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맥구간:것고개-송마리-수안산-오성화학
*산행일자:2005. 9. 15일
*소재지 :경기 김포
*산높이 :수안산 147미터
*산행코스:것고개-마송3거리-송마리-대곶중학교앞-수안산-오성화학앞
*산행시간:11시5분-18시2분(6시간57분)
*동행 :나홀로
어제는 산에서 길 찾기 훈련으로 하루를 다 보냈습니다.
7시간 동안 정맥 길을 종주하며 오른 봉우리 중 가장 높은 봉이 해발147미터의 수안산이어서 산을 오르느라 흘린 땀보다 제 길을 찾느라 흘린 땀이 훨씬 많았던 하루였습니다. 산길이 제대로 나있지 않아 풀숲을 헤쳐 나가기를 몇 번이나 하면서 종종 알바를 한 것은 표지리봉조차 제 곳에 제대로 걸려 있지 않아 마루금을 제대로 긋기가 난감한 지도와 선답자의 산행기에 전적으로 의존해 산행을 해서였습니다. 몇 번의 알바로 어렵사리 정맥 길을 잘도 이어왔다고 제 스스로를 대견해 했는데 마지막으로 국궁장에서 낮은 봉우리를 올랐다가 오성화학으로 내려서는 길을 잘못 들어 이번에도 마루 금을 한 참 벗어난 곳으로 내려와 하루 산행을 마쳤습니다.
산이 얼마나 산다우냐의 척도는 무엇보다 산 높이가 첫 번째라고 많은 분들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고 골이 깊으면 자연 수량도 많아져 산다울 수 있다는 생각이 “태산이 낮다 하되 땅위에 뫼이로다”라고 하지 않고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라고 읊은 봉래 양사언 선생의 시조를 보아도 과히 틀리지 않은 듯싶습니다. 어제 오후 대곶어린이 집에서 우측으로 포도밭 옆을 지나고자 할 때 밭주인이 저를 불러 따지듯이 무슨 일로 그 길로 들어서느냐 물어와 한남정맥 종주 차 정맥 길을 찾아 오르는 것이라고 아무리 자세히 설명해도 무슨 얘기인지 알아들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 것도 한남정맥의 산들이 워낙 낮아 등산하는 산객들이 찾을만한 산이 아닌데 왜 나이도 지긋한 점잖은 사람이 남의 밭을 지나가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애초부터 한남정맥 종주는 고산준령을 오르내리는 대간 종주와는 다를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러기로서니 낮은 산을 종주한다는 이유하나로 산객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도토리나 줍고 버섯이나 따러 다니는 사람으로 치부되고 나니 그리 기분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11시5분 갓고개에서 2번째 종주를 시작했습니다.
마송리 시가지를 벗어나 강화방향으로 조금 가서 다다른 48번 국도상의 고개마루 갓고개에서 길 왼쪽으로 나있는 들머리로 들어섰습니다. 잠시 후 80봉에 오르고 왼쪽으로 확 꺾어 내려가자 군부대의 철조망 울타리가 나타나 이 울타리를 따라 왼쪽으로 진행해 군부대 정문 앞에 다다랐습니다. 작년 여름 한북정맥 종주 시에 하도 많이 철조망울타리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오르내렸기에 이제는 이골이 났을 뿐더러 철조망 울타리가 길안내를 잘 해주어 알바 할 염려가 없어 안심되기도 했습니다. 일일이 산행기와 지도를 보고 길을 확인하며 운행하느라 초반부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과수원을 옆으로 지나는 길을 찾지 못해 몇 번을 왔다 갔다 한 것이 첫 번째 알바였습니다. 과수원 옆을 지나며 작년 여름 한북정맥을 종주할 때 길안내를 맡아줬던 충북옥천의 장룡산악회 표지리봉을 보자 반갑고 안심되었습니다. 과수원을 지나 다시 만난 군부대 울타리로 내려서기 직전 전주이씨 일가의 묘지에서 짐을 풀고 숨을 돌렸습니다.
12시26분 13분간의 휴식을 끝내고 군부대 울타리 가까이로 내려서 우측으로 향했습니다.
20분 가까이 철조망 울타리 옆으로 난 길을 오르내리다가 울타리는 왼쪽으로 꺾였고 대간 길은 소나무 밭을 지나 공원묘지로 이어졌는데 공원에는 사흘 후면 한가위라서인지 생화와 조화가 놓여진 묘지가 여기 저기 눈에 띄었습니다.
12시49분 공원묘지를 지나 대창무늬목 안내목이 세워진 삼거리에 이르자 오른쪽으로 한성신약의 큰 공장이 보였습니다. 삼거리에서 왼쪽 도로를 따라 잠시 걷다 금성공압 맞은편의 공사장 공터를 가로 질러 산속으로 들어섰습니다. 2번째 알바는 산속으로 들어선 다음부터였습니다. 산속에 들어서 아주 낮은 왼쪽으로 얼마고 직진했는데 이상하다 싶어 나침판을 보았더니 다시 북서쪽으로 가고 있어 되돌아와 남동쪽의 시멘트 길로 내려서느라 10여분을 까먹었습니다. 시멘트길 건너편의 초록색 철망울타리를 개구멍으로 기어 들어가 통과한 후 산소위에 쳐진 낡은 철조망울타리를 왼쪽으로 끼고 돌아 한참을 진행해 13시 49분에 KTF 중계기를 지났습니다.
13시55분 KTF중계기에서 포장도로로 내려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고개 너머 우리식당을 들렀습니다. 준비해간 김밥만 먹고나오기가 민망해 맥주1병을 시켜 마셨습니다. 시원한 맥주가 입안으로 들어가자 술기운이 온몸으로 퍼져 나른해졌습니다. 20분간의 휴식을 끝내고 소로를 따라 석정리로 나가 다시 왼쪽으로 돌아 송마리로 이어지는 왕복 2차선의 지방도로의 갓길을 걸었습니다.
15시 정각 45분간의 (주)대기이엔시 길 건너편 조금 위의 고개마루에서 위험한 갓길행진을 끝내고 오른쪽의 산길로 들어섰습니다. 석정리에서 출발하여 조경이 뛰어난 (주)서일김포공장을 지나 송마리 시가지로 들어서자 길 건너편에 “송마1리팔거리부락”의 표지석이 세워져 있어 선답자들처럼 저도 그 표지석을 사진찍었습니다. 고개마루까지 걸어올라 갓길행진을 끝내고 보니 화물차량도 많고 길 폭이 좁아 위험한 길을 걸어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5시 정각 고개마루 삼거리에서 오른 쪽으로 난 산길로 들어서 교통호를 따라 나지막한 봉우리로 올라서자 이 길이 내가 걸어갈 길이구나 싶어 반가웠습니다. 봉우리에서 능선을 따라 얼마고 진행하자 갈림길이 나타나 이곳에서 왔다 갔다 하며 어느 길이 맞는가를 확인하느라 또 10여분을 지체했습니다. 왼쪽으로 난 길을 택해 고구마밭과 헬기장을 지나 대곶어린이집 앞으로 내려섰습니다.
오른 쪽의 포도밭을 비껴가고자 풀밭으로 올라서는데 포도밭 주인이 저를 불러 세우며 왜 그리로 가느냐고 따져 물어와 자초지종을 설명했는데 그리로 지나간 배낭을 맨 사람들이 포도와 밤을 몰래 따먹느라 밭을 버리고 나무를 훼손시켰다며 산도 아닌데 왜 가느냐고 막무가내로 안 된다고 우겨 별 수 없이 행로를 바꾸어 시내로 삥 돌아 대곶중학교 앞으로 갔습니다. 그래도 미안했던지 포도 한 송이를 건네주어 싱싱한 포도를 맛있게 들었습니다.
16시5분 대곶중학교에서 큰 길을 건너 수안산으로 이어지는 들머리로 들어섰습니다.
트랙터는 충분히 다닐 만한 시골 길을 따라 15분을 걸어 한 곳에 이르니 지난 일요일 남원의 봉화산에서 내려와 만난 야생화 미꾸리낚시(?)와 개여뀌(?)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보기에 참 좋았습니다. 여기서부터 교통호가 시작되었고 나뭇잎으로 옷을 가리고 얼굴을 검게 칠한 군인들이 여기 저기 매복해 있어 처음에는 훈련 중이어서 수안산을 못 오르는 것이 아닌 가해서 걱정했습니다.
16시45분 해발176미터의 수안산에 오르자 북서쪽으로 먼발치에 강화대교가 눈에 띄었습니다. 수안산성과 이산의 신령들이 선조들을 잘 지켜낼 것이라고 믿어 정상부근에 묘 자리를 잡은 후손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정상에서 조금 내려서자 수안산 신령지묘 비가 세워져 있었습니다.
17시3분 국궁장을 지났습니다.
활 잡은 몇 분들이 제게 풍수를 보러다니냐며 얘기를 들려달라기에 산줄기를 따라 종주를 하는 중이라 했더니 조금은 실망하는 눈치였습니다. 140미터 거리의 국궁장을 지나 봉우리로 올라섰다 오성화학으로 내려서는데 이번에는 완전히 마루금에서 오른 쪽으로 한참을 벗어나 엉뚱한 곳으로 하산했습니다. 찻길로 내려서 왼쪽으로 4-5분을 이동해 고개마루에 다다르자 길 건너 맞은편에 오성화학 공장건물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18시2분 오성화학 앞에서 종주를 마치고 양촌까지 택시로 옮겨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어두워지기 시작해 스무네미고개에서 진출하겠다는 애당초 계획을 접고 오성화학에서 종주를 멈춘 것은 길을 찾느라 시간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서였기에 다음부터는 아침 일찍 서두를 생각입니다.
낮은 산을 다닌다는 이유로 오해를 받고나자 이해의 고마움을 절감했습니다.
이해란 자세를 낮게 하고 자기가 아닌 상대방의 눈으로 보고 들어야 가능할 것입니다. 저도 시골 출신이라서 다 기른 농작물을 도난당하거나 망치게 되었을 때 절망감과 분노를 잘 알고 있지만 밭주인의 강변을 이해하려고 애쓰지는 않았습니다. 그 분 또한 저 같은 산 꾼에 우호적인 태도를 갖기가 어려운 듯싶어 보였습니다. 쌍방의 몰이해로 정맥 길을 못 밟고 돌아가야 했음은 어찌했던 유쾌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어제 종주산행으로 “이해하다”를 “낮은 곳에 서다”의 “understand”로 표현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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