극명하게 대비되어 보였습니다. 앞으로 평화누리길이 개설될 북동방향의 464번 도로는 정연리로 가는 금강로인데 이길통제소에서 민간인 출입을 통제해 이 길을 포기하고 정남 방향의 463번 도로인 두루미로를 따라 동막리로 향했습니다.

      

   양지사거리에서 반시간 가까이 걸어 한탄강 위 외동교를 건넌 시각은 1328분이었습니다. 간헐적으로 이런 저런 차들이 지나다니는 463번 도로를 따라 걸으면서 이제껏 걸어온 평화누리길이 걷기에 참으로 편안한 길이었음을 다시 한 번 실감했습니다. 길 오른 쪽으로 아무도 들어가지 않았을 밀림이 자리하고 있어 그 너머 한탄강이 한 동안 보이지 않다가 외동교에 이르러 북쪽 발원지로 이어지는 한탄강을 다시 볼 수 있었습니다. 중간에 다리가 끊겨나가 남은 다리가 최고의 낚시터로 바뀐 옛 다리를 사진 찍으면서 이제는 한탄강과 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니 두 번에 걸쳐 고석정에서 여기 외동교까지 걸어오면서 지켜본 한탄강의 협곡이 빚어낸 명소들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다리 건너 동막리 마을을 들러 채소를 다듬고 있는 아주머니 몇 분을 만나 딱 하나 있는 음식점을 소개받았지만, 오리고기나 백숙이 모두 시간이 걸리는 음식이어서 포기하고 그 자리에서 가져간 김밥과 샌드위치로 요기를 했습니다. 하도 조용해 마치 시간이 멈춰선 듯한 동막리마을을 출발해 남쪽으로 나 있는 463번 도로의 두루미로를 따라 걸었습니다. 목덜미에 내려 앉은 햇볕이 따사로워 어느새 가을의 한 복판을 걷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그다지 높지 않은 고개를 넘으면서 용무가 있으신 분은 왼쪽 인터폰을 사용하십시오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는 굳게 잠긴 군부대 문을 보고 동행한 친구가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군부대 울타리 밖 풀숲을 깎아 정리 작업 중에 발견 되었다는 짐승의 해골이 길가에 놓여 있어 사진 찍어 왔습니다. 길쭉한 턱 안쪽으로 잇몸에 박혀 있는 이빨과 바깥쪽으로 빠져나간 이빨자리를 보면서 이빨이 빠져나가는데도 순서가 있음을 보았습니다. 오른 쪽으로 상사리 길이 갈리는 삼거리에서 조금 더 걷자 5만분의1 축척의 지형도에 나오는 대림정미소가 나타나 지도의 정확성에 절로 고개가 끄떡여졌습니다.

 

   정미소에서 조금 올라가 고개를 넘자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완만해 한 가을의 시골 풍경을 완상할 수 있었습니다. 규모가 커 보이는 2층의 내대초등학교를 바라보면서 여기 내대리의 거리가 시골거리 치고는 제법 번화한 까닭을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내대리에서 이번 탐방의 끝점인 문혜사거리까지는 1시간 거리여서 걸을 만 했습니다. 화평교회를 지나 새농어촌건설운동 우수마을로 지정된 내대1리에 이르자, 우수마을 표지석과 버섯모양을 한 정교한 돌탑이 길 한가운데 자그마한 공원(?) 안에 서 있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한참 동안 더 걸어 길 아래 낡은 슬레트 지붕의 폐가를 보았습니다. 초가지붕을 대체한 슬레이트 지붕도 시골의 집들이 양식 건물로 바뀌면서 사라진지 몇 십 년은 되었을 터인데 아직도 남아 있는 사연이 자못 궁금했습니다. 내버려진 슬레이트 지붕보다 더 문제가 될 것이 뻔한 것은 멀쩡한 산의 중턱을 깎아내고 설치한 태양열집적판입니다. 푸르른 숲을 망가트리고 설치해야 하는 태양열집적판을 두고 반대 목소리를 내는 환경단체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 것이 참으로 이상하다 싶은 것은 이들 단체들이 거의 모든 공공시설 건설을 환경파괴를 이유로 반대해왔기 때문입니다. 문혜리로 이어지는 두루미로를 걸으면서 희디 흰 두루미가 먼발치서는 꺼무스름하게 보이는 왼쪽 야산의 태양열 집적판을 보고 기겁을 하고 도망치지 않겠나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은 것도 실은 양열집적판 설치에 따른 환경훼손에 유별나게 둔감한 환경단체들에 서운한 감정을 지울 수가 없어 그러했습니다.

 

   1634분 문혜사거리에서 열네 번째 평화누리길 탐방을 마쳤습니다. 다음번에는 여기 문혜사거리를 출발하여 문혜삼거리에 이른 다음 43번 도로를 따라 남천교까지 북상한 후 남천을 따라 동쪽으로 걸어가 김화를 거쳐 육단리버스터미널까지 진행할 계획입니다.

 

   철원 길 탐방에 나선 김에 문혜사거리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삼부연폭포를 관광했습니다. 저는 이번이 세 번째지만 두 친구는 처음이라서 삼단으로 떨어지는 삼부연폭포가 볼 만 했을 것입니다. 삼부연폭포에서 신철원으로 옮겨 저녁 식사를 한 후 1910분 발 동서울터미널 행 버스에 오르는 것으로 하루 여정을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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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우평님의 한국지형산책에서 확인한 한탄강 협곡의 형성과정은 대략 이러합니다.

100만 년 전까지는 오랜 기간 침식을 받아 저평화된 구릉지대를 한탄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고 합니다. 북한 땅 오리산에서 점성이 낮은 현무암이 여러 차례 분출하여 한탄강유로를 따라 흘러 내려오면서 저지대를 메웠습니다. 현무암이 저지대를 메워 평탄지형을 만든 후, 한탄강이 이전 유로를 따라 다시 흐르면서 침식을 가해 깊은 협곡을 만들었습니다.

 

   한탄강의 물길이 깊은 협곡을 만들며 흘러 갈 수 있었던 것도 현무암의 주상절리와 한탄강의 빠른 물살 때문임도 이 책을 읽고 알았습니다. 첫째, 뜨거운 용암은 식을 때 표면부터 냉각되면서 수축이 이루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에너지가 여러 방향으로 동일하게 퍼져 대개 육각형의 주상절리가 형성됩니다. 용암대지에 한탄강의 물이 흘러들면서 주상절리의 절리면을 따라 침식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져 수직절벽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둘째, 상류와 하류의 용암대지 고도차가 매우 크다는 것입니다. 용암대지의 해발고도가 상류 쪽 동송읍에서는 약 180m이고, 하류쪽 영북 운천리에서는 약 120m로 두 지점간의 표고차가 무려 60m에 이릅니다. 이로 인해 급물살이 강바닥을 깊게 깎아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협곡의 강물이 꽁꽁 얼어붙는 한 겨울에 한탄강을 다시 찾아가 얼음 위를 걸으면서 주상절리와 협곡의 비경을 가까이에서 감상하고자 합니다. 그리하면 한탄강 협곡의 형성과정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탐방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