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I.강줄기 따라걷기/안양천 따라걷기

안양천 따라걷기1(지지대고개 발원지-안골교-덕천교)

시인마뇽 2020. 10. 13. 08:26

안양천 따라 걷기1

 

*탐방구간 : 지지대고개-안골교-덕천교

*탐방일자 : 2020. 10. 2()

*탐방코스 : 지지대고개-안양천발원지-왕곡천합수점-안골교

               -오전천합수점-당정천합수점 -산본천합수점-덕천교

*탐방시간 : 1226-1656(4시간30)

*동행       : 나홀로

 

 

  도시의 천변풍경이 결코 아름답지 못하다는 것은 소설가 구보씨의 하루로 필명을 날린 구보(丘甫) 박태원(朴泰遠, 1909-1986)의 소설 천변풍경에서 확인했습니다. 천변풍경은 일제시대에 청계천변에 살고 있는 군상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린 세태소설로 등장인물이 많고 스토리가 잘 이어지지 않아 별반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서인지 대도시를 관통하는 하천을 따라서 걸어보겠다는 욕심이 일지 않아 이제껏 큰 도시의 천변 길을 걸은 하천은 서울의 청계천과 춘천의 공지천이 전부입니다.

 

 

   지난 학기는 코로나로 일부과목이 화상수업으로 대체되고 친구들과의 모임도 거의 취소되어 여유 시간이 많이 생겼습니다. 그 긴 시간을 마냥 집에 죽쳐 있는 것도 힘들어 약 220Km 길이의 섬진강 따라 걷기에 나섰습니다. 저 혼자서 전북진안의 데미샘을 출발해 전남광양의 망양 해구에 이르기까지 총15회를 나서 섬진강 따라 걷기를 깔끔하게 마무리하고나자 코로나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멀리 떨어진 섬진강 길을 다 걷고 나자 접근이 용이한 도시의 천변 길을 간간히 걸어보는 것도, 그래서 도시 하천의 진면목을 보고 기록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싶어 산본 집에서 멀지 않은 안양천 따라 걷기에 나섰습니다.

 

 

   강이든 하천이든 물줄기를 따라서 걷겠다고 나설 때 첫 번째 부딪히는 문제는 어떻게 발원지를 찾아내느냐 하는 것입니다. 유명한 강의 발원지는 길이 잘 나있지만 그렇지 못한 강이나 하천은 지도를 보고 찾아가야 해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안양천도 그랬습니다. 우선 안양천의 발원지를 찾으려면 어느 물줄기가 본류인지를 알아야합니다. 이제껏 알아온 청계산이 발원지가 아니라는 것은 카카오맵에서 확인했습니다. 카카오맵도 틀릴 수 있겠다 싶어 국토교통부의 한국하천안내지도를 찾아들어가 본 즉 카카오맵에 나와 있는 본류와 달랐습니다. 한국하천안내지도에는 의왕 쪽에서 지지대 고개로 넘어가다 서쪽 골짜기에서 발원하는 것으로 나와 있는데, 카카오맵에는 경수국도 건너 동쪽 대안사로 가는 길과 나란히 흐르는 물줄기가 본류로 나와 있습니다. 하천의 본류를 지정하는 일은 마땅히 국토교통부가 맡아 할 일이기에 저는 주저하지 않고 한국하천안내지도를 따라 지지대고개로 안양천의 발원지를 찾아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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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6분 의왕시와 수원시를 경계 짓는 지지대고개를 출발해 안양천 따라 걷기를 시작했습니다. 산본 집에서 택시를 타고가 지지대 고개 서쪽 마루에서 하차했습니다. 고갯마루에서 의왕 쪽으로 60-70m가량 내려가 오른 쪽 계곡을 따라 올라갔습니다. 위로 가까이 보이는 능선은 한남정맥의 마루금이어서 제가 찾는 발원지는 저 능선 아래 어느 지점에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졸졸 흐르는 흐릿한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서 습지를 지나자 등산화가 젖어 물이 스며들었습니다. 조금 더 올라가자 더 이상 물 흐름이 보이지 않아, 바로 아래 물 흐름이 보이는 지점을 발원지로 삼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지도상의 발원지와 정확히 일치하는지 확인하지 못했지만 달리 발원지이다 싶은 곳이 보이지 않아 이곳을 발원지로 정하고 졸졸 흐르는 물줄기를 따라 내려갔습니다. 이내 길이 막혀 오른 쪽 국도변으로 옮겨 의왕 쪽으로 내려갔습니다.

 

 

   1313분 골사그네도보육교로 경수국도를 건넜습니다. 안양천 본류는 골사그네도보육교 바로 아래 지하수로를 통해 경수국도를 건너 의왕쪽으로 흐르다 통미마을에서 대안사 쪽에서 흘러내려오는 지류와 첫 번째로 합수했습니다. 굴다리를 두 번 지나 복잡한 의왕IC를 벗어난 후 곧 바로 오봉산마을 1단지아파트 앞에 이르렀습니다. 이쯤해서 잘 다듬어진 천변 길을 걸을 수 있겠다고 기대했는데, 이러저러한 이유로 안양천변정비공사가 지연되어 안골교까지는 천변에서 동쪽으로 조금 떨어진 경수국도를 따라 걸었습니다. 중간에 안양천으로 다가가 천변 길의 상태를 점검하곤 했지만 걸을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서너 번 국도로 되돌아가기를 거듭한 끝에 기아자동차서비스센타 뒤 안골교 다리에 다다랐습니다.

 

1410분 한강까지 29.2 Km를 앞 둔 안골교 아래에서 저전거길로 조성된 안양천의 천변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걷지 않아 냇가의 널찍한 바위에 앉아 준비해간 햄버그를 꺼내들며 물 흐름을 지켜보았습니다. 광명교를 지나 안양천은 백운산에서 흘러내려오는 오전천의 냇물을 받아 오봉산마을1단지아파트 앞에서 보다 수량이 많아져서인지 유속도 조금 빨라진 듯 했습니다. 하천 폭은 여전히 좁았는데 천변 양 쪽을 갈대 등 무성한 풀들이 뒤덮어 더욱 좁아 보였습니다. 고천4교를 지나 맑은내길 아래에 잘 조림된 대나무 숲길을 걸었습니다.

 

 

   152분 애자교를 지났습니다. 한강 합수점까지 28.2Km를 남겨 놓은 옻우물교를 지나자 자전거 길은 하천 건너편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길을 따라 안양천을 건너자 왼쪽 저만치로 제가 자주 오르는 수리산의 주능선이 눈에 들어와 반가웠습니다. 얼마 걷지 않아 다다른 다리는 모락사거리와 군포역을 이어주는 예자교였습니다. 이 다리 아래에 설치된 보()는 폭이 좁아 그저 흉내만 낸 것처럼 보였지만 보 한쪽에 낸 어로를 보고나자 그래도 흉내는 제대로 냈다 싶었습니다. 천변에 근린체육시설이 들어서고 수로를 넓게 정비한 것을 보고 안양천이 도심하천임을 새삼 느꼈습니다. 흥안대로가 지나는 군포교에 이르자 맑아진 물에서 노니는 청둥오리가 보였습니다.

 

 

   1545분 산본천과의 합수점을 지났습니다. 군포교 다음 다리는 호금교로, 이 다리를 지나자마자 안양천은 다시 당정천과 합수해 세를 불렸습니다. 호금교와 지척의 거리에 있는 금호교에 이르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는데,  이내 빗방울이 굵어져 3단접이 우산을 꺼내 비를 가렸습니다. 이제껏 저는 도심 한 가운데를 관통해 흐르는 안양천의 존재를 새까맣게 잊고 지냈습니다. 비록 산속의 계곡물처럼 깨끗하지는 못하지만 청둥오리가 찾아와 놀 정도로 하천관리가 잘되었기에 많은 시민들이 이 비를 맞으며 천변 길을 걸을 마음이 동했을 것입니다. 공들여 이 길을 관리해온 분들에 새삼 감사의 마음이 동한 것은 이 때문이었습니다. 보령교를 지나자 금정역 인근의 눈에 익은 건물들이 보였습니다. 곧 이어 산본천과의 합수점을 막 지나 호계교에 이르렀습니다.

 

 

   1656분 학의천과의 합수점인 덕천교에서 안양천의 첫 구간 탐방을 마쳤습니다. 금정역 인근의 호계교에서 첫 탐방을 마치겠다는 생각을 바꾸어 내친 김에 학의천과의 합수점인 덕천교까지 진행했습니다. 호계교를 지나 빗물로 흠뻑 젖은 자전거 길을 따라 걷는 중 잠시 주변 건물이 나무들로 가려 보이지 않자 안양천의 천변 숲이 대도시가 한 가운데 숨겨놓은 자연 숲의 섬이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왼쪽 아래 하천 한 가운데 큰 돌 위에 앉아 비를 맞고 서있는 청둥오리를 사진을 찍은 후 계속 걸어 한강합수점 25Km 전방지점인 명학교에 다다랐습니다. 안양천을 다시 건너 맞은 편 천변 길로 호안교와 전파교를 차례로 지났습니다. 비가 그쳐 우산을 접고 나자 사진 찍기가 한결 수월했습니다. 하천 건너로 학의천과의 합수점이 바로 앞에 보이는 덕천교에 이르러 하얀 꽃을 사진 찍었는데, 지나가는 아주머니 한 분이 이 꽃이 모시를 짜는 삼나무 꽃이라고 일러주었습니다. 바로 위 제방 길로 올라가 첫 구간 탐방을 마치고 인근의 버스정류장으로 이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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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인지 모르지만 안양천에 자전거길이 잘 조성된 덕분에, 이번에 편히 천변 길을 걸을 수 있었습니다. 모르기는 몰라도 안양천도 공장폐수와 생활하수로 사람들이 접근하기를 꺼렸을 만큼 오염이 심했던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아직도 상류 몇 곳의 물이 탁한 것으로 보아 한창 가물 때면 냄새도 날 수 있겠다 싶기도 합니다. 악취가 진동했을 안양천이 천변을 따라 걸을 수 있을 만큼 좋아진 것은 시민들의 환경보전에 대한 관심증대와 당국의 과감한 투자 및 관리 덕분일 것입니다. 이 모두가 이제는 먹고 살만하다는 여유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도심의 하천은 관리되지 않으면 시궁창에 불과합니다. 모든 국토관리는 엄청난 비용이 수반되는 것이어서 나라가 부유하지 않으면 제대로 관리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지질이도 못 살았던 이 이 나라를 오늘의 부국으로 만들어 천변걷기를 가능하게 해준 모든 분들에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탐방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