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백두대간·정맥·기맥/백두대간 종주기

백두대간 종주기30(저수령-묘적령)

시인마뇽 2007. 1. 3. 09:51
                                                   백두대간종주기30

 

                               *대간구간:저수령-시루봉-솔봉-묘적령

                               *산행일자:2005. 5. 28일

                               *소재지  :충북단양/경북예천

                               *산높이  :시루봉1,110미터/솔봉1,102미터

                               *산행코스:월산마을-저수령-시루봉-싸리재-솔봉-묘적령-사동리-장정

                               *산행시간:6시56분-15시26분(8시간30분)

                               *동행      :나홀로


  작년에 간헐적으로 이 구간 저 구간을 기웃거렸던 백두대간을  올해부터는 제대로 한번 밟아보고자 안내산악회의 정기산행에 합류했습니다.  올 들어 피치 못할 개인 사정으로  징검다리 식으로 네 구간을 건너뛰었는데 이 달 들어 저 혼자 이 구간들을 모두 밟아 대간 길을 이어갔습니다.  막상 저 혼자 백두대간을 뛰고 나자 불편하기는 해도 대중교통을 잘 이용하면 “나 홀로 종주”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안내산악회를 이용하는 것보다 시간과 비용이 배 이상 들어가고 출발 전 계획 수립에 엄청 신경이 쓰여 바쁜 사람들에는 “나홀로 산행”이 그리 권장할 만한 것은 아닌 듯싶었습니다. 


  어제는 저수령-시루봉-묘적령 구간을 뛰어 비로소 이화령에서 도래기재까지 전 구간 종주를 마쳤습니다.  아침 6시56분 충북단양의 월산마을을 출발해 저수령으로  향했습니다. 서울에서 단양까지는 열차로, 단양에서 월산마을까지 버스로 옮겼습니다. 해가 일찍 떠 서인지한 한 주전 이 길을 걸을 때보다 훨씬 많은 새들이 더 크게 짖어대는 것 같아 반가웠고, 제천-단양 축협에서 운영하는 널찍한 소백산 목장에서 아침운동을 하느라 바삐 움직이는  한우들의 모습이 이채로웠습니다.


  7시35분 저수령을 출발해 대간종주를 시작했습니다.

벌재에서 이곳 저수령까지 2시간 10분 만에 주파했다는 강릉시청 종주대원들이 제게 기념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해와  자신감 넘치는 그들의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아 준 후  촛대봉으로 올랐습니다. 소백산 목장을 왼쪽으로 끼고 돌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는데도 날이 후덥지근해  땀을 많이 흘렸습니다.


  8시6분 해발1,080미터의 촛대봉에 올랐습니다.

지난 토요일에 오른 문봉재가 서쪽 방향으로 자리 잡고 있었고, 북동쪽으로 이번 대간 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시루봉이 가까이 보였습니다. 싸리나무 밑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고비 밭을 지나 투구봉에 오르자 앞으로 오르내릴 대간 능선이 한눈에 잡혔고 만개한 철쭉꽃들이 불러들인 벌과 나비가 날개 짓을 하며 이 꽃 저 꽃들을 바쁘게 옮겨 다녔습니다.


  8시43분 투구봉에서 20분을 더 걸어 해발 1,110미터의 시루봉에 올랐습니다.

투구봉보다 봉우리는 높았으나 나뭇잎에 시야가 가려 산세를 제대로 조망하지 못한 채 헬기장으로 내려섰습니다. 여기서부터 길 왼쪽의 비탈면에 침엽수인 잣나무 숲이, 오른 쪽으로는 참나무 등 각종 활엽수가 숲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왼쪽 비탈면에는 잣나무의 기세에 눌려 거의 풀들이 자라나지 못하고 적갈색의 잣나무 잎만이 땅을 덮어 불모지인 듯싶었고, 오른쪽 비탈면의 활엽수림 안에는 다양한 종의 초록색 풀꽃들이 자라고 있어 선명하게 대비되었습니다.


  9시41분 1,053봉에서 짐을 풀고 10분간 쉬었습니다.

2.5키로 떨어진 야목마을로 내려서는 길이 오른 쪽으로 나있는 삼거리안부인 배재에서 15분을 더 걸어 오른 1053봉에서 오랜지를 까먹자  하루살이와 날파리들이 윙윙거리며 제 주위로 몰려들었습니다. 1053봉에서 10여분을 걸어 배재에서 약 1키로 떨어진 싸리재로 내려섰습니다. 오른쪽으로 원용두마을로, 왼쪽으로는 단양유황온천으로 하산길이 갈라지는 십자안부인 싸리재를 지나 오르내림이 별로 없는 몇 개의 봉우리를 넘고 넘어 흙목정상에 다다르자, 2002년3월 이곳 예천군 하리면의 면장, 파출소장등 지역유지들이 이 높은 곳을 올라 성공적인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며 심어 놓은 나무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습니다.  전나무로 보이는 기념식수 나무들이 높은 산위의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제대로 자라나지  못하고 영 부실해보여 땀 흘려 나무를 심은 이곳 지역유지들의 명성에 누가 될까 염려되었습니다.



  11시22분 뱀재로 불리는 헬기장 근처의 숲길에서 점심을 들었습니다.

어제는 도통 바람이 불지 않아 한여름의 더위가 가감 없이 몸에 전해져  산행코스가 완만하고 쉬운 편이었는데도  땀이 많이 나 힘들었습니다.. 흙목정상 출발 20분 만에 지난 송전탑에서 헬기장까지 대간 길은 더할 수 없이 편안했습니다.  김밥을 먹던 중 숲 속에서 짐승이 움직이는 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려 혹시 멧돼지가 아닐까 하여  공간이 넓은 헬기장으로 자리를 옮겨 대비를 했습니다.,


  11시33분 헬기장을 출발해 솔봉으로 향했습니다.

산나물을 채취하는 많은 분 중 어떤 분은 개를 데리고 와 오가는 사람들을 겁나게 했습니다. 점심시간에 저를 긴장시킨 짐승이 멧돼지가 아니고 나중에 그분들이 데리고 올라온  황견임을 알고 나자 화가 나면서도 긴장이 풀렸습니다. 헬기장을 출발한지 30분 만에 해발 1,103미터의 솔봉에 올랐습니다. 나침판으로 묘적령의 위치를 확인하고 북동쪽으로 방향을 잡아 전진했습니다. 솔봉에서 묘적령까지 40분 거리여서 중간에 쉬지 않고 내달렸습니다.


  12시57분 묘적령에 다다랐습니다.

솔봉 출발 48분후 도착한 묘적령은 지난 3월에 잔설을 밟으며 처음으로 찾았던 곳입니다. 솔봉에서 묘적령에 이르기 까지 몇 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렸는데 오전 산행과는 달리 진이 빠져서인지 조금은 힘들었습니다. 다행히도 간헐적으로 바람이 조금씩 불어와 땀을 식혀주곤 했습니다. 솔봉을 출발한지 15분 후에 모시골 정상을 지났습니다. 이곳에서 1.7키로 오른 쪽으로 내려가면 모시골 마을인데 이 마을에서 제일 높은 곳이 이곳이어서 모시골 정상이라 부른다 합니다. 그러고 보니 흙목정상도 같은 이유로 붙여진 이름으로 작명법이 독특했습니다. 마지막 10여 분간 산 오름을 계속해 다다른 묘적령의 표지판 앞에서 두 다리를 쭉 뻗고 숨을 고르고 나자 지난 3월에 오른 묘적봉과 도솔봉이 분명하게 눈에 들어와 반가웠습니다.


  13시7분 묘적령 바로 밑에 자리 잡은 안부에서 왼쪽으로 나 있는 사동리길로 들어섰습니다. 급경사의 내리막길을 로프를 잡고 내려서자 졸졸 흐르는 계곡물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후 내려선 임도를 건너  다시 계곡 길로 들어서 하산을 계속했는데 계곡물소리가  점점 커져 동네가 가까워졌음을 직감했습니다.


  14시 8분 계곡을 빠져나와 시멘트 길로 들어서기 직전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오가는 이들이 아무도 없는 계곡의 물속에 들어가 냉수욕을 하고나자 온몸이 개운했습니다. 목욕을 끝내고 재빨리 옷을 갈아입었는데도 어느새 20분이 훌쩍  지났습니다. 버스가 출발하는 장정마을까지 얼마나 내려가야 하는지를 몰라 더 이상 쉬지 못하고 서둘러 짐을 챙겨 다시 하산 길에 나서 아쉬웠지만, 심산유곡의 차디찬 계곡물에 몸을 담가 더위를 몰아낼 수 있는  여름산행이 앞으로도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며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14시43분 소백산 산불감시 통제소를 지났습니다.

15시26분 사동리 마을회관을 지나 장정마을의 버스정류장에 도착해 8시간 반의 하루산행을 마무리 짓고  시내버스로 단양역으로 돌아와 17시26분 청량리행 열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어제로 올 들어 건너 뛴 구간의 대간 길을 모두 밟고 나자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시골 여름의 저녁 풍경이 그리도 넉넉하게 보였습니다. 밤 10시가 다 되어 과천 집에 돌아와 짐을 정리하고 모처럼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