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I.강줄기 따라걷기/안양천 따라걷기

안양천 따라 걷기 2(덕천교-안양천생태이야기관-한강합수점)

시인마뇽 2020. 10. 28. 01:29

안양천 따라 걷기2(덕천교-안양천생태이야기관-한강합수점)

 

 

*탐방구간 : 덕천교-안양천생태이야기관-한강합수점

*탐방일자:2020. 10. 4()

*탐방코스:덕천교-안양교-충훈2-안양천생태이야기관-철새도래지-기아대교

              -금천교-고척교-오목교-양평교-한강합수점

*탐방시간:930-1722(7시간52)

*동행      :나홀로

 

 

 

   이틀 전 의왕시와 수원을 경계 짓는 지지대고개 인근에서 찾아낸 안양천의 발원지는 물이 졸졸 흘러 미미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발원지를 출발해 한강의 합수점에 이르기까지 약34km를 걷는데 11시간22분이 걸렸습니다. 안양천의 물 흐름은 시속3Km로 걸은 저보다 훨씬 빨랐습니다. 제가 안양천을 걸을 수 있는 에너지는 음식에서 취했습니다만, 안양천은 물 흐름에 필요한 에너지를 높이의 차이에서 얻었습니다. 저는 음식에서 화학에너지를, 안양천은 고도차에서 위치에너지를 확보한 것입니다. 안양천이 발원지에서 한강합수점에 이르기 까지 쓴 에너지는 제가 같은 구간을 걷는데 소비한 에너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엄청 많을 것입니다. 이동한 거리는 같지만 중간에 곳곳에서 지천 물을 받아들여 세를 불린 안양천의 몸무게는 78Kg 나가는 제 몸무게에 비할 수 없이 많이 나가기 때문입니다. 안양천 따라 걷기로 배운 것은 자연의 지형이 만든 위치에너지가 사람들이 음식을 만들어 취하는 화학에너지에 비할 수 없이 크다는 것입니다.

 

   청계산에서 흘러내려오는 학의천을 받아들여 세를 불린 안양천이 한강합수점에 다다르려면 북쪽으로 23.5Km를 더 흘러가야 합니다. 안양천 냇물의 길벗이 되어 천변 길을 걷노라면 자연스럽게 안양천생태계의 주인공들을 만나게 됩니다. 안양천친구들이라 이름 붙여진 주인공들은 크게 네 부류로 나눌 수 있는 바, 조류, 어류, 식물, 수서곤충 등이 바로 그들입니다. 안양시의 안내전단이 일러주는 안양천의 친구들은 쇠오리 등 10종의 조류, 붕어 등의 어류 10, 메꽃 등의 식물20종과 무늬하루살이 등 각종 하루살이 6종의 수서곤충입니다. 안양천생태계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천변의 시민들이 안양천친구들의 명단에 들어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제가 사람이 배제된 생태계는 결코 건강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못해 자연에 방치된 생태계가 건강하게 보전되리라 기대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이다 싶어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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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전930분 이틀 전 안양천의 1구간 따라 걷기를 마친 덕천교에서 2구간 따라걷기를 시작했습니다. 산본 집에서 택시를 타고 안양천변 덕천교로 이동했습니다. 나흘 전 안양천의 남쪽 천변을 걸은 바 있어 이번에는 그 건너편인 학의천이 안양천과 만나는 하천 북동쪽의 천변 길로 들어섰습니다. 바람에 한들거리는 코스모스 밭을 거쳐 양명교를 지나자 제방의 벽을 뒤덮은 담장이가 가을을 맞아들인 듯 잎파랑이의 색이 초록색에서 적갈색으로 바뀌어갔습니다. 물은 탁한데 잉어는 떼를 지어 징검다리 가까이로 모여들었습니다. 수암천 물을 받아들인 안양천은 한강합수점 전방 20.3Km지점인 삼성교에 이르러 삼성천과 삼막천이 합수된 하천 물을 다시 받아들여 세를 불렸습니다. 삼성교를 지나자 천변도로는 하천과 조금 떨어진 오른쪽 위 제방의 차도 바로 아래에 나 있었습니다.

 

   1054분 충훈2교에 이르렀습니다. 서쪽을 향해 흐르던 안양천은 충훈2교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물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국화꽃이 활짝 핀 꽃밭을 지나 하천 건너 왼쪽에 자리한 노루표 페인트공장을을 지났습니다. 공장폐수로 안양천이 오염된 것은 아닌가 싶어 냇가로 다가가 흐르는 물을 자세히 보았는데 냄새가 나지 않았고 물이 탁해 보이지 않았으며 돌다리 아래로 민물고기들이 모여드는 것으로 보아 공장의 폐수관리는 잘 되는 것 같았습니다. 고도가 약간 높은 오른 쪽 차도 바로 아래에 나있는 천변 길은 그늘이 져 걷기에 딱 좋았습니다. 차도로 올라가 안양천생태이야기관을 들렀으나 휴관으로 허탕치고 천변 길로 되돌아갔습니다. 화창교를 지나자 천변의 숲이 우거져 도시 속의 숲 섬을 걷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한강16Km 전방지점의 연현습지를 지나 사흘 전인 추석날 호떡을 사먹던 공터에 다다랐습니다. 반대편인 광명 쪽 천변 길을 걷고자 징검다리를 건넜으나 공사 때문에 길이 막혀 다시 안양천을 건너 이제껏 걸어온 길을 이어갔습니다. 얼마 후 하천 건너로 광명시를 알리는 함께 하는 시민-웃는 광명의 입간판이 보였습니다.

 

   1224분 안양시와 서울시의 경계점을 지났습니다. 안양천의 제방 길로 올라가 석수역 - 구일역 구간의 서울둘레길에 들어섰습니다. 한글, 중국어, 일어와 영어 등 4개 국어로 안내되는 이 길은 오른 쪽 아래로 전철이, 왼쪽 아래는 천변도로가, 머리 위에는 서부간선도로가 나 있는 제방 길입니다. 이 길을 걸으며 느낀 것은 현대는 혼재와 화합의 시대라는 것입니다. 시흥빗물장을 지나 제방 길의 의자에 앉아 햄버그로 요기를 했습니다. 얼마 걷지 않아 당신의 뱃살은 안녕하십니까를 점검하는 폭 26.5cm의 틈(?)을 무사히 통과하고 나자 1년 남짓한 체중감량노력이 헛되지 않았다 싶어 가슴 뿌듯했습니다. 천변 길로 다시 내려가 메밀꽃밭을 지났는데 강원도 평창의 봉평에 조성된 메밀밭에 한참 못미쳐 보였습니다.

 

   1347분 안양천 벚꽃 거리 제방 길로 올라가 벚꽃나무 터널의 그늘 길을 걸었습니다. 독산배수문을 지나 금천교 앞에서 왼쪽 천변 길로 내려갔습니다. 길 왼쪽의 생흙 단지를 보자 바로 옆 시멘트 보도와 대비됐습니다. 천변에 조성된 작은 논은 누렇게 익은 벼가 가득 차 보기에 좋았습니다. 야외구장 등 근린체육시설이 들어선 것을 보고 역시 서울의 공지활용이 경기도와는 다르다 했습니다. 철산교를 지나자 하천 가운데 희끄무리한 모래섬이 보였습니다. 오른 쪽 위 서울둘레길은 사흘 전에 걸은 길이어서 이번에는 그 아래 천변 길을 걸었습니다. 광명대교가 가까워지자 고척의 돔 야구장이 눈에 들어와 그 외관을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한강9Km 전방지점의 광명대교에서 잠시 쉬면서 백로의 고고한 자태를 지켜보았습니다. 구로구에서 세운 안내판에 안양천의 길이가 34.8Km로 명기되어 있으나 발원지가 어디인지는 적혀 있지 않았습니다. 오른 쪽 구일역과 왼쪽 고척돔장이 확연히 대비되는 고척교를 지나 7-8월에 꽃을 피우는 검정사초를 사진 찍었습니다. 신장2교에 이르자 다리 아래에서 6명이 한 팀이 되어 힘내라 대한민국을 북돋우는 노래를 불러 잠시 멈춰 서서 박수를 쳤습니다. 길가에 피어 있는 색색의 코스모스가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절제된 질서 속의 조화 덕분일 것입니다. 한강 전방5.7Km 지점의 오금교를 지나자 안양천의 하구가 얼마 남지 않았다 했습니다.

 

   1557분 한강 전방 약5Km지점인 도림천과의 합수점을 지났습니다. 억새구장을 지난 후 천변 길에서 중턱의 수변생태순환길로 올라서자 저 아래 하천이 뚜렷이 조망되었습니다. 오목교를 지나서는 목동야구장이 아주 가깝게 보였습니다. 다시 뚝방길로 올라서 벚꽃 터널 길을 걷다가 또 다시 천변 길로 내려갔습니다. 목동교부터는 물이 많이 탁해 보였고 하천의 폭이 넓어져 한강이 가까워졌다 싶었습니다. 양평교에 이르자 이대목동병원이 확 눈에 띠었습니다. 야외파크장을 막 지나 한강으로 흐르던 물이 역류하는 것이 보였는데, 이는 바닷물이 한강으로 밀려들어오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1722분 한강합수점에 도착해 안양천 따라 걷기를 마무리했습니다. 양평교를 지나자 비가 흩뿌리기 시작했습니다. 비가 내리면서 바람도 세게 불어 우산을 받쳐 들기가 힘들었습니다. 양화교를 지나고 염창교를 지나 한강합수점에 이르러 더욱 바람은 드세게 불고 물결은 거칠어졌습니다. 성난 파도 너머로 난지도가 아주 가깝게 보였고 그 오른 쪽 멀리로 북한산이 보였습니다. 우산을 접고 안양천 하구에 놓인 다리를 건너 안양천변 따라 걷기를 모두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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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양천 하구에서 염창역으로 자리를 옮겨 5호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시작은 미미 하지만 끝은 창대하다는 성경말씀을 떠올렸습니다. 수원의 지지대고개에서 확인한 발원지에서 안양천은 물이 졸졸 흘러 더 할 수 없이 미미했는데, 불과 34Km를 흘러 한강에 이르자 수량(水量)이 측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엄청 늘어 창대해진 것을 두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안양천이 시작은 미미했으나 끝이 창대할 수 있는 것은 안양천의 포용과 순응 덕분이 아닌가 합니다. 안양천은 34Km를 흐르면서 곳곳에서 흘러내려오는 지천의 물을 받아들였습니다. 지천의 물이 많은가 적은가, 또 깨끗한가 더러운가를 따지지 않고 모두 받아들이는 포용력은 안양천이 세를 불리는 원동력이 되었을 것입니다. 끝이 창대해진 또 하나의 이유는 물이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른다는 자연의 질서에 안양천이 순응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거꾸로 한강 물을 몰고 발원지 쪽으로 갔다면 다 밑으로 흘러가버려 끝이 엄청 미약했을 것입니다. 우리네 삶에서도 시작은 미미하나 끝이 창대해지려면 포용과 순응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입니다.

 

 

                                                  <탐방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