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백두대간·정맥·기맥/백두대간 종주기

백두대간 종주기29(벌재-저수령)

시인마뇽 2007. 1. 3. 09:49
                                            백두대간 종주기29

 

                              *대간구간:벌재-옥녀봉-문봉재-저수령

                              *산행일자:2005. 5. 21일

                              *소재지  :충북단양/경북문경

                              *산높이  :문복대1,074미터

                              *산행코스:월산마을-저수령-문봉재-옥녀봉-벌재

                              *산행시간:7시-10시33분(3시간33분)

                              *동행      :나홀로


  지난 5월1일에 이어 다시 그제 밤 11시30분 청량리 역을 출발하는 기차를 탄 것은 그동안 건너 뛴 백두대간을 오르기 위해서였습니다. 아침 6시15분에 단양을 출발하는 저수령 행 시내버스를 타야 벌재-저수령과 부리기재-작은찻갓재의 두 구간을 하루에 마칠 수 있기에 전날 밤 출발하는 기차를 타 새벽 2시 반에 단양역에 도착, 택시로 신단양으로 옮겼습니다. 목욕탕에서 얼마고 눈을 붙였다 5시에 기상하여 샤워를 마친 후 한 음식점에서 국밥을 사 들고 나서 저수령행 버스에 올라 40분 남짓하게 이른 아침의 한적한 시골길을 달려  월산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아침 7시 정각 월산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아스팔트길을 따라 30분을 걸어올라 충북단양과 경북예천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해발 850미터의 저수령에 올라서자 예천 쪽에서 불어오는 산바람이 제법 냉랭해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저수령 바로 밑에 1995년 쌍용제지 산악회원들과 함께 소백산에 오르고자 하루 밤을 묵었던 소백산관광목장이 자리 잡고 있었고, 저수령 고개 마루에는 경북 예천군에서 저수령의 내력과 주변의 산세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안내판을 세워 놓았습니다.  이 고개를 넘을 때에 하도 힘이 들어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하여 이름 붙여진 저수령 고개 마루의  주유소는 휴업중이고 휴게소도 문을 열지 않아 이 고개를 이용하는 차량이 그리 많지 않음을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7시45분 저수령을 출발, 문봉재로 향했습니다.

들머리에서 용달산으로 갈라지는 봉우리에 오르기 까지는 예천군에서 나무계단도 설치해 놓아 공들인 흔적이 뚜렷했습니다. 이 봉우리에서 우측으로 난 대간 길로 들어서자 왼쪽 비탈에는 침엽수인 낙엽송이, 오른쪽 비탈에는 활엽수인 참나무가 숲을 이루어 대조되었습니다.


  8시55분 해발 1,074미터의 문봉재에 올랐습니다.

문봉재에 오르니 문복대라는 표지석이 세워져 어느 이름이 맞는지 어리둥절했습니다. 잠시 짐을 내려놓고 식수로 목을 축였습니다. 문봉재에서 하산하다가 40대로 보이는 대간 꾼 한분을 만났습니다. 벌재에서 출발해 죽령에서 종주산행을 끝낼 계획이라는데 저 같으면 두 번에 나누어 할만한 거리여서 그 분의 갈 길이 바쁠 것 같아 긴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습니다. 도대체 백두대간의 그 무엇이 저 분을 이곳에 오게 했을 까 생각해보았습니다. 대간 종주가 결코 편한일이 아니고 돈 생기는 일도 아닌데 이 먼 곳까지 달려와 산행을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산이 거기 있기에 산에 오른 다”는 산악인 멀러리의 명언처럼 백두대간이 이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더하여 제가 대간종주를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혼자 먼 길을 오랜 시간 땀 흘리며 걷는 종주산행이 마치 고행을 하며 살아가는 우리네 삶의 역정을 축약한 듯싶어서입니다.


  9시30분 옥녀봉에 올랐습니다.

옥녀봉에 다다르기 전 철쭉나무 여러 그루가 연분홍 꽃을 활짝 피워 주위가 화사했습니다. 이 꽃들을 카메라에 옮겨 담고 나서 알맞게 부는 산바람을 맞으며 능선 길을 걸어 옥녀봉을 올랐습니다.  옥녀봉에 오르자 이름모를 새들이 노래해 저를 반겼습니다. 주변의 산세를 조망하면서 10분 가까이 쉬고 나서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벌재로 하산 하는 길 양옆에 둥굴레가 군락을 이루고 있었는데 그 규모가 정말 대단해 이렇게 드넓은 둥굴레 군락지를 보기는 난생 처음이었습니다.  15분을 넘게 걸어도 끝나지 않을 정도로 둥굴레 밭이 길고  넓었습니다. 낙엽송 숲 속에 자리한 둥굴레가 피운 하얀 꽃들이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있어 보기에 참 좋았습니다.


  옥녀봉에서 20여분을 걸어 해발 823미터의 돌목재로 보이는 십자안부에 내려섰습니다.

다시 무명봉을 올라 능선을 걷자 얼마 후 산불감시초소에 다다랐는데 이 주위에도 둥굴레가 떼를 지어 자라고 있었습니다. 하산 길에 저수령에서 통화를 한 동로면의 택시기사분에 다시 전화를 걸어 벌재로 바로 와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10시33분 해발 625미터의 벌재에 도착해 지난 2월 시간이 없어 포기했던 벌재-저수령 구간의 종주산행을 마쳤습니다. 택시를 기다리는 동안 벌재고개 사진을  몇 커트를 찍었습니다. 시원스레 넓게 나 있는 고개 길을 넘나드는 차들이 그리 많지 않아  어느 누군가가 이곳에 휴게소를 만들었다면 틀림없이 신풍령 휴게소처럼 문을 닫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숲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 희망이 있다.”

산림청에서 저항령을 지나는 산객들에 전해주고자 하는 메시지입니다. 저는 숲에 미래만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의 현재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숲 속에 발을 들이면 온몸이 개운해지고 마음이 편안해 엔돌핀이 살아납니다.  숱한 생물들이 공존하고 있는 숲은 상생의 장이기에 우리의 현재가 있습니다. 숲에는 또한 우리의 과거가 있습니다. 미래를 위해 1960-70년대에 사방사업을  펼친 결과 온 산하가 푸르고 울창해졌습니다. 오늘 날의 울창한 숲은 지난 시절  땀 흘려 산림녹화사업을  분들의 과거를 담고 있기에  숲 속에 우리 선조의 애환이 역사로 녹아 있는 것입니다. 제가 숲을 사랑하는 것은 숲은 우리의 과거이자 현재요, 또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숲이 주로 자리하는 곳은 산입니다. 산 또한 과거요, 현재요, 미래로 제 삶의 현장이고 상생의 장이기에 저는 앞으로도 산을 즐겨 찾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